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21세기의 기술로 태어난 20세기용 히어로 영화 -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2011

베리알 2011. 6. 16. 16:52


그린랜턴-반지의 선택 (Green Lantern, 2011)


  딱히 크게 기대하던 히어로물도 아니고(난 그린랜턴 별로 안 좋아한다),

개봉까지도 영화평을 꽁꽁 숨겨 놓는 듯한 이해가 안 가는 엠바고 등등...

 여러모로 기대치 없이 봤던 영화인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영화가 엄청나게 재미있거나 또는 엄청 매력적인 여배우를 봤거나

혹은 엄청난 특수 효과를 봐서가 아니라, 이렇게 대놓고 시대착오적인 작품이 나올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결론을 요약한다면, 이 영화는 옛날 옛날,

수퍼히어로 영화 = 괴작...이던 시절(수퍼맨 1,2나 배트맨 1,2 등이 예외적인 거지,

수퍼히어로물은 수퍼맨 4나 배트맨 3, 4처럼 만들어져야 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의

내용물에다가 현재의 CG 기술을 덧칠해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21세기(엄밀히 말해서 2001년부터지만, 대충 그 정도 1999년 이후를 가리킨다. ^^)에 들어

엑스맨 1, 2 등 수퍼히어로물 영화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걸작들이 출현했고,

그 영향으로 수퍼히어로물 영화의 평균치가 굉장히 올라갔다. 수퍼히어로 영화=괴작이 아니라,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하나의 영화 장르를 당당하게 구축했고,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굴레 없이

보통의 영화들과 함께  겨루는 시대가 된 것은 물론, 단순히 영화적인 완성도가 높아진 정도가 아니라,

수퍼히어로 영화로서 가지는 단점은 희석시키되 수퍼히어로 영화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며

당당히 그 명성을 떨치는 시대가 되었는데... 이 그린랜턴은 유감스럽게도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말이

곧 괴작이던 시절의 영화다. 특수효과만 2011년의 것이고...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일단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그린랜터의 유니폼 처리는 인정할만하다.

(말을 잘 보라. 최고다! 끝내준다!...이런 게 아니라, 인정할만하다...라고 말했다)

 그린랜턴의 유니폼은 사실상 그린랜턴의 영화化를 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엑스맨의 경우 영화처럼 변형된 유니폼을 입어도 사실 그렇게까지 이상할 것은 없다.

원작 자체가 캐릭터들에 대해서 이거다!...라고 하나를 지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코스츔이 존재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영화는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아이언맨스러운 디자인을 위해 어마어마하게 고뇌한 게

느껴질만큼 아이언맨의 정체성은 살리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색감을 자랑한다.

 수퍼맨 리턴즈만 해도 그나마 엄청나게 고생해서 내놓은 결과물이 그거다. 원천적으로 수퍼맨은

그 유니폼이 아니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린랜턴? 수퍼맨 이상으로 유니폼이 절대적인 히어로물이다. 절대로 녹색을 살려야 하는데...

혹시 수퍼히어로 만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 어떤 아군 히어로보다 촌스러운 색감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게

그린랜턴이다. 애니로 보면 사실 수퍼맨 디자인도 괜찮다. 문제는 그린랜턴...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걸 피하면 그린랜턴이 아니고...

 그 해결책을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제시했다. 광택 쫄쫄이나 녹색 천쪼가리가 아닌,

아예 CG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인데... 객관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냐는 차치하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근육스러운 묘사와 그린랜턴의 힘이 빛으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걸로

옷 자체에 어느 정도 존재감도 불어 넣고... 암튼 이 점은 인정해 주고 싶다.



하지만, 장점은 거기까지...

처음에 말했지만, 이 영화는 정말 시대착오적인 영화다.

수퍼히어로 영화가 일반 영화와 차별없이 겨루게 되었다는 점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올라갔다는 것으로,

수퍼히어로 영화도 일반 영화 수준의 서사와 전개를 갖게 되었다는 점인데...

그린랜턴은 거기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캐릭터들이 제멋대로 노는 게 스토리이고, 대충 대풍 그렇게 끄적이다가

끝날 때 되면 적당히 처리하는... 딱 그 괴작 시절의 히어로물을 충-실-하-게 재현해 준다.

 한마디로, 유치찬란의 끝을 달린다는 거... 당연히 인물에 대한 감정 이입은 원천봉쇄된다.

 

 어떻게 보면 수퍼히어로 애니를 실사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수퍼히어로 애니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수퍼히어로 애니도 옛날에야 엉망진창이었지, 그쪽도 수준들이 굉장히 올라가서

어른들 봐도 감탄할 작품들도 나올 정도이고, 평균치는 이제 옛날의 유치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상상하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이 영화는 사실 수퍼히어로 애니에도 못 미치는 완성도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특히, 이런 게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그린랜터의 비행이다.

 옛날 옛날 특수효과 수준이 낮았을 때도 그 시절 기술에서는 무척 신경 쓰는 게 비행 장면인데,

그리고 근래의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의 비행 장면은 만화 같은 수준이 아니라,

비행기 부럽지 않은 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영화는 반대다.

 대놓고 만화처럼 연출하는데(왜 그 현실감 없게 좀 느리게 흐느적 대는 느낌?)...

정말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연출하고자 했던 게 목적일까???

 


이 장면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보통 아닐까.

21세기의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원작이 갖는 단점은 없애거나 희석시키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이 그림처럼 대놓고 강조하고 있다.


 그게 꼭 단점...은 아닐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엉망진창에 별 재미도 없다고 보긴 했지만,

또한 은근한 매력이랄까 독특한 개성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바로 원작 코믹스의 유치함을 대놓고 강조한다는 것!...말이다.

 이렇게 촌스럽고 유치하고 못 만든 괴작스러운 (돈 억수로 처들인) 수퍼히어로물을 보는 게

얼마만인가? 덕분에 묘한 쾌감까지도 느꼈다. ^^;;;

 어디까지나 옛날부터 수퍼히어로 영화를 봐 온 독특한 취향의 1人이 갖는 감상이지,

이 영화가 대놓고 자랑할 매력과 쾌감이 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



그린랜턴의 능력은 이런 거다.

그린랜턴의 생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

능력 자체가 유치해지기 쉬운 능력인데, 이 영화는 그걸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관객들에게 "유치한 능력인 거 몰랐어? 나 그린랜턴이야~"...라고 외치듯 말이다,. ^^;;;



그게 꼭 단점이란 것만은 아니다. 일단 그린랜턴의 의상 자체가 CG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3D로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대놓고 유치하게 펼쳐지는 그린랜턴의 능력들은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3D 구현을 위해서는 괜찮은 시도 같다.


 난 디지탈로 보았는데, 3D로 본다면 화면빨을 더 좋게 느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3D로 본다고 또 보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

(솔직히 말해서, 씨너스 이수의 사운드가 뒷받침 된다면 3D로 다시 볼 용의가 있다. ^^)



배우들은 심지어 이런 분까지 등장하지만... 쇼생크 탈출의 그분은 아닌가 보다.

누구 하나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 한다.

영화의 캐릭터의 심정이나 생각 변화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모든 캐릭터들이 토르에서 토르가 하룻밤 자고 나니 신사로 변하는 것 같은 무지막지한

건너 뛰기 변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사한다.

 예를 들어, 그린랜턴 군단의 리더로 나오는 빨간 얼굴 외계인은 쿠키에 등장하는데...

본편을 본 분들이 실소를 날릴 수 밖에 없는 게, 본편에서는 그런 캐릭터임을 납득이 갈만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제로 수준은 아니다). 그래놓고 쿠키에서 느닷없이 이뭥미 상황~

 사실, 그 캐릭터는 원래 그런 캐릭터인 게 원작이다. 하지만, 영화에선 원래 그런 캐릭터라는 걸

제대로 보여 주지 않으니 원 참...

 스토리 자체도 그렇지만, 정말 한심한 것은 편집이다.


 영화 편집을 발로 한 영화에 대한 자료가 필요한가? 여기 그 레퍼런스 자료가 있다.

 여태까지 별별 편집 엉망인 영화들 많이 봤었지만, 이 영화의 편집은 심지어 8, 90년대에

아이들 대상으로 나오던 방학용 어린이 영화들에 비해서 낫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감독은 저 유명한 걸작, 카지노 로얄의 마틴 캠벨인데 동명이인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절로 들 정도...

 


판타스틱포 실버서퍼의 라스트 보스, 갤럭투스의 어처구니 없는 최후에 웃었었는데,

이 영화도 거기에 맞먹는다. 더 말하기도 귀찮다. -.-;;;



이 영화의 진정한 놀라움은 바로 이 배우가 아닐까?

엽기 캠퍼스에 출연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젊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



히로인은 뭐라 한마디로 하기 어렵다.

사진처럼 나이스바디인 것은 사실인데... 미모는 어떤 장면에서는 괜찮아 보이고,

어떤 장면에서는 아줌마가 나와 있고... 종잡을 수 없었다.



 옛날 옛날의 유치찬란하게 못 만든 수퍼히어로 영화가

못 견디게 그리운 분들에게는 정말 딱인 영화다.

 그냥 딱 거기까지다. 진짜 그렇다.













*** 잡설 ***

-씨너스 이수 5관에서 디지탈로 감상... DLP트레일러가 박력이 줄어 있어서(이수 5관의

DLP트레일러는 원래는 장난이 아니다. 지축을 울리는 그 박력!) 예전 울버린 때처럼

우퍼가 정상이 아닌 소리가 나오나 했는데, 영화 본편은 다행히 소리의 힘이 살아 있었다.

 혹시 또 모르지. 내가 오늘 본 소리는 좀 죽어 있던 소리였을지도... ^^;;;


-화질 괜찮고... 3D로 보면 즐거울 것 같은 장면이 많다는 게 대놓고 보이는 영화다.


-(이수 5관의 덕이 크긴 하겠지만) 사운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박력들을 선사해주니 말이다. 순전히 사운드 때문에 블루레이를 살까 고민을 할 것 같다. ^^;;;


-수퍼히어로물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사운드가 좋았던 부분은 초반의

비행기 모의 전투 장면이다. 본격적인 비행기 영화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서라운드 효과를

살리기 위해 준비된 화면에, 그 화면을 만끽하게 해 주는 살아 있는 듯한 존재감의

비행기 소리! 딱 그 챕터만 이수5관으로 사운드로 계속 돌려 볼 수 있다면 티켓값 내고

보고 싶을 정도다.

 아, 그 장면 생각하다 보니 이수5관에 다시 가서 보고 싶다. 영화는 망작인데... ^^;;;


-다시 강조하지만, 사운드는(이수5관의 탓도 어느 정도 있긴 하겠지만) 정말 좋다.

페럴렉스(원작과 마이 다르다...)가 갇혀 있는 행성에서의 사운드는 그 자체로 공포 영화의

한 시퀀스를 연상케할 정도로 소리의 사용이 뛰어난 것은 물론, 페럴렉스의 대사가 뿜어내는 힘은

정말 내 앞에 그런 거대한 惡이 나타나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 일으킨다.


-영화 잡지의 주연들 인터뷰를 보면 후속작들에 대한 계획들이 이미 다 서있는 것 같던데...

내가 보기엔 이 영화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건 후속작이 아니라 리부트여야 한다.

 첫 작품인데 다음 작품을 리부트 희망... 그만큼 이 영화는 망작이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이 혼자 만든 영화도 아니고 거대 영화사에서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영화가

이런 결과물이라는 건 정말 기도 안 찬다.


-대놓고 엉망으로 만들었던 그 시절의 수퍼히어로 영화가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는 어쩌면 하늘이 주신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엉망인 주제에 요즘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갖추고 있으니.. ^^;;;


-스탭롤은 굉장히 긴데, 쿠키는 스탭롤 시작할 즈음에 나오니 스탭롤 안 기다려도 된다.


-기나긴 스탭롤이 정말로 끝나고 나면, 그린랜턴 코믹스 광고가 나온다. 맙소사!


-LG의 PPL... ^^;;;


-중력이야말로 사실 가장 근원적이고 가장 평등한 힘이 아닐까.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갖는 힘이고 다른 꼼수 없이 존재의 정도만큼에 따라 달라지는 힘이니...


-음악도 정말 옛날 수퍼히어로 영화스럽다. ^^


-스탭롤에서 DD와 SDDS는 있는데, DTS는 또 없었다. DTS 망하진 않는 거겠지? ^^;;;


-번역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 꽤나 대사가 많은 작품인데,

그걸 어마어마한 축약으로 대충 대충 때우는 게, 아무리 글자수 제한이 있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웃기는건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번역인데, 정작 번역가 이름은 안 나온다는 거... 찔리나?

 한번 관람 후의 감상으로 보면... 자막에 과잉친절이 없던 걸 보면 홍주희는 아닌 것 같고,

유행어 낑겨 넣기도 당장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박지훈은 아니려나.

 대사를 너무 멋대로 고쳐 쓴 부분을 보면 판타지 소설가 이미도 Feel이 살짝 나긴 했는데...

 암튼 누가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만큼이나 번역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린랜턴-반지의 선택 (Green Lantern, 2011) ]

< 영화>

장점 - 사운드는 쓸만한 편 / 초반 비행기 모의 전투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단점 - 나머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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