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간만에 등장한 DC코믹스. 그것도 초대형 이벤트! - 인피닛 크라이시스 (INFINITE CRISIS)

베리알 2014. 6. 28. 23:03



  역시나 극장 흥행의 영향일까. 비교적 다양한 히어로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마블에 비해

(그래봐야 이쪽도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집중이긴 하지만...), 수퍼맨과 배트맨 정도를 빼면

대형 이벤트조차 침묵 중인 국내 그래픽 노블 출판 상황...

 그런 상황에서, 뜻밖의 초대형 작품 하나가 출시되었다. 바로, 인피닛 크라시이스!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DC 쪽의 전통 있는 초대형 이벤트, '크라이시스'라는 제목이 붙은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DC유니버스의 무수한 멀티버스들을 한방에 정리해버렸던 기념비적인 작품인 무한 지구의 위기에 이어,

다시금 멀티버스급의 위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 이야기 자체는 무한 지구의 위기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 년도에서부터 서로 엄청난 갭이...), 무한 지구의 위기 덕분에 이 인피닛 크라이시스가

나오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스토리 자체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

 그저, DC를 대표하는 최중요 캐릭터들인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듯이 대립, 갈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것만 말해 둔다.


-일단 이 작품은 작품 자체도 그렇지만, 국내 출판본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이렇게 국내에 정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작품을 국내에서 제대로 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점은 무한 지구의 위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쪽은 어차피 무수한 멀티버스들을

정리하려는 목적이었고 또 이야기 자체도 멀티버스들이 정리되는 내용인지라 초고전 히어로들이나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반드시 더 깊게 알 필요는 없었다(물론, 주요 히어로들에 대해선 제대로

알아야 하겠지만...). 하지만, 이 인피닛 크라이시스는 다르다.

 일단 그렇게 대거 정리된 후에 남은 히어로들이 펼치는 이야기인지라 전체 히어로의 숫자는

줄었지만 대신 각각의 히어로들의 비중은 더 커졌기에 단순히 히어로 숫자가 줄었구나...라고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

 게다가, 이쪽은 보다 더 최근의 이야기인지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에피소드들과의 연관성도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즉, 이 인피닛 크라이시스라는 커다란 줄기 사이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보다 더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T T) 국내에는

이 사이 사이의 이야기들이 다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대충 그려려니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들이 꽤 많다.

 그나마 멀티버스의 위기를 다뤘던 직접적인 선배격인 무한 지구의 위기가 정발되어 있고,

이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DC 3대장들이 서로 흥! 쳇! 핏!...거리고 있는 상황을 설명해주는

작품 중 하나인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도 정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렉스 루터의 처지를

말해주는 공공의 적이 이미 발매되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역시 택도 없다! 그 작품들을 제대로 보면 훨씬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적정 수요까지는 미치지 못 한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나오지도 않은 국내 상황...

여기서! 이 정발본의 독특한 시도가 빛을 발한다!


-이전까지 국내에 발매되는 수퍼히어로 그래픽 노블들의 경우, 수퍼히어로 코믹스의 불모지인

한국의 상황을 배려해서 캐릭터나 상황 등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이라기보단, 참고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주석이 거의 반드시 달려 있었고, 이는 작품에 따라서 그냥 주석 수준에서부터

헉~소리가 절로 나오는 주석 대마왕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 대체로 두가지 의견으로 나뉘는데 주석 자체에 원래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런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역시나 이렇게 덕지 덕지 달라 붙는 주석에 부정적으로,

다양한 작품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주석들이기에

긍정적으로 보는 쪽으로 말이다. 물론, 전자보단 후자쪽이 당연히 더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그래픽노블의 주석에 대해선 찬성하는 쪽이다. 그 수많은 다양한 작품들이

지금 당장 다 정발된다면 모를까, 그 주석들이 전부 다 나에게 유효한 게 아닐지라도 그래픽 노블을

보는 국내의 팬들 중에는 유용하게 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할 터. 관련 정보 찾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굳이 일반적인 주석의 잣대를 여기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국내에 발매된 그 어떤 수퍼히어로 코믹스보다 주석이 절실한 이 작품은,

이 인피닛 크라이시스의 정발본은 여기서 그동안 국내 그래픽 노블이 하지 않았던(어쩌면

내가 기억 못 하는 것일수도...? ^^;;;)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주석집을 따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


-주석집이라고 해서 무슨 엄청난 두께의 해설집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그저 20여페이지도 안 되는 작은 찌라시가 제공되는 정도이고...

그 내용도 무슨 칼라풀한 화보와 화끈한 배경 설명이 들어가는 그런 게 아니라,

그저 기존에 본편에 달려 있던 주석보다 좀 더 긴 주석들이 달려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체감 효과는 전혀 달라진다! + +


-위에서 그저 조금 더 긴 주석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그 조금 더 긴...의 범위가 상당히 다양하다.

기존에 본편에 붙던 주석보다 조금 더 긴 정도도 있는가 하면, 기존의 주석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품이나 배경 사건을 통째로 요약해 놓는 엄청난 정도도 존재한다.

 어차피 해당 지식이 필요한 작품을 제대로 읽는 것만큼의 도움은 되지 못 하겠지만,

본편에 깨알같이 달아도 얼마 되지도 않던 주석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효과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 이런 그래픽 노블을 구입해서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파워풀한 주석집은

대백과 페이지를 보는 듯한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암튼 그런 인상적인 주석집의 존재는 그쯤하고... 이 작품의 의의 중 하나라면,

어느 사이에 DC유니버스의 개막장 캐릭터의 대명사가 된 수퍼맨 프라임(슈퍼맨 프라임),

즉 수퍼보이 프라임(슈퍼보이 프라임)의 일종의 탄생기가 나오는 게 바로 이 작품이란 점이다.

 자신의 우주가 사라지는 희생을 겪으며 지금의 DC유니버스를 만들어낸, 그러나 잊혀진 존재들인

수퍼보이 프라임과 알렉산더 루터, 지구-2의 수퍼맨과 로이스...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희생해서 지켜낸 지금의 지구가 그들의 기대와 달리 막장으로 치닫는 것에

실망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다시금 정상적인 지구를 구현해보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야말로 순수한(누가 바보 수퍼맨 아니랄까봐) 순애에서 그런 동기를

이끌어낸 지구-2의 수퍼맨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다른 동기로 일을 벌이는 알렉산더 루터와 수퍼보이.

 결국, 그로 인해 수퍼보이 프라임은 이 지구의 (은둔형 찌질이) 수퍼보이와 대립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히어로들이 개입하는데... 이 미숙하고 자제심 없는 꼬맹이 수퍼보이 프라임은

그야말로 주체못할 학살극을 펼치게 되고 나중에는 그린랜턴들까지 학살하게 된다.

(새삼 수퍼맨이 얼마나 초인적인 자제력을 갖고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냥 주먹만 휘둘러도

펑펑 죽어나가는 대마왕 파워를 가졌으면서도 현실은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놀림 받으니...)

 멀티버스의 위기를 구한 잊혀진 영웅 중 하나였던 수퍼보이 프라임은... 결국, 이로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막장의 막장까지 타락한 채, DC코믹스의 개막장 캐릭터인

수퍼맨 프라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


-이렇게 세계를 다시 만들어 보려는 DC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당연히 현존하는 우주의 일원으로서 존재의 말살을 가져오게 될 그런 시도는 반대해야겠지만,

그 시도를 하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DC 유니버스의 악의 근원인 파란 스머프들 때문에 우주의 악마가 되고, 심지어 빅뱅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돌아가 우주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리셋하겠다던 그린랜턴 할 조단이나,

 이 작품에서 오로지 죽어가는 로이스를 위해 지구-2로 되돌아가려는 지구-2의 수퍼맨이나...

 기껏 자신들의 우주를 희생하면서까지 만들어낸 지금의 세상이 고작해야 히어로들의 찌질한

짓으로 얼룩진 타락한 세상이라는 것에 절망한 꼬맹이들이나...


-결국, 다시금 지구의 위기는 넘어가게 되고... 대학살극을 벌인 죄로 오아에 갇히게 된 수퍼보이 프라임.

이야기는 시네스트로의 역습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장 어두운 밤이 시리즈로 정발되나 했지만, 그것도 아니고...

 맨오브스틸 개봉 덕분에 수퍼맨 관련 작품 몇개 정도가 나온 게 고작인 침묵의 DC.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게 이런 초대형 이벤트,

게다가 국내 상황을 고려한 주석집의 제공 등등... 여러모로 놀랄만한 정발 상황이다.

















*** 잡설 ***

-악평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DC 로고는 정말 거슬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응이 안 좋다는 걸 DC나 시공사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는지

옛날 로고처럼 책 옆면에다가 떡 하니 박아 놓고 있지는 않다는 거(극히 예외인 작품도 있긴 하다).

 적어도 책장에 꽂아 놓았을 때에는 그 보기 싫은 로고가 보이진 않는다.


-DC의 개막장 캐릭터로 수퍼보이 프라임이 유명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DC 캐릭터 중 가장 싫어하는 건 다름 아닌 스펙터.

 차라리 빌란들은 빌란이니까 그렇다고 하지, 이 놈은 절대적인 힘을 가졌으면서도

맨날 찌질대며 구경이나 즐기는 광신도인데다가, 그 절대적인 힘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건

대형사고를 칠 때 정도이니 더욱 짜증이 난다.

 이 작품에서도 이 스펙터가 저지르는 대만행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책 끝부분에는 인피닛 크라이시스로 이어지는 작품들의 표지가 실려 있는데...

이게 그냥 멋으로 실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국내에도 정발을 할거라는 건지 모르겠다.


-무한 지구의 위기라는 멋진 한글 제목을 붙여 놓은 지난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그냥 인피닛 크라이시스 그대로 붙여 놓았다. 유감이다.


-기분탓일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지구-2의 로이스 레인은 아무리 봐도

영화 수퍼맨에서 마곳 키더가 맡은 로이스 레인을 모델로 한 디자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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