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파멸의 팜므파탈, 릴리 이야기 - 리젠드 (Legend of Darkness, 1985)

베리알 2011. 7. 5. 11:07


리젠드 (Legend of Darkness, 1985)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다른 감독도 아니고, 무려 리들리 스콧이 만든 판타지 영화니까 말이다.

 그것도 반지의 제왕이나 대규모 전투씬으로 무장한 그런 판타지가 아니라,

동화에 가까운 판타지 이야기이니, 리들리 스콧과 거리가 멀어도 꽤 멀어 보일 수밖에 없는데...


 암튼 몇달 전 미국에서 블루레이로 발매가 되었다.

 국내에는 썰렁하게 본편만 넣은 극장판만 발매되었지만,

미국에선 극장판과 감독판에 서플까지 담은 UE판이 이미 오래 전에 DVD로 출시가 되었었고...

블루레이는 디스크 한장으로 극장판과 감독판을 담고 UE의 서플들도 가져온 채로(전부인지는?)

출시가 되었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 작품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참 어중간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이 포스터를 보면 선과 악의 대비를 주요한 테마로 다루는 작품처럼 착각할 수 있는데,

실제 내용은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극 후반에 마왕이 저런 뉘앙스의 대사를 아무리 열심히

해대도 참 쌩뚱맞게 느껴진다.


 

요 포스터가 좀 더 정확한 포스터일지도?

극중 유니콘이 주요 소재인데, 맨 위의 포스터에선 유니콘이 아예 없으니... ^^;;;



  이야기는 참 간단하다.

유니콘의 빛의 힘으로 어둠의 마왕이 숨 죽이며 지내는 세상...

그 세상의 어딘가에서 유니콘을 돌보는 숲속의 소년 잭은 어디의 공주라고 하는 아름다운 소녀,

릴리와 러브러브 중... 릴리에게 자랑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드러내서는 안되는 유니콘을 보여주고,

그들을 쫓아온 마왕의 부하 고블린들은 유니콘이 릴리에게 정신이 팔린 틈에 유니콘을 쓰러뜨리고

그 뿔을 잘라 간다. 유니콘의 힘이 사라지자 세상은 겨울로 뒤덮인 어둠의 세상이 되어 버리는데...

 살아 남은 유니콘과 릴리가 마왕의 부하들에게 납치 되자, 잭은 요정들과 힘을 합쳐 유니콘의 뿔과

릴리를 되찾아오고자, 마왕의 성으로 잠입한다. 마왕의 약점이 태양빛임을 알게 된 잭 일행은,

지상으로 통하는 통로를 통해, 태양빛을 반사시켜 마왕이 있는 곳까지 끌어 들여

마왕을 없애버린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스토리로 보면 그럴싸한데... 실제 영화로 보면 참 맥이 빠진다.

 긴장감도 없고, 뭔가 인과관계가 있기는한데 나사들이 픽픽 빠져 있는 느낌?

어린이용 동화라고 보기에도 느슨하고 쌩뚱 맞다.

 이게 정말 리들리 스콧의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어린이용 동화가 애들 보는 거라고 무시 당하기도 하는데, 사실 어지간한 어른용 이야기에 비해

어린이용 동화 쪽이 완성도가 높은 게 보통이다. 어린이들의 주의를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소재나 발단 전개 등이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어린이용 동화를 소재로 한

만화들이 어른들에게도 크게 히트치는 경우가 많은 게 괜한 게 아니다)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이 영화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으니...

남자들에게는 십대(촬영 때 16살이라고 했던가?)의 풋풋한 매력을 가득 담은 릴리 역의 미아 사라가 있고,

여자들에게는 스무살을 막 넘은 어린 나이로 헐벗은 복장으로 영화 내내 뛰어 다닌다는 톰 크루즈가 있다.



영화 내내 아무 의미도 없이 저런 헐벗은 복장으로 저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탐 크루즈를 보면,

리들리 할배가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밖에는... ^^;;;


 하지만, 그런 매력거리가 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정말 볼만해지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엉성한 영화인지라...



특히나 악역의 매력에 있어서 더 큰 마이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겉보기 포스로는 단연 선두급 마왕이지만, 내용이나 능력을 보면 빈수레인 마왕이다.

 어둠의 마왕다운 능력도 선보이지 않고, 잭과의 검 대결을 봐도 덩치 큰 검사만도 못 한 격투 능력에,

하는 일도 이뤄놓은 일도 없이 어린 여자(릴리)를 밝히는 걸 보면 그냥 덩치만 큰 수컷이고,

무엇보다, 틈만 나면 아빠~를 외쳐대는 파파보이란 점은 이런 게 무슨 마왕이야!...라고 외치게 만든다.

 디자인은 정말 꽤 괜찮은데...



 감독판과 극장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둘의 차이는 사실 많이 있지만

체감 차이는 크지 않다. 둘다 엉성하기 때문에... ^^;;;

 음악에 있어서 둘은 전혀 다르다고 해도 좋고(많이 알려져 있는 유명한 이야기다),

그외에도 차이점이 많다.

 일단 시작에서부터 극장판은 텍스트 설명 후 마왕 이야기가 바로 나오고 잭의 숲으로 넘어 가지만,

감독판은 처음부터 잭의 숲 이야기가 나온다.

 엔딩도 다르다. 잭과 릴리가 사이 좋게 있는 걸로 끝나는 극장판과 달리,

감독판은 마치 이미도의 모험왕 프로도처럼 잭 혼자 저 태양 속으로 달려가며 끝난다.

 참, 극장판은 퇴치된 마왕이 썰렁하게 웃는 장면이 겹쳐지기도 한다.

 이렇게 시작과 끝, 그리고 음악이 대놓고 크게 다른 것 외에 중간 중간 내용들도 분량에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눈밭에서 절망한 잭에게 요정들이 찾아오는 장면이 극장판에선 대충 나오고 대충 팀을 이루고

넘어가는데, 감독판에선 썰렁하게 여러 대사와 가무(?)가 추가되어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실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보다는 뭔가 분위기만 더 띄우는 그런 식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보기엔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이점은 극장판이든 감독판이든

크게 아니 별 차이가 나는 영화는 아니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 한가지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제목에 쓴 파멸의 팜므파탈, 릴리다.

 극중에서 정체를 알 수 없이 그저 민폐만 끼치고 다니는 공주...처럼 나오는 릴리.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유니콘도 마왕도 아니고 이 릴리라고 느껴진다.

 시작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는건 그냥 그렇다고 하겠지만,

중요한 위기의 순간에 반지나 호수에 던져서 어장관리를 하는 고래심줄 같은 신경도 놀랍고,

무엇보다 이 릴리가 정말 파멸의 팜므파탈인 게... 영화에서 그에게 눈독을 들인 남자들이

하나같이 다 파멸한다는 점이다. 그냥 실수 좀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 파멸 스케일로 말이다.

 잭...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었지만, 릴리에게 반해서 그 임무 팽개치고,

결과적으로 유니콘을 죽음에 이르게 해서 세상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게 만든다.

멀쩡했던 소년이, 여자 하나 때문에 개인적인 실패는 물론, 세상을 망하게 만들 뻔한 것이다.

 마왕... 최대의 난관인 유니콘도 제거했겠다, 이제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려는 찰나...

릴리에게 반해서 어둠으로 끌어 들어들였다가 결과적으로 존재 자체가 파멸해 버렸다.

그나마 유니콘의 빛을 피해 어둠에서 살고는 있던 마왕인데, 릴리 때문에 유니콘도 다시 놓치고

태양빛 샤워를 받고 아예 이 세상에서 퇴출되어 버리고 만다.

 잭, 마왕... 모두가 이 릴리 때문에 본인은 물론 자신들의 세계가 멸망으로 가는 위기를 겪었던 것!

 천진한 표정으로 수컷들을 이용해 빛의 세계도 어둠의 세계도 쥐락펴락 하는 이 무서운 소녀...

 진정 파멸의 팜므파탈이 아닐까 싶다. ^^;;;













*** 잡설 ***

-고화질 매체라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보여주는 사례다.

극중 릴리가 다크 릴리로 변신하는데, 그 옛날 VHS에서는 정말 헉~소리와 코피를 불러 일으켰던

과감한 앞트임 의상으로 뭇 남성들의 혼을 빼놓아 이 영화의 미아 사라의 명성을 드높였는데...

DVD에서도 숨길 수 없었지만, 블루레이급 고화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앞부분 천의 존재감은

추억이 산산이 부서지는 충격에 다름 아니었다. T T


-화사한 색감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판타지의 세계...

색감이 정말 화사하다. 리들리 스콧이 이렇게 화려하게 오버할 수도 있나?...싶을 정도. ^^

영화의 배경은 어디 경치 좋은 곳이 아니라, 이 영화를 위해 직접 만들어진 거대한 셋트장이라고 한다. 헐~


-비슷한 시기의 판타지 대작으로 라비린스가 있는데,

제법 돈은 펑펑 들이고 유명 감독이나 유명 스탭의 참여 등 화제가 되었는데,

하나같이 극장 흥행은 재미를 못 봤다.

 하지만, 여배우는 전설로 남았고, 극장 흥행과 별개로 부가 판권의 수익성은 아주 좋았는지

둘다 DVD 등으로는 신경 써서 출시가 되었고 블루레이로도 잘 나왔다는 거...

 개인적으로는 리젠드보다 라비린스가 모든 면에서 취향이다. ^^


-이름이 참 우여곡절인 작품이다.

예전에는 레전드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리젠드란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













[ Blu-Ray ]

( 이미지 출처 : www.amazon.com )


-미국판

당연히(?) 한국에선 발매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선 DVD가 폭스에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블루레이는 유니버설에서 발매가 되었다.

-1Disc

-사운드 : 영어 5.1ch DTS-HD MA

 옛날 옛날의 작품이니만큼 요즘 레퍼런스 타이틀 같은 소리나 서라운드는 없지만,

그래도 손실 압축이 안 된 소리는 괜찮은 편. 몇몇 장면에서는 임팩트 있는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흥미로운 점은, 극장판의 경우 음악만 존재하는 트랙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트랙의 스펙이 DD라는 점이다. ^^;;; 감독판은 대신(?) 코멘터리 트랙이 존재.

-자막 : 영어 지원.

-화질 : X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란 말은,

HD 디스플레이에서 아예 돌려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진 않는다.

내가 HD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화질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돌려 보고

확인해 보고 비교해 볼 시간이나 기회를 마련할 수 없다는 야그...***













리젠드 (Legend of Darkness, 1985)

<영 화>

장점 - 화사한 판타지의 세계 / 풋풋한 톰 크루즈와 미아 사라

단점 - 감독판이고 극장판이고 정말 리들리 스콧 감독인가 의심 되는 느슨심심한 이야기 / 찌질한 마왕


< 블루레이>

장점 - 디스크 하나에 담은 극장판과 감독판

단점 -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트랙의 사운드 스펙이 돌비 디지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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