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킹덤 열전] 태생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합종군

베리알 2011. 9. 9. 09:34



지난 에피소드에선 이렇다할 이야기가 없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선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가 튀어 나온 킹덤 267화...


 진나라의 반격는 논외로 하고, 지금 킹덤에서의 합종군이 지닌 원초적인 문제점들이

봉명과 이목의 대화를 통해 살짝 언급되었다.


 아마, 진나라의 반격 과정에서 이 문제점들이 부각되거나 진나라에 의해 이용되거나 하겠지만...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진나라 표공의 1만군과 위나라 봉명의 10만군이 대치하던 싸움은,

이목이 이끄는 조군의 등장으로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봉명은 이목과 대장 간 회담(^^)을 하게 된다.


-이목을 처음 보면서 요리 조리 평가하고 있는 봉명... 어라라?

이건 뭔가 좀 이상한데... -.-;;;



-왜냐하면, 바로 지난 회에서 자신의 필살기(^^)를 쓰려다가,

냄새를 맡고 퇴각하는 표공군을 보면서 봉명은 이런 대사를 날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필살기를 풀 수 있는 것은 자기 외에 이목 정도라고...


 이목과 만난 적도 없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한 걸까.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겸손을 떤다는 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일...

 게다가 이목이 진의 육장인 괴조 왕기를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킹덤식의 반응이라면 전설의 육장을 잡은 이목 오오오~가 아니라,

케케묵은 노인네를 잡은 거 가지고 어디서 까불어! 나였으면 더 손쉽게 발라버렸을걸!...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이 밑도 끝도 없는 겸손함은? ^^;;;

 


이번 합종군의 기획이야 이목이 했다지만,

합종군은 서로 동등하다며 자기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는 봉명...


-이것이 합종군이 가지는 문제점 중 하나이다.

역사에서 합종이 성립하기도 어렵고 성공하기도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기본적인

부분 때문이다. 의룡에서 노구치가 말하듯 인간은 어떤 경우에서도 권력을 추구하고,

자진해서 상대방에서 권력을 넘겨 주고 그 아래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죽고 죽여서라도 자기가 권력을 쥐면 쥐었지 말이다.

 때문에, 긴밀하게 협력해서 목표를 추구해야할 합종군이지만,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모이기도 어렵고,

모여봐야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기보단 그 안에서의 권력을 놓고 다투는 게 인지상정이다.

 물론, 형식상 대장이나 지휘체계의 모습은 갖춰놓긴 하지만 그런 급조된 계급 관계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게다가, 원하든 아니든 간에 합종군이라고 모였더니

철천지 원수가 있다거나 어제까지 치고 박고 하던 놈이 있다거나 등등의 상황도 어렵지 않게

등장할 것이고...이런걸 조율하려면 합종군에게 절박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거나,

또는 어떤 열국의 병사들도 지휘를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고차원의 인물이 앞에 나서야 한다.


 이래저래 누가 봐도 열국들에겐 합종이 그나마의 살 길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은 권력과 계급을 인정하고 강자 아래에서 당장의 안락한 삶을 선택한다.

강자 밑에서 얄랑거리는 연횡은 별 저항 없이 쉽게 하면서,

다같이 힘을 모으자는 판국에도 이런 얄랑한 다툼이나 하고 있고... 참 인간 냄새 풀풀이구먼. ^^

 


위군의 진격 속도가 느린 것을 놓고 이목이 지적하자,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봉명...


-이어서 등장하는 합종군의 문제점이다.

지금 킹덤의 경우 모든 게 일사천리로 쉽게 쉽게 진행이 되고 있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열국들이 각기 진나라로 쳐들어간다는 동시 공격은 말은 그럴듯 하지만, 실행은 쉽게 안 된다. 왜냐?

진나라의 방어선은 모든 곳이 일정한 두께를 가지지 않는다.

또, 진나라의 지형도 열국들과 인접한 곳에 똑같은 모양으로 펼쳐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열국들의 부담은 각자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좀 더 쉬운 루트를 이용할 수 있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난공불락의 요새를 돌파해야만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진나라에 먼저 발을 들인 나라는 전리품을 더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최강 진나라의 방어선과 정면에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된 후의 얘기다.

게다가, 방어선을 열심히 돌파한다고 해도 아군이 얼마나 온전히 보전될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고,

방어선 돌파를 위해 열심히 때리다가 내가 숨 넘어 가게 생겼더니, 옆에서 열매를 냉큼 채갈 수도 있다.

 인간은 지극히 경제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라도 보다 적은 노력으로 보다 많이 먹고 싶어하는 게

최우선이지, 열심히 힘을 합쳐 진나라를 쳐부수자~이런 건 사실 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에 합종군은 태생적으로 의욕과 사기가 높은 군대가 아니라,

싸울 의욕은 없지만 열매는 다른 놈들 제치고 내가 먹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찬 소심한 강도들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실제로도 그랬고...


 이는 합종군의 지휘 체계가 제대로 서기 힘든 원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합종군이라고 해봐야 여기 모인 놈들은 다들 내일 내 뒤통수를 칠 놈들인 게 현실,

그런 놈들의 지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더러, 미운 놈 사지로 이쁜 놈 빵실하게...란

방식의 지휘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휘를 맡은 녀석도 자기네 병사는 최대한

아끼면서 다른 열국의 병사들을 아낌없이 쓰려고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설사 사심없이

전략을 구사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사심없이 봐준다는 보장은 없는 법...

 암튼 연합군이란 건 그래서 쉽지 않다. 손을 잡기는 하되, 아예 서로 전장을 따로 설정해서 따로

노는 게 간편하고 좋다...



합종군에 대단한 의리는 없다고 잘라 말하는 봉명... 누가 뭐라 해도 사실이다.


-계속 얘기해 왔지만, 합종군이 모이려면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합종군이 제대로 싸우려면 열심히 달려 들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킹덤에서는 그런게 완-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열심히들 싸우는 열국들의 모습은 오히려 강력한 위화감을 풍길 뿐...


  합종군이 전과를 낸 경우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합종군이 그냥 모여 전쟁을 벌이고자 하면 대체로 합종군의 결성부터 쉽지 않다.

모처럼 모여서 쳐들어가도 저항에 쉽게 돌아서거나 뒷심이 없다.

 하지만,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위나라의 신릉군이

부절을 훔쳐 진나라를 몰아내는 사건을 봐도 그렇고 별 명분도 없는 공세보다는

생존이 걸린 절실한 방어의 경우에 그나마 합종군은 합종군의 구색을 보여준다.

 제나라를 초토화시킨 합종군의 경우도, 합종군이 의기투합해서 잘 싸웠던 게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던 경우다. 송나라까지 먹고 의기양양하던 제나라의 모습은 주변 열국들에게

불안과 압박을 줬기에 합종군이 모이는 계기를 줬고, 무엇보다 이 합종군에는 제나라를 쳐부수겠다는

원한에 가득 찬 연나라와 악의가 있었으니... 이 합종군이 성과를 내지 못 하는 게 이상하겠다.

 의리니 뭐니 그런 건 사실 다 아무 의미 없다.

(열국들 중에 의리를 따질 수 있는 관계에 있던 나라도 사실 없고 말이다.

심지어 한 배에서 나온 조 한 위도 역사의 정석대로 사이 더럽게 나빴다. ^^;;;)


 킹덤에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열국들이 열심히 달려 와서는,

열심히 진나라를 두들기고 있으니 뭔가 어색한 느낌인 게 사실...

 역시나 예나 지금이나 명분은 중요하다. 독자들을 납득시킬 명분... ^^;;;



이 전쟁은 막혔다고 이목에게 단언하는 봉명!


-킹덤에서 진나라를 형편없이, 열국들을 강력하게 그려놓고 있기는 해도,

기본적인 수준의 전략가라면 이 전쟁이 막혀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할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지 않나? ^^;;;


 킹덤에서 봉명의 입을 빌려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며칠을 대항책을 짜낸 진나라 참모진들...


-이것이 젊은인가? 코피까지 흘리고 자빠진 창문군과 아직 버티고 있는 창평군의 대비... ^^;;;



심지어 영정까지 지쳐 졸고 있는 상황이지만, 혼자 여유에 빠져 있는 여불위!


역시 전설의 대상인답다. ^^;;;



진나라의 참모진이 며칠을 머리를 짜낸 결과, 다섯번에 한번 이길 수 있는 책략이 등장했다는데...

이를 위해 진나라의 이름 있는 장군들이 다 모이게 되나 보다.


-이 시기에 합종군을 상대로 진나라의 참모진들이 며칠을 날밤 까고 계책을 내놓았는데

그게 겨우 2할의 가능성이라니 뭐야~라고 하기 이전에,

이 시기에 합종군을 상대로 진나라의 참모진들이 며칠을 날밤 까서 계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나...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거 원 소설도 너무 소설이고 소년지도 너무 소년지스러운 정석 전개라 낯가지럽기까지... ^^;;;


 이 상황만으로도 며칠이 소모되었는데, 거기서 또 장군들을 소환한다고 며칠이 소모되겠고...

여러모로 시간 개념이 혼란스러운 킹덤이다. ^^



-하지만, 진나라의 이름 있는 장군들이 다 모이는 이벤트라는 건,

역시나 소년지스러운 서비스 장면이 될 것 같긴 하다.

 지난 번에 봉명의 등장에서 표공이 위나라에 더 이상 이름 있는 장수가 없을 터인데...라고 말하던

장면을 봐도 그렇고 현재 열국들에는 이름 있는 인재가 많지 않은 상황... 하지만, 진나라는 다르다!

 그야말로 인재들이 넘쳐 나는데... 이들을 올스타팀으로 모은다는 걸 보니

소년지다운 전투 서비스는 잔뜩 펼쳐질 것 같다. ^^



이번 화의 시작 장면이다. 진나라 표공군 1만 대 위나라 봉명군 10만이 대치한 4일째...


-이거 굉장히 놀라운(!) 장면이다.

킹덤의 표공은 익히 보여준 것처럼 숫자 같은 거 안 세고 본능으로 지휘하는 장군,

아군이고 적군이고 병사 소모는 엄청날 것이다.



-봉명이 말하듯이, 무의미할 정도로까지 병사들을 죽이고 있다고 하니,

위군이고 진군이고 병사 소모는 장난이 아닌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4일이나? 1만 대 10만으로??

 


-더 웃기는건 1만 대 10만으로 4일이나 대치하고 있으면서도 주력군은 아껴두고 있다는 봉명이다.

표공의 스타일, 그리고 봉명이 평가한대로 무의미할 정도로까지 병사들을 죽이고 있었다면

양군의 병사 소모는 어마어마했을 터... 아마 봉명군은 유지가 되겠지만, 표공군은 위군을 붙잡아 둘 수

있을 정도로 유지가 될까? 위의 격렬한 살육 장면이나 봉명의 평가 등을 생각하면,

4일 이전에 표공군이 물러나거나 또는 4일 이전에 표공군이 봉명군을 몰아붙였어야 할텐데

지금 상황은 그런 과정을 거치고도 그냥 양군은 마치 1만 대 10만 그대로 있는 듯 하다. ^^;;;

게다가, 그 상황에서 주력군을 아껴두고 4일이나 두고 봤다는 봉명... 이뭐병이잖아? ^^;;;

(사실, 주력군이란 개념은 중요하긴 중요하다. 앞으로도 얼마나 전투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상황,

특히 진나라는 위나라 따위가 넘볼 수 없는 엄청난 대국이니 앞으로의 전투에서 보급이 나날이

힘들어지는 위나라와 달리 진나라는 무한리필이 가능... 내가 봉명이라고 해도 최대한 주력군의

전력은 보존하고 싶긴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곳에서 4일이나 발이 묶인다는 건 좀...)


 그러고보니, 진나라를 열세로, 열국을 강세라는 설정으로 두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여기서도 보인다.

이전에 등이 초나라 군을 막을 때 5천 대 5만이었는데,

지금 표공이 위나라 군을 막을 때도 1만 대 10만이다. 즉, 10배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굳이 강조해서

진나라 열세와 열국 강세를 어필한다는 거...









 진나라의 한다 하는 장군들을 모조리 소집한다는 걸 봐도 그렇고,

이번 합종은 시시한 역사와 달리 대규모로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치려고 하는게

작가의 의도란 게 좀 더 강하게 드러났던 연재분...

 그리고 소소하게나마 합종군의 태생적인 한계점이 언급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연재분이었다.


 나로선, 진나라가 합종군을 상대하기 위해 며칠을 죽어라 전략을 짜낸다는 것이나,

그렇게 죽어라 짜내서 진나라의 올스타팀을 활용한다는 전략조차

기껏해야 2할의 승률밖에 없다는 상황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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