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같은 원작, 서로 다른 리메이크 -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 외

베리알 2013. 12. 24. 21:12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하면,

아무래도 故토니 스콧 감독이 만들었던 2004년의 영화로 인식하는 게 일반적일 것 같고,

더불어서 원작 소설이 있다는 정도가 거기에 곁들여질텐데... 이 2004년의 영화가 나오기 전,

약 17여년 전에 영화로 나왔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보다 적고, 더불어서 그 영화를

직접 본 사람들은 더욱 적다. 일단 영화 연도부터가 쌍팔년대 시절인데다가 이게 무슨

메가히트급 흥행을 했던 유명작도 아니라서 더 그런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이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고,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2004년판 맨온파이어보다, 1987년판의 손을 들어 주는 경향이 있다.

 영화 취향이나 감상이라는 게 철저하게 개인의 영역인지라 뭐라 얘기할 꺼리는 안 되겠지만,

그렇게 1987년판이 더 좋다는 이유 중에 보다 더 원작에 가깝다는 의견들도 있던데... 과연 그럴까?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은 A. J. 퀸넬의 크리시 시리즈의 1권, 불타는 사나이로 국내에는 옛날에 시리즈가

출시되다가 절판, 그후 영화의 개봉 분위기 덕분인지 나중에 1권이 시공사에서 새로 발매되었다.


 난 이 원작 소설도 읽어 보았고, 1987년판 영화도 보았다. 2004년판 영화도 보았다.

 그렇게 다 본 사람의 입장에서의 느낌은... 1987년판이 2004년판에 비해서 특별하게 원작에 더

가까운 것도 아니고, 2004년판이 원작과 많이 다른 것도 아니다. 그저, 하나의 원작 소설을 놓고

두개의 개성적인 영화가 나왔을 뿐. 정말로 원작에 가깝게 재현을 하고 싶다면, 두 영화를 적당히

짬뽕을 하면 어떨까 싶기는 하지만...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것이 시공사에서 재발매된 크리시 시리즈의 1권, 불타는 사나이로,

아래의 영화 이미지는 띠지의 형태로 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미 수십년 전에 시작된 시리즈로... 이 크리시 시리즈는 한마디로 말해서, 현대판 무협지다.

일개 양아치 조직도 아니고 유럽의 거대한 마피아 조직을 단신으로 붕괴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크리시의 존재부터가 무공과 절세병기 대신에 무기를 다루는 살인병기로서 대체된 무협지 주인공이고,

그가 가는 곳마다 미녀들이 알아서 달려 들어 주는 하렘 아닌 하렘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와 관계된 사람들은 언제나 비참한 불행을 당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조용히 살고 싶던,

잠자던 크리시의 살인병기 정체성이 각성해 오지게 복수를 처먹인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게, 2004년 토니 스콧 감독이 내놓은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다.


-내가 이 영화의 서플을 아직 제대로 다 보지 못 해서, 토니 스콧이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토니 스콧이 단순히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표현하기 위해

배경을 멕시코로 한건지, 아니면 1987년에 나왔던 영화와 다르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1987년판 영화와 무조건 반대로 가기 위해 그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이 영화는 겉보기에는 1987년판 영화보다 훨씬 더 원작과 달라 보인다.


-서늘한 기온, 낮은 습도의 메마른 차가움, 유럽 분위기...의 원작 소설 그리고 1987년판 영화와 달리,

이 2004년판 맨온파이어는 뜨거운 기온, 높은 습도의 축축한 열기, 남미 분위기...로 겉보기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그건 겉보기 배경이 그렇다는 것일 뿐, 그런 외형을 넘어 영화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 영화가 1987년판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1987)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겉보기에는 이쪽이 훨씬 더 원작에 가까워 보인다.

 원작처럼 주인공도 백인이고, 배경도 유럽... 하지만, 그런 겉보기가 다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런 외형과 달리 원작과 동떨어진 영화란 얘기는 아니고... ^^;;;









-원작 소설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크리시와 소녀의 만남과 이해의 과정 - 소녀를 잃은 크리시가 회복하고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

- 크리시의 무대포 복수극...의 3가지 부분인데, 거의 1/3씩 나눠질만큼 각각의 비중이 있지만,

실제로는 앞의 1/3이 가장 두껍고 그 다음의 1/3이 그 뒤를 잇고, 마지막의 1/3은 가장 분량이 작다.

 매력적인 복수극일수록 그냥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그 복수에 쾌감마저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이 작품 역시 복수를 펼치기 위한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이다.


-영화는 당연히... 이 중에서 가운데 부분을 거의 빼내버리고, 앞의 1/3과 뒤의 1/3을 가지고 전개된다.

이점은 두 영화 모두 공통인데, 단지 그 준비나 과정이 달라지는 게 영화의 개성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첫인상부터도 그렇고... 영화의 초중반은 1987년판이 더 원작에 가까워 보인다.

배경부터도 그렇고, 크리시와 소녀와의 생활 역시 원작에서 가져온 부분이 많다.

 그에 반해, 2004년판은 상당히 달라 보인다. 배경도 남미이고... 크리시와 소녀가 교감을 한다는 점 자체는

두 영화 모두 맥락은 같지만, 그 표현은 다른데 원작에서 소녀의 달리기는 여기서 수영으로 대체된다.

 더불어서, 크리시 - 소녀 - 소녀의 모친의 미묘한 관계는 소녀와 크리시의 연령대 덕분인지,

2004년판보다 1987년판이 더 잘 표현이 된 듯.


-중후반으로 가면 두 영화는 서로 점점 더 달라지게 된다. 일단 크리시란 캐릭터부터가 1987년판에선

맛이 간(거울을 보며 미소를 짓는 장면이 있는데... 어지간한 사이코패스 캐릭터 저리가라할 웃음을

보여준다) 복수자로서 상당히 감정적인 복수를 펼치는데 반해, 2004년판에선 속으로야 분노에 불타고

있지만 겉으로는 어느 정도 냉철한 복수를 펼치는 것도 복수 부분에서의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1987년판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이런 크리시의 감정적인

부분들이었던 것 같아서 좀 아이러니? ^^)


-그런 외형이나 성격뿐 아니라, 능력치 자체도 서로 차이가 크다. 1987년판 크리시는 절대무적

히어로 주인공이라기엔 여러모로 부족하고 약하지만, 2004년판 크리시는 절대무적 히어로 주인공이란

말에 딱인 수준.

 그럼, 과연 원작에 가까운 것은? 이게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게 재미있다. ^^;;;


-전체적인 줄거리를 보면, 배경의 차이를 차치하고 본다면 오히려 (일부의 선입견과 달리) 2004년판이

더 원작과 비슷하다. 비주얼이 주로 언급되는 2004년판이지만 내용은 오히려 충실하다는 것.

그에 반해, 1987년판은 설명도 생략된 부분이 많고 원작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재구성을

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걸 대체하는 게 오히려 비주얼이랄까?

 요즘 영화같은 화려한 장면과 기교 같은 건 없지만, 오히려 영상적인 면에서 보자면 1987년판이 더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강렬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건 아마 그런 영상의 마력 덕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


-암튼, 이런 비교를 할 수 있는 드문 사람들의 선입견과 달리... 1987년판과 2004년판은 어느 쪽이

원작을 더 잘 살리고 덜 살리고할 비교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매력적인 원작을 가지고

서로 다르게 만들어진 두 개의 영화가 있을 뿐.


-단, 그렇다고 그게 두 영화에 대한 호불호까지 구분할 수 없다라는 것은 아니다.

 원작에 더 가깝고 덜 가깝고를 떠나서... 설사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나 실망한 부분들이

원작에서 가져온 건지 아닌지를 떠나서... 각각의 영화들은 각각의 영화로서 보는 느낌이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복수 분위기는 물론, 외형적으로 원작을 더 잘 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판보다 1987년판이 더 취향인 것 같다. 이 작품은 91년인가에 국내에서 개봉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 중에는 90년대 초중반 즈음에 TV에서 방영했던 걸 보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무래도 그게 더빙의 힘일지도? ^^

 암튼, 그 건조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 뭔가 뒤틀린 듯한 영화의 색 분위기에,

크리시가 소녀를 잃고 분노의 전사로 각성, 이후 복수극을 펼치며 점점 광전사로 되어 가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터미네이터 같은 무적의 주인공도 아니고, 스타일리쉬한 비주얼 액션도 없지만,

이 영화의 묘한 분위기는 원작과 다른 이 영화만의 그 무언가를 만들어냈다고나 할까.

 그때의 더빙으로 다시 보고 싶다.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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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라지만, 무협지를 연상케 하는 원작 특성상,

영화에서는 생략되거나 순화된 부분들이 많다. 남자들도 개돼지처럼 죽어 나가는 상황이니만큼,

여자들은 험한 꼴 당한다는 표현 정도로 생략하겠다)


(1987년판에서 크리시 역을 맡았던 스콧 글렌은, 왕년에 많은 액션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써커 펀치에서 이상한(^^) 노인네로 나오는 등, 현재까지도 꾸준히 영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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