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이어지는 타카하시 루미코 여사의 진수! - 운명의 새 다카하시 루미코 걸작 단편집

베리알 2014. 10. 21. 16:29



 예전에 언급했었던, 타카하시 루미코 여사의 진수라고 표현했던 단편집 박스셋...

 http://blog.daum.net/dominna/1253

 그렇게 3권까지 나오고 또 무수한 시간이 흘러... 이 장기 프로젝트의 다음 편이,

드디어 국내에도 발매되었다. 이름하여, 운명의 새편.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사실 발매는 9월 말에 되었고, 그때 바로 구입은 했는데... 이야기를 하려다가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결국 오늘에서야... ^^;;;


-가학여왕인 루미코 여사의 작품 중에서, 어쩌면 그런 성향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 시리즈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누야샤 같은 건 가장 잘 드러낸 게 아니라 그냥 질질질거리며 드러낸 거니 논외이고,

기타 작품들이 시대적 배경은 현대로 하더라도 다분히 판타지적인 요소를 기본 세계관으로 하는데 반해,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여러 일들이 일어나긴 해도, 그것이 지금 당장 옆에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 위에서 벌어지는 이 단편집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그런 루미코 여사의 가학성향이

가장 잘 와닿는 게 아닌가...싶다.


-어째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그런 가학적인 부분이 더 증폭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

그나저나, 도대체 루미코 여사는 어떤 생활을 하길래 이런(?)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걸까.

 그야말로 이 시대의 일본(과 한국)의 문제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직설적으로 펼쳐내는데,

병든 부모, 병든 시부모의 수발 얘기를 아주 직설적으로 그려내다 못 해, 이번에 수록된 작품 중에는

대놓고 이런 대사가 나온다. 거동을 못 하는 시어머니를 몇년을 돌봐온 며느리가 있는데, 이 며느리가

갑자기 식구들을 팽개치고(!) 자기 하고 싶은 일들을 벌이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곤란해 하는데,

그 시아버지란 사람이 그런 며느리편 비위를 자꾸 맞춰주다가 결국 아들(며느리의 남편)에게

이러다가 네가 이혼하면 내가 쓰러졌을 때 간병은 누가 해주냐는 대사를 날리는데... 분명히

코믹한 장면으로 연출하고 있지만, 섬짓할 정도로 등골이 오싹한 장면이었다. 한국에서도 얼마전

부모님 병간호를 가족 즉 부인에게 맡기겠다는 남편들 대답이 많았던걸 생각하면, 그냥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코앞으로 닥친 무서운 사회의 변화를 이렇게 코믹스럽게 풀어 놓다니!

 거기다가, 홀로 된 노인이 (꽃뱀으로 의심되는) 젊은 여자에게 빠져 흥청망청하는 이야기,

일가족 자살, 주거인들 간의 불화, 상사 갈등, 가정 불화, 가정 폭력, 불륜 등등... 무슨

사건사고 사례집을 보는 듯한 소재들이 코미디의 외형으로 펼쳐지고 있어서 아이러니한

섬짓함을 더해주는 것 같다.


-이번 운명의 새편에 수록된 작품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에 수록된 사건현장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집이 있는데, 여기에 갑자기 말도 없이 다친 시누이가 나타나

신세를 지겠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누구보다도 며느리에게

미리 알리고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데, 며느리도 아들도 모르게 일이 벌어진 상황.

 그리고 이 시누이가... 정말 딱 "시누이"다. 신세를 지러 온 주제에(그것도 갑자기!) 불편해도

내가 참으며 지내야지하고 너스레를 떨지 않나(누구보다 불편을 참아주는 건 원래 그 집에

사는 사람들 아닌가!), 음식부터 시작해서 생활 패턴 등등... 모든 부분에 대해서 시시콜콜

좋은 말도 아니고 주둥이에서 나오는대로 내뱉으며 며느리를 자극하고 동생의 집안에 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그러면서도 마치 자기는 이런 냉대를 받으며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니... 남들에겐 비수 더미를 날려 놓고, 자기가 한방 먹으면 바로

눈물 촬촬 개약자 코스프레!

 안 그래도 고부간 갈등으로 칼부림이 난 사건이 근처에서 있었던 차에, 집안이 이렇게 분위기

개판된 와중에, 어느날 집에 돌아온 남편은 피투성이 칼을 발견하고 식구들이 사라진 상황에

맞딱드리게 되는데!!!


-짧지만, 그리고 실제 막장 드라마 같은 개막장 상황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의 대화들이 이어질 뿐인 이 에피소드는 정말 보는 내가 다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현실 그 자체. 사람 산다는 게 정말 그렇다.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엄청난 사건들, 엄청난 돈이

얽혀야 꼭 갈등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저 그냥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 한마디가 쌓이다 보면...

암튼 인간 관계란 참 거시기한 것 같다. 특히나, 한국이나 일본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어도

여전히 결혼에 있어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얽힘 역시 중요하기 때문인지,

그리고 오지라퍼 관습까지 더해지면, 이렇게 옆에서 다 망쳐놓는 악당들이 널린 세계관...


-3개 보관용 박스셋으로 나온 옆에 세워둘 수밖에 없긴 하지만,

암튼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의 진수인 단편집! 그 다음 편이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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