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노골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 크루즈 패밀리 (The Croods, 2013)

베리알 2013. 6. 4. 15:11


[ 크루즈 패밀리 (The Croods, 2013) ]



  애니메이션, 특히나 재패니메이션도 아니고 미쿡의 메이저 애니메이션은 아무래도

아이들을 위한 거라는 게 상식 비스무리했었는데... 이제 그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제작 흐름의 주류에 서 있는 영향인지, 아니면 애니메이션의 타겟에 성인들의 비중이 커진 건지,

언제부턴가 미쿡의 메이저 애니메이션들은 아이들이 봐도 재미있게 만들기는 하지만,

더불어 어른들이 아닌 애들을 위한 내용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어른의 힘과 연륜으로 그 꺼풀을

살짝 열고 보면 마치 어른들 보라고 만든듯한 속 내용물이 점점 가득해져 온 것 같다.

 뭐, 이미 노골적으로 쿵푸 영화를 보고 자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었던 쿵푸 팬더가 있긴 했지만,

이쪽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과거에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향이었다면... 최근 나온 이 크루즈 패밀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른의 입장에서 봐야만 진짜 맛이 드러나게, 아주 노골적으로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아이들이라면 아무리 재미있게 보더라도 진짜 맛은 느낄 수 없을 것 같고,

그래서일까. 충분히 애들스럽게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어른들보다 정작 아이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는 얘기도 있고...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지난 DC 뉴프런티어에 있어서 선입견이나 포장에 다시금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품은 사실 볼 계획이 없었다. 이런 선사시대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

디자인도 이쁘지도 않고(취존! ^^;;;), 예고편을 보면 끌리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고...그러나!

우연찮게 보게 된 이 작품은... 쿵푸팬더나 드래곤 길들이기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안 봤더라면 아쉬웠을 것 같은 수준은 분명히 되는, 제법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진가는 기존의 드림웍스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소위 메이저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넘어서, 어른들의 레벨에 맞춰진 눈높이가 아닐지.

 작게 본다면 그냥 선사시대의 가족 나오는 모험 애니메이션이겠지만, 보기에 따라선 거기서 가족의 갈등,

사회 계급의 갈등, 진보와 보수의 갈등, 인간과 자연의 갈등 등등... 확장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그 범위가 넓어지는, 참 독특한 작품이었다.

 좀 더 쫀득쫀득하게, 좀 더 마무리에 신경 썼더라면 역대급이 되었을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예고편을 봤을 때는 솔직히 이번엔 뭐 이런 걸 들고 나왔어~하는 심정이었는데, 그걸 아주 잘근 잘근

깨부숴주었다.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크루즈 패밀리의 크루즈는, 내가 생각하던 그 크루즈가 아니라,

그냥 저런 이름이었다. 어쩌면 최고의 반전?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짐승인지 인간인지 모를 머나먼 과거의 크루즈 가족. 이들은 문자 그대로 원시인 가족인데...


-한국인에게 조금 생소한 미쿡 정서(예를 들어... 미식 축구?)가 섞여 있긴 하지만,

이들 원시인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애들이라면 그냥 웃고 보고 말지도 모르겠지만,

원시인에 대한 지식과 인간의 선사 시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웃는 수준을 넘어,

살짝 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에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들 가족은 어둠을 피해 어둠에 숨어 살아야 하는 신세...

밝은 낮에는 그나마 덜하지만, 어두워지면 세상은 적들로 가득한 위험한 세계가 되고,

이들 가족은 그 어둠을 피해, 역설적으로 동굴 속의 어두움으로 도망쳐 들어가야만 한다.


-사람이 100명 모이면 100개의 개성이 있다는 말처럼,

그런 규칙 아닌 규칙에 의문도 품지 않고 사는 가족이 있는가하면,

빛에 대한 갈망에 빠져 그 규칙을 못 마땅해 하는 가족도 있다.

 이 작품에선, 딸래미가 그렇다. 어떻게 보면 개민폐녀, 어떻게 보면 인류의 선구자...? (^^;;;)



-현실에서도 자식들에게는 (돈이나 벌어오는) 방해꾼 꼰대로 여겨지는 게 아버지의 존재인데,

원시인들이 사는 이 선사시대에도 그런 상황은 다르지 않았나 보다. T T



-날이 밝으면 잽싸게 먹을 걸 구하고(당연히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고...),

그러고 나면 주변에 가득한 적들을 피해 바로 어두운 동굴 속으로 도망쳐 살아야 하는 가족...


-그러던 중, 호기심 왕성한 딸은 그런 생활에 진절머리를 내고 점차 다른 세상을 꿈꾸며 구세대의 규칙,

그리고 그 대표인 아버지와 충돌하게 되고... 그 와중에 다른 곳에서 온 남자애를 만나,

이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듣게 되는데...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죽으나 사나 동굴에서 살아야만 하는 가족들에게 그런 이야기가 먹힐 리가 없다.

그러나! 그 소년이 말한 종말의 징후를 직접 겪게 되는 가족...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영원불멸할 것 같은 동굴이 무너지자 드러나는 새로운 세계로의 길...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동굴만이 세상의 전부였던 가족들은, 새롭게 열려진 세상 앞에서 혼란에 빠지고 위기에 처하지만,

소년의 인도로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런 로맨스의 기운이 새싹새싹, 우두머리 수컷의 자리를 놓고 그리고 딸래미를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이 소년을 거부하는 부정...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 좋게 말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해 구렸던 드림웍스인데...

점차 그 황금 분할점을 찾으려 노력을 해왔고, 이 작품에서는... 분할점을 넘어선 느낌이다.

 누가 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아니랄까봐, 크리쳐들은 하나같이 지나칠 정도로 애완개스럽다.

정작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이 안 가는 디자인인데 말이다. ^^;;;


-그런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선사시대의 다양한 상상의 세계는 나름대로 볼거리...


-이 작품의 제작에서 여러 새로운 기술을 썼다고 예전에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확실히 기술적인 진보는 나날이 놀라운 것 같다. 의도적 혹은 비현실적인 크리쳐나,

요리 보고 저리 봐도 매력이 없는 인간들을 제외한다면... 배경은 내가 지금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인지,

실사 영화를 보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바위 질감 등, 특히나 이 작품에서 묘사하는

배경의 질감은 장면에 따라선 인물이나 동물 오브젝트만 없다면 실사 영화 장면인가 싶을 때가 많을 정도.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건 사실 인류 진화(!)의 한 장면이다.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름이 벨트인 이유는 과연?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아마 디즈니에서라면 나오기 힘들었을 인형...

그리고보니, 점차 상향평준화가 되기는 했어도 그것과 별개로 소위 말하는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간의

개성이랄까 뭐 그런 건 점차 희미해져 가는 듯 하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노인네 하나가 나오는데, 시어머니가 아니라, 장모가 등장...

그래서, 사위와 장모가 작품의 개그 상당 부분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과연 아이들이 이 개그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웃을 수 있을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시대의 변화는 이런 곳에서도 느껴진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작품에서 미디어 보관 장치가 VHS였다가,

DVD가 되었다가, 최근에는 이제 블루레이도 나오는 것처럼... 이제 이런 3D를 소재로한 이미지나 장면들도

흔히 나오는 것 같다. 과연 그 다음에는?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처음에 간략하게만 언급했었는데... 이 작품은 사실 애들이 봐서는 10%나 즐기고 갈 수 있을까?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볼수록 그 확장이나 적용이 놀라운 수준이다.


-일단, 아버지와 딸의 대립,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대립, 고부 갈등,

인간과 자연의 대립, 인간과 인간의 대립, 인간과 동물의 대립...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대립과 갈등을 넘어 조화와 상생, 균형으로 가...면 좋을텐데, 암튼 이런 대립과 갈등이 이 작품의 주요한

골자가 된다. 말로 하니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면...


-단지, 어린이용 혹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이니 마무리는 대충 대충 넘어가고,

혹은 대충 대충 해결 혹은 해소하고 마무리를 짓긴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특히나 '아버지'들을

노린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러모로 참 불쌍한 존재...

 예전에 가부장적인 권위가 있던 때는 그거로라도 버틴다고 하지만, 과도기를 넘어서 이미 가족해체의

시대인 요즘에 와서는 아버지의 존재는 그냥 돈셔틀 이상의 존재감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건 이 작품에서도 상당 부분 반영을 하고 있는데...


-사실, 성인용 작품도 아닌 이상은 그런 부분의 해소가 설렁 설렁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과정까지의 이야기는 생각할수록 곱씹을 게 많다. 과연 구세대는 그냥 꼰대일 뿐인가.

나쁜 악습은 그저 악습일 뿐인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아이들 혹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맞추서, 이 작품에선 그런 대립과 갈등을 적당히 윈-윈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짓고는 있지만, 그건 이런 동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란 걸 모르는 건 아이들뿐일 것이다.

 실제로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제대로 알 수가 없으니까. 소위 말하는 전통이나 규칙들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것은 아닌 것처럼, 그런 것들을 깨부수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아닐 것이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화장이라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고, 제사는 반드시 규격에 맞춰서 지내지

않으면 개잡놈 취급을 받던 때가 있었지만... 이미 화장은 일상이고, 제사는 제사상이나 차리는 것도

대단한 세상이 되었다. 원주민들을 문명화시키고 미개한 종교에서 구제해 야훼의 맛을 보게 하는 게

소위 말하는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도 아니다(이건 사실상 예나 지금이나 그냥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일 뿐이다).

 어른이라면...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의외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라면...? ^^;;;


-본편은 재미있게 봤지만... 작품의 서두에서, 그리고 엔딩에서 나오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사실 더 땡겼다.



-때가 때인지라, 아빠 어디가의 멤버들이 이런 저런 시사회 등에도 나타났었나 보다. ^^



-그리고 그리고... 더빙판으로 감상했는데, 원래 Owl City와 Yuna(김윤아 아님!)가 부른 Shine Your Way를,

더빙판에선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에프엑스의 루나가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루나의 보컬 때문인지 오리지널곡보다 한국판 쪽이 더 좋았다. ^^

 사전 정보 없이 갔지만, 노래가 나오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규현은 뭐 최근 라디오스타를 본

기억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개성이 분명한데다가, 루나의 맑은 목소리는 어찌 모를 수가!



-아이들에게는 그저 방방 거리는 화려한 원시인 모험 애니메이션 정도겠지만,

어른들에게는 어지간한 성인용 작품 못지 않은 꺼리를 던져 주는,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혹시나, 단순히 나처럼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별 흥미가 없어서,

혹은 예고편을 보고도 뭐 떙기는 게 없어서...라는 어른들이라면, 생각을 바꾸고 극장으로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듯... ^^

















*** 잡설 ***

-스탭 리스트에 보면, 한국계 최소한 동양계로 짐작되는 이름들이 은근 자주 보이는 편.


-2D로만 봐도, 입체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여럿 나온다. 즉, 다시 말해서 3D 혹은 4D를 위해 준비된

장면들이 꽤 많을 거라는 거...


-어설픈 연예인 없이, 제대로된 성우들로 채운 더빙은 준수한 편.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이들을 주로 노리는 작품은 유명 연예인을,

어른들도 배려한 작품에는 연예인을 배체하고 전문 성우들을 사용한다고 본 것 같은데,

이 작품의 성격을 수입사에서도 알아 본 걸까?


-아버지들을 위한 영화...일지도.


-작품에선 구세대가 시대의 변화에 살기 위해 따르면서, 그러면서도 완전히 변하지는 않은 채

마무리가 되는데... 문득, 그런 모습이 시대의 변화에 못 마땅한 게 많은 내 얘기인 것 같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의 엔딩곡 Shine Your Way. 가사에서 여러번 되풀이되는 shine your way라는 구절은

얼마든지 한국어 표현으로 예쁘게 바꿀 수 있는 건 아닌가. 그런데, 전체적으로 한국어로 뜯어 고쳐 놓고는

제목은 물론이고 이런 가사들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요즘 애들은 아기 때부터

닦달을 해 꼬맹이들이 놀랄 정도로 영어를 잘 사용하는데, 난 그런 신신신세대가 아니라 구세대라 그런지,

영어가 일상처럼 자연스럽지 않아서 그런지 저렇게 굳이 영어 표현을 내가 번역을 해서 알아 들어야 하는

것보단, 그냥 한국어로 직빵 전달되는 게 좋다. 그런데, 세상은... -.-;;;

 이건 비단 이 노래 하나에만 관련된 얘기도 아니다. 이 작품에선 중간에 Hug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이건 한국어 표현으로 바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굳이 영어 이름의 캐릭터에 맞춘 영어식 언어 유희를

맞추느라 더빙에서까지 허그라고 표현할 게 뭔가.

 이런 식으로... 생존이건 뭐건 간에 이런 식의 분위기가 난 싫다. 가져다 붙이면 생존이지, 다른 말로 하면

이런 게 사대주의지 뭔가. 이럴거면 그냥 미국의 특별주가 되어서 혜택이라도 보던가. 이러다가 중국이

더 떠오르면 이제 애들에게 할로윈이 아니라 중국식 명절을 생활로 만들어 줄 것인가. 말이 나온 김에,

개인적으로 그놈의 할로윈 지랄들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꼴도 보기 싫다. 뭔 개지랄들인지...


-AV적으로도 괜찮은 작품.

 좀 더 큰 스크린에서 좀 더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엔딩 크레딧 후에 쿠키...는 없는데, 살짝 애교가 나오긴 한다.


-더빙판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국산화(?)된 부분이 많다. 일단 뭐 극중 제목이 나오는 로고를 한글로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작 로고가 CJ로 시작을 하고, 마무리에도 CJ가 나오고...

 더빙 배우들과 한국 관련 스탭들 이름도 따로 덧붙여 놓고...


-역시 헤어 스타일은 정말 중요하다. 크루즈 엄마는 그냥 억센 아줌마였는데,

작품 중반에 머리를 풀고 나오자 누구세요...가 되면서, 극중 미녀로 등극하는 기분.

 그래서일까. 어둠 속에서 딸래미 남친과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순간 막장물인가싶은 상상을... ^^;;;


-치명적인 문제 아닌 문제가 있는데... 국내에 정발된 이 작품의 OST에는 엔딩곡 Shine Your Way의

오리지널곡만 실려 있다. 즉, 더빙판에 삽입된 규현과 루나의 Shine Your Way는 디지털싱글로만

즐길 수 있단다. 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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