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영화의 금발백치나 신화의 토르가 아닌, 마블의 토르! - 토르 옴니버스 (Thor Omnibus)

베리알 2014. 5. 30. 10:47



  영화판에서 보여지는 마블의 강력한 위상 덕분인지, 국내의 그래픽 노블 출간도 (DC 쪽이 아예

안 나온다는 건 아니지만) 어느 사이에 어째 마블 쪽으로 상당히 추가 기울어진 듯한 모습인데...

 그중에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요 인물들인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에 비해서

헐크나 토르는 관련 작품 출시가 무척 적은 편이었으나... 그걸 만회하기 위함인지, 얼마 전에

엄청난 분량의 토르 작품 하나가 출간되었다. 이름하여, 토르 옴니버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일단 가격에 놀랄 수 밖에 없는 게... 얇은 건 만원 정도부터 보통 2만원+-이면 살 수 있는

국내 그래픽 노블 가격을 생각하면 뒷골이 땡길 정도로 엄청나다. 정가가 보통 그래픽 노블의

두배에 달하는 3만 7천원! 뭐, 할인 등을 적용하면 3만원대 정도로 구입은 가능하지만,

일단 이 가격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하지만, 책을 실제로 보면 납득이 가긴 간다.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이런 양장으로 되어 있고,

심지어 양장본에 보통 들어 있는 책갈피용 줄까지 달려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내용은 어떨까? 그점에 있어선 예상 이상으로 매력이 있다.


-일단, DC 쪽에 비해서 표지와 달리 내부 그림이 들쑥날쑥한 경향이 심한 게 마블인데...

이 작품은 이런 대량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한사람이 이끌어 가는 분위기이고

다른 사람들의 그림도 안정적이어서 작화면에 있어서 굉장히 특이한 편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작화가는 올리비에 크와펠인데,

이 사람의 작품으로는 그 유명한 하우스 오브 엠을 들 수 있다.

 하우스 오브 엠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 작품을 즐겁게 볼 이유가 추가될 수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라그나로크 이후, 아스가르드가 멸망하고 몇년 뒤...

 지구에 토르의 망치 묠니르가 나타나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지옥에서 돌아온 닥터둠과 판타스틱포의

대결이 펼쳐진다. 하지만, 누구도 묠니르를 얻지 못 한 채, 결국 도널드 블레이크가 나타나 망치를 손에

넣고 토르가 재림한다.

 돌아온 토르는 오클라호마에 아스가르드를 재현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잠들어 있던 아스가르드의

주민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 깨운다. 하지만, 로키 같은 악당들을 피하기 위한 이런 선별 노력도 무색하게,

로키가 꾸민 음모대로 로키마저 부활시켜 버리고 마는데...

(토르 ♡ 제인, T T 시프...인 영화와 달리,

원작에선 토르는 지구인 로널드 블레이크와 동화된 설정으로 나온다.

로널드 블레이크가 지팡이를 사용해 토르로 변신하는 식으로.

연인 관계도 토르와 로널드가 다같이 제인과 놀아나는 막장 스토리가 아니라(^^;;;),

토르는 시프와, 로널드는 제인과 연인이란 식이다)


-국내에 발매된 마블 그래픽 노블들이 대체로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시빌워 등에 집중되어

보다 인간적인 경향의 이야기들이 주가 되었다면, 이 작품은 그것과는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북유럽 신화의 강력한 신인 토르가 만능병기 묠니르를 들고 나오는 것부터 이미 다르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토르는 (토르 최강 형태인 룬 킹 토르는 아니지만) 오딘 포스를 지닌 토르인데다가

동족들을 한시바삐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시빌워 등에서 자신이 인간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토르이기에...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존에 국내에 발매된 토르 이야기가 비교적 북유럽 신화의 토르에 치중된 모습이었다면,

이 작품은 그런 토르의 정체성과 마블의 히어로로서의 위치가 참 젖절하게 퓨전된 듯 좋다.

 아스가르드인들을 살리기 위한 토르의 노력은 미국에 아스가르드를 재현해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딘의 아버지인 보르와 오딘과의 어두운 기억, 그리고 그로 인해 오딘과 토르의 숨겨진 긴장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정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대악당 로키... 여러모로 참 흥미진진하다.


-영화에서 망치나 휘두르는 금발백치로 신나게 너프된 토르이지만(그래도 강하긴 정말 강하다.

맨손으로도 아이언맨을 박살낼 뻔 했고, 재앙의 아이콘인 공포의 헐크와도 맞붙어 싸울 정도였으니까. ^^),

이 작품에서는 과거 헐크와 함께 바보 커플이던 토르를 지나 神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근래의 경향을

충실하게 반영해, 이게 정말 그 영화의 금발 백치인가...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다.

 더구나, 그냥 그렇게 무게감으로 폼만 잡는 게 아니라 시비를 걸러 온 아이언맨을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영화에선 토르를 넘어서는 인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로키인데...

이 작품에서의 로키는 그런 매력적인 악동 로키와 전혀 다르다.

 시간의 인과를 비틀어 가면서까지 잔인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부활한 아스가르드의 앞길에

먹구름을 내리는 이 막장 악당은... 신화 속의 악동도 아니고 영화 속의 악동도 아닌,

마블의 대표 잔꾀 마법 악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꼴 보기 싫을 정도로...


-아쉬운 점은,  이 거대한 이야기가 여기서 일단락 되는 게 아니라,

다음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단계로 마무리된다는 점...


-마블 히어로로서의 토르, 그리고 실제 마블의 이야기들과의 연계도 그렇고

암튼 마블의 토르를 알고 싶다면 최적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 잡설 ***

-영화에서 인간 쩌리들이었던 토르의 파티원들은, 인간과는 다른 정체성을 보여준다


-(죽은)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등 찬조 출연


-토르의 망치를 노렸지만, 자신이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마치 높은 곳에 매달린 포도를 먹으려다가 궁시렁대며 사라지는 여우 같은 장면을 보여주는

프롤로그의 닥터 둠이 인상적... ^^;;;

(하지만, 실제 본편에선 로키와 함께 개객끼 악당이 뭔지 확실히 보여준다)


-원작...이라고하긴 뭣하지만, 북유럽 신화에서도 그 강대한 신들이 마법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장면들이 나올 정도로, 북유럽 세계관에서의 마법이란 참 특별하고 엄청난데... 마블의 토르

작품에서도 역시 그런 마법의 위상이 이어지는 감이 있다


-사실은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인데... 중간 중간 나오는 아스가르드인의 미국 적응기가

그런 분위기를 완화시켜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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