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접속을 24시간 하는 것도 아닌지라...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어제 오후에 스마트폰을 보던 지인이 그야말로 난데없이 분노의 질주에
나온 사람이 폴 워커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는데... 지인이 그 사람이 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를
하자 마자, 난 나도 모르게 뭔 소리냐고 빽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 아마 4월 첫주였으면 만우절 장난을 누가 이딴 식으로 하냐고 씨앙씨앙
해댔을 그럴 소식이... 현실의 사건사고가 되어 갑자기 닥쳐오고야 말았다.
솔직히 뭐 아무 생각도 안 났다. 그냥 멍했었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내가 폴 워커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기억하게 된 것은 바로 2001년에 나온 전설의 시작,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2001)...에서였다.
-빌빌하고 뭔가 좀 찌질한 느낌도 있고... 딱 이런 임무를 맡은 역할(?)을 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하 지 만! 그게 다가 아닌 배우였다.
일견 유약해 보이는 겉모습 사이로, 필요할 때마다 저런 눈빛을 뿜어 내며 제 할일을 다 하는 수컷...
-눈빛이 참 좋은 배우였던 것 같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척하다가, 뒤통수를 덮치는 야수랄까.
-그리하여, 얼핏 보기엔 괴물같은 빈 디젤과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역설적으로, 도미닉과 브라이언은 보기 드문 끈끈한 우정으로 묶인 친구가 되었던 것 같다.
-1편 마지막 레이싱 장면... 누가 보면 브로크백레이싱이라고 오해할 것처럼(^^;;;),
이 도미닉과 브라이언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우정이야말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
그 자체가 아니었을지. T T
-이렇게 분노의 질주에서 시작된 이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우정은 계속 이어져,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2001)
패스트 & 퓨리어스 2 (2 Fast 2 Furious, 2003)
패스트 &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 (The Fast and The Furious : Tokyo Drift, 2006)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 (Fast & Furious, 2009)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 (Fast Five, 2011)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The Fast and the Furious 6, 2013)
...무려, 12년을 이어져 오는 시리즈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편도 제작중이었고.
-모르는 사람이 죽었다는 얘길 들어도 기분에 영향이 없을 수 없을텐데,
그냥 연예인들의 사고도 아니고... 강산이 바뀌도록 계속 이어져 온 영화 시리즈,
그것도 내가 관심도 없는 시리즈도 아니고 흥미진진하게 즐기며 기다리는 그런 시리즈의 아이콘이었던
배우의 갑작스런 사망이라니... 세상이 갑자기 귀찮아진듯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6탄인 더 맥시멈에 대한 실망감에, 아직 블루레이를 구입하지 않고 있었는데...
뭣에 홀린 듯, 무작정 주문을 하고 말았다. 앞으로 며칠 몇주를 굶거나 불편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뿐이다.
-참 새삼스럽게 내가 이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이 시리즈의 아이콘인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우정을 얼마나 즐겁게 보고 있었는지...
정말 사람은 잃어버리기 전엔 모르나 보다.
-개인 소장품도 아니고, 개인 취미도 아니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거대 산업 그 자체인
이 분노의 질주라는 시리즈는 관계자들이 뭐 어떻게든 이어가긴 할 것 같다. 이 기회(?)에
편집을 통해 브라이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하차시키고 그 아들을 등장시켜 다음 세대의
도미닉과 브라이언으로 끌고 갈 수도 있을테고... 하려면야 뭐 외계인들이 습격해 오는 스토리도
끼워 넣을 헐리웃 세상 아닌가.
하지만, 어떻게 이어지게 되건 간에...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이 분노의 질주라는 추억은
여기서 페이지가 막장에 다다른 것 같다. 혹시나 이후의 분노의 질주가 계속 나온다고 해도,
그건 분노의 질주 시즌2 같은 거지, 도미닉과 브라이언의 그 분노의 질주는 아닐테니까.
(설마, 대타 배우를 내세워 브라이언 캐릭터를 그냥 계속 가려는 시도는 하지 않으리나 믿고 싶다)
-폴 워커 (Paul Walker), 그리고 브라이언 오코너 (Brian O'Conner)를 추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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