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아쿠아맨이 아틀란티스의 왕이 된 이유 - 아쿠아맨 (AQUAMAN, 2018)

베리알 2019. 2. 7. 09:09



 엄청 뒷북으로 적어 보는 아쿠아맨 감상기... 이유는 그냥 요즘 사는 게 더 더 귀찮다 보니

모든 게 다 귀찮아서 미루고 잊어 먹고 그러다가 이제서야... ^^;;;


 이 영화는 아재들이 자주 하는 표현대로, 참 경파한 작품으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80년대 액션 영화에 최신 기술을 많이 넣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퍼붓고 휘저어 내놓은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영화의 엄청난 히트를 보며 여러모로 놀랐다. 이렇게 가볍고 유쾌한

아주 스트레이트한 히어로 영화에 나이 먹은 사람들이 그렇게 목 말라 했던 건지,

아니면 이게 또 돌고 도는 요즘의 유행 분위기인지...

 암튼 뭐 나로선 오래 전부터 기대주였던 앰버 허드가 많이 늦긴 했어도 이제서라도

진짜 유명한 여배우가 되는 것 같아서 뭐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옛날 옛날...은 아니고, 아틀란티스의 피를 이어 받은 바다의 한량,

아쿠아맨이 요즘 살고 있었어요.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아쿠아맨은, 그러나 메라라는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른 히어로들과 손을 잡고 스테판 울프라는 외계의 적을

물리쳤던 과거가 있어요.


 스테판 울프를 물리치고 다시 바다의 한량으로 돌아와 있던 아쿠아맨에게

어느날 보고 싶던 메라가 찾아와, 아쿠아맨의 아빠 다른 동생인 옴 왕자가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어 지상을 침략하려고 하니, 이 전쟁을 막으려면 아쿠아맨이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스테판 울프로부터 우릴 지켜준

아쿠아맨이 다시 한번 우릴 지켜달라고 얘길 했어요.

 하지만 아쿠아맨은 쿨하게 거절을 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어요.

 사실 아쿠아맨은 자기 가오를 위해 스테판 울프를 우리가 물리쳤다고 뻥카를 쳤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아쿠아맨은 메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른 히어로들과 손을 잡고 자신만만하게

스테판 울프에게 덤벼 들었다가 생각보다는 더 쎈 놈이라 실패하고 도망을 쳤는데...

힘쓰는 애 하나 정도 더 있으면 잡을 수 있겠다 생각하는 찰나,

마침 뱃찐이 힘 좀 쓰는 지인이 있는데 지금 죽어 있으니 걔를 살려서

합류시키자는 제안을 하고 그 지인을 살려 내는데...

와, 이 망할 뱃찐 녀석!!!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뱃찐 녀석은 그냥 힘 좀 쓰는 지인이라고 했는데,

그들이 살려낸 건 다름 아닌 마왕이었어요.

그래도 스테판 울프랑은 어느 정도 싸움이 되던 뱃찐 파티였는데

이 마왕한테는 찍소리도 못 하고 두들겨 맞...


스테판 울프보다 더 위험한 마왕을 풀어 놓아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빈사의(...) 뱃찐한테 따졌더니,

다행히 심각한 마마보이라서,

엄마하고 이모같은 여친 둘이서 컨트롤할 수 있다나요.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아쿠아맨은 이때의 충격으로 밤에 자다가도 이 표정이 꿈에 나타나

지리며(!) 잠에서 깨는 나날이 계속 되고 있었어요.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마왕님은 과연 마왕... 혼자서 뱃찐 파티를 상대하던 그 강한 스테판 울프를

마왕님 혼자서 아주 아작을 냈던 게 진실이었어요.

뱃찐 일행이 새삼 스테판 울프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쪼끔 들 정도로,

대결이라고 부를 수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짓밟히고 말았거든요.


이 마왕님께서 지상에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 아니, 우물 안 붕어들인

아틀란티스 애들이 우르르 가서 집적거려 봐야 된통 혼나고 쫓겨날 게 뻔하니까요.


그랬는데... 이 우물 안 붕어들이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어요!

그냥 간 좀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해일로 지상 여기저기를 쑤셔 놓은 뉴스를 보며,

아쿠아맨은 바지에 지리고 말었어요.

아틀란티스 안녕... 메라 안녕... 자, 잠깐! 그러나 아쿠아맨은 중요한걸 깨달았어요.

이 지경인데도 아직 아틀란티스가 무사하다는 건... 저 난리통 속에서 파란 마왕의

엄마하고 여친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거고, 아직 파란 마왕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거!

아직은 (메라를 여친으로 만들) 기회가 있는 거에요!


그래서 아쿠아맨은 미친듯이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기 위해 달렸어요.

그 와중에 아틀란티스의 힘을 모으면 그 파란 마왕한테도 대적해 볼 수 있겠지!-라는

희망도 가져 보고요.


아빠 다른 동생 옴을 찾아가 맞붙어 보았지만, 아쿠아맨은 실망하고 말았아요.

자기랑 옴이 힘을 합치고, 이 아틀란티스의 백성들 모아 봐야 파란 마왕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수준이에요.

아쿠아맨은 플랜B로, 아틀란티스의 전설의 고대 무기를 찾아 메라와 모험을 떠났어요.

그 와중에 아쿠아맨에게 반한 검은 가오리 스토커가 계속 따라 붙었지만

메라가 오해하지 않게 잘 넘어 갔어요.


그 와중에 바다의 에일리언 떼도 만났는데 얘네들을 아군으로 만들어도 어림도 없어요.

스테판 울프의 파리떼나 마찬가지...


드디어 전설의 무기, 삼지창을 얻기 직전까지 온 아쿠아맨은 수천년을 살아온

전설의 바다 괴물을 만났어요. 거대한 바다의 괴물은 자기같은 엄청난 괴물을 보고도

침착한 아쿠아맨을 보고 님좀짱~했지만, 사실 파란 마왕을 겪은 아쿠아맨에게

그런 괴물은 그냥 덩치 큰 오징어 괴물일 뿐이었으니까요.


결국 아쿠아맨은 삼지창도 얻고, 전설의 바다 괴물도 얻고,

그 힘으로 아틀란티스의 혼돈을 두들겨 패고 바다의 왕이 되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우울했어요. 이 우물 안 붕어들... 겨우 이 수준으로 파란 마왕이

두눈 시뻘겋게 뜨고 있는 지상을 정복하네 어쩌네 했었다니!


그래도 아쿠아맨은 행복했어요.

자기가 그 파란 마왕에게 이긴 승부가 있었거든요.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여친은 내가 이겼다! (^^)













-다소 장난처럼 쓰긴 했지만... 이 영화에 대한 내 느낌은 기본적으로 이랬다.

우물 안 붕어들인 아틀란티스인들을 보며 아쿠아맨이 속으로 얼마나 같잖게 생각했을지...

그리고, 그래도 여친 땜에 걔네들 살리겠다고 그렇게 발버둥 치고 뛰어 왕이 되고는,

내가 진정으로 이 아틀란티스를 살린겨!-라고 자위할지... ^^

 딱히 왕이 되고 싶은 생각도, 아틀란티스와 엮이고 싶지 않던 아서...

 그런 아서가 메라와 아틀란티스의 멸망을 막기 위해 그 얼마나 달리고 달렸던가.

 참으로 순애보 영화였나? (^^;;;)


-이 포스터는 이 쌍팔년대 경파스러운 영화에 더욱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참 마음에 든다.



-이 감독의 분노의 질주 연출을 보며, 액션 연출에 대해 엄청 실망했었는데...

아쿠아맨은 그때 그 감독이 맞는지, 액션만 외주를 준 건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

뭔가 이 영화의 쌍팔년대 경파 분위기에도 잘 맞고, 그러면서도 최신의 기술을 아낌없이

제대로 쏟아 부었다는 느낌...



-얼핏 유치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이세계인 아틀란티스...

그런 우려를 돌파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정공법 중의 정공법이었다.

어차피 CG를 넣을 거, 아예 그냥 넘치도록 퍼붓자는 거! 결과는 대성공! ^^

 나중에 UHD에서 HDR로 만나는 화면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출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아쿠아맨과 메라가 바다에서 괴물떼와 만나는 장면...

 심해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괴물을 사용해 정말 미치도록 멋지고 무섭게 연출했다.

 솔직히 그 장면 하나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쌍팔년대 경파 영화스러운 작품이면서도,

의외로 이 작품은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화에는 오랜 고전 속의 정형화된 세가지 타입의 왕이 등장한다.


-하나는 패왕(覇王).

 궁극적인 목적을 어떻게 설정하건 간에, 수단은 무력...

자기가 힘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는 여유와 아량의 쇼를 보이기도 한다.

 대체로 주인공의 라이벌격으로 설정되고 그 강력한 우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패배하는 루트... ^^



-두번째는 지왕(知王).

 무력을 안 쓰는건 아니지만, 싸움은 수단으로서 하수라는 걸 보여주는 타입.

 보통은 패왕과 마찬가지로 최종 승자가 되진 못 하고 주인공에게 붙거나 패왕에게 붙거나.

 그런데, 이 작품에 나온 이 지왕은 정말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패왕이 처음부터 우선적으로 끌어 들일 정도로 세력과 존재감이 있는데다가,

그 과정에서도 무조건적인 충성과 협력이 아니라 필요한 발언은 하면서 일개 부하가 아닌

(적어도 현재로선) 협력자의 포지션을 굳건히 하고... 또한, 상황 판단도 엄청나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할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고 기가 막힌 행동력으로 실행하고...

 아마 백성 입장에서 실제로 왕을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왕국의 존속을 위한 최선의 선택.


-또한 단순히 그렇게 자기만 포지션을 정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기는 옴에게 붙었지만 딸인 메라를 이용해(!) 아쿠아맨 쪽으로도 연줄을 만들어

이 왕좌 다툼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살아 남을 발판을 마련해 놓은 점 등등...

이런 쌍팔년대 경파 영화로선 너무 레베루가 다른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


-그리고 최대의 반전은, 이 지왕 네레우스를 맡은 배우가 바로 돌프 룬드그렌!

 (실제로는 엄청 지적인 사람이지만... ^^) 소시적 지적인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들로

유명했던 이 분이 이 지왕을 맡았고, 영화 보는 내내 전혀 알아보지 못 했다니... ^^;;;



-그리고 덕왕(德王).

 소위 말해 하늘의 지지를 받는 캐릭터. 동양권 역사물에서 주인공 자리를 맡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최종 승리까지 꿰차거나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왕좌를 위해 패를 행할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지로 권모술수를 부리지도 않는다.

왕 자체에 대해 별다른 집착은 없는데도 흘러가는 상황은 저절로 왕좌로 모셔간다.

심각한 고민이나 노력이 없어도 놔두면 다 되는대로 되는 천운의 캐릭터. ^^


-비록 영화 분위기나 이런저런 전개 연출 등으로 두드러지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세 개 캐릭터의 레퍼런스적인 구성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에 반해 정말 정말 별로였던 게 眞악당...

 등장부터 매력 1도 없던 일당들인데, 그렇게 사람 죽여 대던 애들이 그런 이유로

주인공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게 저런 말종들 입장에선 당연할지 몰라도,

작품을 보는 입장에선 매력 1도 없는 개망나니일뿐...


-복수에 눈이 멀었는데 작업하는데 힙합 음악 나오는 쿨병 하며...

암튼 간에 근래 본 작품들에서 이렇게 매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감마저 드는 악당 캐릭터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순수한 惡으로서의 매력조차 없이, 정말 찌질하고 더러웠다.



-메라짱! 하앍하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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