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어쩌면 가장 저평가받는 시리즈물일지도 모르는? -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 외

베리알 2014. 7. 13. 09:57




 성공 그 이상의 성공이랄 수 있는 리붓, 진화의 시작에 이어 최근 후속편 반격의 서막이 개봉된

혹성탈출 시리즈.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1968년 나온 1편 영화 이후, 몇편의 시리즈가

더 나왔고 1973년에 나온 최후의 생존자는 Final Chapter라는 부제처럼 이 시리즈를 일단락했다.


 문득 든 생각이, 이 시리즈는 한국에서 너무 홀대받는 시리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시리즈 자체가 5편이 73년에 나온 초초고전인지라 갈수록 이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절대적인 명성의 1편의 휘황찬란한 명성도 있고... 그래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1편 이후의 시리즈들은 대충 망작으로 묶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망작으로 묶일 건덕지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만 묶이기에는 아까운 측면도

무시 못할 것 같다.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성공적인 리붓인

지금의 혹성탈출 시리즈의 인상적인 요소들은 사실 이 고전 시리즈에서 차용한 것이 많기 때문.

 생각해 보면, DVD 시절부터 1편 단품은 물론이고 시리즈의 박스셋이 철컹 철컹 나오던 게

괜히 나왔을까.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시리즈의 광팬인 조만장자가 후원한 게 아니라면야(^^;;;)

다 보장된 수요가 있다는 걸 알았을테니.

 그래서 한번 고전의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





*** 고전 중의 고전이라 딱히 주의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스포일러가 있다는 것을 경고! ^^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 ]

-설명은 생략한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이 1968년작 1편에 대해선 아무 말이 필요없지 않나?

이 영화의 스토리나 충격의 엔딩이 아니더라도, 지금 기준에서 봐도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영화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가... 요즘에 와서 이 영화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사람들도

감탄할 만큼 인정받는 걸작이니... 시리즈 저평가 얘기하는데 낄 구석도 없고. (^^;;;)









[ 혹성탈출 - 지하도시의 음모

(Beneath The Planet Of The Apes, 1970) ]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자체를 폄하시킨 일등 공로자를 꼽으라면

바로 이 2편을 꼽고 싶다.


-스토리는 이렇다.

 전작의 주인공인 테일러의 동료 브렌트는 테일러를 찾아 헤매다가 노바를 만나게 되고,

자이라박사와 다른 유인원들과 조우하며 이곳 상황을 알게 된다. 노바와 함께 도망치며 테일러를

찾던 브렌트는 지하도시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핵폭탄을 숭배하는 돌연변이 생존자들을

만나는데...


-여러 사정으로 제작 중에 난관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물은 황당한 수준이다.

 굳이 전작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봐도 무리가 많은 작품인데, 전작이 다른 작품도 아니고

레전드 오브 레전드이니... 이 영화의 체감 위치가 어떨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작부터 무리한 설정(전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데, 갑자기 슝~하고 사라지는

테일러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벙쪘을듯...)에다가, 영화 내내 긴장감이 넘치던 전작의 느낌과 달리

그냥 고전 영화 한편에 불과한 느낌, 그리고 고전 영화가 아닌 저예산 영화 느낌 풀풀.

 아이디어 자체는 승화시킬 구석이 있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만듦새가 전작과 너무 비교가 되다 보니,

지금도 적지 않은 분들이 혹성탈출 시리즈의 블랙홀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설정 자체에서 이미 당시 미국에서 반감을 살 구석이 많고,

또 미국을 우러러보며 살던 예전의 한국에서도 반감을 살 구석이 있어서 객관적으로 봐도 별로지만

그 이상의 저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한데... 바로, 이 2편의 돌연변이 인간들의 모습이 미국을 지배하고

한국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독교 계열 종교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와~ 대놓고 이래도 되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1970년의 미국에서라면

어땠을지. 암튼, 블랙 코미디라고 하기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난 재미있었지만. (^^;;;)


-다음 편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인류와 또 그 인류와 똑같은 유인원들에 의해

지구는 핵무기에 의한 멸망을 맞이한다!

(...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핵무기에 의한 지구 멸망은 쉽지 않다. 물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일부 생물군이나

특히 인간과 그 문명에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지만, 그런 지구 위의 떨거지들이 아닌,

지구 자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인류의 모든 핵무기를 사용해도 피부에 상처가 좀 날까 말까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외계에서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핵미사일 등으로 격추한다는 시나리오는 사실은

그저 SF적인 공상의 영역이다. ^^;;;)









[ 혹성탈출 - 제3의 인류

(Escape From The Planet Of The Apes, 1971) ]

-시리즈에 상당한 누를 끼친 2편과 달리, 어쩌면 혹성탈출 시리즈의 매력을 진정으로 보여주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이 3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이렇다.

 테일러에게 호의적이었던 코넬리우스와 자이라 박사 부부는 전쟁을 피해 우주선을 타고 도망치지만

자신들의 행성이 파괴되면서 수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 지구인들에게 붙잡힌

그들은 자신들을 하등한 유인원으로 그리고 인류에게 재앙이 될 위험한 존재로 보는 인간들에 의해

위기에 처하지만 자신들의 아이를 위해 도망친다. 그러나, 결국 인간들에 의해 발각되어 도망 중에

낳았던 아이는 물론 자이라 박사 부부도 모두 사살된다. 하지만...


-1편을 보고 2편을 보면서 놀랐던(!) 사람들이라면, 2편을 보고 3편을 보면서 다시 또 놀랄지 모른다.

지금에 와서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상황들은 아, 이래서

이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었구나...하는 걸 느끼게 해 줄 정도.


-오리지널 시리즈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최근의 혹성탈출 리붓 시리즈를 보면 색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을텐데, 리붓에서 매력적으로 구성된 갈등이나 상황들은 사실 이 고전 시리즈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고, 특히 3, 4, 5편은 리붓 시리즈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쉬운 점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영화가 좀 아기자기해져 간다는 점이나,

특수효과등에서 1편보다 나아진다기보단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

 그런 점이 이 시리즈를 지금에 와서 저평가하는데 일조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지는 매력 자체가 굉장하다는 것은,

이 고전 시리즈의 요소들이 리붓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으로 증명될 듯 하다.


-1편의 마지막 장면이 워낙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 그렇지,

3편의 마지막 장면도 가슴 저리는 임팩트를 준다. T T









[ 혹성탈출 - 노예들의 반란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2) ]

-각각의 부제가 붙기도 하고, 혹성탈출이라는 시리즈로 1, 2, 3, 4, 5...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3편과 4편, 그리고 5편은 시저의 일대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야기다. 괜히 리붓 시리즈의 주인공 이름이 시저가 아니다. ^^


-스토리는 이렇다.

 지구에 특수한 질병이 돌아 애완동물인 개와 고양이들이 몰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인간들은 애완동물의

대타로 유인원을 선택한다. 유인원들은 지능도 높아, 인간들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점차 그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게 되고, 그렇게 유인원들이 노예가 된 세상에서 말하는 유인원인 시저는 자신을

보호하고 길러 준 서커스단장 덕분에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던 중, 유인원들을 가혹하게 부리는

인간을 보다 참지 못 하고 말을 해버린다. 이 사건으로 서커스단장이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게 되고,

시저는 유인원들을 모아 반란을 꾸민다.


-사실 이 시리즈는 시리즈라곤 해도(그리고 제작 년도가 따닥 따닥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자체들의 연결성은 그다지 강한 편도 아니고 특히 발단이 되는 사건들의 설정은 다분히

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다분히 외적인 부분만 보고 영화 자체까지 판단하면 큰 오산.

 전작에서 자이라 박사들의 탈출기나 타임슬립 같은 것도 대충 넘어가면 되고, 여기서도 이상한 질병 역시

대충 넘어가면 된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


-마치 결정된 인종차별처럼 하등한 유인원과 신의 피조물 인간을 구분 짓고 유인원의 지성을 무시했던

전편에 이어, 이번 편에선 유인원들을 거리낌 없이 노예로 부리는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에게 반기를 든

시저, 그리고 그런 인간과 유인원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시저의 이야기는 전편에 이어서 역시나

많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 준다.


-비록 요즘의 눈으로 보기엔 많이 떨어지는 특수효과나 연출 등은 다분히 아쉬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영화 자체가 보여주는 매력은 지금에 와서 봐도 놀랍다.

 유인원들을 잔혹하게 부려먹는 인간들에게 저도 모르게 분노하는 시저, 그리고 유인원들을 노예로

부려먹으면서도 속으로는 미래에 인간들을 위협할 말하는 유인원에 대한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인간들.









[ 혹성탈출 - 최후의 생존자

(Battle for the Planet of the Apes, 1973) ]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어쩌면 시저 3부작의 마지막이 될 최후의 생존자.


-스토리는 이렇다.

 노예였던 유인원들을 데리고 시저가 반란을 일으키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시저는 유인원과

인간들이 공존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리더로 그들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고릴라 무리들의 장군 알도는

호시탐탐 권력욕을 드러내고... 시저는 자신의 부모의 기록이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폐허가 된 도시의

정보를 듣고는 그곳으로 찾아가지만, 그곳의 생존자들의 추격을 받게 되고 결국 그들과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크게 혹성탈출 시리즈지만, 실질적으로 3편 4편 5편은 각각 시저 비긴즈, 시저 라이징, 시저 레볼루션

...이라고 불러도 될랑가 몰랑가 할 정도로, 시저 3부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혹성탈출 1편만큼의 영화적 완성도나 인지도는 없을지 몰라도, 어떤 면에선 진짜 혹성탈출의 이야기

즉 진짜 유인원 행성의 이야기로서는 이게 본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록, 1편 이후로 영화적인 완성도나 예산, 특수 효과등이 급감하는 듯한 느낌이 아쉬움을 주긴 하지만

(만약에 이후의 시리즈들이 1편만큼의 영화적인 완성도를 가졌더라면, 이 시리즈 자체의 지금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을 듯...), 그런 아쉬움을 넘어서는 영화의 매력은 왜 이 시리즈가 계속 혹성탈출이라는 박스셋이

나오는지 짐작하게 한다.


-유인원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는 신성한 법칙, 그러나 그게 깨어지는 이야기가

반격의 서막에서 멋지게 나왔지만 사실은 그 소재조차 이 오리지널 5편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번 멋진 리붓 시리즈의 의의 중 하나라면, 고전 시리즈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전 시리즈가 가졌던 매력을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재포장해 보여준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냥 시리즈 자체가 저평가 받기엔(물론, 저평가될 요소들이 많기는 많지만. ^^),

너무 안타까운 구석이 많다고 생각하는 매력적인 시리즈, 그것이 혹성탈출 시리즈가 아닐지.









-더불어, 고전의 재평가(!)는 색다른 부분에서도 이뤄진다.

 블루레이 등, 보다 고화질의 매체로 새롭게 발매되는 고전 영화에서 흔히(?) 그렇듯이,

이 혹성탈출도 보다 고화질의 매체로 나오면서 특히나 부각되는 게 바로 여배우의 미모인데...

극중 노바로 나왔던 린다 해리슨 (Linda Harrison)은 새삼스럽게 이 영화를 근래의 고화질 매체로

다시 보는 고전팬들에게서도, 그리고 이 고전 영화를 지금에 와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도

그 미모로 놀라움을 안겨 주고 있다.

 적어도, 1편과 2편이 모두 블루레이로 나올 가치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듯... (^^)









-비슷한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팀 버튼의 2001년작을 인정하는 이유는

이 대나 역의 에스텔라 워렌 (Estella Warren).

 모델 때부터 매력적이라 생각했었는데, 아쉽게도 영화 배우로 활동하면서는 히트작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역할 자체도 이쁜이 이상의 역할이 없어서 많이 안타깝긴 하다. ^^;;;


-옆의 꼬맹이는 영화 보다 빡치게 하는 캐릭터.


-어쩌면 엔딩에서 X됐다!...고 절망하는 주인공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는 이 영화일지도 모른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가 아니라, 순간의 선택이 남은 평생을 좌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냥 남아 있었으면 자기 좋다는 이쁜이에 존경받는 영웅에... 그런 자리를 팽개치고 어휴! ^^;;;













-혹성탈출이란 브랜드를 21세기에 새롭게 살려낸 리붓 시리즈의 매력이,

고전 시리즈의 재평가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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