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가장 어두운 밤을 위한 대단원의 마무리 - 그린랜턴: 시네스트로 군단의 역습 (Green Lantern: The Sinestro Corps War) Vol.2

베리알 2012. 9. 24. 20:38


  작품 자체는 분명히 그린랜턴의 이야기지만, 실상은 DC의 거대 이벤트인 시네스트로 군단의 역습...

 그 마무리인 Vol.2가 이 책이다.


 Vol.1에서 살생을 할 수 없는 그린랜턴의 한계를 신나게 이용해 먹던 시네스트로 군단이었지만,

그 마무리에서 드디어 오아의 스머프들가디언에 의해 그 금기가 풀리고... 그동안 쌓였던 그린랜턴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시작하는 게 Vol.2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시네스트로 군단의 역습은, DC의 초거대 이벤트인 가장 어두운 밤으로 이어지는데...

...그 가장 어두운 밤은 국내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T T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그린랜턴의 반지 시스템을 총괄하는 마더 시스템, 모고 행성에 대한 시네스트로 군단의 공격은

거세어지지만, 살생을 할 수 없는(살의를 품기만 해도 반지의 파워가 해제되는!) 그린랜턴들은

점차 수세에 몰리고... 위기의 순간, 가디언들의 통큰 결정으로 살생의 족쇄가 풀린 그린랜턴들은

그 분노를 퍼부어 간신히 모고에 대한 공격을 물리치고... 한숨 돌리려는 찰나, 할 조던에게서

시네스트로 군단의 진짜 목표가 지구라는 다급한 통신이 들어오는데...

 역시나 멍청한 가디언들이 오아에 대한 방비를 하는 동안, 시네스트로 군단은 온 힘을 모아

지구에 대한 총공격에 나서고... 저스티스 리그에도 비상이 걸린다. Vol.1에서 패럴렉스의 새로운

숙주가 된 카일을 구하기 위해 할이 나서지만, 오히려 할까지 먹히고... 때맞춰 지구로 몰려온

그린랜턴들과, 존과 가이의 활약에 힘입어 카일과 할은 패럴렉스에게서 빠져 나오고,

패럴렉스는 가디언 간셋과 사이드가 가지고 온 파워 배터리에 감금된다.

 안티모니터가 이끄는 시네스트로 군단이 지구를 노리는 목적이 있었으니... 새롭게 탄생한

멀티버스에서 지구는 그 중심부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 지구의 붕괴는 멀티버스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정물질 우주의 파괴를 원하는 안티모니터가 바라는 것이었다.

 지구에 나타난 안티모니터에게, 신참 그린랜턴들이 겁도 없이 도전했다가 몰살 당하고...

이 과정에서 닥삼인이었던 소담 야트는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초인으로

거듭난 후(닥삼人은 크립톤인과 같은 혈통... 다시 말해서, 태양계의 노란 태양빛을 받게 되면

수퍼맨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한 꼼수를 찾던 가디언들에 의해

의지력의 화신, 이온을 이식받고 신생 그린랜턴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그린랜턴의 최강무기로 등장한 소담 야트에게 DC 캐막장 캐릭터수퍼보이 프라임이 도전해 오고...

수퍼맨 vs 수퍼맨의 엄청난 혈투 끝에 결국, 소담 야트는 수퍼보이 프라임에게 무릎을 꿇는다.

 안티 모니터의 위협 앞에서, 여태까지 뒤에서 지시만 내리던 스머프 군단가디언들이 결국 직접

모습을 드러내 안티 모니터를 공격하고, 할 일행에게 간셋은 가디언들이 그토록 부정하던

가장 어두운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의지의 초록, 공포의 노랑, 사랑의 보라,

분노의 빨강, 자비의 남색, 탐욕의 주홍, 희망의 파랑의 일곱 군단이 탄생하고

이들의 빛의 전쟁이 벌어진 후, 무의 세계가 도래한다는데...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두번째 권! 가디언들에 의해 살생의 족쇄가 풀리며 시작하는 초반부터

화끈하다. 게다가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서, 살생의 족쇄가 풀린 상황에서 그린랜턴들이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에 의해 다른 반응들이 나오는 것도 꽤 흥미롭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살육을 펼치는

그린랜턴이 있는가 하면(그동안 겪은 위기와 동료들의 죽음을 생각하면 인지상정일지도...), 자신의 목숨과

우주의 존재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도저히 살생은 못 하겠다는 그린랜턴도 있고, 살생을 좋아하진 않지만

명령이니 따라야 한다는 그린랜턴, 살생을 하긴 하되 최소한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하는 그린랜턴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런 모습에서 수퍼히어로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Vol.2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부각되는데...특히 잊을 수 없는 찌질한 캐릭터가 바로, 아몬 수르가 아닐까.

시네스트로의 스승이자 할 조던의 전임자로 전설로 남아 있는 그린랜턴인 아빈 수르의 아들인데...

 잘난 아버지 밑의 아들들이 흔히 그렇듯이 모든 면에서 수준 이하인 찌질이로 활약한다.

 변절해서 시네스트로 군단에 들어가 있는 것도 웃기지만, 이 작품에선 그동안 너희 그린랜턴들은

살생을 못하니 까불지 마삼~하면서 깝죽대다가, 살생의 족쇄가 풀린 그린랜턴들의 살인을 목격하고는

얼이 빠져서 스스로 시네스트로 군단에서 도망치는 추태까지 보여주는데... 능력이나 좀 강하면

그래도 인상적인 구석을 찾아볼 수도 있을텐데, 능력도 없는 게 맨날 저러고 있으니... ^^;;;


-또한, 닥삼인 소담 야트가 그린랜턴으로 선발되기까지의 과정도 재미있고, 사실상 수퍼맨의 힘을 자각한 그에게 패럴렉스에 대비되는 의지력의 화신 이온을 주입해 그린랜턴 군단의 초병기로 등장시키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그린랜턴이 아닌 수퍼맨의 빌란들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일단 사이보그 수퍼맨... 이미 Vol.1에서 안티모니터에게 충성을 하면서 제발 좀 죽여 달라고 부탁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Vol.2에서 시네스트로 군단의 모체(!)가 박살이 나는 순간, 그린랜턴들에게 평온한

표정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다음 순간 모든 게 펑!

 하지만, 이야기 끝에서 안티 모니터의 시체(!)와 함께 우주로 튕겨나갔던 그의 잔해가 맨헌터들의

수색에 의해 발견이 되고, 머리 부스러기 정도만 남아 있던 그의 잔해를 맨헌터들이 살려내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뭉클하기까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면 과연 그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수퍼보이 프라임이 아닐까!

 원래, 무한 지구의 위기 편에서 다른 멀티버스의 수퍼맨들과 함께 등장했던, 지구-프라임의 수퍼보이가

수퍼보이 프라임으로... 이때만해도 빌빌한 수퍼보이에 정의감이 넘쳤었다. 하지만!

 무한 지구의 위기 편에선 살신성인의 자세로 온 우주의 위기를 구해내려던 소년이었던 그는,

그후 자신의 세계가 아예 사라져 버린 것에 충격을 받고(예를 들어 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아 왔던

이 지구라는 곳이 갑자기 없던 것으로 되고 그 자리에 내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지구가 지구랍시고 자리를

잡고 있다면... 나라는 존재뿐 아니라 가족, 친구, 내가 알던 그 모든 것들이 존재조차 없던 것이 된다면,

과연 그 충격은 어떨까?) 점차 삐뚤어지고... 결국, 그는 레트콘 펀치를 날려 다시금 멀티버스의 세계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는 계속 삐뚤어져 DC 세계관의 대표적인 개막장 빌란이 되는데...


-수퍼보이 프라임이라고도 하고, 수퍼맨 프라임이라고도 하는데 뭐로 부르던 간에 결국은

그의 출생인 프라임을 붙여서 구분한다. (수퍼맨 프라임은 그 유명한 DC one Million에도 나오는데,

이 수퍼보이 프라임과는 서로 다른 캐릭터...)

 한마디로 말해서... 수퍼맨이 작정하고 삐뚤어져 개막장 짓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여준다!


-예전 도쿄 바빌론이란 만화에서 세이시로란 캐릭터는 힘을 가진 사람은 거기 취해 폭군이 되거나,

혹은 스스로 순교자가 되기도 한다고 하는 뉘앙스의 대사를 치는데, 그 순교자의 대표로 수퍼맨이

빠지면 섭섭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걸 쓸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주먹 한방을

날리면서도 지구에 혹시 피해가 있을까 걱정해서 힘을 빼고 날리는, 말도 안 되는 순교자... ^^;;;

 남보다 조금 더 힘이 세다면 그걸로 삥이나 뜯고, 남보다 조금 더 지능이 높다고 사기를 치고,

남보다 법을 조금 더 안다고 약자들 합법적으로 등처먹는 변호사 등등... 코딱지만큼 잘났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먹이로 삼는 게 인간인데, 잘났다는 수준을 초월한 초존재이면서도

순교자 행세를 하고 있다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聖人이 아닐까.

 암튼, 그렇기에 그런 수퍼맨이 가끔 맛이 가서 사고를 치면 장난이 아닌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 맛이 간 수퍼맨이 몇배 더 맛이 가서 맨날 그렇게 사고나 치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그 답이 프라임이다.


-거기다가, 프라임은 수퍼맨보다 훨씬 더 강하기까지 하다! 일단, 그가 살던 지구-프라임에는

크립토나이트가 없기 때문에 수퍼보이 프라임은 지구의 수퍼맨처럼 크립토나이트라는 약점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하늘과 땅 차이지만, 거기에 더해서 수퍼보이 프라임은 이 지구의 수퍼맨보다 기본 능력도

더 강하고 마법 등 수퍼맨의 고질적인 약점도 그에겐 약점이 아니다.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수퍼맨들의 공통 약점인 붉은 태양뿐...

 수퍼보이 프라임이 어느 정도로 강한가 하면, 수퍼맨 세계관에서 전지전능한 바보빌란인 믹시즈피틀릭을

차원의 벽을 깨고 붙잡아선 고문을 한 이력이 있을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을까.

 이 시네스트로의 역습 이야기에서도 그린랜턴 수십명을 혼자 몰살시켰던 이력이 있고,

약해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안티모니터조차 쓰러뜨리고 우주로 날려 버릴 정도...

 수퍼맨의 힘에 의지력의 화신인 이온의 힘까지 더해져서 그린랜턴의 초병기로 등장한 소담 야트조차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정도로 강한데(심지어, 망신창이가 된 소담 야트에게 다른 그린랜턴이 와서 한다는

위로가, 프라임과 1대1로 붙고도 살아남았으니 그걸로 실력은 입증되었다니 원... ^^;;;), 결국 그 불사의

초존재라고 뻐기는 가디언이 살신성인 자폭 공격으로 다른 차원으로 날려 버리고 마무리 지었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한 캐릭터가 그냥 막장도 아니고 개막장이라니!? ^^


-사실, DC의 대표적인 개막장 캐릭터지만, 의외로 이 수퍼보이 프라임은 인기가 있다.

 어쩌면 인간같지도 않게 희생적인 히어로들과 달리, 지나칠 정도로 인간적이어서일까?

또는  지나칠 정도로 자유롭게 사는 그의 개막장 인생이 부러워서일까?

우주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 희생하던 소년이 너무나 큰 절망을 겪으며 삐뚤어지는 것에 공감해서일까.

 암튼, 내가 보기에도 이 캐릭터에겐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 엄청난 힘을 가지고도 맨날 몸빵이나 하고 사람들 구한답시고 답답할 정도로 주눅 들어

사는 수퍼맨을 보며 느끼는 답답함이 어느 정도 대리만족된다랄까. ^^;;;


-그 대난리가 끝나고, 이계로 떨어진 안티모니터가 블랙 파워 배터리에 감금되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리고, 예고된 대로 일곱가지 랜턴들과 블랙랜턴이 등장해 우주의 운명을 건 이야기가 펼쳐지는

DC의 거대 이벤트, 가장 어두운 밤으로 이어진다.

 국내 정발은 아직 안 되었고, 될 가능성은 음...


-국내에 발매된 그 어떤 그래픽 노블보다 거대하고 화려한 블럭버스터이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개성적인 인물의 여러 갈등,

살생의 금지를 놓고 벌어지는 수퍼히어로란 존재의 근원적인 정체성 등등...

볼거리도 많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거리도 많은 작품이라 하겠다. ^^


-단점은 역시나 단품으로 즐기기에는 너무 방대한 사전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Vol.1과 Vol.2로 나뉘어진 가격의 부담 정도...

 아, 가장 어두운 밤을 위해서 이 난리를 벌여 놓고도, 정작 그 가장 어두운 밤은 국내에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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