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헨타이옹께서 이 작품, 이노센스에 대한 썰을 풀어 놓으신 걸 보고
간만에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 블루레이를 달려 보았는데... 오히려 과거에 봤을 때보다
그리고 블루레이 이전의 매체들로 보았을 때보다 특히나 이 작품, 이노센스에 대한
감흥이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니... 기술적으로 이만큼 완벽하게 사이버 세계를 표현한 작품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log.naver.com/zrader04/223416198326
[블루레이] 이노센스
이노센스 (イノセンス - Innocence: Ghost In The Shell, 2004)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업체에 있습니다 ]
*** 언제나 강조해 왔지만, 내 무늬뿐인 디스플레이와 공짜폰으로도 안 가질 스마트폰의
카메라 수준의 결합으로 인해, 제대로된 캡쳐는 도저히 안 나오니... 그냥 대강의
분위기만 본다는 느낌 이상을 고려하는 분들은 없으시길... ^^
또한, 그로 인해 과도하게 푸르딩딩하거나 붉으딩딩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도! ***
*** 멈춤 표시는 그냥 넣어 놓는 게 아니고... 이 표시의 상황을 보고 화면 캡쳐의 왜곡 정도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이 빨간 멈춤 표시가 평범에 가까울 수록, 캡쳐시 화면의
왜곡이 적다는 것으로 그나마 실제 화면에 가깝다. 그나마... ***
-국내에 발매된 블루레이.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전면.
-아웃케이스 + 킵케이스 후면.
-분량이 좀 되는 북클릿과 함께 내부.
-메뉴 화면.
배경으로 본편 화면들이 흘러가는 방식.
-공각기동대가 오리지널 블루레이에, 2.0 블루레이로
사운드 디자인과 스펙이 완전히 달랐던 것과 달리,
이노센스 쪽은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본편 트랙은 DTS-HD MA 6.1Ch 한개로 들어 있다.
-챕터 숫자도 완전 시원 상쾌... ^^
-저런 부가영상들을 담고 있다.
-그 시절에 봤을 때보다, 블루레이로 그것도 황혼기도 지난 시점에서
다시 보니까... 오히려 예전에 봤을 때보다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랄까.
아직 CG 기술이 지금 정도인 시절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기말의 그
플스 게임 동영상 수준인 시절도 아닌... 그리고 기술적으로 과거의 것과
미래의 것들이 아직 다들 뒤섞여 있던 그 기묘한 타이밍에 만들어진 작품...
이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굉장히 의미가 있다랄까.
-CG 기술 자체도 세기말보다 나아졌던 데다가,
감독의 의도에 의해 노이즈 효과까지 들어가서 전반적인 영상도
칼같이 뚜렷하기보단 살짝 흐릿하고 모호한 느낌이 드는데...
덕분에, CG의 이질감이 덜하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위화감은 확실한...
그래서 이질적인 느낌이 살짝 남아 있으면서도 그럴싸한... 그런 기묘한 느낌을 보여준다.
-믈론, 그런 맛을 즐길 수 있는 건
돈을 많이 들여 만들었던 것도 중요하고... ^^;;;
-시기적으로 디지털 작업을 하더라도 고해상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았을 때인데...
(당시는 몰라도 지금 기준에선 저해상도 디지털로 만들어져, 이후 화질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라던가... 근래까지도 2K DI로 마무리하는 작품이 흔한 게 현실)
꽤나 기합을 넣고 통크게 만들었던 건지, 저해상도 느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상당히 준수하고 자연스러운 경지를 보여준다.
당장 그 시절 헐리웃 메이저 영화들도 블루레이급으로 보면 이질감과 위화감이
장난이 아닌데... ^^
-또한, 2D와 3D의 적극적인 활용이나 당시 기준으로 의욕이 불타는 CG들은,
만들 때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블루레이로 보면 아주 오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전뇌 해킹이 일상이 된 시대... 그야말로 그 전뇌를 통해 인식되는 보이는 것들이
실제 하는 것인지 해킹되어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저 세계관에서,
저렇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화면들은 그런 사이버 세계를 훨씬 더 현실적으로
체함하게 해준다.
-전통적으로(?) 한글도 많이 등장하는... ^^
-이런 객체들도 2004년에 만들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잘 만들어졌으면서도 적당히 남아 있는 CG 느낌은
제작진이 의도한 건 아니었을텐데도 이 사이버 세계에 몰입감을 높혀주는 효과가...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노센스가 2004년작인데... 공각기동대 2.0은 2008년작.
그런데, 2004년에 이런 수준으로 만들어 놓고도
2008년의 공각기동대 2.0은 정말 눈 뜨고 못 봐줄 수준 밖에 안 되는 게...
(과거 감상기에서도 언급했듯이, 내 기준으로는 이건 거의 테러다)
이게 애초 돈을 쏟아 부어서 만들어진 극장판과, 적당히 땜질을 한 차이인가. ^^;;;
-이게 정말 오묘하다.
기본적으로 엄청 화려해서 더 이질감이 있을 것도 같은데...
실제로는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작품의 세계관에 딱 맞게, 아주 적당한 이질감은 존재하면서도 리얼하다랄까.
-게다가, 헐리웃 메이저 영화들도 그 시절 작품들 블루레이로 보면 엉망인 게 흔한데,
지금 시점에서 블루레이로 봐도 괜찮을 정도로 애초 높은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도
더욱 굉장하고...
-일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킴의 저택 파트는
그렇게 뛰어난 이 작품 중에서도 그런 점에서 가히 백미라 할 만하다.
-현실 세계인 듯 사이버 세계인 듯
선명하면서도 모호한 그 공간의 표현은 정말 지금 기준으로 봐도 감탄스럽다.
-아예 세기말 시절의 이상한 CG 등도 아니고,
생각 이상으로 잘 만들어져 있으면서도 아주 적당하게 남아 있는 위화감은
오히려 이 작품의 사이버 세계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한다랄까...
-아예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세기말 시절의 그런 티나는 느낌도 아니고,
현실 세계인 듯 사이버 세계인 듯, 지금 보이는 게 현실인지
나도 모르게 전뇌 해킹을 당해서 보이는 환상인지 모를,
그 어느 쪽이라도 좋을 듯한 그 기묘한 경계선이 정말 환상적이다.
-단,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사이버 세계 색감이 노랑색으로 설정된 건
조금 아쉬운 생각도 든다.
이노센스 자체로 보면 그런 생각이 들 필요가 없지만... 이로 인해서
공각기동대 2.0의 사이버 세계 색감도 깔맞춤되어서 그렇다.
매트릭스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그 녹색의 모노크롬 글자들도 사실
공각기동대의 영향인데... 그 인상적인 연출들을 싹 교체해 버렸으니 말이다.
-근미래를 다루는 작품들은 이런 것도 하나의 재미랄까...
미래에 대해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만, 동시에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딱 그 시절 갬성의 연결 단자들이랄까. ^^
-하지만 그 소동을 겪고도 결국 인간은 인형을...
-그 장면을 단순히 주인공이랄 수 있는 바토와 그 애완견이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일부 뇌를 제외하고는 전부 기계로 대체된 사이버 인간과 그런 인간과 대조적으로
훈련도 안 받은 듯 완전히 원시적으로 노는 동물인 애완견이 보고 있다는 게... ^^
-공각기동대에 비해서 (다소의 문제점은 지적되지만) 넘사벽의 사운드를
보여... 아니, 들려준 게 공각기동대 2.0인데,
그런 공각기동대 2.0도 고개를 못 들 정도로 엄청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게
바로 이노센스이고... 애초에 그 시절 저런 포맷을 지향해서 만들어 졌기에
가능했나 보다.
-화면도 물론 그랬지만, 이노센스의 사운드 역시 블루레이 시대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서 감상하는데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
물론, 일부 장면들에선 최신 기준으로는 다소 약하다 싶은 장면들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사운드의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특히, 근래에는 너무 철저하게 가공이 되다 보니 분명 대단한 디자인에 음질임에도
어떤 의미로는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현실성이 감소하는 느낌마저 있는데...
이 작품은 실제의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근래의 사운드 경향과는 다른 느낌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지금 이 순간이 현실 세계인지 사이버 세계인지 모를 이 작품에서... 이런 사운드의 경향은
정말 독특한 매력을 영화에 더해준다랄까.
-그렇게 영화로서 화면이나 소리 모두 궁극의 사이버 세계를 구현했다고 해도 좋을,
그런 대단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작품 자체는 거기에 따라가지 못 했던 것 같다.
전작인 공각기동대 극장판이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젖절히 차용해 잘 각본을 만들어,
흥미로운 사건들의 연속에 사이버 세상이 어떻고 저떻고를 고려하지 않아도
누가 봐도 AV적으로도 인상적인 대결 장면들까지 펼쳐 보고...
아주 인상적인 작품의 일단락이었던, 전뇌 인간조차 초월한 진정한 사이버 인간을
출현시키면서 마무리를 지었던 그 사건으로 끝을 냈었는데...
이노센스 역시 원작의 어떤 에피소드를 기본으로 다른 에피소드들에서 여러 요소들을
따오고, 그걸 재구성해 각본을 만들긴 했지만... 분명 영화적으로 엄청난 공을 들였음에도,
전편만큼 확 와닿는 방향이 아니었던 데다가, 그 사건들을 벌여 놓은 것치고는,
전편 같은 인상적인 엔딩도 아니었고...
그리고 공각기동대 정도면 정말 젖절했는데, 이노센스는 진행 내내 정말
지나치게 설교에 가까운 수다들을 자제 못 하는 게 음... ^^;;;
과유불급이란 말이 딱이랄까. 오시이 마모루는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암튼, 다시 보니 더욱 더 안타까운 작품인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 봐도 감탄스러울 정도의 경이로운 AV 퀄리티로,
아주 살짝 존재하는 위화감마저 작품과 잘 어울려져 사이버 세계를 다룬
그 어떤 작품들보다 더 더 사이버 세계에 빠진 듯한 착각을 주었는데...
그렇게 공 들여서 멋지게 펼쳐 보인 것에 비하면 흥행도 못 했고,
작품의 위상도...
-2004년이란 미묘한 시기에,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졌기에
역설적으로 이전 이후 어떤 작품들도 표현할 수 없는 경지로
궁극의 사이버 세계를 궁극의 애니메이션이란 도구로 펼쳐 보인 작품,
그리고 그걸 만끽할 수 있는 블루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