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한국의 SF, 환상 문학 작가들이 선보이는 영웅들 이야기! - 이웃집 슈퍼히어로

베리알 2015. 5. 18. 05:30

 

 

 시대는 바야흐로 수퍼 히어로의 시대... 단순히 코믹스의 한 장르였거나 블럭버스터 영화 정도가 아닌,

일종의 이 시대의 사회 현상이 된 수퍼 히어로. 그러나, 현재 한국에선 물 건너온 히어로들을 즐기는

소비시장일 뿐인데...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SF, 환상 문학의 젊은(아마도? ^^) 작가들 중에서 히어로 팬인 작가들

만든 히어로물 단편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유행(?)에 따라 이 기획물이 나왔나보다...싶었는데, 책 소개를 보다 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읽어 보니 오호! 이 책을 기획한 김보영 작가의 말에서,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누구 하나 같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절로

실감하게 되었다.

 영웅의 존재, 영웅의 능력, 영웅의 과학, 영웅의 영향 등등... 히어로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기에 오히려 히어로에 대해서 한발짝 몇발짝 떨어져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줄지도 모르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바로 이 책이다.

 어쩌면 촌스러워보일 수도 있는 표지 그림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기획이 단순히 한방의 흥미 상술이

아니라, 상당히 진지하게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

 

 

-문자 그대로 작가들의 단편 모음이다.

 시대의 정치를 담은 신화라는 것의 현대적 Ver.이 수퍼 히어로 장르인 만큼,

이 이야기들은 재미와 별개로 상당히 생각해볼 구석들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니...

 

-존재의 비용 - 진산

 어쩌면 SF 단편선...같은 책에서 환상특급에 걸친 듯한 분위기의 이야기랄까.

 그냥 밝게 보자면 그렇다는 거고, 달리 본다면 한국의 시스템 현실이 겹쳐 보인다.

 열정 페이, 착취, 개살구, 자기만족의 세뇌 등등...

 뭐 어떻게 보던 간에 그건 개인의 몫일 듯. ^^

 

-월간영웅홍양전 - dcdc

 수퍼히어로뿐만 아니라, 괴존재들 중에는 특정한 시기에만 능력을 보여주거나

주기적으로 능력의 강약이 요동을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아주 젖절한 소재를

활용해 그런 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보여주고 있는... 로맨스물이다. (^^)

 

-편복협 대 옥나찰 - 좌백

 (무협지를 좀 본) 눈치 빠른 사람들은(내가 눈치를 챈걸 보면 눈치 없는 사람들도 알아챌듯... ^^;;;) 아마

제목만 보고도 설마 설마...할 수 있는데, 짐작한 그대로다.

 그 유명한 DC 히어로인 배트맨을 무협지 Ver.으로 컨버젼해 놓은 이야기. 단순히 그렇게만 바꾼 게 아니라,

근래 가장 유명한 DC 히어로 영화였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에서 이런 저런 요소들을 가져와

젖절하게 섞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한자식으로 바뀐 이름들을 보고 원래 캐릭터 이름을 매치해 보는 것도 재미있고, 배트맨을 무협지의

세계관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발단이 되는 사건 역시 시사적인 소재.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 - 김수륜

 순애물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

 

-초인은 지금 - 김이환

 시대와 정치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퍼 히어로 장르. 이 이야기는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히어로가 정말로 현실, 콕 집어서 이 대한민국 서울에 나타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하나의

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사건, 그리고 히어로에 대한 사회의 반응 등등은 피식~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런 심정이 현실 도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 않을까.

 제목 그대로, 정말로 초인이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서울에 나타났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종의 블랙 코미디...

 

-선과 선 - 이수현

 초인은 지금이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초인이 여기 등장했다는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면,

선과 선은 그런 초인이 아니라 별 능력 없는 일반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 대한민국에서

히어로 노릇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하나의 상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 히어로와 빌란의 경계는 무엇인가, 히어로와 빌란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아무래도 능력 많은 히어로가 나오는 초인은 지금이 거창한 규모의 이야기라면,

능력이 없는 이쪽의 히어로가 나오는 선과 선은 보다 더 체감되는 이야기일지도...

 여러모로 서로 대비되는, 그러나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두 이야기가 나란히 수록되어 있는건

역시 엮은이의 의지겠지? ^^

 

-아퀼라의 그림자 - 듀나

 개인적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재미가 없던 작품이다.

 뭐랄까...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이다.

 일단 단순히 외형으로만 본다면, 이 책에 실린 다른 책들에 비해서 이 이야기를 보기 위한

이 이야기 설정들이 많이 나오는데다가, 그런 설정이나 다루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한창 자극적인 것에 눈 뜰 시기에 자극적인 작품들을 보고 그게 뇌리에 남아 있는

아직 중2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이 쓴 느낌이랄까. 

 결정적으로, 이야기의 재미도 별로 느끼질 못 했다. 좀 더 늘려서 쓰던가,

아니면 과감하게 설정을 축소 삭제하거나 해서 단편에 맞게 이야기나 캐릭터에

집중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 김보영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서 초인에 대해 가장 과학적인 시각으로(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리얼이라는 얘긴 아니고... ^^) 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빛처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자와

중력을 조종해 시간을 조절해 그 비슷한 능력을 보이는 능력자가 시대의 비극과 함께 하는데...

 일단, 현실적이든 아니든 간에 존재하는 걸로 설정된 히어로의 능력에 대해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단순히 과학 놀이가 아니라, 그 능력이 이 나라의 현실적인 비극과

만났다는 점에서 흥미 이상의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게나 빠른 사람이 존재할 때의 여러 현상에 대한 과학적 측면의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완벽하게 과학적으로만 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이면 아무 재미도 없겠고... ^^)

 

-노병들 - 이서영

 한국에는 초능력을 가진 초인들이 존재했고, 이들이 히어로나 빌란으로 대놓고 활동하지 않고

현실의 조직들과 연계해 근현대사의 사건들에 등장했었다면?...이란 소재의 이야기인데,

간략하게 말해서 꼰대의 이야기다.

 주인공 철구는 바람을 조종하는 능력자인데, 그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소위 말하는 우파의 편에

서서 그 능력을 발휘해 왔던... 노인네다. 그래서, 한마디로 개꼰대다. 이 사람이 시대의 아픔 속에서

꼰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거나 하는 얘기는 나올 필요도 없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나쁜 방향으로

일조를 해왔고 거기에 얄랑한 자긍심을 더해 스스로 자위하는 꼰대이고, 오늘날까지도 며느리와 아들에게

꼰대이고, 편의점 점원에게도 꼰대이고, 길거리의 남녀에게도 꼰대이다.

 편의점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극중에서 철구가 편의점 직원의 눈빛에서 읽어낸

경멸의 빛에 캐공감할지도... ^^ 그런 식으로, 이 나라에서 꼰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경멸의 눈빛을

보내본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의 철구는(어른이랍시고 옆에서 떠드는 어린 처자들에게 참견하고

어른 대접을 받으려 하고 등등... 진짜 소름끼칠 정도로 언제나 어디서나 보는 듯한 꼰대) 이단옆차기라도

날려주고 싶은 그런 개꼰대일 것이다.

 

-말미에는 잠본이란 분과 국내에 발매되는 수퍼히어로 그래픽노블의 번역가 중 한명인 이규원씨의

수퍼 히어로에 대한 짧은(그러나 내용은 알찬) 이야기가 실려 있고, 마지막에는 이 기획을 한

소설가 김보영씨의 기획의 말이 실려 있다.

 김보영씨의 얘기를 보면, 이 책이 선입견과 달리 알차게 나온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애초 그냥 작가를

모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히어로 팬인 작가를 모았다니 말이다. ^^

 더욱 흥미로운 건, 이 책에 실린 단편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작품들(...이 한둘은 아니지만!) 중에서도

특히 장편으로 이야기를 확장하기 좋은, 그리고 뒷 이야기가 궁금한 초인은 지금은 이미 장편 원고로

완성이 되어 있고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도 장편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책의 발간일을 생각해

보면 지금쯤은 다들 어떻게든 결론이 나고 진행이 되고 있을지도...)

 엮은이 김보영씨도 기획을 하는 내내 즐거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팩을 보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도

책을 보는 내내 (여러 의미로) 즐거웠던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 좀 더 나아가, 작가와 만화가의 협업으로 한국의 수퍼 히어로 그래픽 노블들이

나오길 쪼까 기대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장편 기획된 작품들도 하루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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