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의 아니게 OTT를 볼 수 있는 중이라... 아직까지는 사조영웅전의 최신판인
사조영웅전 2017을 보고는, 다른 김용 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찾다가 보니 보이는 게
천룡팔부 2021이었다.
다른 김용 세계관 드라마들은 그래도 이 버젼 저 버젼들의 장점과 단점, 매력을
논할 수 있다고 보지만... 천룡팔부만큼은 2003 버젼이 무명승 같은 존재감이라 생각하는 바,
과연 볼 필요가 있을까...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신판이 어떤 모습인지 볼까?-하는 심정으로
시작을 하긴 했는데, 결국 끝까지 다 감상하기는 했다.
단점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긴 했다.
물론, 천룡팔부 2013에 대한 실망감이 쪼끔은 보정을 해줬을 수도... ^^;;;
천룡팔부 (天龙八部 - Demi-Gods and Semi-Devil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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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 2021.
천룡팔부라는 작품을 아는 분들이라면, 설명이 필요없는 캐릭터들. ^^
개인적으로는 이 화면만 보고도 살짝 기대감이 꺾이긴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천룡팔부 2003.
비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작품...
무려 2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천룡팔부 계의 지존, 무명승이란 걸
다시 확인하게 되는 걸작이다.
-이 화면을 어디서 만든지 몰라도, 작품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이 만든 것 같다.
보통 드라마 주요 인물들 배치를 해놓는데, 다 무시하고 그냥 소봉과 아주 크...
-개인적으로 김용 세계관에서 아주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가
무려 둘이나 천룡팔부에 나오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목완청이다.
그런데, 이점에서 2021판 목완청은 내 취향이 아니라 일단 좀 실망을...
-마스크 오픈하니 더 실망... ^^;;;
-아, 이건 일단 첫인상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 극 진행을 보면
그런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이번 2021판에서 설정된 목완청 캐릭터는 나름의 매력과 개성이
있고, 또한 그것이 결말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내 취향과 별개로 비중이 높긴 하고,
거기에 불만은 없다. 잘 만들어졌고 잘 연기 했다는 얘기.
-천룡팔부 소설을 볼 때도 완전 좋았던 게 목완청이었는데...
천룡팔부 2003을 볼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그 목완청이 바로 눈앞에!!!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천룡팔부 드라마라는 천룡팔부 2003답게,
그 캐스팅도 최고의 캐스팅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장흔의 목완청은 정말 쵝오다. 하앍하앍!!!
-마스크 오픈 때도 완전 조아!!!
-게다가, 외모로만 소설 찢고 나온 게 아니라 하는 짓은 그 이상!
그냥 차갑고 냉혹한 게 아니라 소설의 그 츤데레 목완청을 갓벽 이상으로 재현!
얼굴을 보이고 결혼하기로 한 사내 앞에서도 여전히 당당하고 찬바람 쌩쌩 불면서도
이런 츤츤함을 동시에 갖춘... 크.
-2021판에서 대놓고 기합 넣고 연출한 장면보다,
2003판의 이 장면이 훨씬 좋은 건 말할 것도 없... ^^;;;
-정말이지, 2003판의 그나마의 아쉬운 점은
지금 시점에서 화질 정도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판의 특징이라면...
출신이 밝혀진 후 적당히 넘어가던 것과 달리, 스토리의 진행에 맞춰 그로 인한 갈등을
강조하여, 캐릭터의 마무리를 확실히 짓는다는 점이 다르다.
단예와 결혼을 결심했었으나, 둘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후에도 여전히 단예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 하던 목완청은, 이렇게 단예와 왕어언의 사이도 엿보고, 서하의 부마 소동을
같이 겪기도 하면서...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스스로 떠나가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김용 노사의 수정들을 안 좋아라 하는 게 많은데...
그중에서도 천룡팔부 신수판은 최악으로 꼽을 정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 엔딩에 대해서는 살짝 공감하는 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단예와 목완청, 종영을 생각하면 원래의 엔딩은 분명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왕어언에 대한 단예의 마음은 진심이었다곤 해도, 그렇다고 해서 목완청과 종영이
단예에게 품었던 마음이 사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까. 단예 역시 마음이 없던 건 아니고.
단예 성격상 왕어언 이후에 후비를 들일 일은 없을테니, 그 두사람의 가여운 순정은
어찌할 수 없는 아쉬움인데... 그걸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게 개정 엔딩인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 엔딩은 사상누각이며, 작품을 뿌리채 흔드는 테러 행위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
-왕어언을 맡은 문영산.
일단 초반 등장에선 좀 이상하게 나오기는 하는데... 그래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건,
천룡팔부 2013의 믿을 수 없는 왕어언으로 이미 단련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
-실제로 극이 진행되는 걸 보면, 특유의 왕어언을 캐릭터로도 미모로도 보여준다.
-이 문영산이 누군가 하면... 괴작이라고 불러줄 수도 없는 망작, 영화 의천도룡기 2022
(의천도룡기지구양신공, 의천도룡기지성화웅풍)에서 조민을 맡았던 그녀다.
이상한 비주얼의 여캐들로 가득한 영화 의천도룡기 2022에서 그나마 봐줄만 했던 조민인데...
그게 안 맞는 옷이었구나...싶을 정도로, 이 작품의 왕어언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화면에 따라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2003판의 유역비의 왕꾸냥이 그야말로 이쁨 받고 큰 온실 속의 화초 인형 같은 느낌이라면,
2021판의 문영산의 왕꾸냥은 호랑이 같은 어머니 밑에서 꽤나 주눅 들어 큰 그런 느낌이랄까.
서로 캐릭터가 상당히 달라 보이고, 그로 인해 문영산의 왕꾸냥 연기가 빛을 발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유역비의 왕꾸냥에 비해서
뭔가 우울하고 쭈글한 그런 매력이 돋보이는 게 문영산의 왕꾸냥이다. ^^;;;
-단예와의 그림도 적당히 어울리는 편.
왕어언의 테마? 그런 음악이 있는데 분위기들도 잘 살고 좋았다.
-단지, 2021판의 단예는 별로 마음에 안 든다.
2013판에 비해서도 딱히 나은 것 같지도 않고...
레전드인 2003년판에서 어디 귀한집 도령 정도가 아니라 세자로 금이야 옥이야
잘 컸을 것 같은, 그런 태양의 미소 임지령의 단예에는 당연 비교가 안 되고...
보다시피 뭔가 여장남자 계열인가...싶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룡팔부 2021의 진짜 주인공은 단예이긴 하다.
2021판이 그야말로 소봉만만세...스러울 정도로 내내 소봉 중심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시작은 물론, 마무리까지 담당하는 게 단예라...
-기존부터의 데이터도 있겠지만, 2021년판의 캐릭터들을 보면
2003년판을 참고한 게 많다는 느낌도 있다.
-덧붙여서, 2021판의 단점 중 하나로, 단예가 너무 약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육맥신검이 약해졌다고 해야겠지만...
일양지만으로도 절기라 할 수 있는데, 그걸 여러개를 모아서 한번에 사용하는 게
육맥신검이니, 사실상 논외의 초무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판에서도 일양지들과는 차별화된 위력을 보인다. 하지만, 2021년판은...
그냥 일양지에 불과한 수준으로 묘사되어 안 그래도 지겨운 무공 장면을
더욱 지겹게 만들어 준다. 상당한 단점...
-분위기 때문인지, 원작의 무공 박사 스러운 느낌도 잘 살아난다.
-18년 전에 왕어언을 연기했던 유역비와 실제로 고작 한살 차이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
볼수록 이 드라마만의 매력적인 왕어언을 잘 보여주었던 문영산.
-드라마 진행 중에 대놓고 왕어언 영상집스러운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 된다. ^^
-위에서도 말했지만, 뭔가 어둡고 쭈글한 이 드라마의 왕어언을
잘 보여주는 연기력.
-암튼 2021년판의 문영산의 왕어언은 합격점이다. ^^
-물론, 합격점이란 얘기이지
그렇다고 전설의 레전드, 2003년판의 유역비의 왕꾸냥을 능가한다는 건 아니고... ^^;;;
이번에 2021년판을 보면서, 비교를 위해 2003년판도 다시 봤는데... 아 정말
드라마 자체도 그렇지만, 왕어언 역시 2003년판의 유역비가 전설의 레전드를 넘어서 무명승급!
-특히나 이렇게 쳐다보는 장면들 하앍...
개인적으로 2003년판에서 젤 좋아하는 시퀀스가 바로 우물 시퀀스인데...
드라마 내내 이쁨이 넘치는 유역비의 왕꾸냥이지만, 여기서의 유역비는 정말... ㄷㄷㄷ
-저 위에서 이어지는 얘기로... 내가 신수판 엔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게,
바로 단예의 이야기 전부를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천룡팔부에서 다른 주요 인물들 즉 소봉이나 허죽의 이야기를 딱 이거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예는 다르다.
천룡팔부에서 단예의 이야기는 왕어언에 대한 끝없는 구애라고 딱 잘라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단예와 함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이런 무한한 구애에 답하는 왕어언이고.
이걸 어거지로 엔딩을 고치면 그야말로 그동안의 내용이 공중에 붕 뜨는 것...
설득력을 위해서 중간에 내용들도 여기저기 손을 봤다고 하는데, 암튼 간에 이건
그야말로 원작파괴의 레벨인 것이다.
느낌으로 비유하자면, 사조영웅전에서 그렇게 함께 생과 사를 몇번이나 넘나들고는
결말 부분에 와서는 곽정이 뜬금없이 화쟁과 혼인하고 황용은 구양극에게로 가는 그런 거랄까.
2013년인지 2014년인지의 천룡팔부 드라마가 마음에 안 드는 이유 중에 하나도 이 신수판
엔딩인 것도 있다.
천룡팔부를 본 사람으로서, 납득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용서가 안 되는 엔딩인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음 게시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