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서점에서 여러 삼국지들을 훑어 보고 든 잡생각...

베리알 2011. 11. 18. 00:48


  서점에 잠깐 들렀다가, 갑자기 삼국지 생각이 났다.

 그래서 1, 2권 정도로 짧게 나오는 거나 청소년용 말고 장편으로 된 삼국지들을 보니까,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 외에 듣도 보도 못한 작품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조금씩 쭈욱 훑어 보았는데... 꽤 재미(!)가 있었다.

삼국지 자체가 재미있다는 게 아니라, 각종 삼국지들의 존재 자체가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국내에 삼국지는 옛날 옛날부터 인기였지만,

그중에서도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하나의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전까지 삼국지는 다들 읽기는 읽지만 사람마다 어떤 걸 읽었느냐의 차이도 크고,

또 나는 누구 누구의 삼국지를 읽었다면서 역자를 강조하지 않고 그냥 당연한듯이 나관중 지음이라고

되어 있는 여러가지 잡다한 책들을 읽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여러 이름이 있는 작가들의 삼국지가 나왔지만,

뭐니 뭐니 해도 (훌륭하게 약을 판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이건 뭐건 간에)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삼국지의 대중화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건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전만 해도 삼국지야 정말 소수의 취미였다. 코에이의 삼국지가 나름 대중적? ^^;;;

 하지만,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그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 약장사의 상상초월 붐을 보고 고무된 다른 작가들이나 출판사에 의해,

가지가지 삼국지들이 나오거나 혹은 예전에 나왔던 삼국지를 다시 재판하는 일이 이어졌고...

여기서 다시 중대한 계기가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위 이미지의 본삼국지다.

 이문열 평역 삼국지의 영향도 엄청나지만, 리동혁의 본삼국지의 영향도 그에 만만치 않다.

이문열 이전과 이후가 나관중의 이름이 아니라 작가의 이름 비중을 갈랐다면,

리동혁 이전과 이후는 한국 작품이 아닌 중국의 작품인 삼국지를 한국에 어떻게 번역해서

내놓느냐하는, 원래라면 외국 작품의 번역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되어야할 부분이

삼국지라는 성경에 버금가는 베스트셀러에 있어선 한참 후에나 부각이 되었다는 것이다.

 리동혁 이전의 삼국지들은(이후라고 뭐 반드시 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 민망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이문열만 해도 제대로된 원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정사를 참고하고 어쩌고 했지만,

결과물은 뭥미스러울 뿐이고, 이후 제대로된 번역을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을 강조한 다른 판본들도

과장광고 정도가 아니라 허위광고라는 딱지를 붙여야 할 상황...

 그런 상황이니, 만약에 리동혁의 삼국지 번역 지적이나 본삼국지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참 상상도 하기 싫은 암담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늘 서점에서 본 여러 삼국지들은 그래서인지 자기외의 삼국지들을 공격하거나 깎아내리고,

또 자기를 띄우기 위해 오만발버둥을 치는 서문과 광고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많았다.


 어떤 삼국지인지 일일이 거론해서 지적하면 좋겠지만, 혹시나 이상한 빠돌이들이

우르르 몰려 와서 블로그 어지럽힐까봐 그건 안되겠고...는 훼이크고, 내 처절한 기억력으로는

일일이 거론할 수가 없을 뿐이다. ^^;;;

 그래서 그냥 뭉떵그려서 적어 본다. (그래서 겉보기 표현에 있어선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을수 있지만,

의미 전달에 목적을 둔다)


 우선 이름을 안 기억할 수가 없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

 이문열이 쓴 서문을 보면, 아마 최초판본 이후에 계속 증보된 서문일 것 같은데,

놀랍게도 자신의 삼국지에 대한 지적에 대해 당당하게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흔히들 이문열 삼국지에 대해 비판하는 게 되도 않는 작가의 주장 부분들인데,

자기는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삼국지를 시작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토록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 쉴드 정도가 아니라, 초합금 마스크를 쓰고 방어에 나선 것...

 뿐만 아니라, 공명 사후의 내용을 너무 짧게 처리했다는 것도 비판 부분 중 하나인데,

이 부분 역시 재미가 없어서 딱 잘라 줄여버렸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바로 이런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걸 삼국지 전권이 아니라,

서문 몇페이지로 다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

 오류투성이의 번역에 대해선 그저 번역을 위해 정확한 판본을 찾는 노력을 했다는 식으로만 넘어갈 뿐,

그에 대해서 정면으로 나오진 않고 있다. 하긴, 이쪽은 그럴 사안이 아니니까... ^^;;;


 옛날에 나왔던 삼국지를 재판한 모 삼국지...

 서문을 보면 이건 정말 리동혁을 노리고 썼구나...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약하자면, 번역이란 건 단순히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에 맞게 현지화를 시키는게 중요하다는 번역의 기초를 강조하면서,

원문의 정확한 번역을 말하는 리동혁을 사실상 까고 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이 삼국지의 번역은 원문과 다르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정확한 번역이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얘기일 수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서문을 썼는지

모르겠다(원작자가 옛날에 사망했기에 다른 누군가가 재판의 서문을 썼다).

 물론, 이 말의 원초적인 뜻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번역이란 건 그저 기계적인 뜻 옮기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번역자에게 중요한 것은 번역하려는 언어에 대한 능력도 능력이지만,

우리말에 대한 능력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옮기려고 노력하면서 나오는 한계여야지,

노력도 없이 그저 오류를 깔아 놓고는 자부하고 있으면 한심스러울 뿐 아닐까.


 그리고 아마 장정일 삼국지였나?

 이 삼국지는 서문이 꽤 인상적인 게... 작가 스스로 번역이니 평역이니 하는 그런 걸 하는 게 아니며,

나관중의 삼국지니 모종강의 삼국지니 하는 게 아니라, 장정일의 삼국지라는 자신만의 삼국지를

만들어낸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의도는  높이 사주고 싶다. 번역에 신경 썼다면서 허접한 결과물을 내놓고도 당당할 바에야,

차라리 이 삼국지는 그렇게 옮겨 적은 번역 삼국지가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창작품이라고

당당하게 나선다니 어찌 안 그럴 수 있을까.

 어차피 나관중의 삼국지나 모종강의 삼국지가 무슨 성경 무오류설 같은 걸로 보호받을 만큼

순결하고 순수하게 탄생되어 이어져 오는 게 아닌 바에야, 한국에서 자신만의 삼국지가 나오는 것도

안 될 게 뭐 있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역사와 역사 소설인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관계에서,

역사 소설과 판타지 픽션이라는, 한층 더 허구성이 강해지는 관계로 역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한데...

실제로 내용에 있어선 역시나 그런 부분들이 보인다. 전부 본 것은 아니지만, 읽어본 부분들에선

시대 오류 같은 부분도 보였고, 암튼 몇장 본 것만으로도 이 정도니 이런 문제점은 작품 전체에 꽤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무슨 삼국지...

 이쪽도 본삼국지처럼 정확한 번역을 내세운 것 같은데, 몇장 읽어본 내용에서조차 인물 호칭이

통일되지 않은 것을 보니 고개가 갸웃해질 뿐이다(그 몇 페이지에서 작가의 인물 호칭이 일정치 않았다.

소설 내에서 인물들끼리 호칭하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캐릭터를 지칭하는 것뿐인데도 장비 같은 경우는

계속 장비인데 관우는 관공... 그 몇페이지에서 관우 혼자만 관공으로 작가에게 우대받고 있던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



 뭐, 이 많은 판본들을 내가 일일이 다 정독하고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암튼 서문과 약간의 내용을 본 느낌은 이렇다.

 특히 재미있는 게 리동혁의 삼국지 이후에 추가된 서문이나 혹은 리동혁의 지적이 있던 후에

나온 서문들에서 적지 않은 경우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게 리동혁에 대한 견제?...랄까 하는 분위기였다.

 정확한 번역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한국어로 옮기기 위해선 한국어에 능숙한 한국인의 솜씨가 최고라는 식으로 쉴드를 친다던가,

 리동혁이 나관중 본을 내세우고 있는데 반해서 나관중 본을 폄하하고 모종강본을 치켜세운다던가 등등...

 보다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


 

 


 개인적으로는 누구를 편들고 어쩌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약장사를 한답시고 기본적인 부분을 등한시하지 않았으면...할 뿐이다.

 나관중 본의 오류나 모종강 본의 오류를 얘기하면서 작가의 오류의 바다가 펼쳐진다던가,

번역에 있어서 한국어로의 현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작가의 오류나 무지,

실수를 가리거나 축소시키는 핑계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작가 나름의 맛깔스러운

문체는 어디까지나 오역이 아닌 제대로된 번역 위에서 펼쳐져야 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영화판에선 이런 점에서 개판 아닌가. 번역이 아니라, 판타지 소설을 쓰면서도 당당한

이름 난 번역가들... 그럴거면 그냥 판타지 소설이나 쓰던가!!!)

 원문의 번역에만 충실하다는 것만으로는 사실 모자란다. 한국 사람이 볼 삼국지이니,

한국인을 위해 그 충실함이 펼쳐져야 하는 것... 단지, 워낙에 오역이나 오류가 많다 보니,

일단 정확한 번역을 충족시킨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가치, 남들과 다른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고 해도

괜찮겠지만 말이다.


 어떤 삼국지를 고를까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감상평들을 찾아 다니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잠깐 시간을 내서 여러 삼국지들의 서문을 읽어 보는 것도

자신에게 맞는 삼국지를 고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 *** 단순히 본문 번역 정도에 그치던 옛날과 달리,

근래의 삼국지들은 본편 외에 각종 지도와 텍스트 자료들을 추가해 넣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허접한 번역이나 작가의 무지로 유명한 모 삼국지의 경우는 아예 작가가 아닌

다른 사람(학자?)의 자료를 추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역시 본삼국지가 가장 돋보였다.

그냥 형식상 덧붙인 혹은 본편과 부가 자료가 따로 노는 듯한 다른 삼국지에 비하면,

본삼국지는 본편과 부가자료가 적절하게 퓨젼한 느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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