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 (風雲 - The Storm Riders, 1998)...
1998년 개봉했던 영화로, 마영성의 작품인 만화 풍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마영성의 풍운의 경우, 그보다 한 10여년 전에 오락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2의 인기를 업고
나왔던 천하만화라는 주간지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마지막으로 본 게
7x권이었을만큼 엄청난 분량의 작품이다. (홍콩 만화들의 경우, 권수에 비해서
실제 분량은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무협지 소설의 영향인지 기본적으로 대사량 자체가
많은 데다가, 장면 장면마다 구구절절 붙여 놓는 설명들은 거의 무협지를 방불케 한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까지의 분량만 해도 벌써 수십권이었을텐데... 암튼 그 내용 중에서
풍운이란 작품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며 풍운의 탄생을 다룬 웅패 이야기를
영화로 옮겨 놓은 게 바로 이 영화다.
일반적인 무협 영화와 다른 액션 표현 등으로 인해(당시에는 세기말 분위기와 맞물려,
사이버 어쩌구 하면서 CG티를 어떻게든 내는게 일종의 유행이었다) 혹평도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꽤나 괜찮게 봤던 작품이고 의외로(?) 이 작품에 대해 호평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는걸 보면 영화가 확실히 잘 만들어졌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할 때, 각종 다양한 미디어를 원작으로 영화화된 작품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서 이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쪽 동네의 만화를 원작으로 그쪽 동네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 완성도에
크게 도움을 준 점도 있겠고... 만화나 게임 원작의 영화라는 게 워낙에 국경을 달리 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별별 괴작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이런 멀쩡한(?) 작품이
더 돋보이는 효과도 있긴 하겠지만... ^^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장점을 요약하자면,
-영화로 만들기에 적당한 에피소드를 골라 냈고,
-원작의 장점은 극대화화면서도 단점은 극소화하면서 영화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원작의 캐릭터를 능가하는 완성도의 보경운!
...등등 암튼 많다. 다들 종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 풍운의 핵심은 두번째가 아닐까 싶다.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프렉스 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
일단 단점은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단점은...
이런 되어먹지 않은 CG를 사용한 장면들이 있다는 거! ^^;;;
시대가 시대라 그런지, 참 쓰잘데기 없이 이런 폴리곤 CG를 남발하는 게 유행이던 때였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게임 캐릭터로 불러줄 수도 없는 조잡한 수준인데,
이 장면은 당시에도 사실 혹평 받던 부분이긴 하다. ^^
이 영화의 장점 중 단연 인상적인 점은 원작에서 영화로 만들기 좋은 소재를 제대로 고르고
그걸 또 영화에 맞게 제대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풍과 운이 뭐하는 놈들인지 설명도 안 하고 시작하면 안 될테니 영화에 적당한 부분은 역시
일단 웅패 부분이겠다는 점은 비교적 쉽게 생각할만 하지만, 그걸 영화로 적당하게 재구성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화 원작의 적잖은 영화들이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풍운은 그 점에 있어선 가히 바이블이라고 할만큼 뛰어난 재구성을 보여줬다.
원작 풍운... 그걸 보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또 그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에서 웅패 부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 추잡 ]
(극단적으로 말해서) 원작 풍운은 정말로 추잡스럽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들이 중국에서 인기 있고,
중국의 드라마들이 막장 스토리가 많은 이유가 한국과 중국이 막장을 공유해서일까.
원작 풍운의 인간 관계는 진짜 추잡하다. 영화를 보면서 풍운의 사랑싸움을 놓고 추잡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원작은 차원이 다르다. 진짜 한쿡 아침드라마로 딱인 인간 관계와
스토리가 펼쳐진다.
모르긴 몰라도... 영화 풍운을 보고 원작에 관심이 생겨 원작을 본 사람 중에,
그런 이유 때문에 꽤나 실망한 사람이 적잖게 있었을 것 같다.
영화는 그런 원작의 추잡함을 과감하게 날려 버리고, 웅패 부분만을 효과적으로 집어 내어
영화에 맞게 재구성했다. 정말 예술이다. 자세한 설명이고 증명이고 그런 거 다 필요없다.
원작 안 본 사람들은 원작 앞부분만 읽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작을 상당히 재구성했지만, 그러면서도 원작의 긍정적인 맛이나
원작의 풍운 분위기는 또 환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도 대단하다.
원작의 그 웅패를 영화는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는데, 이 장면은 스승인 웅패가
(목적을 위해) 풍과 운을 제자로 맞고서는 일부러 나중에 둘을 제거하기 위해
섭풍에게는 퇴를, 보경운에게는 장만을 가르쳐서 반쪽짜리 고수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으로,
원작의 웅패 그대로다.
그외의 인물들도 영화적 재구성에 맞추어 변화된 점을 제외하면,
원작을 꽤나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원작의 추잡한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쏙 가져 왔다고나 할까...
풍과 운이 어떻게 웅패의 밑으로 가게 되는가, 그 둘의 운명은 무엇인지 등등...
장편 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 이런 부분을 대충 넘기거나 소홀히 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풍운의 경우 대단히 효과적으로 이런 서두를 만들었다.
비록, 영화 보면서 욕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이 보이긴 하겠지만... ^^;;;
화면은 절정 고수인 남편 섭인왕이 은거한다니까 일부러 남편의 적인 웅패를 이용해
웅패에게 붙어서 영웅 마누라 행세를 한 섭풍의 어머니 장면이다.
웅패 때문에 몰살당한 보경운의 집... 유일하게 살아 남은 보경운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눈물도 안 흘리는 모습으로 보경운이란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이 과정에서 늘어지거나 필요없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잘라냈다.
원작은 시대를 고려하더라도 사족들이 많은 편이라 이런 영화의 노력은 상당히 가산점을 얻는다.
원작에서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가져왔다!...랄까.
쓸모 없거나 분위기 망치는 부분들은 과감히 아예 날려 버리고,
인물들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나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영화로 충실하게 가져온 덕분에,
단순히 단점만 버리거나 장점만 가져오거나 하는 수준에 비해서 몇배의 체감 효과다.
화면은 무공 연습을 위해 부하에게 습격하라고 한 보경운이,
부하가 전력으로 덤비지 않자 화 내는 장면이다. 어찌 당주님에게 전력으로 덤빌 수 있냐고
송구스러워 하니, 너 따위의 전력 공격도 못 막아낼 거면 죽는게 낫다는 식으로 말하는 보경운이
인상적인 장면이다.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가져 온다...는 건 캐릭터에게도 해당된다.
보경운... 원작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인데, 곽부성은 원작 이상의 보경운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럴싸해 보이는데 최소한 절반 이상의 공은 오로지 곽부성의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
원작의 보경운은 초반에는 멋있기만 한 인물이 아니다. 보경운이 어느 정도 멋있어지는건
스토리가 좀 흐르며 변화 되어 가면서인데, 영화는 그런 멋진 보경운을 기본 캐릭터로 설정하여,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보경운이다.
원작에서는... 초반 보경운의 찌질함(?)은 봐주기 힘들 정도다. ^^;;;
원작의 주요한 장면들은 대부분 인상적으로 영화에 살려 놓았다.
물이 있어야만 배운장의 위력을 제대로 내는 보경운이,
물이 없는 사막에서 웅패와 대결하며 불리해 지자, 자신의 피를 물로 삼아 공격 하는 장면...
이 싸움에서 보경운은 왼팔에 큰 부상을 입는데,
거추장스러운 왼팔을 아예 잘라 내고 그 피로 웅패에게 일격을 먹이는 부분..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천우신조로 (강력한) 왼팔을 얻게 된다.
이런 식으로 원작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은 영화에서 대부분 잘 살려주고 있다. ^^
원작의 찌질한 부분이 생략된 채 멋진 보경운이 나오는 영화인데,
특히 로맨틱한 부분은 반대로 크게 부각되어서 같은 사건 같은 장면이라도,
원작에선 보경운의 찌질함이 부각되는 경우라도 영화에선 적절한 재구성을 통해,
로맨스 가이로 극대화 시킨다. ^^
위 장면은 죽은 애인을 위해 무려 건설중인 황제의 무덤(황후던가?)으로 처들어가
애인의 무덤으로 삼으려는 장면이다.
암튼 원작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살린 스토리와 달리,
호불호가 갈리는 게 당연한 부분일 수 밖에 없는게 격투 장면들이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의 대결을 기대하면 황당할 수 있는 CG 대결이 나오는데...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가 꽤나 효과적으로 원작의 무공을 스크린에 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만큼, 나름대로 신경 쓴 장면들이지만, 반대로 원작을 아예 모르면서
이런 식의 CG 대결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겠다.
어쨌거나, 원작을 잘 살리려다 보니 그런거다. ^^
특히,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의미로) 손 꼽히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 웅패와 검신과의 대결 장면이 아닐까.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를 수도 있는 장면인데,
이 역시 원작을 잘 살린 장면이며 행여 원작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으로 멋진 대결이 펼쳐졌는데
영화에서 허접하게(?) 처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다면 완벽한 오해다.
뭐, 사실 풍운 원작을 몰라도 무협지나 무협 영화 좀 본 사람들이라면 대충 다 알
상황이긴 하다.
절세호검의 등장! 영화에 딱 필요한 만큼 언급되고 등장해서 좀 아쉬운 느낌도 있지만,
영화에 맞추려면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원작에선 이 절세호검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의 사건들을 지나야 한다.
말로는 모든 검을 지배하는(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검의 제왕? ^^) 절세호검이지,
원작에선 나중에 가면 이름값도 못 하는데... 이건 뭐 원작이 워낙에 드래곤볼스러운 작품이니
당연하다며 당연하다.
원작을 모르고 영화만 본 사람들이 욕하기 쉬운 장면인 풍운의 삼각 관계...
사실,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이 순수한(?) 재구성이다.
원작은... 여기에 불륜에다가 풍운만의 대결이 아니라 첫째 사형까지 더해져서
참 지저분하기 그지 없는 얘기가 펼쳐진다. 진정 바람직한 인간 관계의 재구성이다.
유위강이 참 좋아하는 것 같은 장면인 이(!) 장면...
유위강 영화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유위강은 왜 이(!) 장면을 좋아하는 걸까. ^^;;;
사실, 풍운 원작은 드래곤볼스러운 작품인지라 진행 되는 거 보면 참 기도 안 찬다.
드래곤볼처럼 인물들의 후세들도 등장하긴 하는데 그 과정도 뭐 강간에 출생의 비밀에...
풍운 원작은 영화처럼 깔끔하지 않고 참 지저분하다.
특히 영화가 더욱 깔끔한 이유가, 이어지는 후속작으로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이 한편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핵심적인 캐릭터마저 삭제하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인데 원작의 주요 인물인 절세고수 무명(맞나?)은 영화에서는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듣보잡도 아니고 무명 정도(원작을 보면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를 아예 삭제했다는건 원작의 무명팬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를 고려하면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결과물이다.
물론... 이는 후속작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기준이다. 최근 풍운2가 개봉했었나본데,
그 덕분에(?) 풍운1과 풍운2는 별로 이어지는 느낌이 없이 그냥 별개의 작품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하겠고, 이는 풍운1과 풍운2를 붙여 놓고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될 수 있겠다.
아마, 풍운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풍운1을 보고 풍운2를 보면 완전 이뭥이다.
풍운1을 안 보고 풍운2만 봐도 마찬가지... ^^;;;
암튼 간에...
길고 긴 원작에서 영화에 필요한 부분을 쏙 제대로 뽑아 냈고,
영화에 맞게 대담한 재구성을 하면서도 원작의 특징들은 잘 살리고,
원작의 단점은 과감하게 버리고 장점은 열심히 살리고...
이 풍운은 정말 괜찮은 만화 원작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풍운을 좀 모범 삼아서 다른 만화(게임이든 뭐든) 원작 영화들이 본 받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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