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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애국심 강요인가, 한탕주의의 극치인가 - 런던올림픽 120809 리듬체조 손연재

베리알 2012. 8. 10. 15:34



  어제는 그나마 내가 런던올림픽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듬체조가 시작한 날이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언론에서 지나칠 정도로 다루는 게 불안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건 도대체 저질 케이블 방송 수준이지, 공영 방송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저질스런

중계로 손연재 선수의 안티를 열심히 만들고 싶어서 안달난 듯한데... 꼴볼견도 이런 꼴볼견이 없다.


  제 시간에 KBS2와 MBC에서 방송이 되었는데, 두 방송사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정말이지, 무슨 케이블 방송사들끼리 모인 것도 아니고, 공영 방송사 두군데서 방송을 하는데

이 모양 이 꼴이라니...





[ TV 캡쳐 화면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

-일단 내가 생으로 본것은 MBC였다.

다른 선수들은 이력은 커녕, 세계랭킹조차 안 나오는 경우가 보통이었던 것에 반해서,

손연재만 저렇게 삐까번쩍하게 빈칸없이 채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KBS는 안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MBC보다 훨 나았다고 하는데... 어제 MBC 중계는 최악이었다.

진행은 체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으로, 해설자가 몇번이나 제대로 고쳐주었을 정도였는데...

어떻게 진행을 맡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잘 모르면 어느 정도 출전 선수들에 대해서 정보라도 확인하던가,

그도 아니면 눈치라도 있어야할텐데, 능력도 의지도 눈치도 없었으니 오호, 통재라.


-진행이 그 모양이면 해설은 그럼 그걸 무마할만 했을까? 무마는 커녕 이쪽이 더 나쁘다. -.-;;;

어제 해설자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체조 중계 시작부터 끝까지 손연재 찬양을 위해서 나온,

누가 보면 손연재의 심각한 빠순이인가 싶을 정도로 편파적이고 노골적으로 손연재를 찬양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설명하는 기준은 오로지 손연재로... 세계 톱급의 체초 스타들이야 강자를

우러러보는 한국 전통대로 그냥 그냥 넘어갔지만, 그 아래급은 손연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

그외에는 이제 손연재보다 못하다... 이게 다였다. 아무리 한국 선수가 참여한 경기, 볼모지의 경기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다른 선수들에 대해선 나같은 문외한은 눈치도 못 챌 실수까지 콕콕 집어서 지적을 해댔는데...

그 기준으로 손연재도 콕콕 집었으면 이런 말 안 했을텐데 손연재는 일단 찬양의 선그라스를 끼고

찬양에 또 찬양... 실수에 대해선 지적이 아니라 안타까움... 손연재가 잘 되길 바라는 나지만,

그런 나조차도 듣고 있기가 민망할 수준이었덴다가 안티들 절라 좋아하겠네...싶은 꺼리를

알아서 던져주는 꼴이었다.

 그나마 체조에 대해 아는 건 많아서 정보 전달은 제대로 해줬으니 망정이지,

아무리 자국 선수가 빛을 발하고 있다지만 이런 건 참...

 외국 선수들이 한국의 그런 중계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


-어느 정도 자국 선수 보정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정도를 넘어서면 자국 선수 보정이 아니라,

자국이기주의나 애국심 강요 찬양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방향이란 걸 왜 모르는 걸까.


-애초 손연재에 대한 방송사들의 지나친 스포트라이트도 위험해 보일 지경인데...

방송사들로선 그저 화제거리가 될만한 선수를 가지고 실컷 단물 빨아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그로 인한 악영향은 해당 선수가 다 지고 가야 할텐데... 정말 보고 있는 내가 다 손연재 선수에 대해서

미안해질 정도였다.

 애국심 강요와 선수야 어찌되건 말건 한탕주의로 시청자들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방송사들...

수준 이하의 저질 중계부터 저런 근본적인 태도까지, 한국의 공영 방송사들은 말이 공영 방송이지

그저 천민자본주의로 그득한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



-MBC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 다시 느끼는 일이 직후에 일어났는데...

손연재의 후프 차례가 끝나고 점수가 나온 후, 다음 순서인 선수가 경기장으로 들어서는데...



-이걸 자연스럽게(?) 손연재로 오버랩!

다음 선수의 경기를 개무시한 채, 손연재의 경기를 재방송으로 내보내는 개만행을 자랑스럽게 저질렀다!



-그나마 초반에는 Replay 표시도 없었다. -.-;;;


-이건 해당 선수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올림픽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아니, 애초에 인간으로서도 할 짓이 아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왜 그렇게 자국이기주의를 강요하는 것인가.

 정말 제정신이 아닌 방송사다.


-녹화한 걸 확인하니 KBS쪽은 이런 미친 짓거리 없이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던 듯...

하지만, KBS는 드라마 방송을 위해서 중계를 하다가 그냥 뚝 끊었다.

 그래놓고는 오늘 있을 손연재의 경기 광고에선 유일하게 전경기를 방송한다는 식으로 광고를...


-자국선수 끝났다고 부담없이 중계를 끊는 것도 그렇고,

다음 차례 선수의 경기가 하던지 말던지 자국선수 리플레이나 하고 있고...

해설과 진행을 하랬더니 쥐뿔도 모르는 사람은 헛소리만 해대고 해설은 찬양이나 하고 있고...

 손연재 안티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하겠다.



-이게 정말 아쉬웠던 게 내가 다음 경기를 보고 싶던 선수인 위의 막시멘코...

(누군지는 모른다. 그냥 어제 처음 보았는데... 경기 모습이 참 카리스마 있어서 관심이 갔다)

MBC에서는 경기 도중에 광고 처집어 넣느라고 이 선수의 두번째 무대는 통째로 미방되었고,

KBS에서는 드라마 한다고 중계 끊어 먹어서 역시 아예 볼수가 없었고...

 이따위로 하면서 무슨 올림픽 중계를 하겠다고 설치고 있고, 무슨 올림픽 채널이니 올림픽 방송이니

하면서 개헛소리 타이틀 놀이나 하고 있는 거람.

 정말 한국 방송사들을 저질이다.









-손연재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손연재 선수에 대해선 방송사의 오바질로 마치 메달권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보던데,

그 정도는 아니다. 손연재 선수가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세계의 벽(사실상 러시아 쪽의 벽...)이란 게

너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어제 경기 도중에 몇번이고 실수를 했어도 손연재를 압도하는 점수를 따던

선수 장면은 다들 보았을 것이다). 사실상 이번 올림픽에서 손연재가 결선에 진출만 해도 잘한 거고,

만약에 메달권에 들기만 한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건 손연재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강력한 나라들과 한국의 격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신수지 선수 덕분에 리듬체조에 관심이 생겨서 TV에서 해주는 경기는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었는데... 국내 대회에서 (물론, 신수지나 손연재에 대해서 상당히 찬양 분위기이긴

하다... 그래도 어제 MBC 방송 정도로 막 가는 경우는 없었다) 유일하게 레베루가 다른 선수가 단 둘이

있는데 그게 바로 신수지와 손연재다.

 내가 체조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걸수도 있다. 정말로 미모면 미모(애써

부정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거 정말 중요하다...), 기술이면 기술, 유연함이면 유연함...

신수지와 손연재의 경기만 공중에 붕 떠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격이 다르다.

 때문에, 예전에 신수지양 은퇴 경기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협회의 농간이라고

보는 쪽이다, 나는...

 암튼, 다른 선수들도 그리고 다른 새싹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발전할 수는 있겠지만(그리고 당연히

발전을 해서 손연재의 다음 타순을 이어야 할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까지는 그렇게

압도적인 차이로 빛나던 손연재였지만... 그런 실력으로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게 세계 레벨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손연재의 4위는 그래서 놀랍고 감격스럽다.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또 엄청나게

발전을 이뤄냈다는 이야기니까.


-뭐, 하지만 오늘 경기는 어제의 기대치는 버리고 보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아무리 모든 종목을 잘한다고 해도 선수마다 특기인, 혹은 선호하는 종목들이 있게 마련인데,

상대적으로 어제의 경기에 손연재의 특기이자 선호하는 종목이 있었다면, 오늘은 반대니까.

물론, 손연재는 종목별 편차가 크지 않다고 또는 모든 종목을 잘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오늘 종목들에서도 어제만큼의 대활약을 보여준다면... 손연재 선수의 노력과 재능이

다시 한번 레벨업을 해낸 쾌거라고도 볼 수 있을테니 무진장 기쁘긴 하겠다. ^^


-암튼, 난 예전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손연재 선수를 응원한다.

금메달 아니면 아무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손연재는 분명히 대접을 받을 실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니까.

 광고 찍는 것도 난 나쁘게 보지 않는다. 손연재 선수의 이쁜 모습 광고에서 한번 더 보면 좋은 거고,

과학이나 체계 없이 근성과 의지로 헝그리 정신이면 다 되는 그런 나쁜 스포츠 학대의 시대를 지나서,

지금 제대로된 훈련을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할 것이고 광고 등으로 인해 그런 훈련에 도움이 되고

훈련의 질도 높일 수 있다면 그건 오히려 좋은 일 아닌가.

 기분탓이 아니라... 손연재는 점점 유명세를 타며 직접적인 광고도 찍고 하면서 실력도 더

늘어나는 것같아서 더욱 그렇다. ^^


-희망사항으로야 손연재가 이번 올림픽에서 색깔 좋은 메달을 따서 누구든 찍소리도 못 할

상황을 만들어준다면야 수많은 안티도 좀 줄어들고 손연재 본인도 좋겠지만...

 당장은 일단 결선에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