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란 무엇인가 - 트러스트 (Trust, 2010)

베리알 2011. 9. 22. 22:29


트러스트 (Trust, 2010)


  얼마전 우연히 이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심이 좀 가는데다가

주연 여배우...라기보단 주연을 맡은 아이가 귀여운 구석이 있어서 여러모로 메리트가 느껴져

블루레이를 구입한 영화다.


 인터넷을 이용한 소아성애자의 범죄,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한 가족의 괴로운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소아성애자의 위험성이나 다양한 범죄의 기록이 주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런 일을 당한 가족들의 극복기가 주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제목처럼, Trust 즉 등장 인물들 간의 여러가지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런 사건의 진행을

이어가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가 있었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14살 애니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소녀로,

인터넷으로 찰리라는 또래의 남자애와 채팅을 하고 있는데...



비슷한 또래라고 하던 찰리는 사실 20살 대학생이었다고 실토를 해 온다.



하지만 뭐 애니는 그 정도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정도였고,

결국 직접 만나자는 찰리의 제안을 수락하는데...



드디어 약속의 날... 열심히 꾸미고 두근대며 약속장소인 쇼핑몰에서 기다리고 있던 애니 앞에 나타난 건,

또래의 소년도 아니고, 20살의 대학생도 아닌, 이상한 중년의 아저씨였다.



하지만 충격과 실망의 애니는,

찰리라는 그 남자의 교묘한 말빨에 넘어가 같이 식사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고...



결국 이런 자리까지 오고 만다!



그리고 원치 않던 첫경험을 하게 되는데...



하지만, 찰리에게선 그후 소식이 없고,

제발 좀 대답해 달라는 애니의 전화에도 문자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애니 혼자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리는데...



애니를 염려한 단짝 친구의 신고로, 결국 애니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일이 알려지게 된다!



경찰에 이끌려 학교를 나가는 애니를 보는 학생들의 반응... -.-;;;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윌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심지어는 이런 식의 환영에까지 시달리게 되는데...



애니의 아버지 윌은 지지부진한 수사에 실망하며 직접 범인을 찾는데 매달리게 된다.

주변에 살고 있는 공개된 성범죄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염탐해 보기도 하고,

소녀인양 위장해서 인터넷 채팅으로 범인을 꼬여보려고도 하고...

딸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피해자인 딸을 위한 위로는 뒷전으로,

범인을 잡는 것에만 병적으로 매달리는 남편을 비난하는 부인...

 윌 스스로도 자기가 왜 범인을 찾는데 매달리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가족이나 아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사고 같은 걸 겪거나 크던 작던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고 범인을 옹호하려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그런 본심은 전해지지 않고 이상하게 피해자를 더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강해지거나 유교적 악습의 사고방식과 합쳐지면 제삼자도 아닌 가족에 의해서

피해자가 두번이고 세번이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비교적 가족들 간의 사이가 좋았던 윌의 가족도 이런 커다란 일을 겪으면서 신뢰가 무너지고

오해가 쌓이고 상처만 깊어 가는데...

 구시대의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다면서는 바로 가족해체의 시대로 넘어 온 한국에서라면

그보다 훨씬 더 나쁜 방향으로 일이 흐르기 쉬울 것이다.



애니가 자는 사이에 딸의 휴대폰을 몰래 확인하는 윌...

애니와 가족들, 애니와 친구들, 애니와 아버지의 신뢰는 금이 가고 부서지고,

애니와 범인 찰리의 신뢰 아닌 신뢰는 더욱 공고해 진다.



분명히 딸을 사랑하고 딸을 위해주려고 하고 싶은 윌이었지만,

그 방법이 서툴렀기에 윌과 애니는 서로의 신뢰만 계속 깨지면서

일은 점점 나쁜 방향으로 흘러 간다.



사건 당사자인 애니도 상담을 받고...



애니의 아버지인 윌도 상담을 받는 처지가 된다.



분명히 강간을 당했음에도(그리고 두말할 것도 없이 미성년자와의 관계 사건이다),

애니는 이상하게도 찰리에게 강간을 당하지 않았다고 하며 찰리를 옹호한다.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신뢰는 부서져 가지만,

범인이자 가해자인 찰리와의 신뢰는 더욱 공고해져 가는 이상한 상황...


 일단 범인인 찰리가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애니는 찰리를 친구라 믿고 계속 한창 예민한 시기의 고민이나 이야기들을 해 왔었고,

이는 애니의 환심을 사는 수준을 넘어 애니를 조종하기 위한 도구로서 충분한 것이었기에...

 찰리의 말빨(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이 제대로 활약하기 위한 정보가 충분히 준비된 상황이었기에,

애니는 그런 수상하고 이상한 상황에서도 찰리에게 넘어갔었고,

 이후 그토록 믿었던 가족이나 친구와의 신뢰가 깨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찰리에게 매달리게 되었던 것.


애니를 사로잡은 찰리의 방법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것으로,

애니를 특별한 존재로 대접하며 신뢰를 쌓았던 것, 단지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애니는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가 깨어지는 와중에도,

오히려 더 찰리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했던 것인데...

 

 이런 신뢰는 찰리의 정체가 드러나며 산산히 부서지게 된다.

 DNA 검사를 통해, 그동안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강간해 왔던 동일범과 찰리가 같은 인물로 밝혀지고,

자기처럼 찰리에게 당했던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애니는,

비로소 자신이 찰리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드디어 찰리에게 강간당했다고

울면서 고백하게 된다.


 찰리가 정체를 드러내기 전이나 드러낸 후,

애니를 유혹하며 그런 일을 저지르면서 내내 하던 대사는 전부 찰리에게 애니가 특별하다는 것,

찰리에겐 마치 애니가 세상의 유일한 의미인양 얘기했던 것인데... 그 하나에 기대어

이런 처참한 사건에서 가족과 친구들과의 신뢰마저 부서지는 상황에서 버텨오던 애니는

그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던 현실을 울면서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운 좋은 기회를 얻어 경기에 출전하게 된 애니를 위해,

가족들도 경기를 보러 오는데...


여기서 윌은 카메라를 든 관객을 보며 그가 어린 소녀들을 찍으며 즐기고 있는 성범죄자라고 생각하고는,

눈에 보이는 거 없이 코트를 가로질러 와서는 다짜고짜 폭력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냥 경기에 참여한 여학생의 아버지였을 뿐이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달려 온 딸이 이 일 때문에 놀라지 않았는지 걱정하고,

심지어 경찰을 부르겠다는 코치도 말리며 딸만 챙기는데...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본 윌은 성난 야수와 같던 모습에서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한 채 쓰러지는 패배자가 되어 버린다.


 그동안 딸을 위한답시고, 정작 상처 입은 애니는 내버려 둔 채 범인 찾기에만 몰두하던 윌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 학부형의 모습이 참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윌이 애니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서 윌을 비참하게 만드는 이 장면!



그래도 언제나의 공식(?)처럼, 윌과 애니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애니가 기억도 못할 아기 때의 이야기를 하는 윌...

결국 깨어졌던 부녀의 신뢰는 원상복구야 안 되겠지만,

사랑의 접착제가 발라지나 보다.


 이런 상투적인(?) 마무리조차 개의치 않을 만큼 그 과정이 참 흥미롭던 영화였다.

 

 하지만, 정말 마무리가 남았으니...



엔딩 크레딧 시작 직전에 나오는 화면...

소아성애자 아니, 소아처녀선호자인 괴물 성범죄자 찰리는,

사실 어딘가의 학교의 교사였고,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선생님이었고,

사랑하는 아들과 부인이 있는 남편이기도 했다.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그러나 해결 방법은 보이지 않는 현실...


간만에 제목과 영화가 딱 어울리는 아주 흥미로운 영화를 본 것 같다.













*** 잡설 ***

-사람과 사람의 사이라는 건 정말 어렵다.

극장판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주제가 가사처럼,

어떤 때는 차라리 말이 없었다면 오해 없이

인간과 인간의 진심이 더 잘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환상적인 배역에 완벽한 연기...

특히, 그런 일을 겪으면서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신뢰가 깨어져 가는 애니 역의 리아나 리베라토와

사랑하는 딸이 그런 일을 겪은 후 아버지의 혼란과 갈등을 시리게 보여주는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는

진정 영화의 백미다.













[ Blu-Ray ]

-북미판

이 타이틀은 7월에 미국에서 발매가 되었다.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나온 게 아닌지라, 다국어 더빙이나 다국어 자막도 없고,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1Disc

-사운드 : 영어 5.1ch Dolby TrueHD

영화 자체가 메이저 스튜디오의 블럭버스터가 아닌지라, 화질도 음질도 특출나진 않다.

5.1채널은 5.1채널이지만 스펙이 5.1채널이란 것 이상의 사운드는 체감하기 어렵다.

 메이저 스튜디오가 아닌지라, 더빙도 오리지날 영어 더빙 외에 다른 언어 더빙은 없다.

-자막 : 영어, 스페인어 지원.

미국에서 스페인어 지원은 역시 필수? 더빙에선 없더라도 자막에는 거의 반드시 들어가 있다.

-화질 : X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서플 : 가끔 메이저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 나온 작은 영화가 화끈한 서플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매우 특별한 경우고... 메이킹과 Outtakes 정도가 실려 있다.













[ 트러스트 (Trust, 2010) ]

<영 화>

장점 - 잔혹한 범죄 장면 자랑도, 피해자의 상처 자랑도 아닌 Trust(신뢰)에 관한 이야기.

단점 - 죽일 놈을 죽이고 끝나는 엔딩이 아니라...


< 블루레이>

장점 - 블루레이로 만나는 영화라는 것 정도? ^^;;;

단점 - 블루레이의 정체성을 간신히 갖춘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