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멜랑콜리한 기분으로 꺼내 본 예전 추억의 DVD 잡지들 - DVD review 외

베리알 2013. 8. 19. 10:51



  문득 책장에 꽂힌 DVD 잡지들이 눈에 들어 오니, 뭐라 말하기 어려운 멜랑콜리한 기분에 젖어

꺼내보고... 웃음인지 실소인지 모를 표정들이 지나고 기분은 더 Down된 것 같다.


 밀레니엄을 시작한다는 2000년 즈음... 참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싹들이 보였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보면 모든 게 멸망한 폐허만 남은 것 같아서 더 씁쓸하다. 만화도 게임도 DVD도...

단순히 시대의 변화로 인한 결과라는 말로는 전혀 납득이 안 가는 지금의 현실에,

과거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감정들만 퐁퐁 솟아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DVD 잡지들이 여러 개가 있었다.

 지금 언급할 녀석들 외에도 다른 잡지들도 더 있었을 정도...

 하지만, DVD 업체들이 철수하고 망하고 하는 판에, 잡지들이 유지될리 가 없다.

하나둘 사라지다 결국은...

 블루레이의 시대로 와서는 그런 반짝 희망조차 없는 상황이니, 그저 한숨뿐이다.

 PC 게임 시장과 PC 잡지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 공신이라고도 회자되는 부록 경쟁은

DVD 잡지에서도 이어졌는데... 절박감에 부록 경쟁이라도 해야 했던 건지, 부록 경쟁으로 상황이

더 나빠진 건지 뭐가 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개인들에게 여유를 빼앗고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나, 젊은 세대가 취미 생활을 할 여건도 여유도 없는 사회 분위기에선... 어떻게 해도

잘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게 더 서글프다.


 잡지들을 오랜만에 만져 본 김에, 추억의 잡지들 이야기 조금...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이미지로 이 녀석을 놓은 건, 내가 이 잡지를 너~무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음에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던 게 이 녀석이었을 뿐이다. 이미지 하나 찾기도 어려운,

잊혀진 추억의 잡지들이라니. -.-;;;



[ DVD review ]

-올리DVD란 곳에서 아마 첫타자를 끊었던 것 같은 DVD잡지.

 시작부터 부록을 제공했는데, 특이하게도 킵케이스에 넣어진 녀석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책 내부에 표지따로 그리고 종이 케이스에 디스크 따로 이렇게 줘서, 적당한 킵케이스에 넣어야 했다.

 헬레이저를 구입하고선 하앍 하앍 거리던 기억이 새삼... ^^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의 잡지였다. 두께는 얇은 편이었지만, 영화 - DVD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그런 기사들을 콕콕 준비해서 내보냈다고 할까. 입문자에서부터 어느 정도 내공이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부담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DVD 잡지들은 후기보다 초기에 나온 책들이 우수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게...

 DVD 시장 자체도 죽어가고 DVD 잡지도 죽어가고 그러다 보니, 나중의 DVD 잡지에서의 리뷰들은

DVD를 리뷰한다기보단, 영화평론가들이 영화평을 하면서 DVD를 곁들인다는 분위기라

그때까지도 활약하시던 DP의 백준오님처럼 전통을 자랑하는 일부의 DVD리뷰어들의 기사 아니면,

솔직히 시간낭비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반해...

 초기에 나오던 잡지들은 그야말로 열의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영화에 대해서도 DVD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포인트와 내실 있는 리뷰로, 읽는 즐거움을 주었었다.


-그중에서도 이 DVD review는 타이틀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지적했기에,

내가 더 매력적으로 느꼈는지도 모른다. ^^ (그래서 일찍 폐간되었나? -.-;;;)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다루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DVD에 집중된 스타일.



[ DVD 2.0 ]

-2002년 5월에 창간되었다고 나오는 잡지.


-What Hi-Fi?...와의 기사 제휴라는 강조가 눈에 띄는 책으로, 편집을 조밀하게 한 편이라

그냥 겉보기보다 내용이 더 많았었다. 책의 절반 정도까지를 하드웨어에 다루고 있을 정도로

DVD에 대해서도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정보 전달을 해 주던 책.


-단, DVD review에 비하면... 적어도 하드웨어를 차치하고 DVD에 대해서만 본다면,

아무래도 DVD를 리뷰한다는 느낌은 좀 퇴색되었다. 리뷰에서 영화평론가들의 비중이 높아서,

마치 영화 리뷰 끝에 DVd 얘기 몇줄 붙여 놓는 식의 리뷰 아닌 리뷰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본다면 흥미로운 특집 기사들에, 가독성은 조금 떨어져도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는 점, 하드웨어에 대한 읽을거리 등등... 괜찮았던 잡지였다.



[ DVD21 ]

-DVD잡지라기엔 영화잡지로서의 정체성이 좀 더 강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특집 기사나 DVD 리뷰 이외의 기사들은 대체로 영화 잡지의 기사들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DVD 리뷰는 의외로 DVD 리뷰다웠다는 게 함정.

 영화에 대한 리뷰 혹은 흥미 유발 이야기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비중으로 DVD에 대해

다뤄주고 있어서 DVD잡지의 정체성을 의외로 잘 보여주는 리뷰들이었다.


-특집기사들도 영화잡지다운 기사들 사이에 괜찮은 DVD 기사들이 실려 있던 것도 숨은 함정.


-지면의 1/3 정도는 하드웨어에 할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잡지는 의외로 특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별 기억에 남는 이미지가 없던 잡지라, 꽂혀 있던 놈을 다시 보면서 오, 이거 DVD 리뷰가

이랬었나?...하고 새삼 깨달았을 정도. ^^;;;



[ HiVi ]

-시공사에서 일본 Home Theater과의 기사 제휴로 내놓은 책.


-DVD 잡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일본의 하드웨어 기사 번역들로 가득한,

사실상의 AV 하드웨어 잡지였다.


-하드웨어에 집중된, 그것도 일본 기사에 집중된 책이라 대중적으로 가장 떨어지지 않나 싶었는데,

시공사빨이어서 그런지 의외로 오래도록 버텼던 것 같은 기억...


-국내인이 쓴 기사들은 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건 볼만 하지만,

일본 기사들의 번역은 처음 볼 때는 흥미로울지 몰라도, 그 특유의 만담인지 뭔지 뜬구름잡기인지 뭔지

해대는 분위기 덕분에... 보는 게 그닥 즐겁지 않았다. 문제는 책의 상당 부분은 그런 기사들이라... -.-;;;


-게다가, 대충 꾸준히 구입할 수 있는 DVD 타이틀과 달리,

일반인으로서 한번 지르면 다음 지름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일본인스러운 리뷰들은... 이 책을 매달 볼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매달 앰프 바꾸고 스피커 바꾸고 플레이어 바꾸고...이러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일 듯? (^^;;;)



[ the DVD ]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 하고 침몰해가는 DVD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랄까.

 이제는 이게 DVD잡지인지 뭔지 모를 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VD칼럼니스트라고 되어 있는 사람들의 기사조차, 영화 얘기만 줄창 해대고 있는 게 보통이고...

특집 기사들은 아무리 봐도 DVD를 양념으로 친 영화 기사들로 보일 뿐이고...

DVD잡지라면서 참 잡다하게 이런 저런 분야의 기사들을 넣어 놓았고...

 책도 두꺼운 편인데 보고 나면 뭘 봤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DVDIAN ]

-이제 이 디비디언 정도로 오면, 이젠 뭐 잡지가 아니라 그냥 판매되는 광고지 레벨이 된 느낌이다.

 실제로, 내가 이 잡지를 본 건 오프 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금액 이상으로 주문을 하면 박스에 끼워 주던 모 DVD 쇼핑몰 덕분이었다.


-판형 자체가 일반 잡지의 절반 수준에 얇디 얇은 책인데도 불구,

그 내용에서 상당 부분은 DVD와 관련이 없는 것들로... DVD 매니아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안습이다.


-그나마, 적은 지면에서도 초반에 배치된 DVD 칼럼니스트들의 리뷰들은 DVD 리뷰로서의

매력을 전달해 준다. 특히나, 언제 어디서나 DVD 리뷰의 레퍼런스를 보여주는

DP의 백준오님 같은 분의 리뷰는 이 DVD잡지인지 광고지인지 모를 책들을 버리지 않고

놔두게 만들어 준다.


-그외에는 뭐... 정말 할 말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저런 소수의 일부 DVD 칼럼니스트들을 제외하면,

적잖은 기사들은 DVD를 소개하고 있으면서 그냥 영화 소개를 하는 게 보통이고...

그중에는 DVD란 것에 대해 잘 모르거나 기술적인 부분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냥 영화평론가들이

많아서... 보다 보면 저절로 허무해지기까지 하는데, 그런 속에서도 진짜 DVD로 보지도 않고 쓴듯한

기사들을 보면 참다 참다 분노가 치밀 지경.


-특히, DVD 잡지 초반에는 타이틀의 단점이나 문제점들을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점차 시간이 흐르며 이런 부분이 굉장히 무뎌졌고... 이제 광고지 수준으로 된 이 잡지에선

그런 부분은 거의 전무하다. 극히 일부의 DVD 칼럼니스트 기사를 제외하면, 문제점 같은 건

아예 언급도 안 하는 분위기가 보통이고... 정말 DVD를 보고 기사를 쓴건가 싶을 정도로

뻔히 보이는 단점들도 무시하고 찬양만 한다던가 하는 등등...

 여러모로 진짜 서글픔에 빠져들게 한다.









-종이책은 여러가지 이유로 점차 존재가 흔들리는 추세라지만... 정말 그렇게 흘러가는 게 좋을까.

 그냥 다운 받아 보는 영화와 내 손에 넣고 보는 DVD 또는 블루레이 영화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그냥 다운 받아 듣는 MP3와 내 손에 넣고 듣는 CD 음악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그냥 인터넷에서 스쳐 보고 마는 기사와 내 손에 넣고 읽는 책 내용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정보의 홍수 시대라는데, 그 속에서 정말 내게 남아 주는 정보들은 어떻게든 실제로 나와 접촉을 하는,

그런 미디어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냥 뇌 속에 전기 신호로 저장되는 것 뿐일테지만...

단순한 전기 신호의 저장을 넘어, 내 몸에 기억되는 그 무언가가 있는가 보다.


-암튼... 옛날 잡지들을 꺼내 보면, 잠깐이나마 희망찼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니 그냥 막 멜랑콜리~

 출시예정작에 업체 리스트만 수두룩한 걸 보면... 참 복잡한 기분이다. 지금은... T T





(*** 이 시절 잡지들을 보면, 참 다양한 일반인들의 모습이 나왔었다.

극한의 프라이빗씨어터를 추구하는 사람들, 프라이빗씨어터의 개념을 넘어서 진정한 홈씨어터를

추구하고 가족들과 즐거워하는 사람들 등등...

 그때 그 분들은 과연 지금은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추구하던 바를 더 달성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러 사정으로 취미를 접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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