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아루스란과 아르슬란처럼 낯설고도 새로운 추억과의 색다른 만남 - 아르슬란 전기 1, 2

베리알 2014. 12. 22. 19:14



 강철의 연금술사, 은수저, 백성귀족 등으로 유명한 아라카와 히로무(荒川弘)의 새로운 작품으로,

전설적인 SF삼국지(!)인 은하영웅전설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미완의 판타지삼국지(!!)인

아루스란전기가 찾아왔다. 아르슬란전기라는 이름으로...

 1권 발매 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순식간에 2권까지 발매가 되었다.

 뭐, 별 수 없이 볼 수밖에 없었는데... ^^;;;

 분명히 그 아루스란전기이긴 전기인데, 새롭게 바뀐 아르슬란전기라는 이름처럼

뭔가 또 색다르다.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이렇게 1권의 표지로 아루스란 아니, 아르슬란이 나오고 2권의 표지에는 다륜이 나온다.


-음... 일단 이 작품에 대한 참고가 될 유튭 영상을 링크해 본다.

http://www.youtube.com/watch?v=1X0ac8nHBQ4#t=10

 일종의 이미지 트레일러로, 그 아루스란전기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아르슬란전기의

캐릭터로 바뀌었는지 맛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는 일단 실망을 했다. (어디까지나 "일단"이다. ^^;;;)

 기대치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아라카와 히로무와 다나카 요시키의 만남이라 기대를 좀

하긴 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나같은 왕올드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쉽고 낯선

부분들이 많았다고나 할까.


-과거 아루스란전기를 기억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작품의 삽화 일러스트는 그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 / あまの よしたか)가 담당했었는데, 그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일러스트들은 정말 멋졌다. 그리고... 카도카와의 좋은 시절(^^;;;)에 개봉했던

아루스란전기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마노의 디자인과 분명히 다르면서도 서로 같은 캐릭터라는걸

느낄 수 있게 디자인이 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 과거의 디자인들이 아루스란전기로 각인된 나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아르슬란전기는 일단 그림부터 살짝 깨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라카와 히로무의 그림 실력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단 아라카와 히로무...하면 떠오르는

그림체와 아루스란전기가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건 물론이고, 그 과거의 일러스트와의

차별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건지, 아니면 새로운 아르슬란전기를 만들기 위해 과욕을 한 건지

새롭게 그려져 나오는 이 아르슬란전기의 캐릭터들은 매력보다는 이질감으로 가득하다.


-너무나 빌빌한 아르슬란부터 이미 깨고 시작하는데다가, 아라카와 히로무가 최근 용호의 권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스키니 로버트 가르시아 같은 다륜, 武神 안드라고라스가

아니라 산적 두목 같은 안드라고라스, 억지로 가면의 면적을 줄이고 얼굴을 많이 드러낸 덕분에

어두움과 카리스마가 사라진 은가면, 강철의 연금술사의 모 여성 캐릭터에 남자 몸만 붙인 듯한

나르사스, 넘버원 음유시인이 아니라 넘버원 호스트인지 넘버원 오카마인지 모를 기브,

남성을 홀리는 매력이 전혀 없는 다하미네,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느끼해진 기타 주요 인물 등등...

 일부 디자인은 나름 적응이 되...기도 했지만, 몇번이고 보고 또 봐도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제목이 아루스란전기가 아니라 아르슬란전기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외래어 표기법의 적용인지 보다 정확한 원어의 번역 표기를 위해서인지 대부분의 캐릭터 이름과

용어들이 새롭게 고쳐져 있다. 위에서는 그냥 예전 을지서적판 캐릭터 이름 기억대로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달라져 있다. 이아루다보트는 이알다바오트, 기브는 기이브 등등...

 뭐, 이런 표기에 대해선 딱히 호불호를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추억과는 다르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일뿐. ^^

 그리고 이름 같은건 캐릭터 디자인의 부적응에 비하면 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야기 자체가 이미 다 아는 내용(내가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아루스란전기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니!!!...하면서 보면서 놀라고 또 놀라고... ^^;;;)이라 아라카와 히로무의 연출에도

불구하고 뭔가 심심하고 심드렁한 느낌...

 그렇게 이번 아르슬란전기는 재미없는 만화로 끝날 것인가?


-하 - 지 - 만! 몇번이고 보면서 올드팬으로서의 선입견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제 이 작품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설명해야할 부분이 많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에서 그런걸 텍스트로 펑펑 때려 넣기도

힘든데... 이런 부분을 이야기 도입부에서 파르스 대패의 몇년 전...이란 식으로 과거 장면을

넣어서 상당 부분 배경 설명을 해낸 점은 인상적이다.

 나야 어차피 그 내용 설명 없어도 되니까 별반 장점으로 느껴지지 못 하고, 특히 내가

과거 회상편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기도 하고(소년 만화에서 연재가 후달리거나 적당히 때울때

뜬금포로 사실은 이 캐릭터들이 과거에 만났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내보내는 걸 꼴보기 싫어해서

그렇다. ^^;;;) 더욱 그랬는데... 몇번 보다 보니 사실은 굉장한 연출이었다. 그 도입부 한편에서

현재 파르스 왕과 왕비, 아르슬란의 기묘한 관계를 보여주고 이 작품의 세계관 설명,

그리고 유일신을 섬기는 루시타니아와 노예 제도가 존재하는 파르스를 확실하게 요점으로

각인시키고 나중에 사용할 도구까지 넣는 것에 절로 대다나다~ ^^


-뿐만 아니라, 기존 일러스트나 애니에 비해서 보다 더 작품의 소재가 되는 세계관을 더 드러내도록

디자인된 점은 나름대로 인상적이다.

 특히, 유일신을 섬기는 루시타니아군은 누가 봐도 미친 십자군 그 자체라는 걸 비주얼에서도

모를 수가 없게 해놓았고...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은 적응할 수 없...다기보단 어려웠지만, 캐릭터의 정체성들은

대체로 잘 살려놓은 편이다. 소설로는 볼 수 없는, 만화로 보여줄 수 있는 아라카와의 개그 장면들도

나름 장점이다. ^^

 더불어, 모든 캐릭터가 디자인에 적응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보당 같은 경우는 딱 봐도 보당!


-2권까지의 내용은 왕도 엑바타나가 함락된 직후까지를 그리고 있는데...

 처음 1권을 봤을 때는 심드렁했지만, 몇번 더 보고 그리고 2권까지 보고 나니,

음, 더 봐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중.


-아루스란전기의 추억이 강한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 작품은 진입 장벽이 높을지 모른다.

반대로, 아루스란전기에 대한 추억이 없거나 약한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은 다나카 요시키의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을 만화로 즐겁게 만나게 할지도 모른다.













*** 잡설 ***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만화화는 베르세르크 작가가 제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베르세르크 하나도 죽기 전에 완결될지 어떨지 모르는 판에 그건 좀... ^^;;;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들은 작품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마음에 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건 뱀파이어 헌터 D인 것 같다.


-표지 구석에 조그맣게 15세 이상만 보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원작의 끔찍함을 어느 정도는 재현해 주고 있다.


-2권은 그냥 본편만 실려 있어서 아쉬운데... 원래 강철에서도 4컷 만화가 재미 중 하나였고,

실제로 1권 말미에는 아라카와 히로무와 다나카 요시키의 대담과 4컷 만화 2개도 실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