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언젠가 조제 블루레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것 같은데...
나도 한때는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왜 저러나 싶었던 적도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지게 되었다. ^^;;;
당장 사조영웅전 (射雕英雄传 - The Legend of the Condor Hero, 2017)을 예로 들어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판본은 국내에 대사조영웅문이란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되었던,
홍콩 TVB의 1994년판이다. 그러나, 누군가 영웅문 1부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1994년판을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다.
애초 지금 시점에서 1994년판을 선뜻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한테 추천해달라고
물어볼 사람이 아니겠지... ^^
이럴 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판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금 시점에서 소위 가장
대중적인 Pick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중국 동방위성TV의 2017을 추천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력적인 콘텐츠야말로 자꾸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못 만들거나 문제가 있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들이 생기더라도,
재생산으로 인한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면 감수하고도 이득이 아닐까 싶은...
어떤 사건을 넣고 빼거나, 혹은 확대하거나 축소하거나 하는 것도 그렇고,
어떤 인물을 넣고 빼거나, 혹은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하는 것도 역시 그렇고 말이다.
일단 다양한 기회, 다양한 맛이 더 생긴다는 점만으로도 좋다 볼 수 있는... 그럴 것 같다. ^^
물론, 이 사조영웅전 2017은 그동안의 영웅문 1부 드라마 중에 단연 손꼽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딱히 여기서 이렇다 저렇다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
그래서 그냥 간만에 2017을 다시 보고 느낀 짧은 감상을 남겨 본다.
사조영웅전 (射雕英雄传 - The Legend of the Condor Hero,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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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쪽 일이 끝나지가 않아서, 본의 아니게 OTT를 계속 보고 있는 바...
이번에 감상한 것은 이 사조영웅전 2017이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봐도 참 잘 만들어진 판본이다.
어설픈 CG를 최소화, 배우들의 실제 액션 연기에 비중을 두고
그 또한 구태의연한 패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열정을 보여 주고 있고...
나무랄 데 없는 캐스팅과 그 이상의 열연들,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부드럽게 진행하기 위한 여러 수정들은 대부분 긍정적이고,
인물들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할 꺼리들은 던져 놓으면서도
원래의 인물을 딴사람으로 만드는 만행 같은 건 없고...
드라마 자체가 2017년에 만들어졌기에 지금 기준에서 봐도 낡은 느낌이나
시대 차이에서 오는 장벽도 없다.
그야말로 무협소설 원작 드라마의 모범 중의 모범이라고 할만하다.
단, 어떤 의미에서는 2017년 이전의 드라마들의 아쉬움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 드라마 이후에 나온 드라마들 중에 아쉬움이 남는 게 많다고도... ^^;;;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도 중반이 눈앞에 온 지금에도
여전히 방영이 안 되고 있는 사조영웅전 2023은 2017과 달리,
아예 드라마 구성 자체가 기존의 스토리 라인 연출이 아니고
아예 몇개의 파트로 인물들을 묶어서 각자 진행이 되는 방식이란 소리도 들리고...
(그동안의 드라마들이 사기 본기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다면,
사기 열전을 몇개 모아 묶은 느낌이려나?) 방영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겠고...
-주인의 황용을 좋아라하긴 하지만, 확실히 이일동(李一桐)의 황용도... ^^
-김용 세계관에 등장하는 여러 히로인, 여캐릭터 중에서도
가히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게 바로 사조영웅전의 황용이다.
극단적인 예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쪽 동네에서 만들어지는
김용 패러디물이나 야설물에서 압도적으로 선호된다는 것만 봐도... ^^;;;
-실제로 남자 입장에서 보면 의천도룡기 소소와는 또다른 이상적인 한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비슷한 여자 제갈량 타입인 조민하고 비교해 봐도 차이가 확연한데...
곽정이 황용을 좋아한다면서도 화쟁과의 약속 때문에 왔다갔다 거릴 때에도
자기는 괴로워하면서도 곽정을 생각하는 황용이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조민이라면? 상상도 하기 싫다. -.-;;;
-저렇게 애들 같아 보이는데도...
곽정 배우보다 4살 연상, 목염자 배우보다 5살 연상이었다니!
-영웅문 1부를 처음 보던 때만 해도 그냥 악당이었던 양강...
하지만, 나도 나이를 먹고, 드라마도 거듭 만들어지며 여러 재구성을 거치고...
그러다보니, 처음 볼 때와 지금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봤던 책에서는 진금남, 목염자가 다 나왔고
이는 결과적으로 양강의 몹쓸 녀석스러움(...)을 더해 주는 요소였지만,
이후 판본에서 진금남이 삭제되고 목염자 한명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양강에게서 그 몹쓸 녀석스러움을 조금 덜어내게 되는 것처럼...
-2008년인가 판에서는 아예 엔딩까지 바꿀 정도로 여러모로 공을 들여서
양강에 대한 재평가 얘기가 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양강이 악당이 아니란 것은 아니지만... ^^
암튼 이 2017년판을 처음 볼 때보다, 내가 더 나이를 먹고 지금 다시 보니
양강을 좋은 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도, 그때보다 양강에 대한 생각이
더 긍정적이 되었다랄까.
-사실, 왕자로 태어나 잘 먹고 잘 사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호사를 누리고 살던 애,
그것도 인성교육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닌 응석받이 왕자님이... 어느 날 갑자기 생전 처음 보는
별볼일 없는 이상한 남자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네~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딱히 저런 환경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해도 대혼란일텐데... ^^;;;
그후의 양강의 행보가 두말할 나위 없는 악당인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떤 안타까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는 그렇게 손을 더럽히면서까지 죽어라 노력을
하고 또 하는데도 계속 실패를 하고... 누구는 뒤로 넘어져도 주머니에 금괴가 충전되는
주인공 보정으로 계속 잘 나가질 않나... 심성 좋았던 사람도 안 변하는 게 이상할지도... ^^
-그렇게 왕자의 신분임에도, 그리고 명백하게 자기가 더 잘난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계속 열등감에 절여져 가는 그런 양감의 심정...
그리고 원치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계속 속일 수 밖에 없던...
그런 양강의 여러 갈등들이 느껴져서 거기에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김용 드라마들이 계속 만들어질 때마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관심거리지만,
같은 작품을 나중에 다시 보면서 또 다르게 느끼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바로 화쟁(華箏)이 달라 보였다.
-분명 예전에 처음 2017판을 볼 때는 그닥 눈길이 안 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보니 어우야... 이번에는 사실 황용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다. ^^;;;
그런데, 배우가 별로 안 유명했는지 이후로 크게 히트한 작품이 없는지,
배우 이름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배우 이름 표시를 찾아보기 힘들고,
있는 것도 다이원? 이렇게 다른 이름 몇가지... T T
-원작이나 다른 드라마 판본에서는 별 생각없던 화쟁인데...
그리고 전에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정말 엄청나게 귀엽네! ㄷㄷㄷ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질수록, 캐릭터들이 좀 달라지거나 더 풍부해지거나 하는데
이 2017판의 화쟁 역시 그렇다.
물론, 전체 비중은 역시나 안습이지만... 그 와중에도 같은 장면이라도 좀 더 확대하는 식으로,
나름의 여러 화쟁 장면들이 나오고 그때마다... 정말 커엽다. ^^
-단순히 커여운 게 아니라, 이 2017판의 화쟁 공주란 배역 자체의 매력과 찰떡이다.
몽고에 온 곽정이 화쟁을 앞에 두고도 황용을 10년이든 20년이든 찾겠다니까
이 나쁜 놈아~ 이러는 게 아니라, 그러면 자기는 10년이든 20년이든 곽정을 기다리겠다는
얘길 해주고 있다. 크...
-곽정 같은 둔팅이도 이런 얘길 할 정도... ^^;;;
-크, 정말 배우의 커여운 매력에 이 드라마의 화쟁이 합쳐져
이 엄청난 매력의 시너지가...
-그리고 기껏 찾은 황용이 죽었다고 술독에 빠져 사는 곽정을
다시 또 저렇게 다그쳐서 일어서게 만들고...
곽정을 만든 건 황용만이 아니었다. ^^
-홍콩이나 대만 시절 드라마들과 이후 중국의 드라마들의 차별점이라면
역시 셋트와 와이드 화면비의 차이랄까...
셋트 사용이 많았던 그 시절과 달리, 이런 멋진 풍경을 많이 담아 내고...
그게 또 와이드 화면비라 요즘 시대에 위화감이 없고...
실제로, 괴작들이 많기로 유명한 소오강호 드라마들 중에서 손꼽히는 게
2001년판인데... 작품 진행에 필요한 부분을 대충 대충 하거나 넘어 가면서도,
소오강호라는 제목에 걸맞게 강호에서의 유유자적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4:3 화면비에 그 시절 비디오 화질 수준에 그쳐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좋은 느낌들이 잘 살지 않는 게 안타까운...
-하지만, 그런 커여운 화쟁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좋아하는 남자와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고 만다. T T
-김용 소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
-암튼 오랜만에 다시 보면서도
처음 볼 때보다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지는 걸 보는 재미도 있고,
봤던 작품을 내가 나이를 먹고 다시 보면서 또 다르게 보이는 재미가 있고...
계속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나도 거기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
-아, 본의 아니게 계속 OTT를 접하고 있는데... 확실히 장점이 강려크하긴 하다.
이런 드라마들은 애초 블루레이나 4K UHD 화질 음질을 기대하지 않기에
보는데 부담이 없고... 그런 주제에 편의성은 너무 뛰어나다.
미디어를 찾고 재생하고 그럴 필요도 없이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으면
리모콘으로 다 되니...
뭐, 그렇게 쉬운(?) 덕분에 작품을 보는 집중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차피 드라마를 볼 때의 집중력은 영화와는 다른 것이고...
확실히 문명의 이기라는 건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내가 발을 들일 생각은 없다. 아니, 이렇게 편리함을
느끼게 된만큼... 더욱 더 발을 안 들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
-개인적으로 김용 세계관의 지옥이란...
구처기와 가진악이 가득한 세상일 것 같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