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아이들보단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 슈퍼배드 (Despicable Me, 2010)

베리알 2011. 1. 1. 15:50


 이 애니메이션, 꽤 독특하다.

 무슨 우로츠키동자나 카우보비비밥처럼 척 보기에도 어린이들보단 어른들을 노렸다는 걸

써붙여 놓은 듯한 작품도 아닌데, 이 작품은 아이들보단 어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작품을 보는 내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 작품의 주인공 그루... 이 포스터의 텍스트처럼,

그는 완성된 슈퍼 악당이 아니라 슈퍼 악당(슈퍼 빌란)을 꿈꾸는 어른이다.


 이게 꽤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게... 그루가 슈퍼 악당이 되려고 하는 것이

보통의 이런 뭐뭐 되기~작품에서 보여지는 궁극적인 목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슈퍼 악당이 되려고 하는건 일종의 샐러리맨의 회사 업무나 자영업자의 사업과 비슷하다.

 그는 (악당들을 위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악당짓을 하는 즉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가이며,

실제로 작품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계획서도 만들고 아부도 떤다.

 그리고 대출이 되냐 안 되냐에 따라서 자기 사업장의 고용인들(미니언들)에게 월급을 주네 못 주네

고민도 하고...

 그래서 참 독특하다. 보통은 낮에는 회사원으로 억지로 힘들게 일하다가 밤에 악당짓을 하며

신나게 즐겨야 할텐데, 이 작품은 먹고 살기 위해 악당짓을 하는 그런 분위기다.



주인공의 라이벌, 벡터도 그래서 여느 작품들과는 좀 다르다.

일단 생긴 거나 디자인부터 뒹굴뒹굴 하는 덕후 느낌 풀풀에다가,

어딘지 모자른 개그를 보이고 어른 같지 않은 어른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루를 압도하는 악당 능력을 보면 그 길만을 파고 들어 온 덕후의 내공이 느껴진다.



어찌어찌해서 그 악당...이라기보단 철 없는 아저씨들과 얽히게 되는 세자매...

역설적으로, 나이를 먹고도 철딱서니 없이 살고 있는 아저씨들과 달리,

나이는 어리지만 훨씬 더 세상살이에 익숙한 듯한 세자매다.



이 작품에서 그루가 보여주는 행동들은 참으로 어른들을 위한 대리만족이다.

물건 하나 사려고 했더니 길게 늘어선 줄을 봤을 때, 이런 냉동 광선으로 다 날려 버리고 싶은 생각,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어린 시절이나 질풍노도의 시절이라면 본능대로 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나이를 좀 먹고 법적 사회적 책임 앞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때가 되면

아예 그럴 엄두도 내지 못 한다.

 그루의 자동차도 비슷하다. 교통체증 속 끼어 들기에 위험 운전을 해대는 다른 차들을 보면,

전격Z작전의 골리앗 같은 거라도 몰면서 다 뽀샤버리고 날려 버리며 도로를 질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몇번이고 하게 될텐데...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그루다. 그루의 차가

괜히 요란하고 눈에 띄는 게 아닌 것이다.

 


  그루의 사업 제안서가 거절 당하는 이유나,

그루와 달리 벡터가 탱자 탱자 놀면서도 압도적인 힘을 갖추고 있는 이유도

아이들을 위한 설명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설명이다.

 벡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강의 힘을 갖고 있는 기득권 귀족이기 때문이고,

그루는 그에 비하면 그저 소시민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차이... 이것이 바로 현실 아닌가. 어릴 때는 이런 현실 앞에서도 부모에게 떼도 써보고

내가 어른이 되면...이라면서 자위도 해 볼 수 있지만, 이제 어른이 되고 나면 무섭도록 처절한

현실 앞에서 희망도 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을 보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느낌이 원천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작품 내내 보이는 기묘한 복고적인 장치와 장면들도 이 작품을 보는 어른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마지막의 이 복고 댄스장도 그렇고 말이다. ^^



이 작품은 한국어 더빙으로도 상영했도 DVD와 블루레이에도 실려 있는데,

맏언니 마고는 소녀시대의 태연이 맡았고, 둘때는 소녀시대의 서현이 맡았다.


 더빙은 의외로 준수하다. 아니, 아주 괜찮다.

 특히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미쿡에서 태연을 모델로 애니메이션 모델링을 했나 싶을 정도로

마고와 태연은 비슷해 보이는데가 태연의 대사도 잘 맞아 떨어진다.

 가수나 영화 배우, 개그맨 등을 무작정 데려다가 더빙을 해서 실패한 수많은 사례들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



서현이 맡은 둘째 에디트도 그렇다.

두툼한 눈밑 애교살이나 서현이 당당하게 나올 때의 그 당당함을 재현한 듯한 에디트의 표정들은

이쪽 역시 미쿡에서 서현을 모델로 애니메이션 모델링을 했나 착각이 들 정도다.

 얌전한 듯 하면서도 또박도박 찔러 오는 서현양의 대사는 에디트 그 자체~ ^^


 암튼 놀라운 더빙 성공작이다.


 

  작품의 재미를 주는 게 이 미니언들이다.

 그루를 사장으로 하는 종업원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암튼 재미있다. ^^


 블루레이는 주로 미니언이 주인공인 단편 애니메이션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재미있다.



어딜 가나 이런 아이들 꼭 있다. 부모가 버릇을 못 가르치면,

사회가 응징을 해야 하는데... -.-;;;



 암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이는 양키 애니메이션에서

실제로는 어른들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는 많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인데 대놓고 어른들을 위한 설정과 내용들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참 색다르고... 독특한 매력을 느꼈었다.

 암튼 돈이 최고... T T











 


[ Blu-Ray ]

(이미지 출처 : www.technodvd.co.kr )

-한국판

이 타이틀은 국내에 두가지로 출시되어 있다. 하나는 블루레이만 담긴 녀석과,

DVD까지 같이 담긴 콤보팩. 위 이미지는 블루레이의 아웃케이스 이미지다.

콤보팩은 아웃케이스가 없다고...

 그리고 초도한정 물량에 한해, 태연과 서현이 나온 포스터와

미니언 스트레스볼을 증정한다.

 스트레스볼은 귀엽긴 한데, 실용성이 빵점이다. 저 귀여운 미니언을 상대로

어떻게 스트레스볼을 하냐구! ^^;;;

-1Disc (콤보팩이 아니라 일반판 블루레이 기준)

-사운드 : 영어 5.1ch DTS-HD MA / 한국어 DTS 5.1Ch

원어인 영어 이외에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등이 있는데 모두 스펙이 DTS다.

-자막 : 한국어 자막 지원. 서플에도 자막을 지원하는데, 코멘터리를 비롯한 일부 서플에는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케이스에 친-절-하-게 씌여져 있음. 쳇!

-화질 : X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그외 : 아웃케이스 디자인은 멋진데 내구성에는 문제가 있다. 내가 구입한 녀석은

벌써 아래쪽 접착부가 떨어질라고 그런다. 왜 이렇게 빡빡하게 만들어서 킵케이스 빼기도 어렵고

아웃케이스 망가지게 만들었는지 원... -.-;;;













[ 슈퍼배드 (Despicable Me, 2010) ]

<영 화>

장점 - 영세자영업자 측면에서 본 소규모 개인 악당의 현실이 묘하게 추억을 자극한다

단점 - 이렇다할 한방이 없는 게 아쉽다


<블루레이>

장점 - 한국어 더빙

단점 - 아웃케이스가 너무 작다 / 왜 일부 서플은 자막 빼먹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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