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데 문득!

그리운 OVA의 황금기 - ANIMEX 1200シリーズ(169)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音楽集

베리알 2012. 4. 21. 22:30


  8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이 시기를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그리워하는 한국 사람들이

좀 있을 듯 한데, 적어도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이 시기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긴 한데(어디까지나 감성적인 측면이다.

객관적으로는... 아, 생각해 보니, 객관적으로 그리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온나라가

부동산 광풍에 휩싸여 개나 소나 말이나 거기에 목을 매달고 다같이 죽어가는 지금 상황도 아니고,

정치적으로도 지금처럼 시대를 역행하는 개막장 꼬라지를 봐야 하던 때가 아니라

적어도 더 나빠진다기보단 이보다는 좋아지겠지~하던 시절이고,

경제적으로도 대기업과 자본이 서민들을 지금처럼 영혼의 껍데기까지 쥐어짜 바스라뜨리던 때도 아니고,

암튼 적어도 그 시절에는 전반적으로 그래도 지금보단 나아지겠지~하는 때였다는 점은 분명하니까),

그중의 하나라면 역시 OVA의 전성기라는 점이다.


 OVA - Original Video Animation / OAV - Original Animation Video

 뭐라고 부르던 간에(흥미롭게도 OVA라 부르는 매체와 사람들이 있었고,

또 OAV로 부르는 매체와 사람들이 있었다. 난 OVA파... ^^;;;) 이는 이름 그대로다.

 TV 등에서 방영된 애니 작품을 비디오로 내놓는 게 보통이던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아예 비디오 출시를 목표로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었는데,

그리하여 TV판 - OVA - 극장판...이 뚜렷이 구별되어 각자만의 장점을 승화시켜갔었다.


 이 파사대성 당가이오는 1987년 즈음에 나온 작품으로... 우로츠키동자 초신전설편이

나온 시기와 같다. 이것만 보더라도(!), 누가 뭐라고 해도 OVA의 황금기였던 시절인 것이다. ^^;;;


 TV판 애니메이션은 TV라는 미디어의 태생적인 소재와 표현의 한계가 있었고,

또한 동화 재사용이나(예를 들어 합체 혹은 변신로봇물에서 매회 그 장면만으로도 시간 엄청

잡아먹는 것...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임팩트도 없는 장면 나오고 또 나오고 그러면 짜증이다)

어쩔 수 없는 작붕(작화 붕괴... 딱히, TV판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 등등...

 그렇기에 OVA의 가치는 빛났다.

 TV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는 물론, 보다 직접적인 폭력이나 성의 표현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어린 시절의 명작 만화 비스무리한 작품의 추억을 끄집어 내는 게 아니라면, 피와 살이 뚜렷한 작품들의

각인은 대부분 이런 OVA가 새겨놓은 것만 봐도 그 의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암튼 그런 OVA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절에 나온 파사대성 당가이오...

 마징가의 후속편 기획 중 하나로 진행되다가 결국 당가이오라는 고아로 우뚝 튀어나온 작품이다.

 장단이 굉장히 뚜렷한데... 황금기 OVA가 보여주는 고퀄리티 셀 작화나,

동화 제작의 편의성을 비웃는 캐릭터와 메카닉 디자인 등등은 언제부턴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일반화된 허접한 CG 사랑에 철퇴에 달아 날려 주고 싶은 심정이다.

(개인적으로 미쿡쪽 애니메이션의 CG-비단 애니메이션뿐만은 아니지만-는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쿵푸 팬더는 CG 액션도 이제 실사나 셀 애니에 못지 않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혀 다른데...

 TV 애니메이션의 허접한 CG 사용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극장판 정도의 작품에서도

CG 사용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이번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좋아하지 않는데,

기존 에바 TV판-극장판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는 점이 아니더라도,

CG가 사용된 장면마다 어쩜 그렇게 나는 CG랍니다~라는 식으로 허술하게 CG티를 내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작품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딴 식으로 CG를 쓸거면,

그냥 차라리 셀로 만들지! 이게 정말 그 오덕공장 가이낙스의 극장판인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못지 않게 단점도 인상적인데... 창대한 시작에 비해 너무 대충 마무리하려는 듯한 전개와

속편을 암시하는 엔딩에도 속편이 이어지지 않은 후속타 부재,

주인공 남자 캐릭터는 무조건 우유부단 할렘왕이 유행이던 시절 작품 아니랄까봐,

섹시한 여캐들 거느린 할렘왕 남자 캐릭터는 별 매력도 없이 허세나 부리며 존재감 부재 등등...

 

 암튼 그 당가이오의 OST가 몇년 전에 Animex 1200 시리즈로 발매되었었다.





( 이미지 출처 : www.amazon.co.jp )


제목의 ANIMEX 1200이란 건, 1200개나 되는 시리즈로 나온다는 건 아니고...

(뭐, 그런 숨은 의미를 가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이 시리즈의 발매는

그런 숫자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 -하지만, 이 시리즈의 목록 작품은 수백에 달한다.

천단위가 아니라는 것뿐, 굉장한 편수를 자랑한다-)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혹은 발매조차 되지 않은?) 고전 작품들의 OST를 12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는 시리즈인데... 그래서 ANIMEX 1200이다.

 그 169번이 파사대성 당가이오인 것이다.


환상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인지, 두툼한 컬러 속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제가의 가사 수록은 물론, 작품에 대한 핵심적인 설명 등을 곁들인 얇은 속지는

실용 면에서도 소장 면에서도 나무랄데 없다. 게다가 이 놀라운 가격! ^^



트랙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01. CROSS FIGHT! (堀江美都子, 水木一郎)

-슈퍼로봇대전이 아니더라도, 애니 경력이 좀 된다는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한 곡으로,

호리에 미츠코와 미즈키 이치로의 듀엣으로 열혈을 불러일으키는 명곡이다.
02. 集められた者たち
03. 野望のギル・バーグ
04. 龍船・・・・宇宙海賊のテーマ
05. アンドロイドの追跡
06. エスパー戦士
07. ダンメカニック・翔ぶ
08. 宿命の生体兵器
09. 流血の魔神・・・・ブラッディズ
10. 初陣!弾劾凰
11. サイキック斬、そして
12. 遥か銀河の果てへ
13. 心のオネスティー (堀江美都子)

-그외의 곡들은 BGM이니 생략...

13번 트랙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발라드로, 그 시절 노래들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은은히 살아 있는 약간의 뽕끼, 요즘 가수들의 창법과는 전혀 다른 그 시절 가수의

청명한 보컬 등등... 90년대+- 노래의 멜랑콜리함과 호리에 미츠코의 매력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풍겨오는 명곡이다.

(제목의 오네스티-는 문자 그대로 Honesty...

웃기다면 웃기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까지 하다.

외계어 수준으로 외국어들이 남발되고, 한국어 못 하는 건 자랑인데 외국어 못 하는 건 흉인양 싶은

한국에 팽배한 사대주의 풍토는 혐오스럽기까지 한 현실이니 말이다)


 몇년전에...가 아니라, 21세기로 막 들어선 시점에서 후속작인지도 모를 정도의

이질적이고 안일한 감성으로 만들어졌던 파사거성 G단가이오는 흑역사 취급조차 못 받는데,

이는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파사대성 단가이오가 얼마나 장점이 빛나는 작품이었는지는 물론,

OVA의 황금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암튼, 파사대성 단가이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ANIMEX1200시리즈로 나온 단가이오 OST는 강렬한 유혹이 아닐지... ^^













*** 잡설 ***

-ANIMEX1200시리즈의 목록에 보면 정말 눈 튀어나오게 탐나는 것들이 줄줄 있는데...

개개로 보면 12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일지 몰라도, 모이면 역시나 압도적인 엔화의 압박... T T


-용자왕 가오가이가의 헬 앤드 헤븐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 게, 단가이오의 스파이럴 너클인데...

개인적으로는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더고도 못 하겠지만) 좀 회의적이다.

 단가이오 자체가 마징가 시리즈 중의 일환인데, 마징가 관련 작품들에선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켓펀치(!)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파이럴 너클만의 정체성이야 인정하겠지만서도...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 보면

모든 게 무덤 속의 원류만 찾게 되는 상황을 인정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


-허접한 CG의 애니메이션은 꺼져라! 셀 아니메를 돌려달라!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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