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확실히 망할만한, 엄청난 제작비의 망작인 듯 - 독수리오형제 (ガッチャマン - Gatchaman, 2013)

베리알 2015. 2. 23. 12:31



[ 독수리오형제

(ガッチャマン - Gatchaman, 2013) ]



 나이 지긋한 지인들끼리 오랜만에 잠깐 볼 수 있었던 연휴...

 최신 작품들의 빵빵한 블루레이Show도 어느 정도 무르익은 후, 고전 작품들의 블루레이를

돌려보다가 자연스레 추억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그러다가, 정말 우연찮게 이 괴작 영화를

한번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그리하여,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뭐, 엄청난 제작비의 개폭망 작품, 뭐가 독수리5형제라는거냐 라는 등,

암튼 간에 좋은 소리가 없는 작품이 왜 그런지 확실하게 확인했던 것 같다.

그래도, 지인들끼리 유치찬란하다고 웃어대느라 나름 긍정적인 의미도 있었던...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망작에도 나름 장점은 있었던 것 같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사실 뭐 이 포스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다들 망하겠다...는 얘기들만 했었는데. (^^;;;)



-하지만! 이 영화의 도입부 설정만큼은 생각보다 쓸만했다.

 바이러스X의 등장, 그리고 이에 감염된 사람들은 갤럭터가 되고 그들로 인해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가 위협을 받는다는데...



-지구 수준을 말도 안 되게 뛰어넘는, 그래서 독수리5형제 외에는 대적할 수 없는 갤럭터의 설정은

영화에서 훌륭하게 재구성된 편이다.

 이 바이러스X에 감염되어 갤럭터가 된 존재들에겐 특유의 쉴드가 생겨서 지구인의 과학력으로는

데미지를 줄 수가 없고... 이에 대응하는 정체불명의 돌의 힘을 사용해야만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

 여기서 지구인 중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바이러스X에 감염되거나 돌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적합자이기에

돌을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사람들을 모은 독수리5형제라는 특수한 존재들만이 갤럭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정은 왜 독수리5형제가 존재하는지, 왜 그들만 뺑이쳐야하는지에 대한 의문 없이

이야기의 발단을 함께 하게 해준다.



-어찌 보면 마치, 용자왕 가오가이가에서 G스톤과 존다의 관계를 보는 듯 하기도 하지만,

암튼 그 덕분에 원작의 갓챠맨과는 다른 영화 갓챠맨의 정체성과 특유의 액션들이

설정이 가능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독수리5형제하면 겉멋과 허세가 아니겠는가!

훌륭하게 재현된다. 필요 이상으로... (^^;;;)



-슈트 디자인은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쫄쫄이의 본고장(...)인 미쿡에서조차 쫄쫄이 히어로들을 영화로 만들 때 리뉴얼을 하는 판에

일본 애니메이션 역시 영화에 맞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그래서 전신 쫄쫄이보다는 적당한 이런 슈트를 결정한 것 같은데 처음 보면 덕지 덕지 붙인 게

뭔 독수리5형제냐싶기도 하지만, 보다 보면 나름대로 독수리5형제스러우면서도 요즘 시대에 어색하지

않게 머리를 짜낸 느낌이 괜찮게 다가온다.



-캐스팅도 일단은 나쁘지 않은...면이 있다.

 비만 공적의 시대에 맞춰, 올빼미 캐릭터가 지나치게 리뉴얼되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경우 원작의 캐릭터를 느끼게 하는 구석이 많은 배우들로 꾸려져 있고

실제로 영화상의 연기 역시 그런 부분을 고려했다는 게 많이 느껴진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요즘 일본 유행(?)에 맞춰서 스키니한 애들만 데려다 놓으니

슈트를 입었을 때 느낌은 난민 그 자체! 적당한 근육질로 갤럭터를 힘으로 때려부수던,

그 시절 육체의 향연으로 악을 분쇄하던 타츠노코 작품의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는다.

 정말 빈곤하고 없어 보인다. 새삼 충격적일 정도로... -.-;;;



-독수리5형제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닌데... 그나마도 초반에 집중되어 있는게

상당한 단점. 이런 식의 독수리5형제 정체성 표현은 딱 여기서 끝난다. 이후는 액션도 별로 없고

후반에 가면 그냥 아무나 싸움으로... -.-;;;


-일단 갓챠맨의 성격 자체가 원작과 영화가 다르긴 다른데,

아무리 그래도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 놓을 거면 왜 독수리5형제인지...싶다.


-그러면서 자기네도 찔렸는지(?) 우리는 독수리5형제다!...라고 외치는 듯한 장면들이

종종 들어가 있는건 오히려 불협화음 수준.

 원작의 에피소드나 설정을 무리해서 끌어들인 게 여럿 있는데 대부분 이걸 왜 가져왔나싶을만큼

이야기와 겉돌거나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든다.



-이야기의 진행은 어지간한 TV 특촬물이 차라리 나아 보일 정도로 어이가 없다는 게 치명적.

 예를 들어, 마지막에 지구에 재앙을 불러올 위성이 등장하는데... 그냥 처음부터 위성을 박살내면 될걸

엉뚱하게 개고생하며 결과적으로 지구에는 재앙을 불러 온다(위성포는 처음 목표했던 지구의

주요 도시는 피하지만 결국 지구의 다른 지역에 전부 떨어진다. 강대국만 아니면 된다는 식? -.-;;;).

위성이 뭐 엄청난 방어 장치가 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어이가 없어서 이걸 무슨 생각으로

각본을 썼는지 황당할 수준. (이 영화에서의 진행 덕분에, 위성의 제어 장치가 망가져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럼 처음부터 제어 장치 파트와 위성 공격 파트로 나누던가 위성 조작을

좀 제대로 하던가 해야지 목표가 된 대도시만 아니면 된다는 건... -.-;;;)

 문제는... 역시 이런(?) 작품이 흔히 그렇듯이, 영화 내내 이렇다는 거...



-그나마 이 영화의 의미라면... 베르크캇체 정도가 아닐까.

 이 유치찬란한 이야기, 유치찬란한 캐릭터 속에서 그나마 원작의 캐릭터 느낌을 내면서

혼자 그나마 정립된 캐릭터를 보여주는 건 이 베르크캇체 정도뿐이니까.


 

-특히, 이 작품에서 베르크캇체를 맡은 게 누군가하면...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 선배의 여자 하츠미로

나와 기묘한 매력을 보여줬던 하츠네 에리코(初音映莉子)로,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작품에서 이렇게 묻혀지기엔 아쉬울 정도로... ^^


-나름대로 독수리5형제를 재현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 노력이 주로 엉뚱한 곳이나 보여주기Show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참 아쉬운 작품이었다. 정말 재현하려면 버드 미사일 성애자인 2호를

재현하던가... (^^;;;)

 아, 그러고보니 이 작품의 결정적인 단점 중 하나가 갓피닉스다. 정말 아무 의미없는 등장에

아무 의미없는 불새 코스프레에... 원작 팬이라면 빡칠 정도로 대접이 형편없다. -.-;;;













*** 잡설 ***

-사실 독수리5형제하면 반항아에 버드미사일 성애자 2호가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바른생활 사나이로 알려진 1호야말로 소시오패스... 영화에선 그저 그랬지만.


-적벽대전의 감녕, 특별출연! ^^


-새삼 1994년작 독수리5형제 OVA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의 갓피닉스 디자인은 OVA판과 거의 동일...


-개인적으로 옛날과 달리 일본 영화, 일본 애니에 정을 못 붙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CG인데...

헐리웃 영화나 애니는 많은 발전을 해서 이제 CG 객체도 무게감, 물리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까지 온 반면... 일본은 영화고 애니고 간에 CG 객체는 전부 다 나는 CG다!...라고

자랑하는 것처럼 무게감이나 존재감이 없어서 정 떨어진다.

 과거의 셀화 시절을 그리워하는건 단순히 그게 버블 시절이라서가 아니라, 셀화를 대체하는

CG 시대의 현실 수준이 그 모양인 점도 작용을 하는 듯 하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CG 메카닉들의 어색한 움직임, 존재감은 물론이고

갓챠맨의 액션 상당 부분이 CG로 되어 있어서... 한숨만 나온다. 옛날 그 셀화로 그려진

타츠노코 작품들의 근육맛이 전혀 나지 않는 게 무슨 독수리5형제일까.

 셀화 시절에는 이타노 서커스 등 애니메 표현의 극치를 보여주던 재패니메이션인데,

CG 시대로 오면서 그런 장인 감성이나 개성은 전부 포기한건지,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밋밋하고 몰개성한 CG 세상이 되었는지 슬플 따름이다. T T


-백조를 맡은 고리키 아야메(고우리키 아야메 剛力彩芽)... 생각지 못하게 은근히 매력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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