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세대 차이나 지역 차이 같은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의천도룡기 드라마 중에서 그닥 알려지지 않았던 판본 중 하나가 1994년판이다.
당시에는 신의천도룡기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는 정리가 안 되는지
최근 방영에선 의천도룡기 더 레전드라는 제목으로 나왔었고...
보통 의천도룡기 1994나 의천도룡기 94라고들 하나 보다.
이 드라마가 근래에 갑자기 알려진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의천듀스라고 불리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의천도룡기 2019에서
멸절사태로 나온 주해미 (周海媚)가 왕년에 주지약으로 나왔더라...라는 것 덕분.
그리하여 볼 기회를 노리던 중, 마침 지인의 도움으로 드디어 감상할 수 있었다.
그쪽 동네에선 엄청 유명한 의천도룡기로, 그리고 김용 노사 본인도 극찬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반해... 한국에선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악평이 자자한
드라마 판본이기도 한데... 직접 보니, 과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
의천도룡기 1994 (倚天屠龍記, 1994) - 의천도룡기 더 레전드 / 신의천도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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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의천도룡기를 아는 분들이라면 아마 뭔가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이게 의천도룡기라면 누가 봐도 분명히 장무기, 조민, 주지약의 3인의 화면일텐데...
다른 캐릭터들은 그렇다쳐도, 아무리 봐도 조민은 아닐 것 같은 그 느낌적인 느낌?
그것이 이 드라마의 혹평 요소 중 하나이다. ^^;;;
-바로, 조민 역을 맡은 엽동의 미모...
위쪽의 타이틀 화면은 그나마 잘 나온 느낌이고, 실제 드라마 느낌은 이렇다.
원작 최고 미녀로 나오는데 어째서 이런 캐스팅이 되었는지 미스테리이긴 하다.
더군다나, 상대역인 주지약은 역대급 미모의 주지약으로 불리울 정도라 더욱...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이 드라마에서 엽동의 조민이야말로
(그리고 이 드라마야말로) 이후의 의천도룡기 드라마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원작의 조민을 완벽하게 보여줬다는 여미한의 조민 이후로,
다시 또 그런 갓벽한 조민의 재현은 일단 포기한 듯이, 여러 트렌디한 요소들을 섞은,
소위 말해 MZ스러운 조민? 그렇게 뭔가 다른 요소들이 강조되거나 한 여러 스타일의
조민들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는데... 그 시작점이 바로 이 엽동의 조민이다.
-외모의 한계를 보충하기 위해서인지, 이 드라마에서 엽동은
정말 신들린 듯한 연기로 오만가지 조민을 보여준다.
오버스럽고, 지겨울 정도의 조민들(이 드라마의 문제점 중 하나인데...
역대 의천도룡기 드라마 중 최고의 분량인 64부작 드라마이면서,
그 분량의 대부분을 쓰잘데기 없는 내용으로 때운다. 그래서 지겹고 짜증난다...)이
드라마에서 마음껏 펼쳐졌기에... 이후의 드라마들에서는 그중에서 적당히 취사선택을 해서
드라마와 배우에 맞는 조민을 재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작에서 최고 미녀였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게 설득력이 없어서 그런지...
의외로 이렇게 다른 여자들의 연심에 관심이 많은 모습을 보인다. ^^;;;
-비주얼적인 몰입 자체는 아쉽지만... 연기 자체는 정말 엄청나다.
어떤 의미로는 아주 색다른 조민이자... 암튼 이때 이렇게 조민의 확장가능성을
잔뜩 펼쳐 놓은 덕분에, 이후 시리즈에서는 여러 매력의 조민들이 탄생했던 것 같다.
조민 뿐 아니라, 쓰잘데기 없이 긴 64부작의 내용도 마찬가지... 여기서 그렇게
헛짓거리를 잔뜩 해놓은 덕분에, 이후 의천도룡기 드라마들에서 취사선택으로
각본에 변화를 주는 게 수월해진...
그래서, 이 의천도룡기 1994는 여러 의미에서 이후의 의천도룡기들의
훌륭한 거름이라 인정하고 싶다. 진지하게... ^^
-그리고 이후의 의천도룡기들을 위한 또다른 거름, 마경도의 장무기...
엽동 못지 않게, 역대급의 장무기라고 하겠다.
장무기라는 캐릭터가 인성이 너무 좋고 세상물정 잘 모르는 순수 소년인 것과 달리,
이 드라마에서 마경도의 장무기는 그냥 바보다. 캐릭터 하는 걸 보면,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절로 떠오른다. 그냥 생바보다.
-단지 바보라면 거기까지...라고 하겠는데, 그 정도가 아니니 문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무기라는 캐릭터는 말도 안 되게 인성이 좋은 캐릭터인데...
이 드라마의 장무기는 거의 소시오패스 내지는 지독한 위선자의 면모를
기 - 나 - 긴 드라마 내내 자랑하기 때문이다.
위 장면은... 장무기 일행이 사손을 찾아 영사도에 갔다가, 주지약의 음모로
조민이 누명을 쓴 채 사라지고 의천검과 도룡도도 없어진 그때, 주지약이
주아를 죽게 만들었던 그 사건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등장 인물들은 그 사건의
범인이 조민인지 주지약인지 확정을 못한 상황.
거기서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주아를 거리에서 발견해 데리고 오는데...
거의 죽은 거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났지만 기억이 없는 주아인데,
그런 주아를 저렇게 데려와서 바로 한다는 짓이 바로 저거다.
다짜고짜 그때 범인이 조민인지 주지약인지 대답하라고 다그치는 거...
심지어 주아는 장무기의 애처 타이틀로 무덤에 묻혔었는데 말이다.
애처는 커녕 사람으로나 생각을 하는 걸까.
-오죽하면, 광명좌사 양소가 나서서 그런 장무기를 말릴 정도...
평소에 입에 발린 좋은 소리는 엄청 해대는 게 장무기인데,
정작 자기가 급하면 다짜고짜 자기 일만 중요하고 남의 사정은 안 본다.
완전히 더러운 위선자로밖에 안 보이는...
-이 장면도... 장무기와 주지약의 결혼식 날,
갑자기 난입한 조민이 사손의 머리카락으로 결혼식을 망치고 장무기를 데려 가는 장면인데...
장무기조차 당황시키는 놀라운 무공으로 주지약이 조민에게 무서운 상처를 입혔는데,
그런 일격을 맞고 조민이 저렇게 죽네 사네 하고 있는데도
빨리 사손에게 데려다 달라고 보채고 있다.
정말 장무기 보기 싫어서 드라마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
-그렇게 빈사의 조민과 사손을 찾아 가던 중에 객점에 들르는데...
거기서 양아치 무리가 조민에게 달려 들어 희롱을 하고, 빈사의 조민은
제대로 대응을 못한 채 장무기에게 살려 달라고 하는 상황인데...
그동안 조민에게 이렇게 저렇게 당한 게 많다는 이유로, 장무기는 그게
조민이 꾸민 자작극이라 단정 짓고, 희롱당하는 조민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저렇게 얘기하고는 그냥 가버리는 장면이다.
-인성 빻았다...하는 표현을 쓰는데,
정말 이 드라마에서의 장무기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
-그런 주제에 남의 일에 나서서 입에 발린 소리는 계속 해대고...
정말 배우도 마음에 안 들고, 기본 캐릭터 스타일도 정준하 같아서 마음에 안 드는데,
설상가상 여느 악당 못잖은 인성 빻은 위선자 수준의 성격까지...
왜 이 드라마의 장무기가, 역대 장무기 중 최악으로 꼽히는지 절실히 느꼈다. -.-;;;
-그리고 여기서 이렇게 감정 변화나 행동 패턴이 엄청나게 기복이 심한 장무기를
잔뜩 시험해 놓은 덕분에... 그걸 거름으로 삼아서, 이후 의천도룡기 드라마들에서는
나름의 개성적인 장무기를 만들면서도 망으로 가는 건 피하는... 그게 가능했던 것 같다.
-비단 장무기뿐 아니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원작에 비해서 엄청나게
그 특성이나 장단점이 오버스러울 정도로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 해당 캐릭터들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데이터베이스,
그것은 좋은 거름이다...
-이 드라마는 무려 64부작이다.
하지만, 각색은 너무 심해서... 원작의 중요한 이벤트나 중요한 흐름이
대폭 축소되거나 삭제되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놓고 저 기나긴 방영 시간의 상당 부분을 오리지널 내용으로 채우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캐릭터들도 비중이나 하는 짓이 널뛰기를 하는데...
이 정민군도 참... 그렇다.
-뭐, 저런 얼굴의 주아를 보고 저렇게 못 생겼다고 하는 거야
원작에서 익스큐즈된 거니 그렇다치려고 해도... 정민군 본인의 얼굴 덕분에
익스큐즈하기가 힘들다. ^^;;;
-거울도 안 보는 여자, 아니 거울도 안 보는 정민군은
그동안의 악행들은 1도 생각을 안 하고, 강려크한 무공으로 아미파를 장악한
주지약 장문의 시다바리 노릇을 하다가 저런 불평불만을... ^^;;;
-그래도 이 드라마의 정민군은 굉장히 신분상승(?)을 한다.
무려, 주지약의 구음지경을 몰래 훔쳐내 익혀서는 이렇게 주지약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나올 정도...
물론, 주지약은 이 드라마판에서는 장무기조차 능가하는 최강의 고수로 성장하기 때문에,
저런 정민군 정도는 바로 끔살...
-아미파에 정민군이 있다면, 무당파에는 송청서가 있지...
주지약에 헤벌레하다가 그러다가 이렇게 주지약을 진심으로 걱정했다고 얘길하고선...
-바로 겁탈 시도!
그리고 사숙도 죽이고 무당파에는 독을 풀고...
-이런 개차반도 여자가 저절로 붙어서 돌봐주는데... -.-;;;
여자한테 얹혀 사는 주제에, 저렇게 주지약은 여전히 밝히고...
그 여자가 보살이라, 그런 송청서와 주지약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도 해준다. -.-;;;
-뭐, 결국 송청서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며 주지약과 구음진경의 무공을 배우고,
도사대회에서 아버지 송원교를 향한 주지약의 일격을 대신 맞고,
그리고 그런 주지약을 향한 송원교의 일격도 대신 맞고,
그러고 나서 또 한참을 지루한 과정을 거친 후 죽는다. -.-;;;
인간 말종짓을 하다가 위선도 떨었다가 다시 말종짓도 하다가 또 위선을 떨다가...
그렇게 되풀이하다가 결국 어처구니없는 미화 엔딩.
-송청서의 아버지, 무당칠협의 첫째 송원교는 아들 못잖게
역대 의천도룡기들 가운데 손꼽을 정도로 무능하고 멍청하다.
-이 드라마에서 작정하고 멋지게 만들어낸 광명좌사 양소.
엄청난 분량과 멋을 자랑하는데, 의천도룡기 2019의 원류가 이 드라마라는 게 팍팍 체감이 된다.
-무공 표현들은 보는 것처럼 그래픽을 넣었는데... 시대를 생각하면 깔끔하고 볼만하다.
이전의 의천도룡기1986에 비하면 화려한 맛이 있고,
그리고 이후 의천도룡기2003에서의 그 절망적인 CG에 비하면 뭐... ^^
-최신 작품에선 이름도 언급할 수 없고,
내용도 크게 부각시킬 수 없는 그 캐릭터, 주원장...
이 과거의 대만판 드라마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비중으로 나온다.
-물론, 그런 엔딩이 준비되어 있는 만큼... 군사적 재능을 제외하면,
아주 내내 인간쓰레기로 나와서 장무기나 양소 등의 명교 간부들과 대립하고
또는 그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등등...
-심지어 그 마누라조차 남편 보고 저런 질문을 던질 정도...
-앞에서 뒤에서 온갖 수작을 부리는 덕분에(과연 전쟁 영웅!)
장무기는 다른 명교 간부들과 사이가 벌어지고
명교 교주로서 위신도 계속 추락하고...
-장무기와 고난을 같이 하고 친형제나 다름 없던 상우춘은,
그럼에도 이 의천도룡기 1994에서는 주원장의 순수한 꼬봉으로 나온다.
뒤에서 조종하며 앞에선 자제하는 주원장과 달리,
앞에서 서슴치 않고 대놓고 무려 교주인 장무기를 비방한다.
-그리고 엔딩은 당연히 주원장 더 엠페러인데...
이 과정도 정말 기가 막히다.
계속 강조하지만, 최대 분량의 의천도룡기라서...
주요 무림인들의 갈등이 다 해소되고 장무기의 하렘도 정리가 되고 나서도,
주원장이 장무기를 무너뜨리고 양소를 죽이고 명교를 장악하는 과정이
사극 막장 드라마처럼 한참을 이어지고 나서야 엔딩에 이른다. -.-;;;
-원작에서도 마음에 들어 하는 캐릭터인 주아(은리).
이 드라마에서는 양보위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드라마 외에는 출연작이나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 T T
-위에서 말할 것처럼, 이 드라마는 캐릭터들이 지나칠 정도로 장단점이나 감정이
증폭되어 있는데, 주아도 마찬가지... 아주 날아다닌다. ^^
-주아라는 캐릭터도 좋아하는데,
배우가 취향에 맞게 굉장히 귀여워서 더욱 좋았다. ^^
-기억을 잃은 채 발견되었던 주아는 아버지 은야왕과 즐겁게 지내다가
우연히 기억을 찾고는... 이렇게 장무기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채(^^;;;) 떠나 버린다.
-이 드라마의 독특한 설정...
원작 소설에서는 명교에서 검소한 삶을 지향하라고 하기 때문에,
부인을 여럿 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나오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아예
명교의 계율로 박아버렸다. 교주조차도 어쩔 수 없다고... ^^;;;
(아니, 교주가 뜯어 고치면 그만 아닌가? 교주 외에 들어가면 목숨을 잃는
비밀통로 규정도 뜯어 고쳐 놓고선...)
-그리고... 주해미의 주지약!
여기서 멸절사태에게 자기가 받은 압박을,
시간의 강을 넘어 다음 주지약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
-초중반 이렇게 평범한(?) 주지약으로 나올 때에는 그냥 이쁜 주지약이다...라는
정도의 느낌 밖에 없어서, 왜 이 주지약이 그쪽 동네에서 왜 그렇게 레전드로
평가받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은 영사도의 사건에서부터 바로 풀린다!
그야말로 주저없이, 악마의 얼굴을 하고 인정사정없이 조민과 주아를 죽이고는
이렇게 씨익~하는 미소를 짓는 이 장면을 본 순간부터! ㄷㄷㄷ
-중간에 거지 변장도 하는데,
묘하게 아이브의 가을 선배랑 닮았다. ^^
-암튼 그전까지는 얼굴만 이쁜 주지약...이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갑자기 캐릭터가 넓고 선명해지며,
갈등을 일으키고 휘말리고 후회하고... 그러면서도 계속 안 그런척
오히려 누명을 조민에게 뒤집어 씌우는 시도들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진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조민 VS 주지약은 정말... 대결이 되지 않는다. ^^;;;
-암튼 그전까지는 그냥 향기없는 꽃...이었다면,
영사도 사건 이후 갑자기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꽃이 된 느낌이다.
정말 이래서 그렇게 전설이구나...라고 납득!
-그동안 위선과 요조숙녀의 봉인구라도 달고 있었나...싶을 정도로,
장무기에게 이렇게 쏘아 붙일 정도로 캐릭터가 싹 달라진다.
위험한 매력이 풀풀... ㄷㄷㄷ
-어떤 분들에게는 포상일 눈빛! ㄷㄷㄷ
-밥을 못 먹던 장무기에게 밥을 떠먹여주던 그 주지약은 어디로 가고...
멸절사태의 잔인한 가스라이팅과, 주화입마의 콤보로 인해
인성이 점점 맛이 간 채 목적을 위해서만 달려가는 괴물 아니 마녀가 된 주지약!
-그런 주지약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송청서는 필살 따귀를 날려 주지약의 총애를 받는데 성공하고...? (^^;;;)
-주지약의 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
장무기를 제외한 고수들도 상대가 안 되는 경지에 금방 다다르고...
-원작과 달리, 세명이 아니라 혼자인 소림 신승을 상대로
그 무서운 채찍을 빼앗아 내고, 이렇게 장력까지 겨루는 무시무시한 경지!
-결국, 조민과 연애질이나 하던 장무기는,
죽어라 수련하는 주지약에게 따라 잡혀 패해 죽을 처지에 이르고...
여기서 조민이 기지를 발휘해, 진정으로 천하제일이 되려면
장무기가 아니라 무당의 장삼봉을 이겨야 하는 거 아니냐 도발을 한다.
-음, 실제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의천도룡기에서 진정한 고수는 단 둘뿐이라고 보기 때문에...
바로, 명교의 교주 양정천과 무당의 장삼봉.
장무기는 사실 절세 고수라고 할 수가 없다. 물론, 일신에 지닌 무공들은 놀라운 것들이고
내력만 따지면 저 둘보다 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고수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김용 노사가 영웅문 3부작의 세주인공은 동급이다...라고 얘기했다지만, 팬들은
장무기가 제일 처진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곽정이나 양과야 약캐 때부터
강자들과 싸우며 죽어라 고생하고 노력을 해서 천하제일의 경지에 다다랐지만,
장무기는 그런 게 없다. 곽정이나 양과가 티코부터 시작해서 자동차를 개조하고 수리하고
계속 온갖 사람들과 경주를 해서 결국 F1 챔피언이 되었다면, 장무기는 갑자기 F1 머신을
받아서는 동네 레이싱에 뛰어든 느낌이랄까. 확실하게 약자들을 상대로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으니 조금만 변수가 생겨도 어쩔 줄 모르고,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는 싸워 본
적도 없고... 그런 수준인 것.
게다가, 장무기가 의천도룡기 시대에 설친다고 해봐야 여러 간접 비교 도구들로 인해
약해진 무공이 팍팍 체감되는 약자들의 시대이기도 하고... ^^;;;
-양정천은 자력으로 건곤대나이의 상위 단계에 오를 정도로 그 자신이 고수이고,
활동하던 당시에는 명교를 단단히 결속시켰을 정도이니 그 무공은 찐이라고 밖에는...
게다가, 소림 신승 트리오가 부끄러움도 무시하고는 셋이서 양정천을 상대하기 위한
전법을 짰다는 것만 봐도, 이미 그 소림 신승과 양정천의 격차는 어나더 레벨인 것.
의천 시대의 진정한 고수라고 할만하다.
장삼봉은 그 무공이 허약해진 의천 시대가 아닌, 아직 서슬이 퍼렇던 신조 시대의
말미에서부터 스스로 맨땅에서 시작해 문파를 세우고 그 문파를 무림의 대표 문파로
만든 장본인인데... 이런 사람이 약할 리가 있나. 실제로 의천 시대의 최고수들 중 하나인
현명이로만 해도, 한명뿐이긴 해도 단숨에 제압하는 게 초반에 나왔을 정도.
장무기가 의천 내내 쌓은 경험치로 작품 결말에 가서야 구양신공과 건곤대나이를
최고로 발휘해서 현명이로가 서로 싸우도록 제압했던 걸 보면, 두 사람의 무학의 차이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드러난다랄까.
-그외에는 의천시대에 뭐 딱히 클래스가 없으니...
양씨 집안의 후예는 구음진경 원본 보정이 너무 크고, 장무기 이상으로
온실 속 화초일 듯하니 그들과 겨룰 수준은 아니라고밖에는... ^^
-그래서, 정말로 장삼봉에게 도전을 하는 주지약!!!
나름의 재능은 있었지만 구음진경의 무공을 속성으로 일부 익힌 걸로 끝이었던 그 주지약이...
장무기조차 누르고 장삼봉에게 도전하는 이 이야기라니! ^^
-이렇게 간략하게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이 1994 드라마는 정말 괴작이다.
역대 최고 분량을 자랑하는데, 그게 원작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재현하거나
보충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런 장면들은 생략하거나 축소하거나 해놓고
아무 필요없는 작가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푹푹 채워 놓은 상황이니... 정말 엉망진창이다.
원래 의천도룡기가 수많은 캐릭터와 갈등이 있으니, 그걸 그대로 펼치고
해결하는 것만 해도 모자랄 판인데... 그런건 생략하거나 축소하고 작가가
던진 엉뚱한 이야기와 갈등이 줄줄이 이어지니... 내가 보고 있는 게
의천도룡기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그 과정도 대부분 수다로 다 처리하다보니 정말 지루하고 지겹다.
-예를 들어, 후반에 몽골의 군주라는 자신의 입장과 그 아버지인 여양왕,
그리고 몽골과 적대하는 명교의 교주 장무기... 이 셋의 관계 때문에
여양왕과 조민, 장무기 셋이 갈등을 빚는데... 일절만 해도 될 걸 수도 없이 반복한다.
조민이 장무기한테 갔다가 안 되니까 여양왕한테 와서 징징 대고,
가지 말랬는데 또 나와서 장무기한테 갔다가 또 안 되니까 다시 와서 징징 대고,
역시 가지 말랬는데 다시 장무기한테 갔다가 또 울면서 오고,
장무기랑 연 끊었다면서 뻥카를 친 게 들통나 또 징징 대고...
의천도룡기의 인상적인 장면들은 삭제하거나 팍팍 축소시키고,
저런 장면들을 팍팍 넣어서 분량을 채우는데... 진짜 짜증나고 지겹다.
역대 최고 분량의 의천도룡기라는데... 그 분량의 상당 부분은 저런 식이다. -.-;;;
-단, 그렇게 여기서 온갖 깽판(?)을 쳐놓은 덕분에...
이후의 의천도룡기들은 굳이 실험을 하지 않고도 좋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래서 이 의천도룡기 1994는 훌륭한 거름이다.
-참고로, 어떤 분이 의천도룡기 2019와 의천도룡기 1994를 비교한 블로그를 링크해 본다.
https://blog.naver.com/samfifa/221579336539
아무리 봐도, 1994판의 실험 데이터를 잘 활용한 것이 2019판이라고 봐도... ^^
-암튼 나름의 장점은 분명 있는 의천도룡기인 것은 맞다.
특히, 이후 고원원이나 축서단의 주지약처럼 단순한 악이 아니라
공감이 가는 애처로운 주지약이 아닌... 진정한 악으로 봐도 좋을 정도로
완전히 맛탱이가 간 주해미의 주지약은 그 무시무시한 매력이 넘쳐 나고...
생략된 원작의 갈등과 이야기 대신 채워넣은 것들은 대부분 지겹고 짜증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흥미로운 것들도 있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매력이 없는 정도를 넘어 인간말종인 장무기나,
신들린 듯한 연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깨는 조민 등등...
그리고 쓰잘데기 없이 길고 긴 분량까지... 어디 가서 추천하기는 어려운 판본.
인상적인 판본으로 꼽는 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최악의 판본으로 꼽는 분들이
많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주해미님 편히 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