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킹덤 열전] -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린 최고의 장사꾼, 여불위

베리알 2010. 12. 28. 18:32

이번 킹덤 열전의 주인공은 역사상 최고의 장사꾼(도박꾼이 아니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어쩌면 진시황의 탄생과 열국 통일에 직접적인 준비를 했다고 볼 수도 있는 상인 출신의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되겠다.


 어차피 이런 굵직한, 그리고 아직 죽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길게 살아 있을 그런 캐릭터들은

나중에 열전이 또 추가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미리 미리 다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킹덤에서 상인의 신분으로 조나라에 볼모로 끌려 와 있던 자초에게 투자를 올인,

앞날이 불투명한 왕자 떨거지를 강대국 진나라의 태자로 만들고 이 왕은 강대국 진나라의 왕이 되어,

결과적으로 세기의 투자를 성공시킨 신화적인 장사꾼이 바로 여불위로...

 킹덤뿐 아니라 어떤 역사서에서도 어떤 작품에서도 아직까지 이 기본틀을 바꾸는 경우는

보지 못 했다.



하지만 킹덤에서는 상당히 다른데... 진왕 영정을 신하로서 모시고 안 모시고의 차원이 아니라,

아예 왕위를 대-놓-고 위협하는 진나라 최대의 권력가로 나오며 진왕 정을 위기에 빠뜨리며

그 왕위를 노리는 걸로 나온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영정에 대한 암살 시도를 놓고 확실하게 끝내면 재미없다느니식으로 말하는

애들같은 면모도 갖추고 있는데... ^^;;;



여불위의 이 세기의 투자는 어디서나 이견이 없다.

정말로 이만한 세기의 투자가 또 있을까.


세기의 도박이 아니라, 세기의 투자다. 이유는 저 아래에서...



법의 이사와 군사의 창평군 몽무, 그리고 외교를 맡은 채택 등을 일명 여씨사주로 데리고 있는 여불위.



여씨사주만을 식객으로 데리고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왕부럽지 않은 규모로 호화를 누리며 셀수도 없는 엄청난 식객들을 데리고 있는 세력가다.



일개 상인에서 직접 투자를 통해 떨거지 왕자를 태자로 만들 정도의 실력자인 만큼,

그 안목 역시 킹덤뿐 아니라 어떤 역사서와 작품에서도 인정하는 진품!



역사가 인정하는 세기의 장사꾼이다. 이런 장담도 잘 어울린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



그리고 세기의 장사꾼뿐만 아니라,

세기의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것이 바로 이 여불위다.


킹덤에선 영정의 모친과 협력해서 대놓고 영정을 제거하고 왕이 될 야망을 불태우고 있는데...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라 따로 이런 킹덤 열전을 만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를 그런 인물인데,

암튼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







[ 세기의 장사꾼이자, 통일 진나라의 초석을 다진 정치인 ]

-킹덤에선 여불위 개인의 야망과 카리스마에 집중하여 승상이란 위치에서의 여불위에 대해

거의 보여주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넘어가는데 그치는데... 실제로 여불위는 숱한 나쁜 이야기들

(영정의 출생 루머, 조희와의 불륜 루머, 노애 루머 등등등...)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정치인이었다.

 역설적으로, 여불위에 대한 나쁜 이야기들로는 저런 루머 시리즈밖에 없다는 게 여불위의

뛰어남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매우 중요한 시기에 승상의 자리에 앉아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사실 여불위 때문에 자초-영정의

순서도가 완성된 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통일 진나라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승상의 자리에서 그가 제대로 활동을 했던 덕분에 진나라는 국력의 소모 없이 통일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여불위에 대한 나쁜 이야기들은 후세의 유학자들이 만든 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이는데,

이유는 진시황을 깎아 내리기 위해선 여불위를 사용하는 게 편리했기 때문이고,

유학자들로선 진시황을 깎아 내리면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진시황을 비롯한 통일 진나라의 개국 공신들은 대체로 법가의 사상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유교의 사상과는 확연하게 대립이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한나라에서 유학이 번영하면서

유학을 부각시키자면 당연히 전대의 사상을 부인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진시황과 여불위에 대한

나쁜 이야기들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사실 유학자들이 은혜도 모르는 행동일 수도 있는데...

여불위가 상인 출신이란 점을 들어 그가 유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여씨춘추 등 그의 정책들에서 여불위가 진나라 유력 인사로선 드문 유교 이념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로 본다면, 여불위를 깎아 내린 유학자들의 행동은

배은망덕 그 자체일 수 있다.

 여씨춘추는 당시 법가의 극치를 달려가던 영정에 대해 제동을 거는 성격에서

유학을 강조한 저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정이 사라진다면 과연 여불위는 곤란했을까?

대답은 대체로 아니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당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외척 세력들을 봤을때, 초나라계의 화양태후와도

조나라계의 조희와도 한나라계의 하태후와도 그 누구와도 호의적인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여불위였으니만큼, 설사 왕위에 직접 오르지는 못 해도 영정 아니라 성교가 왕위에 올라도

여불위 개인으로선 권력을 유지하는데 그닥 아쉬울 게 없었을 것이다.

 왕이 계속 교체가 되는 혼란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승상 자리를 지켰던 걸 봐도

여불위의 정치적인 포지션이 어땠는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단, 장사꾼의 그 뛰어난 안목으로 영정과 성교의 자질을 비교해서 여불위 본인이

성교보다 영정의 우위를 인정했을 경우라면야 영정의 부재를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 ^^


-창평군의 정책이지만, 여씨사주의 정책인만큼 여불위의 정책이라고 봐도 될 장면인데,

실제로 여불위는 2류 장사꾼이 아니라 1류를 넘어선 특급의 장사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벼락 출세를 해서 왕 다음 가는 지위를 손에 넣었으면서도, 흔한 간신이나

나라를 말아 먹는 귀족들의 행태를 답습하지 않고 비교적 나라를 위한 방향으로 그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를 축적했으니 정말로 유능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그런 특권에 빠지면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 대다가 모든걸 망치는 경우가 역사에는 널려 있다.


-창평군과의 이 묘한 거리감은 지난번에 창평군 열전편에서 말한 최종보스 창평군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여불위는 이렇게 여씨사주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따로 열전을 언급할지 모르겠지만,

 채택과는 사이가 안 좋았을 가능성이 크고,

몽오의 아들인 몽무가 여씨의 식객으로 있을 가능성도 없고,

상당한 출생의 힘을 간직한 창평군이 고작 여씨의 식객 노릇을 할리도 없다.

 이사가 유일하게 생각해볼만한 부분인데, 이사의 경우 여불위의 식객을 거쳐 영정에게

천거되었다는 설이 많다.

 단, 그렇다고 해서 그후에도 지금처럼 여불위의 식객 노릇을 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여불위는 정말로 영정의 자리를 노렸을까.

아니라고 보는 의견들도 있고 노렸다고 보는 의견들도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영정의 아버지 자초와 그의 아버지 안국군의 죽음에 여불위가 개입했을 거라는 설도 있는데,

자초의 경우야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즉위 후 3일 만에 사망했다는 안국군은 사실

즉위 3일 만에 죽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즉위했냐가 중요하다. 안국군은 즉위할 때 이미

50살이 넘었었다! 이 당시 기준으로 50살이면 갑자기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진소왕은 진정 괴물이다. 즉위 기간만 1갑자에 가까우니 말이다.

싸움을 좋아했다는 일화나, 여자를 밝히고 욕심이 많았다는 일화들이 납득이 간다. ^^;;;)

 또한 당시 진나라에서 여불위가 킹덤에서처럼 초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던 것도 아니었고,

진나라의 시스템에서 여불위가 왕위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고 말이다.

 여러모로 여불위로선 영정의 왕위를 노릴 필요나 이유가 없어 보인다.

 유일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게, 영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영정의 동생 성교가 이었을 경우,

성교의 나이가 어린만큼 여불위의 섭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건데, 그래봐야 3년에 불과하니

그것 때문에 이런 미친 모험을 한다는 건 글쎄...


-여불위의 진시황 아버지설에 대해선 이미 언급했었으니 생략한다.

단, 태후가 된 조희와의 불륜이랄까 로맨스는 진시황의 출생과 별개로 나름대로 사실이었던 듯...


-여불위의 세기의 투자는 도박이 아니라 분명히 투자였다.

도박은 이런 거다. 주사위를 하늘로 던지고 하늘에게 원하는 숫자가 나오게 해달라고 비는 것.

투자는 이런 거다.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의 힘으로 어떤 스핀을 줘서 던지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연습해서 그걸 이용해서 원하는 숫자가 나오게 하는 것.

 여불위는 명백히 후자였다. 그가 자초로 왕좌를 노린건 그냥 뜬금없는 도박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투자의 결과였다.

 자신의 손으로 왕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가 있을때, 조나라에 있던 여불위에게 가장 적합한

목표물은 자초밖에 없다. 인질로 조나라에 와 있을 정도로 본국에서의 입지가 약한 인물이니

자신이 그 뒤를 봐주는 의미가 크고, 다른 왕자들은 이미 진나라 내에서 각각의 파벌을 굳게 형성해서

여불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자초의 그런 처지는 화양부인의 이익과도 연결되는데, 막강한 힘을 갖춘 외척 화양부인도 후사가 없기에,

다음 태자가 누구로 정해지냐에 따라서 초나라계 외척들의 운명이 갈리게 되는 상황에서

자초처럼 다른 지지 세력이 없다시피한 왕자를 양자로 끌어 들이는 것은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목표를 정해 전략을 구사한 여불위의 투자... 진정한 세기의 투자였다.


-여불위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는 킹덤 본편에서 여불위 분량이 더 진행된 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