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기동전사 건담의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을 위한 선물 보따리 - 기동전사 건담씨 아홉번째 권 외

베리알 2014. 10. 1. 14:21



 기동전사 건담... 슈로대라는 게임, 아니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에게 리얼로봇과

수퍼로봇을 구분하게 만들어준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며(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동전사 건담 TV판에서의 건담의 등장은 가히 수퍼로봇이었다. ^^;;;), 그후로도 통상의

로봇 애니와는 다른 관점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전개해 갔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시리즈의

시작점인 작품인데...

 이렇게 전통에 빛나는 작품이다보니, 정상적인 작품들 아니라도 이를 응용한 패러디 작품들도

있었는데 폭렬 갑자원과 경사청 24시 등으로 알려진 오오와다 히데키(大和田秀樹 오와다 히데키)가

그 건담을 가지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이 기동전사 건담씨 시리즈도 그중 제법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동전사 건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과, 개그 코드만 맞는다면

아마 엄청난 재미를 줄 수 있을 듯... ^^


 원래 이 책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가 매번 귀찮아서 넘기고 넘겼는데... 어제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이 나왔었다는 얘길 들은 김에 또 잊어먹기 전에 책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http://sisi9144.blog.me/220137433734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이것이 국내에 가장 최근에 발매된 9권 표지.


-초반에는 4컷을 기본으로 시작했으나, 권수가 증가하면서 그 안에서 작은 시리즈 에피소드들도

번갈아 연재하게 되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아래 장면으로 설명하는 게 빠를 듯. ^^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굉장히 매니악한 개그나 매니악한 소재(과거의 일본 TV 프로그램이라던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품의 뼈대는 기동전사 건담, 즉 일년전쟁의 건담 세계관으로 되어 있다.


-위 4컷은 건담을 보지 않았더라면 뭔 얘기인가 싶은 이야기로... 이렇게 기본적으로 건담의 이야기와

설정을 깔고, 그걸 증폭하거나 이용하거나 하는 식으로 가기 때문에... 건담에 대해 잘 모르면 아마

별반 재미를 못 느낄 가능성이 크다(하긴, 패러디 작품을 원작 모르고 보면 뭔 재미겠어. ^^;;;).


-하지만 그렇기에... 건담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의 매력이 아주 찰지게 다가올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이 4컷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샤아 비틀기인데...

이게 아예 뜬금없는 게 아니라서,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점점 샤아가 저런 인간이구나...하고 생각이 굳어지고,

그 폼 잡던 샤아가 오히려 낯설고, 절대 무능에 눈치도 없는 바보로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진다랄까. ^^


-일년전쟁이 일어났을 때 질풍노도의 시기, 사실상 중2병인 아무로 레이의 경우

그 부분을 극대화하여... 24시간 발정기로 뉴타입 능력까지 활용하여 그 욕망을 분출할 기회만 노리거나

또한 가족의 부재와 전쟁의 스트레스를 발정으로 승화하는 걸어다니는 발정소년이 되어 있는데...

그리하여, 극중 여의사로 등장하는 세이라에 대해 대놓고 온갖 범죄(!)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브라이트까지 합작하여... ^^


-샤아는 그야말로 뿔 + 빨간색 덕후일 뿐, 파일럿 능력도 별볼일 없고, 장교로서 지휘 능력 역시 부재.

오로지 가르마에 대한 집념(속였구나, 샤아!)과 자비가에 대한 적대감(더 정확히 말한다면, 키시리아와의

인연인지 악연인지 모를 미묘한 관계), 그외에는 무능과 라라아에 대한 집착 정도만 남아 있는데...

이게 아예 생뚱 맞은 게 아니라, 기동전사 건담 본편에서의 여러 모습들과 어우러져 이야기를 볼수록

뭔가 엄청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중간에 배불뚝이 십장 같은 녀석이 샤아의 자리를 빼앗아 샤아 행세를

하는데도 오히려 일은 잘 진행되고 부하들의 신망은 올라가고 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자연스러울 정도. ^^


-그외에도 별볼일 없는 녀석이사실상 중간 관리자 역할을 떠맡아 고생하는 브라이트 노아,

아무로의 여자 친구인듯 여자 친구 아닌 여자 친구 같...아 보이지 않는 프라우 등

원작의 개성을 만화적으로 살려낸 등장 인물들도 재미를 주고...


-그런 수준을 넘어서, 심지어 자쿠 등의 모빌슈츠들에게까지 이성을 부여해 인간들이 배재된

모빌슈츠들만의 또다른 이야기들도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또한, 이런 이야기들은 건담의 세계인듯 하면서, 동시에 현실 세계인 듯 하기도 한데,

건담의 기동이나 운영에 윈도우 시스템을 보여주어 오류를 낸다던가 상술을 낸다던가 하는 식의

개그들도 참 재미있다.


-모든 4컷,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 버릴 데가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손꼽고 싶은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하나는 대장 자쿠씨로, 평범한 자쿠가 (아마도) 중대장 같은 자리에 올라 신형 부하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쩔쩔 매다가 탈영하고, 겨우 다시 복귀하지만 연방의 하얀 악마를 눈앞에서 보고

냉각수를 지리는 추태를 보이는 고문관에서... 지옥의 자브로로 배속받아 그곳에서 살아 남아 복귀,

연방의 하얀 악마를 막아내는 전과를 올리고 사령관이 되...지만, 결국 사령관이란 것도

중간 관리직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이야기. (이후 4컷으로도 이어진다)

 또 하나는 일년전쟁이 벌어지기 한참 전, 가난하지만 식구들이 힘을 합쳐 단란하게 살아가던 자비가가

격동의 시대에 휘말려 지온 공국을 결성하게 되는 이야기를 어린 가르마와 그의 누나인 키시리아의

시각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우주섬의 가르마군으로... 어찌 보면 일반 애니나 만화에서 흔히 보는

전개와 마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이 기동전사 건담의 자비가를 소재로 하니 느낌이 다르다랄까.

재미있으면서도 참 짠한 이야기...


-엄청난 분량(5권부터 9권까지의 대부분의 분량을 잡아 먹고 있는) 건담 창세의 장은 사실... 재미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을 수정하게 되는 등,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긴 한데,

일단 분량 자체가 너무 많은 데다가, 이런 식의 이야기에서 좀 오글거리게 추앙되는 인물들 보는 게

좀 거시기해서 음... ^^;;;

 그래도, 이타노 서커스라는 고유 명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이타노 이치로우)와

건담의 접점을 보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건담 창세의 마무리를 오다이바 건담으로 한 것도 인상적...


-바보 샤아와 발정 아무로의 다음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기동전사 건담의 시대를 지나온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작품! (^^)





(단점 아닌 단점...은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 종이질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인쇄가 완전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량이 젖절한 것도 아닌데, 가격은 꽤 높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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