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기생충을 혐오하는 인류도, 알고 보면 지구의 기생충 아닌가 - 기생 :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

베리알 2014. 7. 9. 23:04



  별 의미는 없는 게시물 제목이다. (^^;;;)

 이 책을 보게 된 건 그저 우연한 계기였는데... 근래 봤던 어떤 과학 관련 책보다도

재미가 있고 유익했던 것 같다.

 아니, 그깟(?) 기생충 얘길 하는 책이 뭐가 재미있고 유익하냐고?

 일단 그냥 보시면 압니다~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기생충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아마 요즘 아이들은 모를 것 같지만, 옛날에는 채변 봉투라는 것으로 학교에서 기생충 박멸을

위한 노력을 했었고, 실제로 과거의 책들에선 여기저기서 기생충의 발생 전파 과정,

그리고 그걸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기생충이란 박멸해야 하는 절대악... 인간의 몸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빨아 먹고

병에 걸리게 만드는 사악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기생충에게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라니???

 열심히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빈대 붙어 해를 끼치는 얌체를 가지고 무슨 사기여???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이미 현대인, 서구화된 선진국형 환경에 사는 현대인들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질병이라기보단 어쩌면 일상 생활이 된 듯한 각종 신체적 질환들... 예를 들어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등등에 대해 너무 깨끗해진 환경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과연 그게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당장 기생충 박멸을 외치던 옛날과 요즘을 보면... 천식? 알레르기 비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옛날과 단순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런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분명히 현실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 기생충이 등장한다.


-인류의 역사는 오랜 세월 동안 쌓이고 쌓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에 있었던 변화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최근 한두세기의 변화는 무시무시하다. 이건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

 오랜 세월 동안 기생충과 싸우고 공존하며 살아온 인류의 몸은, 거기에 맞는 면역 체계를

길러 오며 오늘날까지 왔는데... 그 면역 체계의 주요한 적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게 이 시대다.

오랜 세월 적응해 온 환경이 일순간에 변해 버린 상황... 면역 체계가 그렇게 순식간에 변할 수

있으면 진화의 세월이 필요가 없었을 거고, 그렇다고 필요없어졌으니 면역 체계를 한번에

정리해고할 수도 없는 상황. 이런 갈곳 없고 직업을 잃은 면역 체계는 문제가 된다.

 즉, 짧게 말하자면... 기생충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병을 얻어 죽어야할 필요까진 당연히

없겠지만, 인류의 역사 그 이상을 함께 해 온 기생충들의 존재를 한순간에 무시해버려서도

안 된다는 것. 이상하게 들리겠지만(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선뜻 기생충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 ^^;;;), 박멸이 아닌 공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인간에게 해롭다고 해서 어떤 해충이나 병을 완전히 박멸한다는 것은 꽤 어렵다.

슈퍼 박테리아가 현실의 문제가 된 것처럼, 이쪽에서 약을 만들어 내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보다

자연계에서 살아 남으려고 변화하는 노력 쪽이 훨씬 빠르고 강력하니까. 게다가, 이런 노력이

엉뚱한 영향을 끼쳐 의도와는 다른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켰던 비극들은 흔하지 않은가.

 하지만, 공존으로 방향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의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노력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부작용을 기다리기보단... 적당한 선에서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공존하는 정도. 즉, 기생 생명체가 적극적으로 변화해서

주체 못할 괴물로 되어가는 걸 자극하고 가속하기보단, 기생 생명체가 현실에 적당히

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참 중요하다고 한다.


-기생충이라고 하니 구충제로 처리하는 기생충들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런 벌레들부터 더 크거나 작은 생물, 균 등 이 세계는 수많은 기생 생물들로

둘러 싸여 있다. 기생 생물 위에 또 기생하는 기생 생물도 있다.

 이런 세계가 처음부터 짠~하고 만들어졌을까? 당연히 아니다.

 기생하려는 생명과, 그런 기생 생명체를 막으려는 생명체의 노력, 이들의 대결은 곧

서로 군비경쟁을 하며 최신의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전쟁 시대를 연상시키는 역사였고,

그런 역사들이 생명체로 하여금 지금의 이 단계까지 오게 만들었다는 것.

 즉, 기생 생명체야말로 생명이 진화해 오는데 있어서 엄청난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는 커녕, 일단 부정부터 하게 될테지만... 일단 이 책을 읽어 보면 된다. (^^)





-여기서 예로 들 수 있는 게 바로 이 걸작, 기생수! 


-외계에서 떨어진 생명체들은 문자 그대로 기생충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숙주에 잠입하는 무서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의 숙주가 되는 인류는

별반 저항도 못 해보고 이 기생충들에게 침식당한다.

 그러나! 그런 위기를 겪는 중에 이 기생충들에게 저항력을 가진 개체가 등장했다.

바로 주인공! 그리고 이 개체는 한걸음 더 나아가 기생충과의 공존을 이뤄낸다.

 하지만, 저항력을 가진 다른 개체들도 이런 상황이었던 것만은 아니어서...

저항력을 가진 혹은 저항하려고 하는 숙주들과 기생충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는

공멸의 길로 갈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개체의 노력으로

서로가 공멸하는 위험에서 방향을 돌려 공존의 길을 생각해 보게 된다.


-작품 자체만으로도 이미 매력 넘치는 흥미진진한 작품이지만,

현실의 기생 생명체를 떠올리며 보면 또다른 시야가 열린다고나 할까.

 자칫하면 서로가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았지만,

그와중에 특이한 개체들 혹은 변이를 일으킨 개체들 덕분에,

결국 인류도 한걸음 나아가고, 기생 생명체들도 한걸음 나아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진화인 것!


-이 책에서는 숙주를 조종하는(!) 각종 기생 생명체들의 이야기는 물론,

인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기생 생명체를 이용하는 등... 누구 하나 떼어 내서

혼자 살 수 없는 얽히고 섥힌 생명 그물의 세계가 다양하게,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암튼... 정말 흥미진진하면서도, 단순히 과학 혹은 생명의 분야를 넘어서

생명체의 철학까지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 꼭 읽어 보기를 강력 추천!

















*** 잡설 ***

-이 책을 보면서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빛좋은 개살구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당장 도움도 안 될 것 같고 선입견도 안 좋은 이 기생충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가부터가

이미 차원이 다른데... 예를 들어, 기생따개비를 촬영하던 이야기에 보면, 외국 교수에게서

일본 연근해에서 기생따개비에 감염된 게의 퍼센테이지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정보를 얻고는

이렇게 근처에서 적지 않은 감염 숫자를 확인했으니 당연히 국내에서의 사례도 궁금하여

촬여을 하려고 하자... 관할 부처에서는 절대 그런 게가 없다며 협조를 거부하고,

촬영 내내 농수산물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에 대한 연구 및 촬영은 사전에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뻔한 현실을 없는 것처럼 감추기만 하고 포장만 하고... 그렇게 사상누각으로 쌓은 이미지는

계속 비극을 불러 일으키는 게 이 나라 아니던가. 역시나 대한민국이랄까.


-기생충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이쁜(?) 기생충들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 책에서 기생충들이 모두 인간의 친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위험하고 피해야할 기생충들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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