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 2014) ]
스스로의 손으로 자초한 멸종의 위기를 인류가 맞이하고부터 10년.
그 이야기가 드디어 돌아왔다. 영화 년도로는 3년만인가.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후속편을 기다렸던 시리즈들이 공교롭게도 2011년에 같이 나왔던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인데, 역시나 또 공교롭게도 둘다 후속편이
2014년에 같이 나왔다. 참 인연 있는 녀석들일세... ^^;;;
(안타깝게도, 두 영화 다 후속작에 대한 느낌도 결론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다.
둘다 분명히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뭔가 전작과 다른 느낌에 좀 아쉬움이 남는...
게다가, 반대로 후속작을 더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들도 있고... ^^;;;)
이 작품은 한국어 제목인 반격의 서막도 나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원래의 부제인 혹성탈출의 여명은 보다 직관적으로 이 영화의 위치를 보여줄 수 있다.
어떤 시장에서 지금 잘 나가는 업체 A가 있을 때, 이 업체의 위치를 빼앗을 다른 업체 B가 등장해
멍석을 깔기 시작한다면 후발 업체 B로선 여명기(Dawn)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동시에
선발 업체인 A는 절정을 지나 이제 황혼기(Twilight)라 할 수 있는 법.
즉, 같은 순간의 같은 상황임에도 동시에 누군가에겐 여명이고 누군가에게는 황혼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지구 위의 유인원들에게 여명기가 왔다는 것은,
그전의 지배자였던 인류에겐 황혼기가 왔다는 것.
스토리상 한국어 제목도 분명히 어울리지만(영화를 보고 나면 확실하게 체감하게 된다),
원제가 가지는 기묘한 느낌은 한국어로 옮기기는 좀 거시기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뭐, 언어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생활이 다른 문화권끼리 번역이란 게 그만큼
어려운 것이긴 하겠지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진화의 시작과 비교해서 이 작품의 단점은 너무 뻔하다는 것.
(다짜고짜 단점부터 까다니 너무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장점이야 아래에서 얘기할테니... ^^;;;)
유인원들의 진화,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인류의 절명 위기라는 정해진 스토리를 펼쳐감에도 불구하고
장면장면마다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줬던 진화의 시작에 비해서... 이 반격의 서막은 물론
살아 남은 인간들과 유인원들이 툭탁툭탁하겠지...하는 뻔해 보이는 스토리를 펼쳐감에도 불구하고
그걸 너무 뻔하게 한 게 굉장히 안타까웠다.
솔직히 도입부의 시저 부자 에피소드만 보면 이후의 이야기 전개는 그냥 다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뻔히 보이는 전개에서 조금도 나아가질 못 한다.
전작이 다른 작품도 아니고 장면 장면이 전개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놀라움을 줬던
진화의 시작인지라...과 정말 체감 차이가 꽤 느껴진다.
-물론, 뻔한 전개로 간다고 해서 재미없게만 되란 법은 없다.
뻔하디 뻔한 전개지만... 그걸 흥미로운 연출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채워 놓긴 했으니까.
그래서 같은 영화를 보고도 졸리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로부터 10년. 시저는 자신들의 섬에서 유인원들의 리더로 지내며 유인원 사회를 이끌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CG 기술로 만들어진 이 시저는 10년의 연륜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걸음걸이나 액션 등은 분명히 시저이건만, 진화의 시작에 비해서 분명히 연륜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CG팀의 기술인가, 앤디 서키스의 마술인가!
..
-예상대로 이번 작품의 주요 갈등 중 하나는 역시나 코바.
하지만, 이게 단순하게 나쁜 놈 코바~ 이렇게만 보이지 않게 만들어져 있는 게 이 영화의 장점!
-이번 반격의 서막의 장점이라면, 단연 캐릭터들에 대한 몰입감을 꼽을 수 있다.
원래라면 착한 주인공과 나쁜 악당들, 이도 저도 아닌 애들이나 적당한 조력자 등
포지션이 정해져 있고 그에 따라 주인공부터 나쁜 악당들 쪽으로 갈수록 당위성이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이 영화는 시저는 물론이고 그외의 캐릭터들도 모두 좋은 짓을 하건 나쁜 짓을 하건 납득이 간다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코바조차...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진화의 시작부터 달려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지 않을까. ^^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에선 말포이(...)처럼 다소 낭비되는 캐릭터가 있었던 반면,
이번 작품에선 다양한 인간들조차 모두 각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
-사실 따지고 보면 주인공급 이상주의자들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들어가는 캐릭터들에게
더 몰입이 되는 측면도 있었으니까.
-저 여자는 케리 러셀... 맘보에서 엉덩이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엄마 연기를...
-게다가, 절멸한 줄 알았던 인류와 유인원의 조우 이유 역시 너무나 적절하다.
그 상황에서 달리 무슨 절박한 이유가 더 필요할까.
-다분히 오리지널 혹성탈출을 연상케 하는 이런 구성도 흥미롭다. ^^
-이번에는 CG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꿔, 실제로 이렇게 야외에서 찍고 CG 작업을 했다는데,
촬영하는 사람들이나 CG 작업하는 사람들의 난이도는 훌쩍 올라갔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우와~
-보통 국내판 포스터를 만들 때, 어거지로 붙이는 텍스트는 질색을 하지만,
이 포스터는 예외 중의 예외다.
-인간과 유인원. 이들이 공존할 수 있을까? 내가 인간이라면? 내가 유인원이라면?
바로 이 질문의 다양한 대답들이 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어찌 보면 개또라이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캐릭터.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모든 캐릭터에게, 그들 각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뭐 절대자 시점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니 돌아가는 핵심 상황을 알고 최선의 길을 볼 수 있는 거지,
실제로 이 영화의 캐릭터로 들어간다면 당연히 악당으로 보이는 포지션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
-어쩌면 작품에 정말 잘 어울리는 듯한, 고전미 가득한 포스터 이미지. ^^
-이 이야기가 너무나 뻔하게 흘러 간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건 그만큼 인류와 유인원이 차이가 없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이상주의자였던 시저는 결국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서야, 너무나 당연한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인류와의 대립이 기다리고...
결국, 너무나 뻔하면서도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던 이 이야기는... 다시 3편으로 넘어가야만 한다.
앞으로 또 3년? 어휴. ^^;;;
*** 잡설 ***
-액션 장면이랄까? 그런 부분이 늘어나서인지, 2.35:1이던 전작과 달리, 1.85:1이다.
내가 본 극장에서 실수한 게 아니라면...? (^^;;;)
-인류가 적잖게 남아 있는건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치사율 99%의 무시무시한 질병이 존재한다고 해도,
단순 수치로만 봐도 100명에 1명은 살아남는다는 건데, 인류의 문명 자체야 당장은 붕괴하겠지만,
그렇다고 인류가 당장 절멸한다는 것은 아니다. 천명 중 10명, 만명 중 100명, 십만명 중 1000명,
백만명 중 1만명, 천만명 중 10만명. 즉, 당장 한국인 모두가 이 상황에 노출된다고 해도 50만명 정도는
남는다는 얘기.
-이 작품에는 (적어도 나에겐) 전작에서의 No~같은 극치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짜릿한 장면이 있긴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전력을 복구한 직후,
음악을 트는 장면이었다.
-스탭롤 끝나도 쿠키는 없지만, 특별한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
-부제인 혹성탈출의 여명, 그리고 이와 대칭될 인류의 황혼을 그대로 보여주는듯한 장면이
후반부에 나온다. 시저와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말콤이 어둠으로 사라지는 장면...
-전작의 캐릭터들은 아마 치명적인 바이러스 덕분에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듯 하다.
생존자들이 이미 그 일의 사정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니... 만에 하나 면역이 있어서 살아 남았다고 해도,
진작에 다른 생존자들에게 아마... -.-;;;
-배경 음악 역시, 여명과 황혼을 오가는 멜랑콜리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들이...
-대도시에서 전기와 수도만 끊어지면 그건 지옥이자 무덤이다.
-이 작품만 봐도 대충이야 이 작품을 즐길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진화의 시작은 반드시 봐야 한다!
[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
영화>
단점 - 전작처럼 짜릿할 정도의 쾌감도 없고, 뭐 이리 뻔한 스토리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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