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어느 정도 선전했지만, 원작의 맛은 제대로 내지 못 한 어중간한 작품 - 엔더스 게임 (Ender's Game , 2013)

베리알 2014. 1. 7. 16:39



[ 엔더스 게임 (Ender's Game , 2013) ]



  SF 소설 역사에서도 유례가 거의 없는 감투를 달성한 현대의 전설, 엔더의 게임.

 비교적 최근 작품임에도 이미 고전으로 대접받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전설적인 아니

이미 이 시대의 전설인 그 소설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그게 이 엔더스 게임이다.


 원작이 소책자 크기의 500페이지밖에 안 되는(...) 분량인지라, 그리고 거대한 서사시 얘기도

아닌지라 한편짜리 영화로 만들기가 비교적 수월할...거라 예상한다면, 큰 오산!

 원작 소설이 화려한 스펙터클이 이어지는 내용도 아니고, 이야기의 재미를 끌어 가는 게

설명이 아니라 대사이기에... 오히려, 영화로 만들기 어려운 작품이다. 게다가, 이 소설의 재미는

진행 자체가 철저하게 단계를 쌓아 나가 클라이막스로 가는 식인지라... 그 안에서 뭘 생략하고

자시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영화보다는 미니 시리즈가 어떨까 싶은 작품인데...

 (새삼 참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시리즈인지 날이 갈수록 더 느껴지는 것 같다)

 결국, 영화는 그런 우려대로 나왔는데... 하지만, 단점만 있는 망작이란 것은 아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느 정도 원작을 살리려는 노력을 한 걸 인정할 수 있기에, 보다 더 고차원적인

불만을 얘기할 수 있는 거지, 그냥 막 망작 수준이었으면 이런 이야기로 투덜댈 것이 아니었겠지. ^^


 원작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다가 계속 미뤄져서 결국 영화를 볼 때까지도 작성을

못 한 지라(뚜렷한 계획도 없음...), 원작에 대한 참고는 이 사일신인(청해용왕)님의 블로그에서... ^^

http://sisi9144.blog.me/90175121306


 영화에 대해서도, 무협지를 보는 시각에서 본 무협지 매니아(!)이신 그분의 감상기도... ^^

http://sisi9144.blog.me/90187483342





( 모든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 포스터만 보고도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그런 포스터...

 왼쪽 아래의 여자 아이만 예외인데, 그건 다 이유가 있다. 원작에 비해서 포지션이나 비중이

상당히 조정이 된 인물인지라... ^^;;;



-사실, 이 작품을 정말 잘 나타낸 포스터는 이게 아닐까 싶다.

 인류와 지구의 모든 것을 건 최후의 전쟁이라면서, 그런 무거운 짊을 저런 꼬맹이의 등짝에 올려 놓은?


-영화는 관람가부터도 12세 관람가이고, 실제로도 그런 관람가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영화로 만들며

수정 삭제된 부분들이 있는데... 이게 영화를 망친(이 영화를 원작을 망친 영화로 본다면) 주범 중의 하나다.

 원작은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울 정도이고, 각종 교재로 사용되기까지 할 정도로, 단순히 애들이나 보는

SF작품이 아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나름의 시각에 재미를 줄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저런 어린 아이들을 전쟁터로 등 떠미는 입장에 설 수도 있는 어른에게 제대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단순한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부터, 인간 사회의 모습, 인간 아니 지구인이라는 이 종족의 과거와 현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저렇게 받아들이고 고민을 해볼 수도 있는가 하면, 같은 상황을 그저 애들이 게임이나

하고 전쟁놀이나 하는 모습으로 보자면 그냥 그렇게만 볼 수도 있을 그런 작품인데... 영화는 노력을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결과물은 후자의 느낌이 강해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런 아이들이 전쟁의 도구로 키워지는 걸 보면서, 그냥 영화를 본다고 웃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그런 게 어른이 아닐까.


-실제로, 내가 이 영화를 볼 때 (내 기준에서) 어린이들이 많았는데,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인지, 전혀 다른 영화를 같은 공간에서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어린이들로 이뤄진 부대가 군대식으로 이동하며 군대식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웃었지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원작에서 제법 필요한 부분들을 따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만의 수정이 없진 않은데,

그중의 하나가 저 소녀 캐릭터인 페트라라고 할 수 있다. 소설에 비해서 비중이 대폭 늘어 있고,

여성성이 상당히 강조되어 주요 캐릭터로 승진(?)되어 있다.

페트라는 맡은 배우는 헤일리 스타인펠드 (Hailee Steinfeld)로, 예전에 2013년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캐스팅되면서 로미오와 피오나라는 얘기까지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개성적인 미모를 갖춘 기대주인 것 같다. 덕분에, 로미오와 줄리엣 2013년판을 기대해 봐야

겠다. ^^



-원작을 살리려고 노력을 해도 인력으로 안 되는 게 아마 이런 부분이 아닐까?

 원작은 여섯살짜리 아이가 열한살이 되는 동안을 그리는데,

현실적으로 영화에서 구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그냥 한 배우로 그 기나긴 몇년을

영화만의 시간으로 퉁치는데... 보디시피 문제가 좀 있다. 주인공 키가 뭐 이리 커! ^^;;;

 

-아마, 캐스팅을 해놓고 보니 폭풍 성장을 한건지도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그 덕분에 원작의 미묘한

감수성은 상당히 희석되어 버린 것 같다.


-더불어... 폭풍 성장 이전의 주인공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한 건지,

아니면 이렇게 주인공 키가 크니까 에라 그러면 이렇게 가보자...하고 계획을 세운 건지 몰라도,

주인공의 장애물이 되는 본쏘 지휘관은 원작과 달리, 영화에선 난쟁이 땅딸보로 나온다.

 주인공이 폭풍 성장을 해서 어쩔 수 없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 키 차이가 나는데... 왜 그렇게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다.

 뭐, 군대에서 골치 아픈 선임들로 빼놓을 수 없는 게, 평균보다 나이가 어린 녀석들이라는 현실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영화에만 한정해 본다면, 엔더 역으로 마음에 들었던 주인공 배우.

 엄청난 키가 아쉽긴 하지만, 그 눈빛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화의 엔더에 대해 (그 키를 제외하고) 불만이 있다면, 아마 그건 이 배우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단,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원작의 엔더 에피소드를

전부 가져올 수 없다는 건 당연한 거지만, 소설에 비해서 영화에서 보여지는 엔더의 모습들은 엄청나게

순화가 된 덕분에... 원작에서의 그 엔더의 양면성은 영화에선 심하게 흐릿하다.



-엘리트들을 모은 교육 과정을 하나둘 폭풍처럼 뛰어 넘어, 폭풍 진급으로 지휘관이 되어 가는 엔더.

그는 그저 수대장이나 전투기 조종사, 전함의 함장 수준이 아니라,

지구 vs 버거(영화에선 포믹이라고 나온다. 아마 버거라는 이름의 영화 저작권이 따로 있던 득?)의

대결에서 지구측의 모든 부대를 지휘할 최고 사령관의 후보로 키워진다.



-어마어마한, 문자 그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만든 비밀의 결전 병기와, 지구측의 병력.

지구의 운명을 건 싸움을 위해, 그것도 정규전이 아니라 외계인의 본거지를 선빵으로 노린다는

도박과 같은 모험을 위해 올인한 지구측의 병력이지만...



-그런 지구인들을 기다리는 건, 홈그라운드의 외계인!

 하늘이 7, 적이 3!!!...이라는 명대사를 인용하지 않아도, 원작 소설에서 이 최후의 대결만으로도

지구 측과 버거 측의 세력비는 1 대 1000이라고 나올 정도이니... 지구인들이 굳이 자기 홈에서

방어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 선빵으로 외계인을 KO 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도박을

하지 않으면 그냥 앉아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도박을 성공시키기 위해,

능력 있는 어린이들을 모아(단순히 모으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완전 개윤리. -.-;;;)

군대식으로 훈련시키는 사악한 전범같은 짓에 온 인류가 매달리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그 싸움의 끝에서 엔더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혹은 인류로서는 받아 들일 수 없던 그런 진실을 알게 되는데...


-어설프게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는 누를 범하지 않고,

원작에서 필요한 에피소드들을 가져와서 조합했던 기승전과 달리,

결 이후의 과정은 영화와 소설이 (따지고 보면 크게 다른 것도 아니지만) 상당히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12세 관람가로서 애들도 보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이런 영화의 결말도 나름 이유가

있기는 하겠다고 생각은 들지만... 결과적으로, 원작이 갖는 미묘한 매력을 마지막까지 거세해

버리는 결과를 나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원작 결말의 방식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엔더가 진실을 알게 되는

부분에서 엔더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영화와 달리, 버거 여왕의 대사가 유례 없는 전투종족 지구인의

본성을 더 부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지구에서 벌어지는 국지전도 아니고, 도박과 같은 올인 선빵을 날리려는 지구와,

그런 지구를 식민지로 따먹으려던 우주의 괴물들의 대결이란 점을 생각하면 스케일이 엄청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설은 스케일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나마, 영화에서는 억지로 영화적인 연출을 추가해서 그 - 나 - 마 어느 정도의 영화 스케일은

구축이 되었지만, 화려한 우주전쟁이나 우주급 스케일의 격돌을 기대한다면 대실망한다. ^^;;;



-이 영화는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여느 망작들처럼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들다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고, 원작에서 필요한 에피소드들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적인 재구성에서 사족을 좀 덧붙인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다.


-이 캐릭터만 해도 그렇다. 저런 쓸데 없는 영화적인 화장과 설정을 덧붙일거면...

그 시간에 원작에서 전인류 가운데 가장 비범한 두명인 이 스승과 제자의 대화나 더 넣지 말야.



-하지만, 소설로는 보여주지 못 하는 영화만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고의 CG팀이 합류했는지 어땠는지 몰라도, 소설에서는 독자가 상상으로 구축해야 했던

엔더의 세계를 눈앞의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후반 총력전도 나름대로 영화적인 영상 연출이 가능한 부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압권은 역시 이 훈련장이 아닐까 싶다.

 원작을 읽고 보는 느낌에서 본다면... 그 장면들을 영화로 보여줬다는 점도 놀랍고,

영화의 러닝타임을 생각하면 짧고 강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지나치게 후다닥 넘어가 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근래 점점 드는 생각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면서 떠먹여줄 정도로 설명을 덧붙여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도 많은 지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이렇게 두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나름대로 영화 오리지널이라며 어거지로 시나리오를 쓰기보단,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충실하게 가져와 영화용으로 가공했다...는 쪽에 비중을 두거나,

영화에 어울리지도 않고 긴 시간이 필요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영화용으로 압축시키느라

원작에서 가져왔다는 딱지표만 붙인 대사와 상황들로 버텨내고 있다...라는 쪽에 비중을 두거나.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 영화라는 포맷으로 만들어진 엔더의 게임을

본다는 의미만으로도 어떨까...싶기도 하고, 이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면 원작을 보고 제대로된 엔더의

게임 매력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
















*** 잡설 ***

-사정상 레퍼런스관에서 감상을 못 해서, 좀 실망감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도 숨겨진 장면은 없음.

 단, 스탭롤이 마지막까지 끝날 즈음에 (극장 오류가 아니라면) 버거의 소리가 났던 것 같다.


-번역 작은 평화님. 소설책의 대사를 살리려고 좀 무리한 게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던 것 같은데... ^^;;;

 그러고보니, 극중 엔더를 끝까지 보좌하는 하사관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중사로 나왔던 것 같은데

이후로는 계속 하사로 지칭을 하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인지 원래 영어 대사가 그랬는지 암튼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어차피 별 관심도 의미도 없는 부분이고.


-엔더의 누나, 밸런타인으로 나오는 아비게일 브레스린.

 보기 드문 정변 사례로 남을 듯... ^^

(그러고보니, 극중에서 엔더의 게임 속 환상 세계를 표현하는 CG 세계가 나오는데...

여기서 사람으로는 피터 - 밸런타인 - 엔더의 3형제가 등장하는데,

원판불변의 법칙인지 CG팀의 편애인지, 피터나 엔더는 구린 게임 수준의 캐릭터 CG로 등장을 하는데

반해, 밸런타인은 단연 돋보이는 차원이 다른 급의 캐릭터 CG로 등장. ^^;;;)


-원작에선 이 엔더 3형제가 인류 역사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대단히 비중이 있는 존재들인데,

영화에선 러닝타임에 맞추느라 엔더에만 집중했는지, 결과적으로 나머지 형제들을 양민으로 전락.


-지구인이란 정말 무서운 전투종족인 것 같긴 하다.

 하긴, 역사를 봐도 자기네 동족끼리 이렇게 잔인한 피의 역사를 쌓아 온다는 게 말이나 되나.

종족보존이라는 생명체 최대의 존재 이유조차 깔아 뭉개는 게 인간이니...
















[엔더스 게임 (Ender's Game , 2013)]

< 영화>

장점 - 영상으로 표현되는 함대전과 훈련실의 무중력 전투

단점 - 막장 재구성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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