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 분노의 질주, 2001

베리알 2009. 11. 8. 23:55

 

 

 

 분노의 질주 1 (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오리지널이라는 부제까지 붙여 가며 이후로도 (현재까지) 4편까지 이어진 영화의 첫 작품.

 이후 시리즈들이 (적어도 내게는) 실망스러웠던 반면,

이 첫작품은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1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거의 예외가 없는) 진리 앞에선 제 아무리 분노의 질주라도

달려 도망치지 못 했다. ^^;;;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엔딩이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자동차들의 경주도,

아랫집에서 분노의 질주로 달려올 것처럼 포효하는 자동차들의 엔진 소리도,

어디선가 스턴트 대상을 수상했다는 멋진 자동차들의 곡예 장면도!

그 모든 것들이 다 매력적이었지만, 진정으로 충격이었던건 엔딩의 도미닉이었다...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유니버설에게 있습니다 ] 

 거리의 레이서들에게 전설의 존재인 도미닉.

 그러나, 그 화려한 일면 뒤에는 그 레이싱 실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범죄자의 모습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나쁜 일이 즐거워서 한 것은 아니었으니...

 

 

 하나뿐인 여동생도 챙겨야 하는등,

도미닉의 주변에는 (오지랖이 제법 넓은) 도미닉이 챙겨야 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러나, 도미닉의 굴레였다...싶을 정도로 도미닉이 신경 쓰던 여동생은

도미닉이 자길 위해 그랬었다는건 무시한채 저렇게 땡깡이나 놓고...

 

...이것이야말로 단물 쓴물 쪽쪽 빨아 먹고 버리는? ^^;;;

 

 

 동생 뒷바라지도 힘겨운데, 심지어 동료들도 그에겐 부담일 따름이다.

 경찰에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사고 친 동료를 위해 발버둥쳐 보지만...

 

 

 그렇게 구하려고 발버둥 쳤던 동료는 도미닉의 눈앞에서 살해 당하고...

 

 열받은 도미닉은 그의 자동차를 사용해 멋지게 복수를 한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안식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원한 지옥의 구덩이일 수 있는

가족이란 굴레...

 동료라는 이름으로 우정을 나누지만 사채처럼 떼어낼 수 없는 친구란 굴레...

 

 그 모든 굴레를 도미닉은 벗어 던지는데 성공하지만...

 

 

 도미닉에게는 정말 정말 벗어버려야할 마지막 굴레가 남아 있었다.

 레이싱으로 우정을 나누었지만 그를 잡아야 하는 경찰이기도 한 친구...

그와 마지막 레이싱을 펼치기로 한다.

 

 

 돌진해 오는 기차 앞으로 뛰어 들면서까지 질주한다!

 

 

 둘 다 멋지게 성공! ^^

 둘은 서로를 쳐다 보며 끈적한 뜨거운 눈빛을 나누는데...

 

 

 그런 엄청난 모험에는 성공했지만, 순간 방심한 도미닉은 듣보잡 차에 치어

공중을 날고...

 

 이 장면을 잘 보면 헬멧까지 쓴 스턴트맨이 스턴트를 하고 있는게 보인다. ^^

 예전 비디오 시절에는 대놓고 대역들이 얼굴까지 드러내고 보란 듯이 촬영했었는데,

DVD 시절까지 오니 그런 대놓고 대역은 마이 사라지고 이렇게 필요한 장면에서

CG 등으로 뒷처리를 하지 않는 정도까지는 왔는데...

HD 시절에서는 이제 이런 장면은 레이싱 자체를 CG로 할 것인가? ^^

 

 

 부숴진 차 옆에서 모든걸 포기한듯한 도미닉에게,

그의 친구는 끈적한뜨거운 눈빛과 함께 자기 차의 열쇠를 건네는데...

 

 

 핑계(?)도 좋다. ^^

 결국 도미닉은 그의 호의를 받아 들여,

그의 차를 타고 그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스탭롤이 다 지나간 후에...

 

 

멕시코의 바하란 곳을 달리는 어떤 자동차가 있는데...

 

 

 거기에는 당연히(?) 도미닉이 타고 있고...

 

 

 

 

 자유...에 대해 보여주고 얘기하는 영화들은 여럿 있지만,

그리고 그중에는 인상적인 영화들이 여럿 있지만,

여기서 도미닉이 말하는 이 자유란 대사만큼의 임팩트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다른 것들은 상관 없다고 말하는 도미닉의 대사가 와닿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여동생 비위 맞추고 뒷바라지 하느라,

그의 위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여러 사업적인 대외적인 관계들 유지하느라,

의지가 되는지도 모를 동료들이 사고 친거 수습하고 더큰 사고 못 치게 신경 쓰느라,

그야말로 도미닉은 넓은 오지랖으로 그와 상관이 있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에게 굴레로 씌워

헤아힐 수 없는 무게의 짐을 짋어진 채 힘겹게 살아오고 있었던 것...

 그런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레이싱을 즐기는 그 400m 동안뿐.

 

 

 하지만 이제 도미닉은 그 모든 굴레에서 자유롭다!

 레이싱 경기를 즐긴다는 것도 사실 자유롭지는 않다.

달린다는 그 순수함과 별개로, 레이싱에서 이긴다는 목적을 위해 누군가와 상관이 있게 되고,

누군가를 앞선다 혹은 누군가에게 추월당할 수 없다는 그 목적 자체가 이미 굴레일 수 있으니.

 

 그래서 이 마지막 장면에서의 도미닉은 누군가와 겨루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혼자 석양을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다.

 누구를 앞지르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군가가 봐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도미닉 혼자서 그를 얽매이던 그런 굴레들을 떨쳐 버린채

혼자만의 레이싱을 즐기는 이 순간...

 

 그는 진정으로 자유를 느끼고 있는게 아닐까.

 

 

 

 

 세상살이라는게 내게는 그렇기 때문이다.

 소중한 가족들이지만 어느 순간 순간에는 그 가족들이 지옥의 굴레가 되고,

나 자신이 또 그들에게 그런 굴레가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라는건 그런 굴레들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갈고리손톱이 되어 박히고...

 TV에 나온 아이돌들을 보며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그 아이돌들을 보기 위해 발버둥 치고 노력하는 자체가 내게는 또 하나의 굴레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정말 그런 모든 굴레들을 벗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의 내 위치를 유지하는 모든 요소들을 던져 버리고서라도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자유를 외치고 나가면 재벌집 딸래미가 반해서 달라 붙던가,

초인이나 외계인이 신비한 무공과 능력을 전수해 주던가,

이 세상이 뻥이니 진짜 세상을 위해 니가 필요하다던가

우연히 구해 준 사람이 엄청난 재벌이었다던가 등등 뭐 그런 스토리가 잘도 펼쳐지지만,

지금 내가 사는 이 Real World에선 아무도 모르게 객사하는 죽음으로 얻는

진정한(?) 자유의 스토리가 기다릴 가능성이 음...

 

 산다는건 참 괴롭다.

 

 

 

 

 

 

 

 

 

 레이싱에는 역시 이런 처자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