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여태까지 본 (어쩌면) 최악의 상군서 역주? - 상군서 : 부국강병의 공격경영 전략서

베리알 2013. 7. 13. 21:27



  예전에 언급했었던 상앙의 상군서... (http://blog.daum.net/dominna/631)

 일이 생겨서 책을 구입해야 했기에, 간만에 검색을 하게 되었고...

 가장 최근의 책이 아무래도 번역이나 보는데 있어서 가장 낫지 않을까하고 골라본 책이 바로 이것.



(한동안 블로그가 조용했던 이유는... 사정이 생겨서 지인의 일을 처리하느라

본의 아니게 좀 오지 비스무리한 곳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손 닿는 곳에 PC가 있다면 모를까,

일부러 그런 거 찾아서 보는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그냥 손 놓고 있었다. 뭐, 일도 바빴고...

 남들 휴가 가는 시기에 참 처량하구낭)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 책은... 내가 여태까지 본 진나라, 상앙, 전국시대, 상군서 등등

이런 것들에 관련된 책 중에서 가장 불쾌한 경우로, 정말로 책값이 이렇게나 아까울 수가 없었다.


-번역을 놓고 보면 어쩌면 가장 잘 된 책인지도 모른다. 상군서의 특정 판본을 기본으로

고대 인물들의 주석이나 인용을 언급하고, 다른 판본과의 비교도 하고, 그렇게 역자가 꽤 신경

썼다는 게 느껴지는데... 책을 볼수록 그게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아니, 점점 부정적인 의미가 되는데...


-이 책을 쓴 역자가 누군지 알았다면 아마 구입하지 않았을텐데...

책을 보다가 불쾌해져서 역자의 경력을 보니, 조선일보 블라블라...

더 놀라운 건, 조선일보 기자 경력도 있고 한겨례 기자 경력도 있고... -.-;;;


-암튼, 상군서를 본 사람들이나 혹은 상앙의 개혁 정책에 대해서 아는 분들은 아마

이 책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상군서로 대표되는 고대의 변법, 개혁의 취지는 기득권의 불필요한 권리를 제한하고,

나라의 권력도 신하나 귀족, 왕족들이 설치지 못 하도록 왕에게 집중하고... 강력한 법 집행 등으로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인데...

 이 책을 쓴 역자는 정말로 상군서를 보기나 하면서 이 책을 쓴 것인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뭐, 번역해 놓은 걸 보면 당연히 보면서 쓰기는 했겠지만... ^^;;;)


-그냥 번역만 제대로 하던가 하면 됐을텐데, 몇몇 부분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작가 나름의 생각인지

의견인지를 덧붙이는데... 이게 정말 황당하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전문경영인에 의한 기업 운영보다 족벌 경영이 유리하다는 것.

 전문경영인에 비해서 족벌 경영은 자기가 주인이라는 의식 덕분에 더 열심이고 신경을 쓴다나 뭐라나.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그렇다. 이거 소위 보수(라고 쓰고 수꼴이라 읽는다...)들이 맨날

재벌 회장들 쉴드치고 찬양하면서 나불거리는 그 레파토리다.

 또한, 삼성과 LG의 예를 들며 위기 상황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과정 시스템을 가졌던 LG는 깨갱하고,

회장의 강력한 권력으로 유지하는 삼성은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또 헛소리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위기나

특정 상황, 혹은 아직 시기상조라서 민주적인 절차나 시스템보다는 독재가 좋다는 거... 이것 역시,

맨날 어느 애들이 나불거리는 레파토리 아닌가?


-보면서 정말 벙찔 수 밖에 없는 게... 상군서에서 계속 강조하고 강조하는 내용을 생각하면,

절대로 저런 짓을 옹호하고 추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군서가 추구하는 방식을 적용한다면,

가지가지 부정이나 특혜 등으로 말도 안 되게 권력을 유지하는 한국 재벌들은 모두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처벌에 있어서 한국에서 맨날 기업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던 레파토리인,

한국경제에 이바지한 어쩌구 저쩌구 이런 개소리는 물론 나올 기회조차 없다.

 그 사람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건, 아무리 공을 세운 사람이건 간에, 지금 저지른 죄는 그 자체로 처벌할 뿐,

그 사람의 과거 공적이나 출신, 권력 등등 그딴 것은 고려하지 않는 다는 건 상군서 내내 나오는 내용이다.


-강력한 권력을 지닌 회장? 이런 건 상군서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쳐내릴 방해꾼이다.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엉뚱한 놈들이 권력을 쥐거나 영향력을 가져선 안 되는데,

재벌들이 너도 나도 으시대고 있는 상황은 당연히 척살해야할 상황이지 추앙할 상황이 아니다.


-암튼... 정말 이 역자가 상군서를 직접 번역을 한 건지, 상군서 내용을 보면서 번역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번역기 수준으로 암 생각없이 기계적인 번역을 한 건지... 그도 아니면 역자는 멀쩡히 번역을 했는데,

누가 그렇게 똥칠을 덧붙여 놓은 건지, 진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그냥 심하게 불쾌할 뿐이다.


-상군서의 대략적인 분위기만 알아도 절대 저런 소리를 할 수가 없을텐데... 이게 참 뭔 소리인지.


-역자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불쾌한 기분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알고보니 무슨 연구소 소장으로 역사에 관한 책을 많이도 내놓았던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역사책이랍시고 내놓는 책들이 과연 제대로된 것일지 의문이 들뿐더러,

아직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는 청소년들이나 머리가 어수룩하게 굳어버린 어른들이 이런 책을 보고

과연 어떤 영향을 받을지 생각하면 새삼 오싹하다.


-어쩌면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책을 이용한 자기계발서에 가까울 수도 있을텐데...

생각해 볼수록 참 절망적이다. (대부분) 아무 짝에도 쓸모없을 그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이

이런 식으로 존재하며 예전의 국가적인 세뇌 정책의 역할을 현시대에 대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새삼 참 자기계발서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저주스러워졌다.


-암튼, 혹시나 상군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딴 거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역자의 이름도 잘 기억하고, 저서와 역서들의 목록도 기억했다가 앞으로도 혹시나 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

 이러면서 무슨 동양철학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하는 건지... 에휴.


-생각할수록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상군서 내용을 가지고 예를 들고 싶으면, 재벌들의 부정부패, 각종 특혜 등등

그런걸 거론하면서 재벌이고 뭐고 이딴 거 신경 안 쓰고 소시민들 때리듯 처벌해야 하는데,

맨날 이 핑계 저 핑계, 특히나 경제발전에 공이 어쩌구하는 개소리를 덧붙이는 것에 열을 내며

비판만해도 역자의 생각을 이야기할 공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정말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아마, 생각이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상군서를 보면서 이런 작가의 생각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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