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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멸절사태 이야기 - 의천도룡기 (Kung Fu Master - 倚天屠龍記之魔敎敎主, 1993)

베리알 2019. 6. 3. 09:07



 근래 갑자기 핫한 의천도룡기...

 최근 국내의 모 방송사에서 방송을 시작한 2019판 드라마가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의천도룡기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는 듯 하다.

 지나가다 우연히 좀 본 바로는 의천도룡기 드라마 2019판이 워낙에 그럴 만한 것 같긴 하다.

프로듀스101에 빗대어, 의천듀스101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여배우들 캐스팅이

정말 후덜덜한 수준이니까. 주요 배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나가는 여자 캐릭터들도

(주구진이나 난고 같은 캐릭터들까지!) 다들 한미모 기본으로... 심지어, 멸절사태마저도

(무려, 전직 주지약! ^^;;;) 이 의천듀스 광풍에 참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게다가, 그냥 이쁜이들만 모은 게 아니라 이런 이쁜이들을 정말 이쁘게 화면에 잡는다.

고뇌의 캐스팅, 그리고 고뇌의 촬영... 존경스럽다.

 암튼, 그리하여 갑자기 꺼내 보는 의천도룡기의 멸절사태 이야기. ^^





-김용 무협 세계관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누가 봐도 정파와 사파로 구분이

딱딱 되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상당히 모호한 지점에 위치하던가 혹은 어느 한쪽에 조금 치우친

정도의 지점에 있는 등 다양한 타입들이 존재한다.

 물론, 정파와 사파 구분의 무의미함이나 각종 위선자들을 통해 획일화된 구분을 경계하는

듯한 기류가 있기에, 의외로 정말 대놓고 나는 악당이다!-라는 사파의 인물들보단,

정파이면서도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인물들이 (멋진 악당이 아니라) 나쁜 악당들로 자주

언급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젤 혐오하는 악당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의천도룡기의 멸절사태다.

 이 캐릭터는... 정말 혐오스러움 그 자체라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앗싸리 최강의 비급을 얻기 위해서라던가 무림짱이 되기 위해서라던가 은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등등 여러 목적으로 정도를 벗어난 짓을 벌이는 정파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그런 부분들을 감안이라도 할 수 있지, 멸절사태는 그런 것조차 없다.

 그냥 실력도 변변찮은(의천도룡기 내에서 멸절사태의 실력은 명백히 별로다.

약자들을 도륙하는 것만 잘하지, 상위권 고수 레벨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할 수준) 주제에

의천검이라는 희대의 사기템을 장착하고는, 자신의 살인 욕망을 채우는 사이코패스랄까.

 오히려 아예 사파로 들어가 악명을 떨치는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방법보다는,

합법적으로(?) 살인 욕망을 채우려고 정파 인물 노릇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렇게 명문정파를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누구보다 사마외도를 달리는

자기 자신의 부조리에 대한 무의식적인 변호일지도 모른다. ^^

 하다 못 해, 방법론조차 틀렸다. 조민 같은 캐릭터야 천진난만하다고 볼 수 있는 악행들을

벌이지만, 멸절사태는... 대놓고 시정잡배만도 못한 수단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본인 손에 의천검이 있을 때조차, 아미파 선배의 복수를 제 손으로 할 생각도 않은 채

제자 기효부를 시켜 양소에게 미인계를 쓰라는 더러운 수법을 강요하고 거절당하자

제자를 바로 때려 죽이는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바로

기효부의 아이도 죽이라는 명령까지 발동할 정도로... 진정 제정신이 아닌 사이코패스다.

 조민에 의해 감금된 탑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주지약에게 아미파의 장문 자리를 넘길 때도

시정잡배 수준의 전략을 강요하고 그렇게 안 했을 때를 위한 더러운 저주의 말도 빼놓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게 어디가 명문정파란 말인가.

 맨손으로도 천하제일 이런건 꿈도 못 꾸고, 희대의 사기템 의천검을 손에 넣고도

고작해야 원수 하나 제손으로 못 갚은 무능력한 주제에... 명문정파의 간판 아래 살인만

즐기는 시정잡배 사이코패스. 그것이 멸절사태라고 밖에는...

 그래서 위군자로 유명한 악불군이나 뭐 기타 여러 찌질한 음적들에 비해서도

오히려 멸절사태 쪽이 훨씬 더 해롭고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이연걸의 의천도룡기 (Kung Fu Master - 倚天屠龍記之魔敎敎主, 1993)

 이 작품은 아스트랄한 의천도룡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런 괴랄함 속에

의외로 원작의 줄기를 착착 따라가는 센스도 있고... 암튼 나름의 매력들이 많은데

그중에 원작과 다른 또는 원작으로 충족되지 않는 그런 부분들을 제공한다는 것.





-이 영화에서의 무당파 장삼봉.

 처음에는 나긋나긋 힘없는 뚱보 노인처럼 등장하는데...


-아까의 말투는 다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의천세계관의 고수들인 현명이로를

그야말로 두들겨 패고 제압하는 화끈한 노인네로... ^^

 보통 신선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 다른 의천도룡기 작품과 다른, 이런 열혈소년 같은

느낌도 드는 장삼봉은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장취산과 은소소를 괴롭히던 멸절사태를

의천검을 뽑을 사이도 없이 간단하게 제압해 버리는 모습도 화통!


-번역의 문제인지, 아스트랄한 영화 세계관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설정 붕괴는 일단 논외로 하고 참 화통해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


-심지어, 보통 신선급 대사나 늘어놓는 다른 의천도룡기들의 장삼봉과 달리,

이런 말까지... ^^





-심지어, 우유부단의 대명사, 무공바보인 장무기조차 이 작품에선 냉철한 판단과

무서운 손속을 보여주어, 이 화끈 시원한 영화를 이끈다. ^^





-장무기를 좋아하다가 결국 흑화하고 마는 주지약이란 캐릭터조차,

이런 대사를 서슴없이 날릴 정도로 전혀 다른데...

 어찌 보면, 주지약의 탈을 쓴 정민군이랄까. ^^;;;





-이 영화 나왔을때 인기 쩔던 캐릭터, 구숙정의 소소도 원작을 그대로 재현해서

매력이 터진 게 아니라, 여러모로 이 영화만의 소소여서 좋았다.

 이렇게 원작의 '남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헌신하는 여자'라는 요소도 그대로 갖추고 있으면서...


-순진한 원작의 소소는 할 수 없는 상황 판단도 서슴없이 하고 조언을 하고...


-결과는 같지만, 중간의 판단 과정은 전혀 다른 융통성이 넘치기도 하고... ^^


-원작과 엄청 다른 듯 하지만, 원작의 인상적인 혹은 꼭 필요한 요소들은

이렇게 잘도 가져다가 젖절하게 배치한 영화... ^^


-암튼, 의천도룡기의 소소가 아닌,

구숙정의 소소는 정말 짱이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절대적 장점...

 그건, 요즘 표현으로 고구마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원작에 비해

그런 고구마 요소는 적으면서 시원한 사이다 요소가 많기에 상쾌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사이다로, 역시 죄값을 치르는 멸절사태 장면들을 꼽을 수 있다.

 원작이나 다른 드라마 등에선, 그렇게 대놓고 악당인 캐릭터에 그런 악행들을 저지르면서도

그에 걸맞는 댓가를 치르지 않는 멸절사태인데... 이 영화에선 대놓고 장삼봉에게 불꽃 싸다구를 처맞고!


-그 손자라고 할 수 있는 장무기에도 역시 불꽃 싸다구를 처맞는다!

 정말 시원 뻥뻥한 장면... ^^


-원작에서는 무사히 넘어가던 삼 장을 때리는 장면에서조차,

저렇게 엄청나게 튕겨 날아가 피투성이 만신창이가 되는... 크아, 시원하다! ^^


-그래서 여러 장단점과 개성이 있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원작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란 점에서

이 영화는 참 존재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엔딩... 원작과 다른 아스트랄한 전개,

그러면서도 원작의 줄기를 맞춰 나가고 있는 센스에

과연 다음편에선 뭘 어떻게 펼쳐 보일지 궁금했던 마지막 장면...

 과연 멸절사태가 얼마나 치욕을 당할지 참 기대를 했었는데...


-1993년의 이 영화는 그후로 후속편이 나오지 못한 채, 전설이 되고 말았다.

 더 더 더 처맞는 멸절사태를 볼 수 있었으면...하는 바램은

구숙정의 소소와 함께 다음 편을 기다린 이유였는데... ^^



-암튼 간에... 난 멸절사태가 참 싫다.

원래 별로 안 좋아하던 주지약은(조민도 그 이상으로 안 좋아했지만... ^^;;;)

의천도룡기2003에서 고원원의 주지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이번 의천도룡기2019의 축서단으로 다시 또 빠져 들었지만... 이번 주지약은

정말 남자의 보호 본능을 미치도록 자극한다. 하앍하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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