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데어데블을 다시 보게 만드는, 느와르풍의 고전 그래픽노블 걸작! - 데어데블 : 본 어게인 (DAREDEVIL: BORN AGAIN)

베리알 2014. 5. 23. 20:55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수퍼히어로 장르가 그렇게 익숙하지도 않은 한국에서

영화 등으로 아주 유명해진 혹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초유명 히어로 정도를 제외한다면

데어데블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아... 그러고보니 의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히어로 영화의 망작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영화, 마크 스티븐 존슨 감독에

벤 애플렉 주연의 영화 데어데블은 워스트 영화로서 아~주 유명하긴 하니까. -.-;;;), 또 그 히어로를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나 역시도 그랬다. 데어데블에 대해 잘 몰랐고... 그렇다고 관심이 갈만한 구석도 없고

능력도 별볼일 없는 히어로인지라 더욱 더 관심이 갈 건덕지가 없었다.

 게다가, 그 영화를 본 덕분에... 더 이상 일부러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았다. (^^;;;)


 그리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4년! 뜻밖의 그래픽 노블 한권이 출판되었다.

 이름하여, 데어데블 본 어게인!

 데어데블의 인기나 인지도를 생각하면 정말로 뜬금포 출시라 하겠는데... 아마,

작가가 프랭크 밀러라 그 이름빨로 슬쩍 출시해 본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그래픽 노블과 다른 표지는 뭔가 이상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오호! 데어데블 팬들은 이 작품을 두고 이렇게 소개하는 걸 슬퍼한다지만, 어쨌거나

이만큼 짧고 굵은 소개도 없을 것 같아서... ^^;;;


출판사 리뷰 (http://www.yes24.com/24/goods/11942786?scode=032&OzSrank=1)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마블의 3류 캐릭터 데어데블을 일약 배트맨급 히어로로 격상시킨 프랭크 밀러의 걸작이자,

1980년대 중후반 그래픽 노블 고전의 대표작이다.
데어데블 관련작 중 필독서로 꼽히는 명작으로 프랭크 밀러가 지금의 위상에 오르는 시작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거칠면서도 문학적인 표현과 남성미 넘치는 연출은 고전작품 특유의 묵직한 감동을 전달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정말로, 데어데블 팬이라면 눈물이 고일 소개일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정말로 그렇다! 요즘 스타일과는 다른 80년대 매력으로 가득 한,

그리고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가 점점 그래픽 노블이 되어서 시각적인 부분이 주가 되는 것과 달리,

문자 그대로 그래픽과 함께하는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의 진짜 그래픽 노블인데다가,

그 내용도 기가 막히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일단 표지부터 뭔가 좀 달라 보인다. 고전작품이건 최신작품이건 화려하게 강렬하게...를 추구하는

경향과 달리, 깔끔하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뭔가 고전풍이랄까.

 아, 표지와 내용 그림이 거의 매치가 안 되는 마블 작품의 통상 경향과 달리,

이 작품은 표지 그림이 곧 내용물과 같다는 점도 장점이라면 장점... ^^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데어데블인 맷 머독의 옛 애인 캐런 페이지는 스타가 되기를 꿈꿨으나 나락으로 떨어지고,

결국 마약 한대값에 데어데블의 정체를 팔아 넘기고 만다. 이 정보를 입수한 범죄왕 킹핀은

데어데블을 파멸시키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 간다. 킹핀의 짓인 줄도 모르고

차곡 차곡 무너져 가던 맷 머독은 결국 자신을 노리는 게 누구란 것을 알게 되지만

망가진 맷 머독은 킹핀에게 패한 채 죽음으로 빠져 든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굉장하다!

 일단... 위에서 소개한 출판사 서평을 군말없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자체도 재미있고

이 작품의 데어데블은 정말 매력적이다!

 영화에서의 그 갈팡질팡 뒤뚱뒤뚱하던 데어데블과는 다르다, 그 데어데블과는! (^^;;;)


-수퍼히어로물이라는 걸 거의 자각할 수 없는, 분명히 수퍼히어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분명히 수히어로와 악당들이 대립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축축하면서도 서늘하게 아주 잘 만들어진 느와르 한편을 보는 기분!

 아무래도 데어데블 본인도 능력이 없는(^^;;;) 양민 히어로이기도 하고,

킹핀 역시 수퍼 빌란이 아니라 범죄왕이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요즘과는 다른 그 80년대 정서랄까. 요즘 같으면 아마 19세 딱지를 달고도 쉽사리 히어로물이라고

내놓기 뭣한 이 분위기와 스토리는... 정말 끝내준다.


-비록 맹인이지만 잘 나가는 변호사에 수퍼히어로로까지 활동하던 데어데블, 맷 머독이

순식간에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 당하고 하나 하나 상실해 가며 밑바닥으로 떨어져 가는 과정,

그리고 그런 과정을 뒤에서 조종하는 킹핀의 모략, 하지만 결국 그 밑바닥에서 다시금

Born Again 해 내는 맷 머독... 이 과정이 정말 드라마틱한 80년대 느와르랄까.


-그런 매력적인 스토리를 잘 살려내는 건 바로 그림!

 아무리 지금의 그래픽 노블들과 달리, 노블의 측면이 강조된 과거의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도

그래픽을 무시할 수 없는 법. 그 점에 있어서 과거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여러 한계가 있는데...

이 작품은 80년대 작품이라 그런 한계보다는 장점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 시절 유행하던 극화풍에 가까운 디자인이라 간략하고 빈약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첫인상은 분명히 시대를 느끼게 하겠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이 작품이 가진 스토리의 매력뿐 아니라, 이 그림이 가진 매력에도 강렬하게 붙들리게 된다.


-뭔가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내 안에 있던 데어데블과 킹핀이란 캐릭터가

새롭게 리셋되었을 정도로 스토리고 그림이고와 함께 캐릭터의 매력도 주체못할 정도다.

 그동안 솔직히 그 포스를 느낄 기회가 없던 킹핀(게임에서의 모습이나, 데어데블 영화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면 누가 킹핀을 범죄왕이라 인정하겠는가. -.-;;;)조차 느와르물의 보스다운 면모를

등골 서늘하게 보여주고... 데어데블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오안이었던 이 히어로가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어쩌면 요즘 사람들(?)에겐 이 작품의 진가를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옛날 80년대의 그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를 지나 온 사람들에겐, 이 작품은 단순한 수퍼히어로물이 아니라

걸작이라고 할만한 느와르물로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왜 이 작품이 전설인지 찌릿찌릿하게 느낄 수 있다. 강추!!!









*** 잡설 ***

-근래의 작품들은 모르겠지만, 예전 작품들은 확실히 프랭크 밀러 그림보단

이 데이비드 마주켈리의 그림과 연출이 훨씬 더 뛰어난 것 같다.


-이 작품에서의 데이비드 마주켈리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땀 표현이 좀 애매하다는 거... (^^;;;)


-데어데블 외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토르 등 어벤져스도 찬조 출연.


-책의 5/7 정도가 본편이고, 그 뒤엔 이 본 어게인 이야기를 만들기 전에 프랭크 밀러와

데이비드 마주켈리가 만들어 본 단편, 그리고 표지 콜렉션과 콘티 등이 실려 있다.


-데어데블 영화를 굉장히 혹평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혹평만 하기엔 장점도 인정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난리를 부린 데어데블이 집으로 돌아와 궁상맞게 고통을 참는 장면은

사실 일반인인 데어데블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소리로 정보를 입수하는

데어데블의 능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은 대단히 뛰어났다. 특히, 엘렉트라와 빗속에서 만나는

장면은 히어로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아도 좋을 정도.

 하지만, 평균을 내보자면 역시나 형편없다고밖에는... -.-;;;


-그게 참 이상한 것 같다. 영화 데어데블의 감독은 마크 스티븐 존슨.

 아마, 영화가 워낙에 그래서 이 작품을 DVD로까지 구입한 사람도 흔치 않을 것 같고,

더구나 그 서플까지 본 사람은 더욱 더 희귀할 것 같은데... 서플에서 이 감독이 말하는 걸 보면

정말 멀쩡하다. 아니, 히어로 영화가 원작 팬과 일반 대중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걸 보면 놀라울 정도.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정작 내놓는 결과물들은 정말 안습이란 말밖에 달리 표현이 없다.

 이렇게 개념 잡힌(?) 감독이 참여한 히어로물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각본, 감독 - 고스트 라이더 2007

 각본, 감독 - 데어데블 2003

 기획 - 엘렉트라, 고스트라이더 복수의 화신 2012

 ... 그야말로 당황스럽다. 어쩜 이렇게 망작으로 불리우는 히어로물들이 다 그의 손에서... -.-;;;


-국내에서 인기는 커녕 인지도조차 희미한 히어로의 쌍팔년대 그래픽 노블을

이렇게 용기있게 출시한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어데블은 불살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로 인해 많은 상처를 겪게 된다...

(더불어, 여자복이 이렇게 없는 히어로도 찾기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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