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6 어드밴스 (Final Fantasy 6 Advance)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생각난 FF6 어드밴스. 사실, 갑자기 생각난 게 아니라 최근 FF5를 다시
클리어하고보니 FF6를 그냥 다시 하기보단 이 참에 전에 하다가 그만둔 어드밴스로 해볼까...해서
이번에는 FF6 어드밴스로 다시 시작해 보았다.
일단... 세세한 변경점을 차치하고, FF6와 FF6A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엔딩 후 세이브 데이터를
전승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추가 던젼이 열린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추가
요소가 정말 골 때린다. 내가 여태까지 경험해 본 추가 요소 중에서 단연 최악을 꼽을 수 있다. 예전에
FF1 등 스퀘어의 고전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어떻게든 괴롭히려는 스퀘어 제작진의 악의에 대해 깐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시절의 스퀘어의 악의가 신세기를 맞아 컴백한 느낌이다. -.-;;;
[ 이미지의 저작권은 스퀘어에닉스에 있습니다 ]
-어드밴스 시리즈(?)가 그렇듯이, 시작 화면은 다들 이런 타입...
-엔딩까지 보고 나면 세이브 데이터를 보존하겠냐고 물어보고, 예를 선택하면 케프카를 끝장내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 기념(?)으로 팔콘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한 직후부터 시작이 된다.
-바로 이 라스트 던젼 상공에서 말이다. 정말로 세계 일주를 딱 정확하게 하고 온 모양... ^^;;;
-FF5A와 마찬가지로, 클리어데이터를 전승한 세이브데이터에는 별표시가 붙는다.
-일단 팔콘에 셋쳐 혼자 있어서 다 어디갔나...싶을 수도 있지만...
-팔콘호 내부로 내려가면 여느 때처럼 동료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파티 편성을 하면 된다.
FF6 엔딩에서 비장미 넘치는 죽음으로 뭉클함을 주었던 섀도우도 언제 그랬냐는듯 이렇게
대기하고 있으니, 혹시 섀도우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분들이라면 안심을... ^^;;;
-덧붙여, 설정상 마법이 사라진 시대가 되었는데... 마석이나 마법 모두 무사히 존재한다. ^^;;;
-새로 추가된 추가던젼, 즉 용의 둥지는 세계가 붕괴하면서 풀려났던 8용들이 자신들의 둥지에
처박혀 있으니 가서 잡으라는 건데... 일단 시작부터 FF5A에 비해서 실망. 왜냐하면, FF5A는 원래
스토리에서 언급되고 실제로 이야기와 관계가 있던 고대의 전설적인 마도사 에누오를 잡는다는 게
이야기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라 위화감이 없지만, FF6A는 스토리상 8용을 따로 때려 잡아야할
이유가 없기에 추가 요소를 만들기 위해 어거지를 썼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뭐, 사실
이런 식으로 추가 요소를 만들기에는 FF6에서 8용이 가장 만만한건 사실이지만...)
-본편에서 8용을 다 때려 잡으면 용의 둥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위치는 지도 좌상단의
용머리 콜로세움 근처의 조그만 섬들 중 하나로, 지도상에 표시도 안 되고 섬에 용의 둥지 표시가
뜨는 것도 아니라, 처음 찾아가면 헷갈리게 된다.
-게임이 나왔을 때, SFC라 하드웨어의 한계에 달았다고 평가되었던 FF6라 그런지,
FF5 -> FF5A를 했을 때의 느낌보다, FF6 -> FF6A를 했을 때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색감도 조금 차이가 있기도 하고... 뭣보다, SFC에 비해서 GBA가 하드웨어가 딸리는 건지
여러 단점들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비공정 화면도 원래 SFC에선 그냥 비공정으로 비행만 하는 걸 즐길 정도로 날으는 맛이 있었는데,
GBA에선 뭔가 멀미나는 느낌...(^^;;;)이고,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효과들도 위화감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 - 지 - 만!!! 하드웨어의 차이에서 오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건 바로 사운드!!!
소문에 의하면 당시 악보가 남아있지 않아 기존 음악을 일일이 들어서 카피해 만들었다는 야그도 있던데,
그래서 그런건지 아니면 GBA의 사운드 하드웨어의 한계인지 음악에서 엄청난 위화감이 느껴진다.
SFC는 당시에도 음악 능력이 좋았고, 실제로 당시의 다른 하드웨어들에 비해서 자체 음원으로
나오는 음악을 지금 들어도 좋을 정도로 참 괜찮았는데... 그리고 그런 음악 능력이 극대화된 게 FF6였는데,
FF6A의 음악은 거기에 비교하면 뭐랄까... 320k짜리 MP3로 듣다가 같은 노래를 96k짜리 혹은 그 이하 스펙의
MP3로 듣는 느낌?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탈력(脫力)이 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추가요소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게 무기나 아이템일텐데... 이 점에 있어서도 FF5A와 달리 실망이다.
-일단 FF6에서 추가된 무기들은 캐릭터 전용 장비들이라, 아무나 원하는대로 추가 무기를 쓸 수 있던
FF5A보다 기본적으로 효용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전용 장비인만큼의 메리트가 있는가?
그렇지 않아서 문제다. -.-;;;
-FF6의 최강검, 아니 RPG의 무기 상식 스펙을 뛰어넘는 개사기 스펙의 라이트블링거...
FF6A에서 새로 추가되는 무기들 중에 좋은 거라고 해봐야 이 라이트블링거의 마이너 Ver.들에 불과하다.
GBA판에선 장비 증식 버그가 가능하기 때문에, 라이트블링거보다 떨어지는 무기들 그것도 전용장비들은
정말 아무 매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그로 인해서, 모든 회피율이 마법 회피율에 좌우되던 SFC의 FF6에선 라이트블링거는 말도 안 되는
무기이자 방어구였다. 이거 한자루만 쥐면 어지간한 공격은 다 막아내거나 피할 수 있었고, 방패와의
조합은 가히 사기. 그리고 꼼수를 부려 라이트블링거 두자루를 이도류로 쥔다면... 최강의 공수장비가
탄생한다. ^^;;; 물론, GBA판에선 마법회피율 버그가 수정되어 SFC판만큼의 무적 병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사기 무기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
단지, 그 멋없는 무식하게 커다란 그래픽은 여전한 게 흠... ^^
-그뿐만 아니라, 애초에 FF6의 개인 장비들은 단순 숫자 스펙으로는 최강을 가릴 수가 없다.
많은 캐릭터들의 최강 무기는 최강이란 명령으로는 장착되지 않는 것들이라는 게 FF6의 상식 아니던가.
-원래 FF6를 대표하는 무기 중 하나라면 역시 배리언트 나이프인데... 단순 공격력이나 스펙으로는
이런 게 뭐야?...하는 수준인 게 사실. 하지만! 이 배리언트 나이프는 방어력을 무시한 데미지를 입히기
때문에 록의 공격력만 강해지면 개사기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이런 특성은 FF6A에서 더욱 빛이 난다.
왜냐하면 추가던젼에는 방어력이 센 적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무기들이 고무줄처럼 데미지가
왔다갔다하는 와중에도 혼자서 묵묵하게 쓸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추가된 무기들을 쓸 이유가 없다.
-이외에도 다른 캐릭터들 역시 추가된 전용 무기들은 대부분 데미지를 고려한 무기들이라...
방어력 졸라 센 놈들이 줄줄 나오는 추가 던젼에서 별 쓸모가 없다. 셋쳐만 해도 새로운 무기보다
기존의 (최강으로 장비되지 않는) 사기꾼의 주사위가 훨-씬 좋다. 배리언트 나이프처럼 방어력을
무시하기 때문에 셋쳐의 공격력을 올리고 개전의 증명으로 난타를 때리면 혼자서 한턴에 4만 가까이
뽑아내는 것도 흔하다. 주사위 데미지라 몇백부터 9999까지 들쑥날쑥하지만 셋쳐의 공격력이 세지면
평균적인 데미지가 오르기 때문에 조금 나오는 건 신경 안 써도 한턴에 몇만은 보통...
-자, 그럼 추가 요소인 추가 던젼, 즉 용의 둥지는 어떨까?
이게 바로 두말할 필요없이 최악이다. --+
-FF5A의 추가 던젼은 살짝 짧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정말 딱 알맞게 즐겨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FF6A의 추가 던젼은 본편을 몇번씩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길게 느껴진다.
던젼이 어렵다는 게 강한 적들이 나오고 회복 저장의 텀이 길고 미로 좀 찾고 퍼즐 좀 풀고...
이 정도에서 그쳐야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는 건데, 이 FF6의 용의 둥지는 그동안 쌓였던 스퀘어의
악취미를 퍽퍽 부어넣은 듯 어처구니 없게 만들어져 있다.
-실제 던젼 크기도 꽤 크기가 되는 편이지만, 그 던젼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구석구석까지 뛰어다녀야
진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다가, 그것도 혼자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파티를 3개로 나눠서
이 파티들을 각각 발에 땀나도록 굴리며 퍼즐을 풀어야 진행이 된다. 그냥 퍼즐을 푸는 게 아니라,
3개의 파티를 젖절한 순서 젖절한 위치로 이동시키며 풀어야 한다. 말로 하니 간단하지만, 실제로 접해보면
진짜 욕 나온다.
던젼만으로 본다면, 단연코 내가 겪었던 던젼 중에서 최악이다. 플레이 중에 몇번을 때려치웠다가
다시 잡기를 반복했고(그냥 패드를 던지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이 의미없는 플레이 그만해야지...라면서
그만두었다), 일단 보스를 잡긴 잡았지만 그후에 다시 또 끝까지 들어가면 나온다는 또다른 보스는
아예 잡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이 던젼에서 너무 질려버려서, 또다른 추가요소인 혼의 사당인가 뭔가도
아직 안 갔다. -.-;;;
-굉장히 악평이 자자한 던젼인데... 실제로 경험해 보면,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 딱!
게다가 던젼 자체도 이렇게 빡 치는데 그 던젼안을 구석구석까지 수도 없이 뛰어다니는 와중에 엄청난
인카운트율로 까탈스러운 몹들을 줄줄이 잡아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센 건 아니지만, 까탈스러운 놈들이
인해전술로 나오기 때문에 질려 버린다. 게다가 지도 자체도 정말 조잡할 정도로 복잡...
-FF6의 마지막 던젼인 케프카의 탑도 세개의 파티가 진행해야 했지만, 별반 부담없이 진행할 수 있던 것과
정말 천지차이다. 스퀘어의 악의가 폭발하면 정말... 아 짜증. -.-;;;
-그리고... 던젼 자체는 그렇게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데,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스들은
너무 시시껄렁해서 실망감을 높여준다. 일단 스토리 자체도 별 흥미가 없는 추가던젼인데,
그런 주제에 난이도 최악의 던젼을 고생하며 얻게 되는 무기도 별로 의미 없고, 거기서 만나게 되는
보스들도 하나같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억지로 몇몇에 공략 방법을 설정해 놓은 정도일 뿐
(예를 들어, 일정 시간 방어만 하고 있어야 하는 드래곤도 있고 MP를 0으로 만들어야 죽는 드래곤도 있고...)
하나같이 약해빠져서 도대체 이런 송사리들을 잡으러 이 황당한 던젼을 돌아다녀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지경... 다들 본편에서 나왔던 드래곤의 강화판이라고는 되어 있는데, 사실 본편의 8용들도
송사리인데 거기다 덧붙인다고 용이 되겠는가.
오메가改나 신룡改들이 얼마나 센스 넘치는 몹이었는지, 새삼 FF5A가 빛나보일 정도...
-에누오도 허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고대의 악으로서 존재감이나 대사빨이 있던 것과 달리...
용들의 왕이자 SFC의 FF6 데이터에 개발중인 몹으로 존재하던 카이저 드래곤이 최종 보스로
이 던젼의 끝에서 기다리는 FF6A의 마지막은 정말 허무하다.
이런 빌빌한 뱀새끼를 잡으려고 이 개고생을 해야만 했던가! 그냥 던젼 벽을 다 뚫고 들어가
간단하게 이놈 목만 땄으면 되었잖아!!!...하고 성질날 정도로.
-카이저 드래곤을 간단하게 잡고 나면, FF5A에서 보스들과 연속으로 싸우던 것과 비슷한
장소가 출현한다고 하고, 또한 이 용의 둥지를 다시(...) 들어와 끝까지 오면 카이저 드래곤 대신에
알테마버스터가 기다린다고 한다. 카이저 드래곤하고 비슷한 수준이라는데, 겨우 그거 잡겠다고
이 던젼 또 들어가기 싫어서 여기서 끝.
-스토리상 별 필요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개고생으로 가득한 FF6A의 추가 던젼...
그냥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오리지널 SFC판을 즐기는 게 어떨까 싶다.
*** SFC의 FF5와, GBA의 FF5A의 차이점 ***
-기존의 버그성 기술 삭제(...된 걸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연출이 수정. 예를 들어, 제국군 병사에세 구타 당하고 쓰러지는 세리스는
그냥 쓰러지는 걸로 수정되어 있으며, 엑스트라들 일부가 빠지거나 변했다고 한다.
-연출은 무기나 마법 등에도 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SFC판 무기 중에서 그 연출이 멋져서 애용하던 게
알테마웨폰인데 마치 광선검을 휘두르는 느낌이 나던 그 그래픽이 미묘하게 변해서 광선검이 아니라
파랗고 하얀 종이판자를 휘두르는 느낌이랄까. 이런 식으로 조금씩 차이가 느껴진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사운드 효과음)은 하늘과 땅.
엔딩의 감동마저 달라진다. -.-;;;
-마석이 일부 수정되고 추가되었다. 레벨업시 빠르기에 +2를 해주는 사보텐다인가도 등장.
기존 마석 효과의 (극히) 일부도 수정되어, 레벨업 때 참고하는 게 좋다.
-대쉬 슈즈 없이도, 기본적으로 설정에서 대쉬가 가능.
*** 클리어 후 소감 ***
-옛날에 즐겼을 때랑 확실히 감정의 포인트가 달라지긴 달라지는 듯.
그때는 별 감흥이 없던 이벤트들이, 어른 아니 노인이 되고 보니 참 찡한 경우가 많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바라보는 티나나, 아내와 아이를 눈앞에서 잃고
그리고 또다시 저세상으로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카이엔이라던가...
-어쩌면 이번에 레벨업을 좀 더 신경 써서 더 쉬웠을지도...
원래 FF6가 난이도가 낮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레벨업할 때마다 마석에 많이 신경을 써서
능력치들을 좀 올렸더니 라스트 던젼(추가 던젼 말고)이 정말 쉬워도 너무 쉬웠다. 8용이고 삼투신이고
뭐고 그냥 다 몇대 때리면 끝. 심지어 케프카조차 몇대 안 때렸는데 벌써 끝이야...하는 느낌?
그것도 너무 쉬워질 것을 우려해 공격마법은 봉인하고 싸우는데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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