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소년점프답지 않으면서도 소년점프스러운 괴리감 - 은혼 (銀魂)

베리알 2013. 12. 18. 15:46



  액션 영화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액션 영화가 아니듯이,

개그 만화라고 다 같은 개그 만화가 아닌 건 너무나 당연한 야그인데...

 개인적으로, 근래 연재 중인 작품 중에서(+ 내가 본 적이 있는 작품 중에서) 개그 센스로 가장 대단하다고

느낀 만화라면 두가지를 꼽는데, 하나는 웹 연재로 옮겨서 마무리를 향해 가는 국내 만화 키드갱,

다른 하나는 소년점프의 은혼이다.


 키드갱은 웹 연재로 옮긴 후부터는 마무리를 위해서만 가는 느낌이라 예전의 개그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서 아쉽지만... 예전에는 정말 대단한 개그 센스를 보여주었다. 혹시나 그렇고 그런

코믹 조폭 만화 정도로만 생각하고 아직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면, 꼭 보라고 권해 주고 싶을 정도.

 물론, 이 키드갱의 개그 센스가 본인의 취향과 안 맞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


 은혼은... 운이 따르지 않았으면 어쩌면 진작에 조기 종료되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리고 소년점프에서 계속 연재하고 있다는 게 용해 보일 정도로 소년점프와는 이질적인 작품인데...

 천천히 들여다 보면 작품 자체가 마치 두개의 작품을 억지로 붙여 놓은 것처럼 서로 다른 두가지 분위기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소년점프와 안 맞는 분위기, 다른 하나는 전형적인 소년점프식 소년지 만화.

 어쩌면 작가가 소년점프에 연재를 계속 하기 위해서 타협을 한 결과물인지... 아니면, 억지로 연재를

계속 하다 보니 이렇게밖에는 끌어갈 수 없는 것인지... 뭐가 속사정인지는 몰라도, 나로선 이 점이

꽤 안타깝게 느껴진다.

 (소년점프의 시스템이란 게 참 거시기하긴 거시기한 것 같다. 인기 없으면 바로 짤리는데,

인기 있으면 그만두고 싶어도 계속 억지로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게 참... 그러다 보니, 소년점프 만화라는 건

어느 정도의 규모를 미리 기획해서 거기에 맞게 전개하지 않는한, 끝도 없는 인플레이션만 반복되는

배틀물 패턴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게 숙명인 듯... 다른 잡지의 만화들과 달리, 소년점프 만화로서

장기 연재를 하면서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그럴싸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갖춘 작품은 언뜻 생각나질

않는다. 전설이라는 작품들조차 냉정하게 보면 다 그냥 본체보다 큰 사족들을 이어 붙인 꼬라지니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을 매력적으로 뽑아놓았으니 그렇게 질질거릴 수도 있긴

했겠지만)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것이 은혼 1권의 표지.

 요것만 보면 그냥 일본 + SF 느낌에다가 배틀을 하는 만화인 분위기로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개그도 그냥 개그가 아니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엽기도 아니고 진지도 아니고,

어쨌거나 일부 사람들은 아저씨 개그라고까지 하는 특이한 개그가 이 작품의 진면목이 아닐지.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게다가, 단순히 여자 캐릭터 팬티 보여주거나 좀 야한 장면이 나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라.

소년점프에 연재하는 만화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음담패설(야한 개그가 아니라, 음담패설!)이

꾸준하게 나오다 못 해서, 거의 작품의 기본 정서 중 하나로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인데...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런 장면조차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게 바로 이 은혼의 세계이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은혼은 크게 두가지 분위기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형적인 소년지 배틀물로서, 폼 잡는 악당들이 나오고 주인공이 물리치고,

그 와중에 적당한 사연과 우정과 노력으로 승리를 향해 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년점프의 왕도다.


-다른 하나는 개그판으로서, 작품의 큰 줄기 진행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스토리인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은혼의 진짜 재미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소년지 배틀물 파트에서의 은혼은 솔직히 별 매력이 없다. 흔한 배틀물과 달리 기술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내용도 아니라서 우정 노력 승리에서 노력의 비중도 약하고, 그냥 어떻게든 백야차가

악당을 때려잡으면 그만인 패턴이 계속 계속 반복만 되는지라... 솔직히, 은혼에서 이 배틀물 파트가

진행되는 낌새가 보이면 당분간 관심을 끄기도 했을 정도.

 하지만, 개그물 파트는 다르다.


-작가 소라치 히데아키가 딱 일본의 황금시대를 질풍노도의 시기에 겪었던 세대라 그런지(79년생),

그 정서를 바탕으로 펼쳐 내는 오덕 아저씨 개그는 가히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

 대놓고 음담패설을 늘어 놓는 아저씨 개그부터 시작을 해서,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대표하는 죠죠 3부의

스탠드 기술을 자연스럽게 귀신과 연계한 개그 스토리, 바로 위의 표지에서처럼 요즘의 게임이 아닌

예전 시대의 게임 분위기를 끌고 와서 보여주는 게임 응용 개그들은 그 시절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겐

굉장한 매력으로 작용할 듯 하다.


-그리고 그런 긍정적인 센스가 배틀물스러운 이야기와 섞이기도 하긴 하는데... 메이드 안드로이드가

퇴화해가는 과정을, 게임 그래픽의 발전을 역으로 이용해 응용한 센스는 정말 감탄했었던 기억이 난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하지만,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보기 위해선 재미도 없는 배틀물 패턴이 지겹게 이어지는걸

견뎌야 한다는 건 상당한 고문이라면 고문인 것도 사실. 처음 몇번이야 캐릭터들 정립해 가는 과정이나

은혼의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과정인지라 나름 봐줄수는 있었지만, 그게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이어지다보니 정말 문자 그대로 지겹다.


-그래서, 개그 파트가 나오길 기다리며 배틀물 파트에서 견디다가... 자칫 방심하면 아예 은혼이란

작품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는 상황도 가끔 발생했고, 결국, 지금은 어디인지 기억도 안나는 부분에서

더이상 이 작품을 잡지 않고 있다. 은혼의 개그 센스를 생각하면 이렇게 손 놓고 있는 게 안타깝지만,

은혼의 (억지) 배틀물 이어가기는 여러 배틀물 중에서도 재미가 없는 편에 속하는 지라 사실상 고문...

 

-소년점프스러운 배틀물로서의 은혼, 그리고 소년점프와는 어울리지 않는 개그물로서의 은혼.

 이 둘이 어떻게 이렇게 공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개그 센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점프에서 연재를 계속하기 위해서 억지로 배틀물

부분을 이어 붙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개그 파트는 작가가 직접 담당을 하고, 배틀물 파트는

점프의 담당이 많이 관여하는 기이한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도저히, 그 번뜩이는 개그 파트와 구태의연한 재탕이 이어지는 배틀물 파트를 같은 작가가 그려내고

있다고는 믿기 어렵다. -.-;;;


-암튼... 그리하여, 언제인지 모를 시점에서 손을 놓고 만 은혼...

 개그 파트에서의 매력은 여전히 잊지 못 하겠는지라, 우연히 기회가 되면 다시 또 은혼을 붙잡을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간에, 참 이상한 소년점프 만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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