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안녕,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제임스 본드여 - 007 스펙터 (007 Spectre, 2015)

베리알 2015. 11. 14. 08:14

 

 

[ 007 스펙터 (007 Spectre, 2015) ]

 

 

 대히트했던 스카이폴의 다음작이란 점에서 개봉 전부터 이미 화제작(?)이었던 스펙터.

그리고 시사회에서 개봉 직후인 지금까지, 그야말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결과물인데...

이미 스카이폴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결과물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을 카지노로얄 - 퀀텀 오브 솔러스로 멋지게 구축해 놓고도,

스카이폴에서 굳이 과거 본드로의 회귀를 꾀해서 아쉬웠는데... 이제 회귀고 뭐고 없다.

 이번 스펙터는 한마디로 과거 제임스 본드 그 자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 007 시리즈의

짜집기 내지는 재탕... 극단적으로 말해서 다이제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KGB 최고의 암살자스러운 외모를 제외하면 역시나 과거 제임스 본드 코스프레라고나

할까.

 

 이 점이 이 영화에 대한 극단적인 호불호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과거의 007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좋은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과거 007 코스프레가 좋은가.

 

 난 과거 007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이미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에 대해 몇번 언급했던 것처럼,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도 좋아하고... 이런 다니엘 크레이그의 개성적인 007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굳이 다 없애버리고 그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과거 본드의 코스프레를 시킬 이유가 있을까?...라는

쪽이다라는 얘기면 아마 이 영화에 대한 내 감상으로 딱 집을 수 있지 않을까싶다.

 솔직히 그 예전 007 영화들의 다이제스트를 보는 기분에 묘한 재미도 느끼긴 했지만,

그 다이제스트가 최신의 007 영화 그것도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이란 점에서 경악스러웠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솔직히 할 말이 없다.

 난 과거 007 시리즈들도, 그 본드들도 다들 좋아하지만 그러면서도 각자의 개성들이 있다고 보는데...

그렇기에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만의 매력이 참 좋았었는데...

 어느 정도 황당무계하다랄까, 그런 007 시리즈를 어느 정도 현실의 첩보원으로 만든 그 매력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이게 007 제작진이 원한 방향인가? 이것이 샘 멘데스의 007 지향점인가?

 

 

-이 스펙터 영화의 그런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도입부인가의 헬기 액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진은 도입부 장면은 아닌듯 하지만... ^^;;;)

 세상에 세상에... 다른 007이라면 모를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조종불능에 빠진 헬기의

조종간을 붙잡고 컴온 컴온 이러고 있는 걸 보게 될 줄이야...

 퀀텀 오브 솔러스(이하 QOS)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컴온이란 대사가 나오지만, 두 장면은

완전히 다르다. QOS에선 절박한 상황에서의 외침에 가깝지만, 스펙터의 그 장면은 그냥 헐리웃 영화라면

어디서나 아무데서나 나오는 그놈의 컴온 컴온이다.

 아, 나중에 Q도 여기에 일조한다. 휴우...

 

 

-액션 장면들은 스카이폴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스러움을 많이 벗어던진 것을 넘어,

이제는 아예 그 옛날의 007 액션으로 돌아왔다. 굳이 이번 스펙터가 옛날 007 영화들의 다이제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옛날 007 영화의 장면들을 이어 붙인 수준이라는 점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정말 하품이 나온다.

 특히, 예전 007 영화스럽게 영화 내내 유머가 넘치고 분위기도 정말 가벼운데... 이런 옛날 007 영화의

주인공이 그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점에서 솔직히 멘붕할 지경... 비단 다니엘 크레이그만이 아니라

이 영화 전체가 그렇다. 내내 이걸 유머로 봐야 하는지 그냥 유치한건지 구분이 안가는 개그들이 줄줄...

물론, 이걸 고전 007 다이제스트판으로 본다면 재미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꼭 이래야 하나로

보다면... -.-;;;

 

-위 카체이스 장면은 솔직히 카체이스라고 할 수도 없단 생각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에 기대하는 카체이스라면 QOS의 도입부 같은 장면이지,

과거 본드 영화 어디에 붙여도 위화감이 없는 이런 (사실상) 개그 놀이라니... 하아.

 

-예고편 보고 혹시나 액션에 기대를 가졌다면 과감하게 버리는 게 좋다.

 과거 007 영화에서 따온 시퀀스들인데다가 분위기까지 그때 그 시절

아니 어떤 의미로는 더 개그스러워서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스카이폴 첫등장에서 벤 위쇼의 새로운 Q를 보여줬는데,

불과 다음편인 스펙터에서 또 캐릭터가 달라졌다. 개그만 엄-청 포대로 들이부어 놓았다.

 아, 정말 뭔 영화가 이렇게 개그야! 다니엘 크레이의 007에 뭔 개그가 이렇게 많이 있어!!

 생각할수록 화딱지 나네... --+

 

 

-단언컨대, 최악의 적이다.

 이게 무슨 엄청 무섭고 엄청 강하고 엄청난 난관인 그런 거대한 적이란 의미가 아니라

그냥 문자 그대로 최악의 적이다.

 솔직히 더 말하기도 짜증날 정도로... 진짜 최악이다.

 옛날 영화의 거대 범죄조직 수장 코스프레하는 것도 못 봐주겠는데,

그 이유란 게... 하아.

 

-단, 단 하나의 장점이랄까 그런 것도 있는데...

 악당 두목이 굳이 주인공을 생포해서 잘 대우하고 굳이 시시콜콜 다 얘기해주고

자기네 사정 굳이 다 보여주면서 유치찬란하게 죽이고 괴롭히려다가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

반격당해 처발리는 짓을 하는 게 납득이 가는 슈퍼 중2병 사정이 있다는 점.

 물론, 그런 사정이 있다는 것과 그런 사정에 공감을 하고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지만.

 

 

-최악의 적에 걸맞게 최악의 조직인 스펙터.

 중2병 쩌는 두목에 걸맞게, 마치 소년지 만화의 중2병 악당을 보는 기분이다.

 적 A가 나와서 힙겹게 물리쳤더니, 그거 다 내 부하였다 그놈은 사실 우리 조직에서 아주 약한 놈이었다며

진짜 흑막인양 등장하는 적 B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동안의 다니엘 크레이그의 영화들을 무리하게 엮어 버리는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이미 이런 초월적인 흑막 조직으로 퀀텀이 나왔었는데 그 퀀텀의 흑막인양 등장해봐야

신선함도 없고...

 무엇보다, 범죄조직으로서 하는 짓이나 노는 꼬라지가 퀀텀보다 못하면 못했지 이건 뭐... -.-;;;

 

-스펙터 얘기가 나온 김에 오프닝 얘기를...

 이번 스펙터는 영화도 그렇지만, 오프닝도 정말 별로다.

 굳이 그 직전의 오프닝이 역대급이었던 스카이폴이었다는 걸 고려 안해도 말이다.

 아니, 직전의 오프닝이 스카이폴이었다는걸 지나치게 신경 썼다는 게 패착이다.

 노래 자체도 스카이폴 분위기 묻어가려는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이는 데다가... 오프닝 영상도

스카이폴에서 따온 듯한 부분들도 좀 있고... 그렇게 매력없는 노래에 영상도 모자라,

설마 문어를 영상으로 재현하겠어???...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007 영화 오프닝 화면에서 꿈틀대는 초거대 문어를 보는 그 기묘한 기분이라니...

 단 하나 장점은, 그 문어 촉수(!)들이 여자들의 몸을 휘감는 장면들... 이건 진짜 하앍하앍!!! + +

(난 야애니에서 촉수물을 정말 좋아한다. ^^ AV의 특촬물 장르에서도 유치한 촉수물 장르를 굳이

찾아볼 정도로...)

 

 

-군대에서도 야전 경험이 별로 없는 탁상형 장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아마 뼈저리게 알 것이다...

 

 

-비중이 안습이라 아쉽다는 평이 많은 모니카 벨루치지만, 사실 뭐 본드 영화에서

이런 역할 자체가 원래 그런 거고... ^^;;;

 하지만, 그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참 강렬하다. 특히, 침대 위에서의 의상은

우연인지 노린 건지 말레나를 연상케하는... ^^

 

 

-밀이 필요없음!

 난 이 영화를 꼭 블루레이로 구입할 건데, 이유는 단 하나 이 레아 세이두의 닥터 스완 때문이다.

 드레스 입고 총 쥔 모습으로 이렇게나 흥분되는 여배우가 있을 줄이야! (^^)

 

 

-AV적인 면에선 조큼 의아한데... 사운드는 괜찮았지만 화질은 특히 암부가 영 아니었는데

이게 내가 감상한 극장 환경의 문제인지 실제 영화가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블루레이로

나와보면 확인이 가능할듯... 뭐, 그전에 다른 극장들 돌아다니며 비교하면 되겠지만,

그럴 시간도 돈도 없고... T T

 

 

 

 

-분위기를 바꿔 과거 007 느낌을 내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완벽하게 고전 007이 되어버린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그리고 그렇게 과거의 007 영화를 오마쥬하는 수준을 넘어, 그냥 과거 007 다이제스트판이 되어버린

영화...

 이제 다시금 날 007 영화에 빠지게 했던 그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없다. 안녕히... T T 

 

 

 

 

 

 

 

 

 

 

 

 

*** 잡설 ***

-쿠키는 없고 스탭롤 다 기다리면 자막 한줄 나옴.

 

-어쩌면 인류 사상 최악의 범죄 천재일지도 모르는 한스?

 제임스랑 형동생할 정도의 차이밖에 안 되는데... 아버지한테 전세계적인 범죄조직을 물려받은

어둠의 금수저도 아니고, 다른 조직을 인수해서 키웠든 스스로 만들어서 키웠든 어느 쪽이든 간에

말도 안 되는 출세 코스가 아닌가. 거의 전국시대의 난세 속에서 기회를 잘 잡아 천하통일을

한 급인데... 같은 시간 동안 본드는 고작해야 첩보원 되고 상사랑 툭탁거리고 있는데... ^^;;;

 하지만, 문제는 스펙터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그런 거대 조직은 커녕 양아치 두목도

유지못할 듯한 수준이라는 게... -.-;;;

 

-심지어 권총으로 헬기를 격추하는 등, 2015년에 보는 이런 본드는 여러모로 과연 제임스 본드!...라기보단,

스티븐 시걸밖에 안 떠오른다...

 

-자막 번역자가 안 나오던데, 번역이 굉장히 들쑥날쑥한 느낌이랄까.

 긴 대사 싹 처버리고 짧게 해놓았다가 짧은 대사를 굳이 줄줄 붙여서 늘여놓기도 하고...

 

-샘 멘데스가 영국인인가? 스카이폴 때도 그랬지만 뭔 영국 타령을 이렇게 대놓고 계속 해대는지...

아, 지금 찾아 보니 영국 태생이긴 하네... ^^;;;


-음악은 솔직히 오버스럽다는 느낌. 뭐랄까, 마치 이 장면에서는 이래라!...라고 강요하는 듯한

한국영화를 보는 듯 했다.


-참, 깜빡한 단점 하나 추가...

 스펙터의 액션 장면들(뿐만 아니라 위급한 장면들도?)이 별로인 이유 중의 하나가,

그렇게 고전 007 영화를 만들어놓고는 액션 장면마다 본 시리즈처럼 흔들어댄다.

 분위기를 낼 자신이 그렇게들 없나? 요즘 감독들(혹은 투자자들??)은 왜 그렇게들

흔드는 것밖에 모르는 걸까. 짜증난다...


-덧붙여, 이 스펙터로 인해서

QOS에 대해 조금이나마, 혹은 특정 요소(오락적인...)에 대해서라도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가 흔적이나마 보이는 게 어쩌면 내게 있어서

스펙터의 존재 의미가 될지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