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보는데 문득!

이것만은 아니길.. 그러나 최고의 엔딩 - MBC지붕뚫고하이킥100319 126회

베리알 2010. 3. 19. 22:02

 

 

 

 드디어 기나긴 지붕킥의 대장정이 마무리되었다.

 시트콤으로 유명하지만, 그 이상으로 단점(드라마에 대한 집착 등등)으로도 유명한 PD였기에,

이번 하이킥도 조용한 마무리는 되지 않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만은 절대 아니길 바랐던,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최고의 엔딩으로

마무리를 한 게 아닐까 싶다.

 

 난 원래부터 지훈과 세경을 지지했었고... 그 둘에게 있어서 최고의 마무리를 생각하자면

이 엔딩은 버릴 수 없는 엔딩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한편으로 절대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 TV 캡쳐 화면의 저작권은 MBC에 있습니다 ]

 이 순간, 이 세상 어떤 커플보다도 뜨거운 교감을 나누고 있는 두사람이 아닐까.

 

 세경의 지훈에 대한 감정은 이전부터 많이 보여졌다. 사랑니 에피소드가 나왔었는데,

'사랑니'라는 점은 중요하다. 단순히 어른 이빨 뽑을 게 없어서 사랑니...라는 게 아니라,

사랑니의 의미는 다른 이빨과 바꿀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빨을 뽑으면 새 이빨이 나지만,

사랑니는 뽑혀진 자리만이 남을 뿐이다. 그 자리를 뭔가로 대신할 수 없다.

 세경에게 있어 지훈은 그런 존재인 것이다. 이뤄지지 않는 사랑도 있다는걸 알았다는 말은

사실상 PD의 엔딩 변명의 성격이 짙다고 생각되니 차치하더라도 이 지구상 수십억 인구 중에

세경에게 있어 지훈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럼 지훈은?

 난 솔직히 정음과 지훈의 연애질이 불편했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아서 말이다.

 어울리지 않는다는건 둘이 외모나 뭐 기타 조건이 안 맞는다 이런 게 아니라...

 세경에 대한 지훈의 태도를 보면, 정음은 의도적인(무의식적인?) 대타...랄까.

 세경에 대해 단순한 호의로는 볼 수 없었던... 단순한 호의'였'던 시기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언제부턴가 세경은 지훈에게 특별한 존재(사실은 초반부터...)가 되었던 것인데 말이다.

 

 지붕킥 초기의 지훈 캐릭터를 기억하는가?

 안하무인 + 사회력 빵점 + 인간 관계 킬러... 그런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가 어째서인지 세경은 계속 챙겨 준다.

 그리고 그러면서 점점 캐릭터 자체도 눈에 띄게 변해 갔다.

 초반의 지훈과 후반의 지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지훈을 그렇게 만든건 세경이었던 것이다.

 

 해리에게 신애가 있다면 지훈에게는 세경이 있다랄까...

 

 

 출국을 앞두고 어긋나는 것처럼 간을 보다가 슬슬 둘만 붙이는 거 보면서 불안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엔딩은 정말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이상의 엔딩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시트콤이란 장르가 원래 현실 반영이 강하지만, 특히 이 PD 작품들이 그랬고

이 지붕킥도 이미 찐~하게 증명해 왔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둘이 커플이 되는 것도 불가능이고 커플이 된 후도 문제가 가득하다.

 세경이 식모 세경으로서는 그 집에서 이쁨을 받고 인정을 받았겠지만,

신부감으로 들어 온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외국으로 나간 세경이 하버드대에 합격해 외국 교수나 뭐 그럴싸한 모습으로 귀국하지 않는한,

그 집 식구들 중에 환영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특히나 현경의 반대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집 식구들의 무서움...이라기보단 현실적인 인간성은 여지껏 신나게 보여 주었었다.

 그 집 식구들은 세경을 받아 들일 정도로 변하지 못 한다. 지훈이 혼기를 아예 놓쳐 중년 독신이

된다고 해도 글세...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누가 환영해 줄까. 당장 정음과 준혁은!? 그리고 정음과 준혁과도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인들이 선뜻 환영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인간 관계나 표현에 서툰 세경과 지훈인데, 그런 강력한 악조건 속에서

둘의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사랑이 변하니? 100%라고는 못 하겠지만, 아무래도 변하는 쪽이 (훨씬) 많지 않을까.

 말 한마디에도 흔들릴 수 있는 게 사람인데...

 지금 이 최고의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 행복한 순간에 자살을 하는 영화도 있었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사고로 기억 장애에 걸려 사고 전의 기억들은 그대로 기억하지만,

이후의 기억은 몇분씩밖에 기억을 못 하고 계속 리셋 되는 상황에 처한 애인이 결국 그와의 결혼을

하기로 하는데... 그 이유가 그의 사랑이 그 순간 그대로 변치 않는다는 것이었던 만화도 있었다.

 수십년을 함께 하며 뭔가 더 원숙해 지는 사랑이나 감정도 없지는 않겠지만... 가장 뜨겁던

그 젊은 순간의 사랑만한 사랑이 남녀에게 있을까.

 

 결국 현실적인 관점으로 보나 로맨틱한 관점으로 보나

이 마무리는 최선의 것들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비록 보고 싶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죽으면 그걸로 끝나는 건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사랑하는 두사람이 과거에도 미래에도 다시 없을 가장 순수한 교감을

두사람만의 것으로 한 채 외부의 방해나 감정의 훼손 없이 그 순간에서 시간이 멈췄다는 것...

 잔인할 수 있겠지만, 난 그 두사람이 그 감정을 이어가면서 벌어질 어려움과 상처를 생각하면

후자쪽에 비해서 과연 전자가 잔인하다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경이 원한 대로... 어쨌거나 시간은 멈춘 것이다. 세경이 세상 다른 모든 것들을 뒤로 한채

(심지어 아버지와 동생이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행복했던

바로 그 순간에 말이다. 난 그런 세경과 지훈이 불행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난 이 정말 정말 정말 만나고 싶지 않았던 엔딩에 치를 떨면서도,

한편으로 뭔가 편안함이랄까 안도감이랄까...도 느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붕킥의 마무리가 킹왕짱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붕킥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보던 세경-지훈 커플은 해결을 봤지만,

그외의 마무리는 너무 무책임했다. (해리네와 신애네는 사실상 원수가 되어도 괜찮을 상황이고,

주변 사람들도 어느 쪽 편들기 어려워 다같이 서먹해지기 딱 좋은 상황이다)

 비록, 어느 정도씩은 이미 마무리가 된 상태이고, 일부 사람들은 이미 그동안

미래 모습으로 보여줬었다는 것도 있긴 하지만... ^^;;;

 

 어떻게 보면 그만큼 이 지붕킥에서 세경과 지훈의 관계를 제작진도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단순한 에피소드 숫자 비교를 떠나서,

다른 그 어떤 인물들의 관계보다 난 이 둘의 관계가 관심이 갔었기도 하고...

 

 

 

 

 그야말로 방송은 끝나도 한동안 화제거리가 되어라!...라고 부추기는 듯한,

논란이 안 일어날 수 없는 엔딩(PD의 전작들 마무리의 명성 덕분에 대비를 하고 있었더라도...)

임에는 분명하겠다.

 그래도... 난 진정으로 눈으로 보고 싶지 않았던 엔딩이라고는 한편으로 생각하면서도

적어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세경과 지훈 그 둘에게는

이보다 더 행복한 엔딩은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 최소한 가장 행복한 엔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둘에게 있어서는 이런 엔딩도 나름의 마무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동안 참 즐거웠다.

 그동안 그 시간대 시트콤들이 시청률과는 별개로 대체로 보는 맛이 있던 건 사실이었지만

역시나 하이킥이 왜 하이킥인지 다시 느낀 경험이었다.

 그리고 PD의 악취미(!)도 다시금 느꼈고... 제발 시트콤 그만 두고 차라리 멜로나 하시든가. -.-;;;

 

 안녕 하이킥. 안녕 하이킥의 주인공들이여...

 

 

(*** 만약 이 엔딩 가지고 제작진이나 PD가 오픈이다!...라거나

두 사람은 꼭 죽은 게 아니다...고 한다면 확 그냥... --+

 이래 놓고 그러면 이건 뭐 예전 인나 커플이 동거 아니다라고 하던 것보다

훨씬 더 구차하고 더러운 변명 중의 변명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