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공각기동대 느낌을 섞은 디트로이트 히어로 이야기? - 로보캅 (RoboCop, 2014)

베리알 2014. 2. 13. 14:38


[ 로보캅 (RoboCop, 2014) ]



  크게 볼 마음이 있던 영화는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볼 기회도 별로였고,

예고편을 보고는 영화 자체가 그닥 흥미가 안 생겨서...

 하지만, 그 예고편 덕분에 이걸 어떻게 까줄까...하는 생각까지 들던 바,

우연하게 생긴 기회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고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영화였다. -.-;;;


 예고편을 보고 든 생각은, 아니 그 로보캅을 가지고 그냥 요즘 액션 영화 하나 만들었나...싶었는데,

실제 영화는 그것과 많이 달랐다. 비록, 1987년판의 매력이랄까 특징인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는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요즘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들을 의외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한번 놀랐고... 예고편 등으로 기대할 수 있던

요즘 기준에 맞는 액션 장면들이 전-혀 없다는 것에 두번 놀랐다. (^^;;;)

 1987년판이 보여주었던 거대 자본에 의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희석된 이유는... 어쩌면 그만큼

그동안 그런 거대 자본이 세상을 더 지배할 수 있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언론 검열의 하나의 결과물일지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우연이거나 개인의 망상이겠지...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따로 있으니... 나중에 언급한다. ^^





( 모든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한국판 포스터들 보면, 언제나 스케일을 밑도 끝도 없이 엄청나게 확대시키지 않으면 안 되나 보다.

 뭐든 세상을 끝장낼 수준의 재앙이 닥쳐야 하고, 절대 위기에서 세계를 구할 주인공이어야 하고...

 영화 내용과 별 관계도 없고, 그닥 의미도 없을 문구를 붙여 놓은 저 이상한 한국판 포스터. -.-;;;



-그냥 이 정도면 로보캅 포스터 문구로 충분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공개된 수트 디자인이나, 예고편 등으로 느낀 건... 로보캅 설정을 가져 와서 그냥 요즘 기술로

만든 로보캅 액션 영화 하나 나왔나보다...싶었는데, 실제 영화는 그것과 굉장히 달랐다.

 도입부는 예상 이상으로 설득력이 있는데, 근미래에 미국 밖의 분쟁 지역에서 사람에 의한 군인 대신에

로봇 기술을 활용한 로봇들이 치안을 담당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 시장은 로봇의 도입을 제한하는 법 때문에 굳에 갇혀진 상황... 똑똑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들을 압박하는 좋은(?) 나라다보니(국개들이 절반을 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참

부러운 설정이었다) 로봇 제조 업체는 로비나 뇌물로도 그 법을 뚫을 수 없었고, 결국 이 시장을 뚫기 위해

완전한 로봇이 아닌, 로봇에 인간을 융합시켜 여론을 돌파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빈사에 빠진 알렉스 머피 경관이 선택되는데...



-사실 1987년 로보캅도 최첨단의 기술로 탄생한 로봇 경찰이 핵심이 된 액션 영화...처럼 위장되었지만,

실제 내용물은 거대 자본이 그 패악질을 거듭하다 못 해 공공의 영역까지 잠식한 디스토피아 미래(...를

그렸었는데, 그때는 분명히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렸었지만 몇십년이 흐른 지금은 이제 비참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신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나로서도, 1987년의 내공으로서는 로봇 경찰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다가 그 실제 내용에 실망했었으니까.

내가 1987년의 로보캅이란 작품의 진가를 등골이 오싹하게 느끼게 된 것은 몇년 후의 일이었다.


-이번 2014년판도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누가 편집한 건지 새로 만든 건지...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요즘 기술의 화려한 로봇 경찰 액션물일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는 전혀 다르다.

 화려한 액션 따위는 전혀 없고, 로봇 경찰의 화려한 활약 같은 것도 없다.

 있는 건 그때보다 순화되게 그려진 거대 자본의 악행이랄까 본질이랄까...인데,

그 부분이 약해진만큼, 그 빈자리(?)는 보다 더 내면적인 부분으로 채워져 로보캅이라기보단

마치 공각기동대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게다가, 표현에 있어서도 요즘 추세를 반영했는지 다분히 디트로이트 히어로 느낌... ^^;;;

 


-아마, 독수리5형제를 요즘에 만든다면 이런 수트 디자인이 좋지 않을까 싶은 로보캅 디자인은,

로보캅이란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고... 그냥 볼 때는 검은 색상이 나름 개성적이지만,

반대로 검기 때문에 영화에서 별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밤에 검은 오토바이에 검은 수트를

입고 달려봐야 뭐 보이는 게 있어야지! ^^;;;)



-사전 정보 제로 상황에서 갔던 지라, 의외의 관록의 호화 캐스팅에 놀랐다.

  게리 올드만이나 마이클 키튼 모두 배트맨 영화에 참여했던지라, 이번 영화의 블랙 로보캅에 대해서

감회가 남달랐을지도? ^^



-그리고 그리고... 언제부턴가 수퍼히어로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감초가 된, 사무엘 잭슨!

 이번에는 일종의 언론인으로 나오는데... 이게 가히 TV졷선 코스프레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1987년판과 달리 거대 자본에 의한 직접적인 악행을 낮추는 대신,

그 책임을 여기저기 떠넘기면서 이렇게 언론에도 배분한 느낌인 것 같다.



-둘다 근미래를 그렸다고는 해도, 1987년에 그린 근미래와 2014년에 그린 근미래가 같을 리가 없다.

적어도 거대 자본의 악행이라는 기초는 공유할지 몰라도, 그 표현에 있어선 굉장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이 영화의 장점이 존재한다.

 지금 기준에서의 근미래를 설정한 미래의 로봇 경찰은, 경찰 데이터 베이스를 통째로 넣고 있으며

온 도시의 구석 구석까지 비추는 모든 CCTV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그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해서 범죄를 처리해 나간다.



-하지만 장점은 그 정도일지도... 사회의 기계적인 시스템은 더 진보되었는지 몰라도,

정작 그런 시스템을 다루고 거기서 살아야할 인간들은 훨씬 더 퇴화된 느낌인 게 아쉬웠다.


-무슨 얘기인고 하나... 무적도 아니고, 대구경 총에 맞으면 데미지를 입고 고철 덩이로 전락하는 건 물론,

머리를 공격당하면 어차피 바로 죽는 무력한 존재에 불과한, 약하디 약한 로보캅 주제에... 하고 다니는

짓은 직전까지 인간이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게 닥돌만 하고 있다. 무슨 수퍼맨도 아닌 주제에

수퍼맨이 휘젓도 다니는 것처럼 휘저어대는 게 좀 어이 없을 수준.

 로보캅이 그렇게 멍청하니 악당들도 거기에 맞추려고 한 것일까. 악당들 하는 짓도 그 못지 않다.

 솔직히 정면 승부로 붙어도 많은 인원과 화기로 작전만 잘 세우면 쉽게 잡을 수 있을 텐데,

아무 생각없이 정면 승부만 고집하다가 당해 자빠진다. 그냥 적절한 함정 몇개만 준비해도 로보캅을

무력화시킬 방법은 널려 있을텐데, 요즘 초딩도 이런 수준은 아닐텐데 참... (로보캅과 싸움을 준비하면서

굳이 불을 끄고 야간 투시 장치를 사용하는 거 보고 정말 벙쪘다. 이럴 시간과 노력이면 그냥 적절한

함정이나 준비 했으면 쉽게 끝났을텐데... -.-;;;)


-이건 단순히 캐릭터들이 멍청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감독이 이런 분야(?)나 장르(?)에는 별 관심도

의지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문제라면 문제인데... 개나 소나 말이나 그냥 기본 화기만 무작정 사용할 뿐,

로보캅이란 존재가 어떤 활약을 하고 또 이런 근미래에 어떤 싸움이 벌어질지에 대해선 어떤 고민도 생각도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 냉정하게 말하면 영화의 액션을 보고 좀 화가 났을 정도.

 (1987년판이 보여줬던 아우라도 없고, 그렇다고 요즘 기술로 보여줄 수 있는 요즘맛도 없고...

이것이 12세 관람가의 굴레인가! -.-;;;)


-위의 이미지처럼 오토바이를 몰고 총격전을 벌이고... 이런 거 사실 보기 어렵다.

있어도 별 맛이 없다. 어두운 밤에 새카만 오토바이를 탄 새카만 로보캅이 뭘 어떻게 보여주겠나.


 

-주인공은 뭐랄까... 좀 샤프한 젊은 날의 반담 느낌? (^^)



-그래도 병갓같은 시스템을 활용한 개그 아닌 개그 장면들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진짜 의미는 따로 있었으니...

극중 머피의 부인 엘렌역으로 나오는 애비 코니쉬(Abbie Cornish)!!!


-그동안의 출연작품에선 이렇게까지 매력을 느껴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번에 살짝 살이 오른 듯한 그녀는 결혼 몇년차 정도의 유부녀 매력이 뭔지 확실히 보여준다.

 그동안의 날카로웠던 모습에 비해서 이번에는 딱 제 모습을 찾은 듯한 느낌으로, 암튼 나로선

처음 보고는 이게 누구야???...하고 놀랐을 정도로 못 알아봤으니까. ^^



-AV도 요즘 부쩍 유부녀물이 좋던데... 암튼 이 작품의 애비 코니쉬는 그런 매력이 넘쳐 난다.


-적당히 볼륨 있는 슴가도 인상적이어서... 첫등장부터 평범한 의상임에도 이미 눈길이 가게 했는데,

나중에 머피의 사고 현장으로 뛰어오는 장면에서도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 모핑에서 눈길을

떼지 못 했으니까. (^^;;;)


-암튼,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딱 하나 의미를 꼽으라면,

단연 애비 코니쉬의 재발견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의외로 감독의 여성 취향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인상적인 엉덩이를 자랑해 주는 여기자도 그렇고, 주요 남자 출연지들이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도 그렇고... 암튼,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의외로 다들 매력을 지니고

있던 것 같다.



-1987년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랄까...?싶은 장치들이 여럿 준비되어 있으니,

올드팬들이라면 아마 그런 장치들을 발견하고 즐기는 재미가 나름 있을지도...


-2014년에 만들어진 근미래물보다, 1987년에 만들어진 근미래물이 훨씬 더

2014년의 현실에 가깝다는 건 참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기분도 마음도 더러운 것 같다.


-어쩌면, 원작의 깊은 맛 대신에 다분히 공각기동대스러운 히어로물 느낌이 나는 건

12세 관람가로 인한  한계일지도.













*** 잡설 ***

-일반관에서 감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사운드 디자인이 특색이 있던 것 같다.

레퍼런스관에서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살짝...


-1987년작 로보캅을 본 올드팬을 위한 장치를 살짝 마련해두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1987년 작품과 연관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

 뭐, 그렇다고 로보캅3처럼 막장인 건 아니지만...


-보통 영화에서 이야기 진행을 위해 무리할 정도로 멍청하게 상황을 설정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 작품 역시 그런 부분들이 눈에 띄게 거슬린다.


-엉뚱하다 싶을 정도로 이상하게 들어간 음악 배치는 아마도...

아이러니함을 의도한 연출이겠지?


-혹시 1987년작 로보캅을 아직 안 봤거나,

혹은 너무 오래 전에 봐서 제대로 기억 못 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일단 뭐 내용적으로도 2014년을 사는 사람으로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현실적인 디스토피아인데다가

지금 봐도 놀랄 정도로 인상적인 화면 연출 등등... 진정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요 80년대 즈음에 참 굉장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외계인이 지나가며 감마선이라도 뿌렸나... (^^;;;)


-쿠키 없음


-번역 애비게일... 그닥 마음에 안 들었다.

 젖절한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용어 선택이나 번역 자체가 갸우뚱하는 부분들도 있었고...

대사 타이밍이나 줄이기가 이상하게 된 부분들도 있던 듯.

 뭐, 번역과 별개로... 영화 초중반에는 자막이 나오는 부분 화면이 하얀 경우가 많아,

흰 글씨의 자막이 배경에 묻혀서 안 보이는 경우가 줄줄 이어졌다. 인간적으로 테두리나 음영

처리 좀 하던가. 번역 입히고 직접 확인한 관계자들은 단 한명도 없었나? --+


-좀 나쁜 쪽으로 쓴 것 같긴한데, 1987년에 비해서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보다 더 로보캅과 머피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공각기동대니 뭐니 하는 얘기를 괜히 하는 게 아니다.

 더불어, 거기서 연결이 되는 2014년에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 문제거리, 혹은 2014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근미래의 문제거리들 제기는 의외로 괜찮았다.

 물론, 그렇기에 더욱 더 1987년판과 그 느낌이 달라졌지만...

















[로보캅 (RoboCop, 2014)]

< 영화>

장점 - 유부녀의 마력, 애비 코니쉬!!! + +

단점 - 공각기동대와 히어로물의 퓨전, 그리고 12세 관람가 필터... 나의 로보캅은 이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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