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오랜만에 다시 본, 몰살의 토미노의 진수 - 전설거신 이데온 발동편 (伝説巨神イデオン 発動篇, 1982)

베리알 2014. 8. 10. 22:30



[ 전설거신 이데온 발동편

(伝説巨神イデオン 発動篇, 1982) ]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생각난 전설거신 이데온...

 그래서, 아무 이유없이 정말 오랜만에 이데온 극장판인 접촉편과 발동편을 찾아보게 되었다.

정말로 아무 이유없이... ^^;;;


 아마 밀레니엄 즈음 해서 본 게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었을텐데, 정말로 오랜만에 다시 보니...

몰살의 토미노는 역시 명불허전! 이 막장 인간! --+

...이란 생각뿐이다. -.-;;;


 흔히들 꿈도 희망도 없는 작품의 대명사로 이데온과 발디오스를 꼽곤 하는데,

과연 그런 명성(?)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

 이데온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 만화영화랍시고 만들 생각을 했는지,

토미노 요시유키의 시대착오랄까, 후안무치랄까, 소시오패스랄까...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말이 나온다. 아니, 애초 이런 이야기를 만들거였으면 아예 어른용으로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던가,

솔직히 아이들 만화영화랍시고 스폰을 했더니 이런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막장물이 나왔으니...

내가 스폰서 입장이었어도 돌아버리고 토미노를 저주했을듯. (^^;;;)


 같은 작품이라도 확실히 시간을 두고 보면 달리 보이는 게... 그런 게 어쩌면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전설거신 이데온에 대한 스포일러로 가득하니 참고하시길 ***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H 요소를 대폭 가미해 아예 성인용으로 만들었으면 모를까,

지금 기준으로 봐도 내용이나 표현이 어른용인 이 애니메이션이 당시 어떤 평가를 받았을 지는

안 봐도 비디오. TV 시리즈는 결국 완결을 짓지 못 하고 39화에서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건담 극장판의 히트에 힘입어, 몰살의토미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덕분인지

이 이데온도 극장판을 개봉하게 되는데...


-TV 시리즈를 압축한 첫번째 극장판이 접촉편 (接触篇 - A CONTACT),

그리고 TV판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새롭게 전개해 이데온 이야기의 진짜 완결을 짓는

두번째 극장판이 발동편 (発動篇 - Be Invoked)이라고 나오게 된다.


-TV판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당시 심의나 지적질 분위기가 요즘같지 않다고 해도,

심야 시간에 성인을 대상으로 방영되는 작품도 아닌, 아이들 대상의 완구 판매를 노리는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전개는 지금 기준에서 봐도 뭥미스러울 정도인데... 극장판은 이 뭥미스러움을 넘어,

헉~소리도 나오지 않을 막장의 중력붕괴를 향해 달려 간다.


-위 장면은 발동편 인트로가 끝난 직후 절규하는 주인공 코스모와 영화 제목이 겹쳐지는 장면인데...

코스모가 시작부터 절규하는 이유는?

 


-TV판에서 이미 사망했던 여자 캐릭터를 어쩐 일인지 토미노가 인트로에서 살려 놓았는데...

 왜 살려 놓았을까? 뻔한 거 아니겠는가. 살려 놓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그(!) 몰살의 토미노인데! -.-;;;



-과연, 시작하자마자 바로 죽어버리는데... 그 방법이 참 보통이 아니다.

지금 코스모의 헬멧 유리에 그어진 빨간 게 뭐냐하면... 폭사하며 머리가 날아가는

그 여자 캐릭터의 피 궤적이다. 이 극장판 발동편이 어떤 이야기가 될 것인지,

시작부터 단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이 여자 캐릭터는 TV판에서 사망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총을 맞고 곱게 죽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곱게 죽은 캐릭터를... 굳이 이 극장판으로 끌고 와서는,

저렇게 처참하게 다시 죽이는 토미노옹... 몰살의 토미노가 아니라, 이쯤 되면

캐릭터 살해 애호증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



-TV판을 압축한 극장판 한편,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 극장판 한편...이라고 해도,

그리고 이런 일(?)에 전문가인 토미노가 관여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분명히 무리이기 때문에,

극장판은 태생적으로 여러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중에 하나가 이 셰릴이란 캐릭터로... TV판에서는 성격 더러운 이데 오덕후로 나오는데(^^;;;),

그나마 좀 박사랄까 연구원이랄까 하는 부분을 내버려둔 채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보이게 할만한

부분만 극장판에 끌어 온데다가, 극장판에서 추가된 장면들은 하나같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인증

그 자체인 것들뿐이라...극장판만 보면 천하의 쌍쌍바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으로... TV판의 압축 결과, 그리고 새로 이어진 이야기의 조합으로 인해,

TV판 때에 비해서 캐릭터들이 미묘하게 혹은 대담하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뭐, 그래봐야 극장판에서 친히 강림한 메시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공을 초월한 초이기주의의 결정체인 이데의 의지에 의해 지구인도 버프 클랜(바프크란)도

모두 한순간에 멸망해버렸던 TV판 엔딩과 달리, 극장판 발동편에선 그 이데의 의지가 구현된

메시아가 등장을 하는데... 누가 이데 의지의 구현체 아니랄까봐, 이놈이 초이기주의!

(위 화면의 우주복에 든 아기는 TV판에서부터 나오던 루라는 아기이고,

메시아는 루를 안고 있는 카라라의 뱃속에 있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주제에, 자신의 안전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로봇의 거대 빔포도 간단히 막아내는 기적을 발휘하지만,

모친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들은 자기랑 상관없다고 그냥 내버려 둬 모친을 죽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모친이 살아 있건 죽었건 상관없이 그 뱃속에서 유유히 살아 있고... -.-;;;

 무슨 이딴 게 메시아야!...라고 외치고 보니, 어라라. 그러고보니 원래 신이란 것들은

다들 이렇게 제멋대로에 자신만 아는 놈들이 아니었던가. 이 놀라운 리얼리티... -.-;;;



-이데온은 마치, 그동안 토미노가 여기저기서 벌여왔던 악취미들을 집대성시킨 느낌이랄까.

 솔로쉽(솔로들만 타는 배가 아님! ^^;;;)과 이데온은 초월적인 무한에너지 이데와 전설의 거신

이데온이란 개사기 무기를 가진 행운...을 가진 게 아니라, 사실 우주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이데라는

초폭탄을 버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거기에 속박되어 붙들린 노예 상황일 뿐이고...

 그 무한 에너지를 노리는 바프 클랜에게 쫓기는 신세다 보니 버프 클랜을 끌어 들이기 싫은

지구에게 버림 받고... 힘겹게 도피 생활을 하며 만나는 식민성들은 반드시 따라오는 버프 클랜에 의해

멸망할 뿐이고...

 번지르르한 무한 에너지라는 말은 그냥 광고 문구일뿐,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컨트롤할 수도 없는

이데 때문에 솔로쉽에선 계속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피해는 커져 가고, 그에 반해 버프 클랜 쪽은

무한 에너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무한 보급으로 압살해 오고...

 애초 뉴타입이라는 신인류가 등장했음에도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 했던 건담처럼,

버프 클랜과 지구는 시작부터 어긋난 단추를 바로 채울 새도 없이 그 어긋남 위에 계속 어긋남을

쌓아 가, 진작에 차분하게 얘기만 했었으면 되었을 상황을 결국 모두가 멸망으로 가는 막장

전면전으로 몰고 갈 뿐이고...

 그리고, TV판이든 극장판이든 몰살의 토미노라는 말이 우습게 보일 규모로, 우주 리셋.



-그런 우주 리셋이란 결과는 같지만, 그 과정은 천지차이다.

 극장판을 보고 나면... 오히려, 급작스럽게 마무리지었던 TV판의 엔딩이 그리울 정도로,

이 발동편에서 보여주는 TV판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몰살의 토미노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미 발동편의 시작에서부터 곱게 죽은 캐릭터를 굳이 살려 놓고 처참하게 죽여버리던 것처럼,

본래라면 TV판 마지막에 한번에 리셋될 캐릭터들을, 마치 즐기는 것처럼 하나 하나...

아주 그냥 하나씩 집어내서 신나게 없애 나가는 느낌이랄까.

 매드 사이언티스트 셰릴도 TV판에서 리셋되는 것과 달리, 매드 사이언티스트로서 사망,

 그외에 리셋되었을 그 무수한 주요 캐릭터들이 한명 한명 확실하게 죽어 나간다.

 TV판의 그 기나긴 여행을 함께 했던 캐릭터들이 한명 한명(자꾸 한명 한명을 강조하는 건

일부러 강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 죽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멘붕이 오는데,

위 장면에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아, 차마 말로 하기도 뭐시기한 암튼 그런 장면이 펼쳐진다. -.-;;;

 그냥 다같이 멸망했습니다...하는 것과,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하나씩 하나씩 콕 집어 주요 캐릭터들을

죽여 나가다가 리셋입니다...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어차피 결론도 똑같고 보면... 차라리, TV판의 엔딩이 훨씬 좋게 보일 지경.

 방송 중단이라는 게 참 잘한 일이었다...라는 생각도 살짝 들 정도로,

몰살의 토미노의 악취미로 가득한 학살의 현장, 그것이 바로 이 발동편.



-결국, 버프 클랜과 지구인들의 브레이크 없는 싸움은 둘의 모성이 멸망해 버린 후에도,

살아남은 생존자들끼리 어떻게 좋게 해 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끝을 향해 달려 가고...

바프 클랜도 이데온도 모두가 쓰러진 순간, 기다렸다는듯이 이데가 발동한다.



-...결국, 승리자는 코스모? ^^;;;



-그리하여, 바프 클랜과 지구인이 존재하던 우주는 리셋되고,

다시금 원시의 단계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는 엔딩을 보여 주려고

TV판 내내 그 암울한 싸움과 무수한 죽음을 반복하고, 그것도 모자라 극장판에서

주요 인물들 하나씩 죽여 나갔던 거였냐!!!...고 토미노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

 TV판의 우주 멸망 엔딩을 보고, 제작 중단 문제로 어쩔 수 없는 마무리였을 거라 믿고,

진짜 이데온의 마무리를 위해 극장을 찾았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집단 멘붕이었을 듯...


-암튼 간에... 역시 토미노는 정상인은 아닌 것 같다. -.-;;;



-아무래도 토미노 요시유키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건담의 데자뷰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장면은 영락없이 뉴타입 교감 장면인데... ^^



-개인적으로 이데온은 예나 지금이나 좋아한 적이 없다.

아니, 나뿐 아니라 내 지인들을 봐도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데온이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야기가 암울해서일까? 물론 아니다. 기껏해야 대백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던 시절이었는데? ^^

 이유는 단 하나, 디자인이 멋이 없어서! ^^;;;

 별 의미없는 완구 업체의 합체 장난감에 머리는 짐이니... 이런 걸 누가 좋아했을까.

 게다가, 솔로쉽도 별 멋이 없는데다가(색깔부터 탈력이다. -.-;;;), 이데온의 무기들도 위력은

대단하지만 멋이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저 이데온건만 해도 개사기 무기의 대명사이긴 하지만,

디자인만 보면 항아리 들고 Show하는 수준 아닌가. ^^



-건담에서 일부 요소는 가져왔으면서도, 철저하게 건담과 다른 방향을 지향한 게 바로

이런 외적인 부분인데... 건담이라는 대표 아군 메카닉은 물론, 건담 못잖은 대표 적군 메카닉인 자쿠가

존재하는 건담 월드와 달리, 이쪽은 볼품없는 아군 메카닉에다가, 그 못잖게 못생긴 적군 메카닉뿐.

 위에서도 말했지만, 대백과에서 도대체 매력을 느낄 구석이 없다.

 물론, 실제 영상으로 봐도 마찬가지이고...



-지금에 와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개사기 무기들을 갖춘 이데온.

 이 이데온 소드만 해도 분명 개사기 무기인 것은 분명한데...



-녹색 광선이 모인 곳에서부터 뻗어나와 초거대 건축물을 잘라내고 있는 하얀 빛이 바로 이데온 소드.

사실 소드라는 형태조차 불분명한 병기로... 그냥 이데온의 팔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올 뿐인 무기인데,

사기적인 길이와 사기적인 파괴력으로 멋지다기보단 황당하다는 느낌이랄까.

 이데 게이지의 불합리함을 고려하더라도, 코스모들이 이런 개사기 무기들을 좀 더 병기로서 활용하는걸

연구하고 훈련했었다면, 아마 이 이야기는 TV판 어디선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것이다.



-모든 걸 떠나서, 사실 진짜 문제는 바로 이 무한 에너지라는 이데...

 제멋대로인 게이지에 따라 심지어 바리어조차 왔다 갔다하는 상황이고,

그런 당장의 목숨이 아니더라도 뒤에서 지구인과 바프 클랜을 사실상 조종하고 충동질하며

멸망의 길로 등을 떠미는 개사악한 의지 에너지, 이데...

 첫번째 극장판 제목이 접촉편이라, 지구인과 바프 클랜의 접촉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무한 에너지를 손에 넣은 게 아니라, 변덕쟁이 신에게 붙들린 인간들의 절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이 이야기라는 걸 생각해 보면, 결국 이 접촉이라는 건 지구인이나 바프 클랜 같은 미개한(?) 지성체들의

접촉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지성체들이 이데와 접촉한다는 얘기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암튼... 간만에 다시 보니 여러모로 보는 포인트가 달랐던 것 같다.

 그렇게 답답하게 최악의 길로만 가는 지구인과 바프 클랜이지만... 사실 그 정도만 되어도

운이 좋은 게 아닐까.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기껏 이 지구라는 코딱지만한 행성에서 사는 같은 종인 인류조차 완전히 믿고 사는 게 아닌데,

외계인과 과연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그냥 우연히 만나 얘기나 한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무한 에너지가 얽힌 상황인데 말이다. 게다가 시작부터 꼬이고 꼬인(이게 다 메시아의

어머니탓이다! -.-;;;) 상황에, 날이 갈수록 더 꼬여가는 상황이고 보면.

 확실히 이데가 존재한다면... 지금 이 지구인들도 언젠가 적당한 시기에 정리될 게 확실할 것 같다. ^^;;;




-몰살의 토미노라 불리우는, 학살의 대명사 토미노 요시유키.

 어쩌면 그의 그런 학살의 기운이 잔뜩 모인 사악함의 집대성일지도 모르는 이 이데온이란 작품...

 무슨 바람이 불어서(혹시 이것이 이데의 의지인가! ^^;;;) 오랜만에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예전에 볼 때랑은 많이 그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요행히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다시 또 보게 되었을 때...

그때는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 올까나? ^^









(아... 그러고보니, 한국의 정식 발음법을 따르면,

토미노 요시유키는 도미노 요시유키가 되어야 하나??? -.-;;;)
















-개인적으로  이 시절 애니메이션 아니 비단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일본 노래들을 참 좋아라한다. 뭐랄까... 그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익숙함? 추억의 맛?

뭐, 명랑 분위기 넘쳐나는 남자 어른들의 행진곡인지 뭔지 모를 노래들은 그닥이지만

(이런 노래들 중에도 물론 좋아하는 노래가 있긴 하다. ^^), 독특한 분위기로

뭔가 서정적이고 뭔가 살짝 슬픔, 한 같은 게 서린 여성 가수들의 멜랑콜리한 노래들이 참 좋다.

 이데온 TV판 엔딩곡도 그런 경우다.

토다 케이코 (戸田恵子)의 コスモスに君と는 그런 점에서 딱 들어맞는 노래


TV판 마무리에 나오는 엔딩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_FnVW6V7Rrc



토다 케이코의 퍼펙트 베스트 CD에 실린 (아마도) 풀버젼

http://www.youtube.com/watch?v=5QnRNVjpd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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