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엄청난 호평들이 아니라도, 이 작품은 내가 흥미를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일단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 캐릭터가 괜찮기도 했었고...
원작이 되는 그래픽 노블, 플래시포인트(Flashpoint)는 정말 인상적으로 봤던 작품이라
그게 지금의 DC 영화 세계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도 흥미로웠고...
그리고 지금의 DC 영화 세계관이 리붓되기로 예정이 되어 있어,
이 작품이 그 마지막 작품이 될거라는 얘기까지...
그래서 마리오에 이어서 정말 간만에 무리해서 극장으로 가보았는데
아...진정 DC 영화들의 일단락에 걸맞는 작품이었다. T T
[ 더 플래시 / 플래시 (The Flash, 2023) ]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www.daum.net과 해당 업체에 있습니다 ]
-이 작품을 아주 절묘하게 요약한 포스터가 아닐까 싶다.
고개 숙인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배트윙, 달리는 플래시 그리고 슈퍼걸.
-이 작품은 사실상 여러번 엎어진 대본들의 집합체...라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영화를 보면 좀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과
연결이 나온다.
예를 들어, 초반 소위 베이비 샤워 장면은 이 장면 자체의 분위기도 그렇고
(가오갤의 냄새가... ^^), 그걸 처리해 가는 플래시의 장면들도 코믹함이 가득하다.
이후의 영화 분위기와 굉장히 다른...
뭐 이건 사실 아무래도 좋긴 하다.
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고, 그로 인해 다른 히어로들도 보고...
-플래시, 배리 앨런은 아내 살해 혐의로 수감 생활 중인 아버지의
재판 날짜가 내일로 다가왔지만, 기대했던 결정적 증거인 브루스 웨인이 복원해 준
CCTV의 영상이 결국은 실패로 끝나자... 저스티스리그에서의 경험을 살려,
다시 과거로 달려가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플래시의 이 시도는 성공해, 돌아온 플래시의 눈앞에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있다.
하지만, 뒤이어 그 앞에 나타난건 대학생인 배리 앨런 자신이었는데...
-이 영화는 원작이 되는 플래시포인트인듯 플래시포인트 아닌듯 플래시포인트 같은...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원작 코믹스와는 다른 내용으로 진행이 된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불만들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굳이
원작의 배트맨을 없애고 팀버튼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을 부를 필요가 있을까...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 영화는 기존의 플래시포인트들과는 다른 재미는 물론,
지금의 DCEU를 마무리하는 영화로서 최고의 결과물을 낸 것 같다.
흥행이나 평은 그만 못한 것 같아서 아쉽지만... ^^;;;
-슈퍼걸! 정말 최고였다!! 하앍하앍!!!
그래,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면 누가 PC라느니 캐릭터 붕괴라느니
(실제로 이런 디자인의 슈퍼걸은 이미 존재하긴 했었다. 사실 코믹스 역사가
워낙에 오래 되고, 기본틀만 가지고 이사람 저사람 회사와 협업 하에 마음대로
만드는 방식이다보니...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본적인 캐릭터 외에
그동안 벼라별 캐릭터들이 다 존재하는 게 히어로 코믹스 세계다. ^^)
그런 얘기를 꺼내겠는가!
-사샤 카예 (Sasha Calle)는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작품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주며,
엘 가문의 슈트빨은 황홀하기까지하다.
솔직히, 너무 안타까웠다. 이대로 사라지는 DCEU의 세계관에 남겨지기에는...
-조드 장군의 전성시대!
맨오브스틸에서 칼엘에게 저지당하다 못해, 크립톤인 생존자들도 모두 잃고
그 자신도 생을 마감했던 조드 장군...
이후, 시체는 괴물로 재탄생하는 능욕을 겪기도 했는데... 그 한을 드디어 풀었다!
-과거로 돌아가 살짝 간섭을 하고 돌아온 플래시 앞에 나타난 세계는,
그의 어머니는 생존해 있고, 아버지도 범인 누명을 쓰지도 않은,
대학생 아들과 그 부모의 평화로운 삶의 세계처럼 보였지만...
그 세계에 조드 장군이 나타나면서 모든 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슈퍼맨도 없고, 원더우먼도 없고, 사이보그도 없고, 아쿠아맨도 없는 세계...
한마디로, 특수한 능력을 지닌 메타 휴먼이 없다시피한 이 세계에
노란 태양의 영향에 있는 크립토니언(들)을 막을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사실, 맨오브스틸에서조차 슈퍼맨이 조드 일당을 저지한건 거의 대부분
팬텀존의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슈퍼맨 혼자였으면 당했을텐데...
기껏해야 고참 플래시와 신참 플래시, 그리고 슈퍼걸이 전부인 상황에서
크립토니언 군대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저스티스리스의 전략가 배트맨도 기대할 수가 없다. 이 세계의 배트맨은
이미 고담시를 평화롭게 만들고 은퇴한 상황... 배트맨으로서의 경험치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결국, 이 세계는 조드에 의해 방해자들은 살해 당하고,
지구는 테라포밍화되고... 지구인들은 멸절되는 게 정해진,
바꿀 수 없는 세계였던 것이다.
몇번이고 수도 없이 시간을 거슬러 가 조드 일당을 막으려고 하는 플래시들이지만,
무슨 수를 써도 배트맨의 죽음도 슈퍼걸의 죽음도, 그로 인해 조드가 크립톤인의
생체 정보를 얻는 걸 막을 수가 없는 곳...
플래시가 어머니를 살린 세계가 아니라,
전지구인의 목숨을 댓가로 어머니를 조금 더 살게 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연히 조드에 의해 그 어머니도 죽을 것이다)
-다양한 시간들이 존재하지만, 그 시간들끼리는 맞닿는 지점들이 있고
그로 인해 바꾸거나 돌이킬 수 없는 지점들이 존재한다는 팀버튼 배트맨의
설명을 고참 플래시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놓아줘야만 하는 때라는 걸...
하지만, 신참 플래시는 죽어라 시간을 되돌리고 되돌리는 것에 집착하고,
두 플래시가 대립하는 순간, 시간을 떠돌던 괴물이 둘을 습격해 오고...
-작품 내내 팀 버튼의 배트맨이나 기존 DCEU의 여러 장면들이 떠오르는 부분이
계속 이어지는데, 처음에는 이게 팬서비스라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
하지만, 작품이 점점 진행되면서 그런 생각도 점점 바뀌어 간다.
모습이 다소 달라지더라도, 시공간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져도
결국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는 것이란 것을...
바로 그걸 보여주는 것이란 것을...
-원작과 방법이나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플래시는 자기 손으로 살린 어머니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밖에 없다.
이 장면의 묘사는 정말... 짠했다. 아주 정적으로, 일상의 장면들로 진행되는데...
새삼 에즈라 밀러에게 감탄했고 배리 앨런의 비애에 공감할 수 밖에 없던... T T
-원작과 이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근본적인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랄까...
이 영화는, 이 게시물 제목처럼 예전부터 DC의 영화들을 즐겨온 사람들을 위한,
이제 지금까지의 DC 영화들과 DCEU가 마치 플래시가 시간을 바꿔 없었던 일이 되는 순간,
그 기억을 주마등처럼, 그리고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바치는 진혼곡이랄까.
-그점에서 팀 버튼과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저렇게 배트윙이 모습을 드러낼 때 느꼈던 그 전율은 뭐라 표현할 수 조차...
-그렇기에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계가 뚜렷하다.
그냥 그런 작품들이 있다...는 정도만 아는 정도로는 안 된다.
반드시 팀 버튼의 배트맨 시대에 그 영화를 봤던, 그런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이 영화에 빠질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빠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준다.
(DCEU의 작품들도 물론 당연히 해당되는 얘기지만... ^^
하지만, 정말로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온 장면들이 많다. 진짜 작정한 듯...)
-나에게도 내 앞에 이런 어른이 있었으면...
그리고 나 자신도 누군가의 앞에서 이런 어른이고 싶다는...
바로 그런 존재를 보여주는 마이클 키튼의 브루스 웨인.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서 브루스 웨인은 플래시들에게
마치 브루스 웨인을 다루는 알프레드 같은 느낌이었던... ^^)
-정말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마치 이제 누구도 기억 못할, 마치 없었던 과거의 존재가 되어 버리는
그동안의 DC 세계관에 걸맞는 그 캐릭터와 존재감...
마이클 키튼이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숙원이던 고담시도 평화롭게 만들고(사실, 메타 휴먼이 거의 없는 이 세계의 성격상,
다른 세계의 배트맨과 달리 가능은 한 난이도이긴 했을 것 같다. ^^) 알프레드도 없고...
혼자 인생의 정신줄을 놓고 지내던 괴인 같던 브루스 웨인이지만,
갑자기 찾아온 플래시들에게 도움과 조언을 주고, 결국 그들의 일에 동참해
목숨을 거는데... 그 존재감은 정말 엄청나다.
그야말로, 팀 버튼의 배트맨 시절에서부터 계속 고담시를 위해 싸워왔던
배트맨이라면 이렇게 나이를 먹었을 것 같은 그 느낌적인 느낌!
그 배트맨의 각종 습관이나 일하는 방식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들
(예를 들어 CCTV 덕후라던가... ^^)... 연륜의 판단력으로 필요한 순간
몸을 사리지 않고 후배들을 감싸주고, 그들 앞에서는 다친 내색도 안 하고
혼자 조용히 상처를 꿰매고...
그리고 죽어가는 그 앞에 나타나 다시 시간을 돌려 보려는 플래시를 보고,
마치 본 것처럼 이미 해봤지 않냐고 그러지 말라고 하는 그 장면...
-제작진의 설정이 극에 달한 것인지, 마이클 키튼의 연기력이 극에 달한 것인지
아니면 둘다인지... 정말 그 시절 그 배트맨이 그동안 자신의 모험 시리즈를
계속 이어오다가 이번에 최후의 모험을 맞이하는 그 느낌이었다.
그렇게 배트맨으로 나이 먹어온 배트맨, 마이클 키튼...
-DC의 영화들을 보며 나이를 먹어온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DC 세계가 사라지며 보내는 주마등이자 진혼곡...
정말 딱 그런 작품이었다. T T
*** 잡설 ***
-마치 크라이시스의 장면들처럼,
서로 다른 세계가 부딪혀 붕괴하는 장면들은 정말 굉장했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과 헬렌 슬레이터의 슈퍼걸의 세계... T T
-엎어진 영화 관련 프로젝트 중에, 어쩌면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의 슈퍼맨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 니콜라스의 케이지의 슈퍼맨이 드디어 나오는데...
와, 정말 깜짝 놀랐다. 여태까지 공개되었던 사진이나 영상에서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장발 슈퍼맨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 그 느낌은
엄청난 마성의 슈퍼맨이랄까...
-굉장한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액션... 모처럼 크립톤인들이 떼거리로 나오고,
포스와 매력이 넘치는 슈퍼걸도 등장하는데...
정작 액션 연출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 한다.
딱 몇몇 장면의 액션만 잭 스나이더가 했었으면... ^^;;;
-이어지는 얘기지만, 스탭롤 끝나고 나오는 쿠키는 볼 필요 없다.
진짜 이런 작품의 마무리 쿠키로 왜 그런 시간 낭비를... -.-;;;
-그동안의 타임슬립, 멀티버스 관련 작품들의 상식을 뒤엎는 개념이 등장한다.
플래시들과 만난 브루스 웨인의 스파게티면 설명이 그것인데...
보통 과거의 어느 지점에 가서 과거를 바꾸면, 시간이 거기서 분기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미래로 진행하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스파게티면 하나를 시간의 흐름이라고 할때, 그 중간으로 가 시간을 바꾸면
스파게티면의 중간애 새로운 스파게티면을 붙여서 그쪽으로 새로운 가지를 쳐서
나아가는 그런 식으로 말이다.
여기서는 브루스 웨인이 두개의 스파게티면을 하나처럼 붙여 놓고 사용한다.
하나의 시간 흐름으로 보였지만, 그 중간으로 가서 어느 방향으로 시간의 흐름을 바꾸면,
그 지점을 기점으로 해서 같이 겹쳐져 있던 스파게티면이 살짝 회전을 하는 것.
즉, 그 지점을 기점으로 한쪽은 새로운 미래로 진행을 하지만,
동시에 그 지점을 기점으로 과거의 일들도 새로운 과거로 역으로 진행이 된다는 것.
언뜻 생각하면 인과의 법칙 등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애초 시간여행으로
시간을 바꾼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건데? ^^;;;)
사실 이게 꼭 이상한 개념이 아니다. 보통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인과이지만,
역으로 미래에서 과거로 거꾸로 가는 입자에 대한 가설도 있고...
시간의 인과성을 생각하면 특정 지점을 기점으로 미래가 바뀐다면
오히려 거기에 맞춰 인과를 보정하기 위해 과거로도 바뀐다는 게 그럴싸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