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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 추억의 게임 - 천사의 시 2

베리알 2009. 10. 21. 16:24

 

 

 천사의 시 2...

 소시적에 게임기용 게임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를 수가 없는 전설적인 게임이다.

 나는 이 게임을 발매 당시에 플레이하지 못 했고, 이후로도 제대로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내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게임이기도 하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드래곤 매거진과

유우키 노부테루 (結城信輝)에 있습니다 ]

(이 일러스트는 사실 천사의 시 2의 정식 일러스트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게임 발매 당시에 사용된 일러스트가 아니라,

게임의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유우키 노부테루-로도스도전기,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등이 유명-가

나중에 발매한 일러스트집의 표지로, 천사의 시 2의 리아나와 크레아의 모습이다.

 내게 천사의 시 2 게임CD나 관련 책자가 없는 관계로 올려볼만한 이미지는 이것뿐이라... ^^)

 

 

 

 

 케알과 크레아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지상에 대한 심판을 막은 뒤 100년이 흘렀다.

 친구인 페이트와 시온은 우연히 기억을 잃은 소녀, 리아나를 구하지만

세상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다크교와 부딪히며 다크교도인 시온은 이들과 갈라서게 된다.

그러나, 시온이 갈라선 진짜 이유는 연정을 품게 된 리아나가 페이트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루키펠의 세포를 이용하려는 다크교의 교주 미리암의 음모에 맞서게 된 페이트 일행은

리아나가 지상에 심판의 불을 내릴 사명을 갖고 온 천사라는 것을 알게 되고,

루시펠의 저주로 불사의 저주에 걸린 채 백년을 살아온 케알의 도움을 얻어 루키펠의 세포를 없애 간다.

 루키펠의 세포를 모두 처리한 후 케알은 저주가 풀려 풍화되어 사라져 가며 크레아와 백년만에 만나게 되고,

페이트 일행은 라미암을 저지해 이 땅에 닥쳐올 심판을 막으려고 한다...

 

 

 

 

 천사의 시2는 1993년 3월 26일 즈음에 발매되었다고(내 기억이 아님) 하는데,

일본 텔리네트의 RIOT에서 만들어낸 게임이다

(일본 텔리네트 일가의 복잡한 족보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많으니 생략...)

 

 이 시절 즈음...은 메가드라이브-PC엔진-슈퍼패미콤의 3대 기종이 황금분할로 경쟁하던

전설의 시대였다. 그중에서 PC엔진은 Hu-Card를 넘어 CD-rom을 달고선

딸리는 스펙을 CD-rom으로 만회하며 당당히 자신들의 왕국을 세웠는데...

(PC엔진은 위 기종 중에서 성능 면에서 가장 떨어진다. 심지어 휴카드라는 매체는

기본적으로 저장이 안 되는 지라, 이 휴카드로 나온 RPG게임의 경우 세이브를 하면

패스워드를 받아 적어야 하고 이걸 나중에 그대로 입력해야 전에 하던 부분에서

이어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보통의 액션 게임에서의 패스워드야 그림 3개 맞추기나

알파벳 몇개 정도지만 RPG 정도가 되면 차원이 달랐다. 의미 없는 가나를 수십개나

맞춰야 하는 경우도... 촉음 같은거 헷갈리거나 비슷한 글자 헷갈리면 죽는 거다. -.-;;;)

 

 PC엔진은 CD-rom의 고용량을 바탕으로, 다른 기종들과 차별화시킨 부분이 AV적인 측면이다.

게임 배경 음악을 CD 오디오 트랙으로 하거나 대량의 음성 삽입, 대량의 비쥬얼 씬 등등

그 덕분에 아무래도 미소녀들이 나오는 게임이 많았고 18금 적인 장면들도 많아서

더욱 더 매니아적인 지지를 얻었는데...

 

 이 PC엔진 게임 중 전설적인 게임들은 대부분 RPG인데, 이들이 RPG로서 어떤 확실한 장점이나

개성이 있어서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게임기 성능이 워낙에 딸리기 때문에

(16비트 게임기라는 메가 드라이브와 슈퍼패미콤과 달리 PC엔진은 8비트)

색다른 시도를 하기가 어려웠고 덕분에 시스템이나 진행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으면서

그냥 배경 그래픽들이 다른 정도의 비슷비슷한 RPG들이 많았다(이는 다른 게임기의 RPG에도

해당되는 문제지만 그중에서도 PC엔진의 RPG들이 가장 구태의연했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아예 없애 버릴 정도로 강력한 장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위에서부터 말한 대용량을

활용한 특성들이다. 게임기 자체의 사운드 성능과 CD트랙은 경쟁 자체가 불합리한 수준이었으니,

PC엔진 게임들을 추억하며 아름다운 BGM을 떠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음성과 비쥬얼... 이들이 얽혀서 스토리를 펼쳐주니, 게임에 대한 몰입도나

게이머가 가지는 감동은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PC엔진의 RPG게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지도를 가진 게임이 바로 천사의 시 시리즈다.

천사의 시 1과 2는 음악의 유사함이나 스토리적인 연계 등 직접적으로 연결 고리가 강한 작품이면서

또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다르기 때문에 연결되는듯 하면서도 서로 독립적인 성격도 강했다.

 

 비극적인 결말의 1탄에서 백년의 시간이 흐른 후 펼쳐지는 2탄...

 결국 1탄의 결말마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며 천사의 시란 거대한 스토리를 마무리지었다.

(이후 발매된 외전 등은 무시...)

 

 발매된 당시에는 이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수가 없었다. 당시 게임기+소프트 가격들은 정말로

꺽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데다가 PC엔진의 경우 게임기 자체의 가격도 대단해서

Duo라는 녀석은 50만원 정도나 했다.

거의 20여년 전에 저 가격이면... 그야말로 덜덜덜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궁핍한 나에게는 그저 환상의 아이템일뿐...

 

 

 그래서 이때 나오던 수많은 명작 RPG 게임들을 내가 즐길 방법은 오로지 게임잡지 뿐이었다.

 당시 여러 게임 잡지들이 나오던 시절인데, 게임월드니 게임챔프니 하던 비교적 오래 나오던

잡지들 말고도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모르게 잠깐 나오던 것들도 많았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잡지 중 하나가 특히 PC엔진 게임들의 분석을 잘(?) 했다.

 스토리의 자세한 설명은 물론, 게임 내의 장면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그런 스토리에

몰입감을 주는 능력이 뛰어났던 잡지인데... 이름이 기억 안 난다. T T

 암튼 그런 잡지에 나온 게임 공략을 보면서 나는 나만의 플레이를 즐겼다.

 

 그중에서 이 천사의 시2는 단연 매력적이었는데, 분석만 보고서도 뭉클할 정도의 스토리에

PC엔진 게임다운 비쥬얼 화면 등은 단순히 분석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명작을 즐기는 듯 했다.

 

 미칠 듯한 플레이 욕구는 현실의 벽 앞에서 속으로 삼키고 삼킬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MP3란 것의 등장으로 이 게임의 그 유명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멍~때리는 기분이었다. 과연 사람들이 왜 이 게임의 음악을 손꼽는지

알것 같다랄까. 분석에서 본 내용과 장면들에 그 음악까지 더해지니 크아~

 

 

 그리고 멀고먼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 PC엔진 게임들도 에뮬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려고만 마음 먹으면 천사의 시 2를 에뮬로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에뮬 구동에 필요한 이미지를 구하든 게임 소프트를 구하든 간에

PC엔진 게임기 없이도 에뮬로 플레이가 손쉽게 가능해졌다는 야그...)

 하지만, 난 계속 강렬한 유혹에 끌리면서도 손을 뻗어 게임을 시도하지 못 하고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죽음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작금의 시대는 플레이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편의를 봐주는 시스템이 보통인데다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 난이도의 하락을 막기 위해 더욱 더 복잡한 요소들을 삽입하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서 고전을 접할 때 과연 어떤 느낌을 얻을 수 있을까?

 고전도 고전 나름이긴 하다. 제 아무리 그래픽 등 기본 환경이 떨어져 보인다고 해도

지금에 와서 플레이 해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임도 있는가 하면,

지금에 와서는 도저히 플레이가 힘들 수준의 게임도 있을텐데... 안타깝게도 천사의 시는

후자에 속할 것 같다는게 문제다.

 예를 들어 슈퍼로봇대전... 고전부터 즐겨와 현재의 시리즈까지 즐긴 사람이라고 해도,

추억의 3차 로봇대전을 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반격도 원하는대로 지정할 수 없는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너무나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RPG도 그렇다. FF시리즈는 지금에 와서 다시 해도 충분히 재미있다.

스퀘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초기의 시험적인 작품들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 스퀘어의 RPG는 해당 게임기의

동시대를 앞서가는 작품들이었다. 구태의연한 RPG들과는 차별화된 특징들을 들고 나오며

사용자 편의도 계속적으로 높여 가는...)

 이 천사의 시 2는 그 옛날 즐겁게 즐긴 사람들조차 게임성이란 측면에서는 좋은 평을

안 하는 게임이다. 시기적으로도 비쥬얼에 집중해서 별반 특징들도 없는 RPG들이

CD-rom의 힘과 스토리의 힘으로 밀고 나오던 때이기도 하다.

 그런 시절의 게임을 지금에 와서 즐긴다는건... 정말 힘들다.

 

 비교적 최근부터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고전이란 괴작이 아니라 명작이라고 해도

즐기기 어렵다. 지금에 와서는 기본적인 부분이 그 당시에는 개념조차 없었던 경우가 많았으니

게임들이 정말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옛날부터 즐겨온 사람들이라고 해도 고전을 즐기기란 만만치 않다. 정말 괜찮은 게임들은

나름의 게임성과 매력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이런걸 어떻게 즐겼지...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이 천사의 시 2를 즐긴다는건 참으로 크나큰 모험이 되겠다.

 이 게임은 정말 미치도록 플레이 해 보고 싶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게임잡지를 죽어라 읽으며 즐겼던 나만의 추억...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즐겨도 스토리와 음악 등 게임의 장점이 단점을 깔아 뭉갤 가능성도 있긴 하겠지만,

위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소중하다면 소중하고 절실하다면 절실한 그 추억을 날려버릴 것인가 재확인할 것인가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유혹도 강렬하지만 부담감도 그 이상으로 강렬해서 참 어렵다.

 

 그런 갈등을 뒤로 하고 게임CD라도 구입해 볼까...했지만,

매물 찾기도 어렵고 이베이 등에서 나오는 엄청난 가격에 다시 한번 좌절... T T

 

 

 

 

 지금에 비하면 객관적으로 참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지금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왜인지 날이 갈수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때 당시에도 그다지 꿈과 희망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았던 것 같으니 말이다.

 참 암울한 삶이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0년, 20년 뒤에는 또 지금을 그때보다는 나았다며 자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걸 상상하니

더욱 더 암울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