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사용설명서 (Men`s Manual, 2013) ]
일단 뭐 이시영이 나오는 로코(로맨틱 코미디)물 같아 보이는 예고편에,
이시영이 재미있게 나오는 것 같아서 진작부터 꽤 기대하고 있던 작품인데...
시사회 후, 어마어마한 호평들에 기대치가 한껏 더 부풀었고... 어찌어찌하여 타이밍이 나서 보게 되었다.
소감은... 크아~ 이거 정말 물건이 나왔구나!...싶다. ^^
이 영화는 여러모로 놀라울 수 밖에 없는데... 일단, 사실상 스타 마케팅을 포기한 채
역할에 꼭꼭 맞는 배우들로 환상의 캐스팅을 했다는 점부터가 대단하고,
(실제로는 캐스팅이 쟁쟁한 편이지만, 정작 주연급 배우들은 이시영 정도를 제외하면
경력과 별개로 대체로 누구여?...할 사람들이 많은 배우들인 게 현실...)
기존의 한국 영화 스타일을 여러모로 뛰어 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기존에 나온 잘 만든 로코물이라고 해도 어떤 한국영화적인 틀이랄까? 개그를 치기는 쳐도
심지어 막장이나 화장실 개그를 쳐도 이게 현실의 영화라는 걸 어떻게든 붙들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틀을 과감히 버리고, 판타지 영화의 영역을 보여준다. 그동안에 의도된 영화,
특히 의도된 코미디 영화에서나 드물게 볼 수 있던 그런 영역에, 무려 로코물이 엉덩이를 비비고
있는데... 그 내공이 정말 심상치 않다!
암튼, 그동안의 한국 영화 로코물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영화는 그 시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다! 정말 뻥뻥 터진다. ^^
더불어 그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현실적인 소재와 상황들을 판타지적으로 펼쳐내는 솜씨는
한국 영화의 공식이랄 수 있는 신파적인 혹은 뻔하게 찌질대는 마무리마저도 바꾸어 놓아서...
분명히 찌질스러운 상황 전개들조차 유쾌하고 당연하게 볼 수 있다.
여러모로... 그동안의 한국 영화 분위기와는 다른,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한발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또 그런 영화가 재미있기까지 하니 금상첨화!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 포스터 때문에 19금 색스러운 코미디 혹은 노출 빵빵 나오는 그런 코미디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 영화는 이쪽이다. ^^;;;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냥 전연령 초딩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훌러덩과 살색들이 나오지 않을 뿐, 예상한 것 이상의 색드립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또 그런 것들이 그저 화장실 코미디 수준이나 억지 구색 수준에서 낭비되는 게 아니라,
영화와 잘 어울리며 맛을 더해주며 또한 재미있다!
-아... 그러고보니, 살색이 무려 모자이크(!)까지 동원되어서 의외의 부분에서 팡팡 나오긴 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
-재미있는 오프닝 타이틀을 지나면, 오프닝 동안 설명했던 것처럼
요령 없고 우직하게 그저 열심히 사는 주인공인, CF 조감독 최보나가 등장을 하는데...
얼마나 요령없이 사는가하면, 집앞에서 택시를 자기가 붙잡고도 두눈 다 뜨고도
이런 남자에게 인터셉트를 당하고 사는데...
-세상 사는 요령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자기가 여자인 것을 활용하지도 못 하고 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 여자이면서 CF 조감독으로서 몇년을 그저 궂은 일은 다 도맡아서 해 오고도,
별반 인정도 못 하고 몸바쳐 충성만 하며 손해만 보고 있는 불쌍한 신세...
-촬영장에 온 잘 나가는 배우에게 개무시도 당하고,
그런 잘 나가는 배우의 비위를 맞춰주지 못 해서 두번 죽기도 하고...
심지어, 지금 저 잘 나가는 배우는 몇년 전에 말단인 자신에게 아부까지 떨며 홍보하던 그 놈!
-자기 이름처럼(육봉아!) 감각적인(!) CF로 한탕을 터뜨린 감독...
그러나, 몇년을 개고생하며 조감독으로 일해 온, 집에도 못 가고 밤을 새며 일을 하는 최보나를 버리고
새파란 놈에게 신참 감독일을 맡기는데... 그 이유가 참 찌질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바닷가의 촬영장에서 힘든 촬영이 끝나고... 다른 스탭들은 최보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다 철수.
홀로 해변에서 잠이 든 최보나는 그런 투명인간 취급에도 그냥 처량하게 돌아올 생각뿐...
-그러나! 그런 최보나의 앞에 나타난 수상쩍은 가게! 이 사기꾼스러운 가게의 물건을 둘러 보던 최보나는,
장사꾼의 결정적 한마디에 낚여선 줘도 안 가져갈 것은 이런 조잡한 품질의 비디오를 고가에 구입한다!
-그리고!!!
-보나는 자신이 구입했던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의 위력을 실감하고는,
그걸 열심히 보면서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고...
-결국,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소모품있던 최보나는 당대의 대스타와 이런 남자 관계도 구축하고...
-CF 조감독 신세에서 벗어나, 감독으로 혜성처럼 등극한다!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마치, 옛날 무협 영화에서 우연하게 비전서인지도 모를 것을 손에 넣은 주인공이,
그 무공을 하나둘 익혀가며 현실에서 사용하고, 그로 인해 점차 인정을 받고 한계단 두계단 올라가는...
그런 정서가 현대풍 로코물로 펼쳐진다랄까. ^^
-그리고, 당연히 그런 승승장구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 그 비전서의 존재가 노출지고,
그로 인해 갈등도 겪고...
-계단을 밟아 올라가며 위의 자리에 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어딘가의 아래일 뿐이라는
현실의 벽을 여전히 느끼기도 하고...
-전반부에 재미있더라도 중후반부에 찌질하게 신파스럽게 분위기 망치는 게 보통의 한국 영화 정석인데...
예상한 대로 찌질한 상황들이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그 찌질한 상황들조차 찌질하면서도 재미있는 게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일 것 같다.
앞에서 아무리 상큼하더라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진행해 왔더라도 꼭 뒤에 와서 분위기 막가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 같은 한국 영화 정석이... 이제 좀 변화했으면 좋겠다.
-주인공 아닌 주인공, 닥터 스왈스키를 맡은 박영규와 그 부하들... 그냥 막 터진다. ^^
-애초 무슨 스승에게서 수업을 받는 것도 아니고, 비디오로 배우는 상황인지라...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기 힘든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색다른 전개가 가능했다.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판타지스럽게 만들려고 했는지 막장으로 만들려고 했는지
모르게 영화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보통인 한국 영화 상황에서... 아주 조화롭게, 위화감 없이
이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게 참 인상적이다.
-누군지도 모를 역할 정도로나 어울릴 배우인데... 이런(?) 톱스타로 보이게 만드는 각본과 배우의 빠와! ^^
-화려한, 그리고 오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배우의 이름을 각인시킬 기회가 없다시피한 경력에...
드디어 대기만성의 꽃을 피울 기회가 온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왜들 그리 이 배우의 낯선(!) 이름이 화제가 되는지 알 것 같다. ^^
-그리고 뭐... 두말핳 필요가 없는 이시영!!!
-복싱 때와 겹치는지 볼이 너무 홀쭉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역시나 이시영은 이시영이다.
후드티의 투명인간에서 수컷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매력녀까지...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러고보니... 차세대 로코 배우로 가장 유력한 게 이시영이 아닐지. ^^
-정말 찌질한 장면! ^^;;;
-이런(?) 역할 전문 배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
-한국 영화는 닥치고 주먹! ^^
-이 사람이 바로 이원석 감독!
-커리어에서 실질적으로 장편 영화는 이게 처음인데...
이 (의도했겠지만) 싸구려틱하면서도 매력 넘치는 감성은 놀랍다.
-이 감독의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제 한국 영화도 다시금 세대 교체가 진행 되는 것 같다.
고전급 감독들을 넘어... 8, 90년대의 감독들을 넘어... 지금 해외에서도 인정 받고 활약 중인 박찬욱 등의
60년대생 감독들을 지나, 이제 다음 세대인 70년대생 감독들의 시대가 실감나고 있다.
베를린으로 다시금 이름을 떨치고 있는 류승완이나, 추격자의 나홍진, 써니의 강형철, 아저씨의 이정범,
그리고 이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등등... 모두 70년대생이다.
60년대생 감독들이 이제 거장들이 되고, 그들의 뒤를 이를 70년대생 감독들의 활약... 정말 기대된다.
-정서적으로도 확실히 60년대생 감독과 70년대생 감독은 다른 것 같다.
그게 또 색다른 즐거움...^^ 그러고보니, 70년대생 감독들의 다음을 맡게 될 80년대생 감독들은
과연 어떤 정서와 능력들을 보여줄 것인가?
-어쨌거나, 올드해 보이지만 분명히 60년대생 감독들과 다른 70년대생 감독들의 작품 세계...
이 작품에서 참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건축학개론이나 응답하라1997 등의 그런 정서...
이제 그 정서(라고 한마디로 하기는 어렵지만)가 한동안 주류가 되지 않을까. ^^
-아마 개그 코드나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 사상 보기 드문 징검다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몇년 전 한국 영화 역사의 새로운 액션 지표가 된 아저씨가 있었던 것처럼,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역사에서 새로운 로코 지표가 될 포텐이 충분해 보인다.
-그동안의 찌질하고 우울하기만 했던 신파 한국 로코물에 질린 사람들을 위한...
찌질하지만 유쾌한 이 새로운 한국 로코물의 역사가 지금 시작된다. ^^
*** 잡설 ***
-어찌 보면 고전 영화급으로 느껴질 정도로 충실하게 와이드를 활용하는 화면비가 인상적...한동안 2.35:1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위아래만 잘라대던 게 한국 영화에서 대유행이었는데,
이제 그런 과도기 아닌 막장의 시대도 지나가고... 슬슬 이 와이드 화면비가 뭔지 아는 영화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음악 사용도 기가 막히다. ^^
-화질은 아쉽게도 근래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몰개성의 상향평준화 화질...이라 좀 아쉽다.
나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제목만 보고는 여성들을 위한 영화 내지는 남성들에게는 불편한 영화라고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저, 약자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술의 영역인데다가
여자들이 남자들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알아야 남자들도 호구에서 벗어날 게 아닌가. ^^
-사실, 제목이 남자사용설명서라 그런지... 남자 입장에서는 처절할 정도로 쪽 팔릴 정도로 공감이 가는
찌질한 상황과 유머들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단, 어쩌면 그 찌질한 쪽팔림에 소리 내어 웃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 ^^;;;
-캐릭터들은 딱인데... 안타깝게도 발성에 있어서는 아쉬운 배우나 부분들이 좀 있는 게 아쉽다.
후시로라도 새로 작업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특히, 박영규!
의외로, 오정세는 그런 말투에도 불구하고 대사는 참 잘도 친다.
-인상적인 오프닝 크레딧처럼, 엔딩도 인상적... 특히, (말 그대로) 상식을 뒤집은 연출이 흥미롭다.
-한국 영화로는 흔치 않게, 엔딩 크레딧이 쫓긴다는 느낌 없이 여유롭게 나온다.
노래 하나도 채 소화하지 못 하게 화면에 팍팍 채워서 초스피드로 떠넘기느라 바쁜 상식과는 마이 다르다.
-엔딩 크레딧 후, 쿠키 없음.
-나도 설명서가 셋트로 좀 있었으면...
-생각해 보니까, 15세 관람가라는 게 이럴 때는 참 쓸만한 것 같다.
예전에는 폭넓은 타겟을 노리도록 어중간한 폭력과 욕으로 애용되어서 꼴보기 싫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직접적인 노출 같은 게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어쨌거나 19금스러운 색드립으로
가득한 상황들을 15세로 그냥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뭐, 아예 19금으로 착한 처자들의 노출이 들어갔으면 싫지는 않았겠지만... (^^;;;)
[ 남자사용설명서 (Men`s Manual, 2013) ]
<영
화>
장점 - 한국 영화 로맨틱 코미디의 신기원! /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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