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어머, 이 영화는 꼭 봐야 해! - 부러진 화살 (Unbowed, 2011)

베리알 2012. 1. 20. 23:52


[ 부러진 화살 (Unbowed, 2011) ]


게시물 제목은 패러디이다. 그 유명한 짤방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


화제였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보고 난 소감은... 설명이 필요없다! 꼭 봐라! 두번 봐라!? ^^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이 영화에 대해서 꼭 알아야할 것은 "법정 실화극"이라는 점이다.

이 말은 이 영화가 100% 사실로만 만들어졌다거나,

혹은 다큐멘터리라는 얘기가 아니다(다큐라고 해서 100% 사실이라고 하면 그게 코미디... ^^;;;).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그 소재가 법정을 다루고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실화 소재 영화와는 상당히 경향이 다르다.

 통상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그런 사건이 있었네...정도만 차용하는 게 보통,

영화적인 재구성이 재창조 수준인 경우가 상식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가 그만큼 100% 사실에 가깝다는 야그는 아니고,

영화의 소재가 되는 내용들이 맛보기 차용 수준이 아니라 실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기본 발단은 말할 것도 없지만, 법정에서 쟁점이 되는 내용들은 그 자체가 사실이다.

물론, 그게 사실이라고 해서 주인공이 무죄냐...라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다.

 법정공방의 주요 쟁점이나 상황은 그런 것들이 존재했다는 자체가 사실들이며,

이에 대해선 대법원이 영화의 개봉에 맞춰서 허겁지겁 홍보용 자료를 일선 법원에 내려보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즉, 그에 대한 해석이나 혹은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시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주요 쟁점들은 그 자체로 존재했던 것이라는 것...

  그 점을 알고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볼때도 보고 난 후에도 좋을 것이다.


 법정 공방의 실제 쟁점과는 별개로,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법관들과 검사만 이해가 가능한 영역인가? ^^) 태도들

역시 그 자체가 사실들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사건에서 석궁교수가 정말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떠나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법부의 태도 자체에 문제점과 아쉬운 부분이 많아 보이는 건 사실인 것 같다.

 특히, 21세기의 (무늬뿐이건 시대를 역행해 쌍8년대로 갔던 뭐건 간에) 법치국가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 상식인데... 일반 대중이나 검경도 아니고,

다른 그 어떤 곳도 아닌 사법부에서 정말 그런 원칙을 기초에 깔고 이 사건을 다뤘다고는

아무래도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사법부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어쩌구 했었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사법부의 이미지는 어떨까.

 근현대사의 비극에는 당연히 사법부가 빠지지 않으며, 사법부의 역할은 곧 흑역사나 마찬가지다.

현대에는 달라졌을까? 판사를 상대로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선고 형량이 너무 높다면 항소한

사건이 있었을 정도면 말 다했지 않을까.

  이런 영화가 나와도 사람들이 "에이, 법원에서 어떻게 저랬겠어. 영화가 너무 뻥을 치누만!"...라고

하지 않는건 전적으로 사법부가 만들어온 역사의 결과물인 것이다.


 암튼 나는 이 영화에서 교수가 유죄냐 무죄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고,

영화가 정말 말하려고 하는 것도 그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사법부가 이 영화로 인해 조금이라도 그런 흑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뜨끔하는 시늉이라도 해주고...

 왕정시대의 하층민도 아니고, 당당히 현대 민주 국가의 주인인 시민들이

자신들의 위치와 권리를 깨닫고 사법부가 으시대는 게 이상한 세상이라는 것에 눈을 뜬다면,

그것으로 이 영화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법부가 그렇게 당당하다면, 사법피해자들은 왜 있겠는가)


 사실 한국의 사법부는 이상하지 않은가.

 삼권분립의 원칙이라면서 지방자치도 형식상 어느 정도까지 이뤄진 21세기에도,

유일하게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게 사법부다.

행정부도 입법부도 선거라는 형식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게 되어 있는데,

사법부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독립세계다. 사법부는 용가리통뼈인가? ^^

 


영화의 엔딩 장면이다.

80년대만 해도 극장에서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게 일상 풍경이었지만,

그런 풍경은 이미 추억의 유물이 된 지 오래인 현대인데...

놀랍게도, 이 영화가 끝나고나자 극장에는 박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진행되면서 법정공방의 단계마다 사람들의 탄식과 감탄이 이어졌고...

이렇게 관객들이 호응하며 보는 영화는 정말 간만인 것 같다.



영화 내용에 대해선 그 정도만 말하면 될 것 같고...(꼭 극장에서 스스로 보고 판단하시길... ^^)


 영화 자체는 어떨까?

 일단 캐스팅이 환상적이다.

 말단(?)으로 가면 좀 아쉬운 캐스팅도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요 배역들은 완벽하다는 말이 무색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이 두 콤비는 물론이고...



이 영화에 있어서, 주인공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한 배역들이라고 할 수 있는

판사들의 캐스팅은 진정 전율이다.

주요 출연진들의 연기는 모두 다 훌륭하지만,

그건 연기 자체의 훌륭함도 훌륭함이지만, 캐릭터에 딱 맞는 캐스팅을 실현한 덕분이 크다랄까.

위 사진의 이경영도 정말 그런(?) 판사에 딱 어울렸으며,

다음 단계의 판사인 문성근의 경우는 그런(??) 판사 그 자체라고나 할까.

 문성근이 이렇게나 연기를 잘했던 배우인지, 문성근을 위한 캐릭터인 것인지... ^^



영화에서 변호사의 후배이자, 남편과는 이혼한 이혼녀 기자로 나오는 김지호...

설정은 선후배지만, 그리고 실제 배우들의 나이 차이도 4살인가밖에 나지 않는데,

선후배가 아니라 부녀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겉보기 등급 차이가 난다.

 영화에선 그저 혼기가 무르익은 여기자 정도로 보이는 김지호인데,

나이 찾아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74년생... 40살이 눈앞이라는 야그다!









 암튼 쟁점 내용들이 아닌, 영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더 언급해 보자면...


-상당히 옛날 느낌의 영화로, 요즘 영화였다면 시도 때도 없이 쿵쾅하는 음악과 함께

화면을 빠르게 느리게 교차편집해가며 현란함을 보여줬을 장면들이 수두룩한데 그런 효과 전혀 없다.

또한, 화면 색감도 전체적으로 아주 차분하다. 느끼하고 화려하면 그만인 줄 아는 요즘과는 다르다. ^^


-그럼 심심한가? 절대 아니다. 그런 장면들에선 어설픈 음악이나 편집트릭을 쓰지 않지만,

카메라의 위치나 높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화면 속 배우들의 피 터지는 법정공방의 긴장감을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요즘식의 영상을 흉내내서 식상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보다,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그런 조금은 올드한 화면을 보여줌으로서 아이러니한

신선함마저 느껴진다.


-흔히 한국 영화에서 쓰잘데기 없이 애용하는 경우가 많은 게 2.35:1 이상의 화면비인데,

이 영화는 2.35:1을 굉장히 잘 활용한 영화다. 어설픈 카메라 효과나 현란한 편집 없이도

화면이 존재감을 뿜어내는 건 그렇게 화면비를 잘 활용한 영향이 큰 것 같다.


-마지막에 교수와 변호사의대화에서 교수가 어릴 때 경험을 얘기하는 장면에서처럼,

인간 사회란 것은 손을 들어야할 때 용기 있게 손을 든 사람들에 의해

혹은 그런 사람들을 비료 삼아서 긍적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렇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인간 아닐까.

그것도 모르고(혹은 알려고도 안 하고) 욕을 하고 폭력까지 날리는 병신짓을 하기 전에 말이다.


-(아마 의도된 대본이긴 하겠지만)옥에티랄까...

실제로 교수와 변호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 얘길 했다면,

그들은 "초등학교 때..."라는 말을 쓰지 않고, "국민학교 때..."라는 말을 썼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던 장면이었다. ^^;;;


-원래 법정공방이란 소재 자체는 주먹을 휘두르는 액션과는 또 다른 액션의 쾌감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쾌감을 정말 잘 살려냈다.

 사실, 교수와 변호사가 손을 잡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영화가 늘어진다.

심지어 지겹다는 느낌도 들 정도... 하지만, 그들이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법정공방이 시작되며,

언제 그랬냐는듯이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몰입시킨다.


-대학에서의 사건부터 법정에서의 판사들의 모습까지,

그 꼬라지(!)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역시 퍽킹 유교!!!...였다.

유교의 해악은 정말 끝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유교는 오리지날 유교가 아니라,

이 땅에서 계속 변질되어 전해져온 기생 괴물 유교를 말한다.


-엔딩 후 숨겨진 장면은 없음...

단지, 노래 하나 다 나오지 못할만큼 엔딩 크레딧이 짧은 게 보통인 게 한국영화인데,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노래 하나 다 나올 정도로 좀 긴 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국영화에 비해서...다.

 외국 영화, 특히 헐리웃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노래 2개는 기본, 어떨 때는 3개도... ^^;;;













[ 부러진 화살 (Unbowed, 2011) ]

<영 화>

장점 - 액션을 방불케하는 법정공방의 매력! / 살의의 파동을 부르는 명캐스팅에 명연기들!

단점 - 올드한 영화 느낌처럼, 올드한 대사... (=대사가 잘 안들린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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