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겐신은 누구고 게이시는 또 어디의 게이인가? -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교토대화제편

베리알 2014. 7. 19. 21:18



 어쩌면 괴작 영화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만화 게임 원작의 일본 영화들인데...

그동안에 소수의 사람들에게 인정 받거나 아니면 운 좋게 흥행을 해도 평은 그닥인 경우는

그나마 양반, 대체로 괴작과 망작들의 무덤이었던 이 시장(?)에, 얼마 전 한 영화가 흥행도 평가도

모두 잡는 괴현상(!)을 일으켰는데... 그게 바로,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이었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당연히, 후속작 이야기는 진작부터 나왔고... 얼마 전 정식 소개 영상들도 공개가 된 듯 하다.

 그러나! 그 영상을 우연히 보다가 나도 모르게 허탈하다랄까 기가 막히다랄까 하는 심정이

들었으니... 정식 영상이라는데 거기에 붙어 있는 자막이 너무 기가 막혀서였다.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convertIframeTag.nhn?vid=EE3490BD75C0B3643A5A5CAA732847BA922E&outKey=V1248d60a023558cbccce618d59880337b5cb0a43c85cf91d8f01618d59880337b5cb&width=720&height=438


 지난 영화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당연히 한국에서 이 작품의 상식은 오오토모 케이시 감독,

그리고 주인공 히무라 켄신이었다.

 그러나! 이 영상에 달린 자막을 보면, 예를 들어 22초 정도에 카오루(이것도 이제 가오루?)가

켄신에게 하는 대사에서 "신, 절대 교토에 가선 안 돼"라고 말하고 있고,

39초 정도에 나오는 감독 이름은 "오토모 이시"라고 되어 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일까.

 물론, 지금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 규칙에 따르면 이게 맞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들어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일본어 어두에 오는 강한 발음이 약한 발음과 구분하기 어려운

특이한 발음을 낸다고 해도 켄신의 이름이 켄신에 가깝게 들리지 겐신에 더 가깝게 들리진 않는다.

 (이건 뭐 한국식으로 고친 이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자어를 우리식으로 읽은 이름도 아니고

귀로 들리기는 켄신인 듯한데 표기는 겐신으로 하라니?)

그런데 왜 겐신으로 표기해야 하는가? 애초 이따위 표기법을 생각해 낸 발상 자체가 웃긴다.

 감독의 이름을 보면, 멀쩡한 사람을 게이로 착각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는데... 게다가,

감독의 이름에는 다른 요소 하나가 더 추가되는데 오오토모라는 성을 오토모라고 표기한다는 것.

 물론, 이 역시 지금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 규칙에 따르면 이게 맞다. 그래서 더 기가 막힌다.

 단음 장음의 구분은 사실 한국어에선 체감적으로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편의상 일본의 저런 장음 단음을 한국식으로 표기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저런 장음 단음을 발음하는 것을 들어 보면 한국에서 표기하는 방식을 적용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예 포기하면 어쩌란 건가. 저렇게 장음 단음을 무조건 개무시하는 표기법은

많은 혼란을 가져오기 쉽다. 일본 이름에 유코나 유키라는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이들을

한국에선 그냥 유코와 유키로 표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선 유우코와 유코가 별도로

존재하는 이름이고, 유우키와 유키라는 이름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름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다른 이름들을 같은 이름으로 사용해야 맞는 거란다.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이건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암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되는대로 규칙 정해 놓고

그런 엉터리 규칙을 강요하는 꼴이라고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

 켄신이 겐신도 아니고 켄신도 아닌 발음이라면서 그걸 우리쪽의 표기의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겐신으로 적어야할 이유가 어디 있나.

 오오토모 케이시의 케이시가 게이시도 아니고 케이시도 아닌데 역시나 이걸 우리쪽의 표기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리고 엉뚱한 오해를 사게 만들지도 모르는 이름인 게이시로 부를 이유가 뭔가.

 오오토모와 오토모라는 성을 구분할 기회를 우리 손으로 버리면서까지 그걸 오토모라고 부르고

적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흔히들 교토나 도쿄라고 적지만, 이들 역시 교토보단 쿄토, 도쿄보단 토쿄 쪽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발음된다. 뭐, 그래도 교토나 도쿄는 이미 한국에서 굳어졌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언어에 있어서 거의 모든 언어를 아우르는 법칙 중의 하나가 관습의 존중이다.

뭔가 좀 짜증나기도 하지만... ^^;;;)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예들은 한국에서 굳어진 사례도 아니다. 바람의 검심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주인공 이름을 히무라 켄신으로 알고 있지 누가 히무라 겐신이라고 하나?

 도대체 이게 누굴 위한 외래어 표기법인가? 이 외래어 표기법을 사용하는 건 이 나라 국민들이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감수하게 하는... 이런 제멋대로의 표기법을 도대체

누가 만들고 누가 이렇게 강요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더운데 정말 열 뻗친다.



 지금 포탈 등의 영화 정보를 보면 전작 바람의 검심 영화에는 오오토모 케이시나 사토 타케루,

히무라 켄신, 타케이 에미, 카미야 카오루 등으로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그럼... 앞으로 이 바람의 검심 영화 후속편이 나올 때 즈음에는 이게 모두 수정될 것인가?

오오토모 케이시는 오토모 게이시로, 사토 타케루는 사토 다케루로?

히무라 켄신은 히무라 겐신으로, 타케이 에미는 다케이 에미로, 카미야 카오루는 가미야 가오루로??

(물론, 사토 타케루라고 흔히들 얘기하지만, 정말 헷갈리지 않게 사용하자면

사토우 타케루라고 해야 하겠지만...)


 

 지금의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은 정말 구리다. 현실적으로 불편하고 혼란만 일으키고

실제 발음과도 동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꼰대들의 고집처럼 계속 그런 나쁜 상황으로

세상을 오염시켜 나간다. 정말 짜증나게 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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