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이 모든 게 다 찌질이 제우스탓이다! - 신들의 전쟁 (Immortals, 2011)

베리알 2011. 11. 10. 16:48


신들의 전쟁 (Immortals, 2011)


  근래 극장에서 관심이 가는 영화가 없었는데, 그나마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이 녀석...

 예고편만 보면 신과 인간이 얽히는 대립이라 밸런스 조절을 어떻게 할지 감이 잘 안 왔는데,

황당하게 그 조절을 후다닥 넘기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결론적으로 소감은...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스토리는 솔직히 열 받을 정도로 형편없다. 도대체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들에다가,

최악의 길로만 유도하는 최악의 클리세들이 연결된 스토리는, 아마 이게 극장이 아니라

블루레이로 처음 감상을 했다면 하다가 중지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어처구니 없다.

 하! 지! 만! 그 단계만 일단 넘어가면 나름의 매력이 기다리고 있다. 무협영화와는 다른,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서양 판타지의 R등급 액션은 다른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다.

 전자에 비중을 맞출 것인가, 후자에 맞출 것인가...


 일단 말해 두지만, 이 영화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리스 신화와 굉장히 다르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메인 포스터... 주요 신들이 줄줄 나와 있는 이 포스터를 보고 제목 그대로 신들의 전쟁이구나~하면

대박으로 낚이는 거다.


 이 포스터에서 건져야할 것은, 주요 신들이 줄줄 나와 있다는 부분이 아니라,

겨우(?) 4명의 신만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다 이유가 있는데...

 이 영화, 분명히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한정된 몇명의 신만이 출연한다.

그렇다고 수가 적으니 각각의 비중이 높으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몇명밖에 되지 않는 신 중에서 제우스와 (그나마) 아테나를 제외하면 나머진 얘가 무슨 신이야?...라고

물어볼 사이도 없이 그냥 쓰윽 나오고 그냥 쓰윽 사라진다. 한마디로 완전 소모품...

 


[ *** 부연 ***

댓글로 도리리님께서 알려주셔서 이 부분을 내가 착각했음을 추가하되,

댓글이 붕 뜨지 않도록 원문은 그대로 놔두기로 함.

사진의 망치나, 제우스가 휘두르던 망치는 죽은 아레스의 것이라고 함.

(결국 그러면 이 작품은 제우스의 주무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


이 영화의 올림포스 신들은 의상만 썰렁한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정말 썰렁하다.

등장하는건 고작 몇명뿐, 그 무수한 신들은 다 어디 갔는지...

신들의 능력도 마블의 토르의 영향을 받았는지 참 평범들하다.

그저 훌렁훌렁 벗고 다니며 인간보다 많이 빠르고 많이 힘이 센 생명체 정도이지,

세상을 나누어 다스리고 태양의 신이고 뭐고 하는 실제의(?) 그리스 신화와는 전혀 다르다.


 위 장면에서 무슨 신인지 남정네가 들고 있는게 영화에서 제우스가 들고 있는 무기인데,

짐작으로 아마 제우스 최강의 무기이자 그리스 신화 최강의 무기인 뇌전(제우스의 번개)일 것이다.

 타이탄과의 싸움에서 제우스 진영이 이길 수 있었던 최종병기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와 그외 초존재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는 전설의 병기이며,

그 전쟁을 끝내고도 이후 제우스가 올림포스의 짱으로 군림할 수 있게 만드는 무서운 병기다.

 하! 지! 만! 이 영화에서는 제우스의 번개라는 설명은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역시나 마블의 토르의 영향 탓인지 아예 저런 조그만 망치로 실체화시켜 놓았다.

위력은 제우스의 번개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디서 약을 팔아!...할 정도로 아무 능력도 없다.

형태만 마블의 토르에서 가져왔지, 능력은 토르의 묘묘 발끝에도 못 미친다.



이 작자가 바로 삼총사3D의 아라미스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다.

제목처럼,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참극은 모두 제우스탓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문제아다.


 제우스가 인간사에 신들이 관여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는 모습은 한마디로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일 뿐이다.

 제우스가 누구인가? 틈만 나면 암컷들 밝혀서 많은 데미갓(신과 인간의 혼혈)을 만들어 냈고,

이들은 인간들에게도 신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해 갔는데 말이다.

 때문에, 한사코 규율을 들먹이며 위기가 계속 확대되어 가는데도 신의 개입을 막는 제우스의 모습은

뭐 이런 쌍쌍바가 다 있어~로 보인다.


 뭐, 영화에선 제우스가 바람 피는 장면들이 없었으니 그냥 규율 덕후로 나오는 것도 이해해 준다고 하자.

 하지만, 이제는 규율 덕후라는 게 문제가 된다.

 규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규율 자체가 존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법치를 강하게 주장하다보면 빠지기 쉬운 모순인데, 법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도구가 이용되어야 하는 목적이다)

 그런데, 영화의 제우스는 그 도구에 목숨을 건다. 그것도 자신만의 목숨이 아니라 다른 신들의 목숨에다가

인간들의 무수한 목숨까지 다!!!


 미개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법조차, 긴급피난 등의 예외를 만들어 놓고 있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에서는 평소의 잣대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인데,

올림포스 사상 최고의, 그리고 전세계 사상 최고의 위기가 닥쳤는데 규율타령이라니?


(게다가, 그 문제의 활이 아직 발견되지 못한 걸 신들이 가서 회수하거나 부숴버렸으면 되는 거 아님?

인간들이 손에 넣기 전이라면야 인간에게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그리스 신화를 너무 이름만 빌려 와선 대충 재구성해 놓았는데,

타이탄은 제우스들의 올림포스 신 이전에 세상을 지배하던 거인신들로,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을 이끌고 이들과의 처절한 싸움 끝에 승리를 하여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즉, 이 영화에서처럼 타이탄들이 컴백하는 상황이 온다는건 한마디로 올림포스 사상 최고의 위기...

 한가롭게 규율 운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런데, 최고지도자라는 녀석이 대소변도 못 가리고 있으니...


 진작에 하이페리온만 처리했으면 아무 희생도 없이 만사 OK로 끝날 일이었는데,

규율 덕후 제우스의 똥고집 덕분에, 셀 수 없는 인간들이 처절한 괴로움 속에 죽어 갔고,

불멸의 존재라는 올림포스의 신들도 죽어 나가고, 올림포스 신들의 최대 최악의 적인 타이탄들은

풀려나고...

 영화 내내 나는 외치고 있었다. 이 빙X, 지금 뭐하자는 거임??? --+



( 이 이미지만 이미지 출처 : www.imdb.com )

결국, 최악의 순간은 닥쳐오고 제우스가 직접 올림포스의 신들을 이끌고 싸움을 벌이게 된 상황...

올림포스의 그 수많은 신들은 어디갔는지 고작 이게 전부...

 

 암튼 뭐, 요란하게 바다의 신이고 하늘이 신이고 이런 거 적용 안 하고 그냥 좀 센 유한한 존재로

그려놓고 있는 설정 자체는 그렇다고 해둘 수 있겠지만, 최대최악의 순간이 닥쳐왔는데,

이 소수정예는 좀...


 이러다 보니, 뭐 이 올림포스의 신들이 나름대로들 강하다고 해봐야 물량빨 앞에선 별 수 없다.

 

 게다가 머리도 능력도 다들 모자란다.

 중간에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면서 테세우스의 위기를 구해주고는,

그 댓가로 제우스에게 맞아 뒈지는 신이 나오는데(아마 아레스였나?),

그럴거면 있으나마나한 졸개들 몇명 죽이고 죽을 게 아니라,

그냥 하이페리온 날려 버리고 죽었으면 좀 좋아?

 그리고 그 급한 상황에서 그런 졸개들 죽이고 있을 게 아니라, 중요한 아이템을 들고 튀는 녀석이나

먼저 잡았어야 하는데... 아레스는 원래 멍청이이니 그렇다해도,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인데... -.-;;;



그래서 테세우스의 위치가 참 어중간하다.

분명히 인간들끼리의 싸움이지만,

거기에는 올림포스의 신들과 그 최대의 숙적인 타이탄들의 싸움이 얽혀 있고,

인간들의 소꿉장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들의 싸움이 따로 펼쳐지기 때문...

테세우스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냥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주인공 어빌리티 몇번 발휘하고 끝.


 영화 제목이 괜히 신들의 전쟁이 아닌 것이다.

 인간 따위는 그냥 신들의 도구로 휘둘리면 그만...


 현재 수퍼맨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낙점된 카렐이 테세우스를 맡았는데,

장면에 따라 얼굴이 너무 달라보이는 게 특징(?)이다. 어디서는 청년 테세우스가 나오고,

어디서는 중년 테세우스가 나오고, 어디서는 이상한 아저씨가 나오고... ^^;;;



테세우스와 엮이게 되는, 미래를 보는 무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 나왔던 프리다 핀토가 맡았다.



이런 식으로 테세우스에게 물을 먹여 주기도... ^^;;;


그러고보니, 프리다 핀토도 장면과 각도에 따라 얼굴이 굉장히 달라 보이는데,

남자 주인공도 그 점에 있어선 비슷하다.


 프리다 핀토는 장면에 따라 좀 아줌마스러운 장면들이 있긴 해도,

기본적으로 여신급 미모를 보여주어서 영화를 보는 맛을 더해 준다. ^^



이 무녀는 미래를 조금씩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예지력을 갖고 있는데,

순결을 잃으면 사라진다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 재미있는 설정이다.

남자의 경우, 동자공으로 내공을 쌓는 건 흔치 않을 뿐더러 그런 걸로 절세의 신공이 되지도 않고

이야기에 별 중요한 도구로도 사용되지 못 하는데... = 남자들은 어디서나 여자들과 즐긴다는 얘기.

여자의 경우, 이런 굴레는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 여자들은 그렇지 못 한다는 얘기.

 

 이것도 애초 뿌리깊은 남녀차별의 영향일까.

 생각해 보면, 남녀의 구조적 차이에서 오는 부분도 크긴 하겠지만...



무녀들이 서로 모여 탈출할 기회를 잡기 위해 수컷들(^^;;;)을 꼬시는 의식을 행하는 중...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프리다 핀토도 이쁘긴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무녀들 중에서 얻어 맞고 한쪽 눈이 감긴 처자가

나름 매력이 있던 득...


 이들의 운명은 소 동상을 처음 봤을 때부터 예상했었다.

(기왕에 피와 살이 난무하는 성인판타지를 만들거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들의 볼거리 연출이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하! 지! 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의미라면 역시 이 처자다.

극중 아테나 여신을 맡았던 이사벨 루카스 (Isabel Lucas)...


당장 70년대 잡지에 옮겨 놓아도 위화감이 안 들 정도로 고풍스러운 마스크로,

암튼 간에 복장도 좋고 영화의 매력거리다.

내가 만약에 이 영화를 건질 게 하나 없는 형편없는 영화로 봤다고 해도,

이 영화에서 아테나로 나온 이 처자를 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었을 것 같다.


 블루레이에는 삭제 장면으로 좀 많이 들어 갔으면? ^^;;;



오죽하면 제우스와 이런 요상한 분위기를? ^^;;;


심지어, 타이탄의 물량빨 앞에서 올림포스의 신들이 전멸한 상황에서,

제우스는 위기탈출 꼼수를 쓰고는 빈사의 아테나만 데리고 튄다...



참 알 수 없는 하이페리온 왕...


올림포스 신들을 멸망시키겠다는 의도도 좋았고,

그 수단으로 타이탄들을 풀겠다는 것도 좋았는데,

그 이후의 일은 생각 안 해 본 걸까?


 마지막에 테세우스와의 대사도 그렇고, 병사에게 너트샷을 선사하는 것도 그렇고

(하이페리온 군대의 기본 검술은 규화보전? ^^;;;), 나중의 일은 생각하고 있긴한가 본데,

올림포스의 신들 자리를 타이탄들이 대체하면 과연 하이페리온 왕이 아니, 인류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에서 묘사되는 타이탄을 보면 인류는 멸망할 분위기던데...


 신을 믿지 않게 된 계기는 좋았다. 미키 루크도 나쁘지 않았고...


 여담으로, 하이페리온이라는 이름은 아마 그리스 신화의 휘페리온에서 따온 것 같다.

미물 인간인 영화와 달리, 원래 휘페리온은 아폴로 이전에 존재하던 태양신이었다.



무수한 단점들(과 하나의 장점)은 그 정도로 하고...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우선 확실한 AV퀄리티다!


 사운드가 아주 쓸만하다.

 별로 큰 소리가 사용될 곳이 없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존재감 확실하다.

미쿡에선 R등급에 한국에선 18세인지라, 각종 효과음에 몸 사리는 거 없이,

인간들 베고 뭉개는 소리가 찰지게(표현이 뭔가 좀... ^^;;;) 흘러 나온다.

 (아테나를 차치하고 봤을 때) 영화 자체만 본다면 블루레이를 안 살지도 몰랐겠지만,

사운드가 이렇게 나온 이상은 어쩔 수 없이 블루레이 구입이다. ^^



(개인적 취향인 아테나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후반부 액션이다.

그중에서도 이 사진과 같은 인간들의 싸움이 아니라, 올림포스의 신과 타이탄이 벌이는 액션...

(그 액션은 사진이 없어서 그냥 이걸로... ^^;;;)


 인간들의 싸움도 나쁘지는 않지만, 초존재들이 벌이는 싸움 앞에선 빛이 바랜다.

물론, 초존재들이라고 해서 정말로 번개를 뿌리고 해일을 일으키고 그러는 건 아니고,

그저 좀 빠르고 좀 힘이 센 녀석들이 죽고 죽이고(사실은 자르고 뭉개고...) 하는 것이지만,

감칠맛나는 사운드에 미성년자 신경 안 써도 되는 등급의 화면이 보여주는 환상의 조합은,

나름대로 참 볼만하다.





어떻게 보자면 참 화딱지가 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영화인데,

그런 단점들 사이에는 나름의 매력들을 숨겨 놓은 영화라 하겠다.

 내세울 수 있는 장점들에 끌리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저 쓰레기 블럭버스터 신세일 득... ^^;;;













*** 잡설 ***

-당연히 디지털로 감상...


-DTS를 세상에 알렸다는 쥬라기공원 블루레이가 나오는 시대인데...

정작 그 DTS는 이제 극장 크레딧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네?

 그래도 블루레이에는 DTS-HD가 많지만서도... ^^;;;


-이건 그냥 내 짐작일 뿐이지만,

프리다 핀토의 그 장면은 대역이다.


-번역 홍주희... 언제나처럼 너무 축약한 부분들이나 너무 의역한 부분들이 좀 있던데,

나름 괜찮은 부분도 있긴 했던 득...


-멍청한 수사놈!


-충격과 공포의 너트샷!!!


-그리스 신화나 게르만 신화 등을 보면 불멸의 존재니 전능이니 하는 묘사는 많이도 나오지만,

실제로 이만큼 능력 없는 신들만 나오는 신화도 드물 득...? ^^;;;


-엔딩크레딧 후에 쿠키 없음.


-영화에서는 그닥 표현된 적이 없지만, 포세이돈와 아테나는 더럽게 사이 나쁜 라이벌... ^^













[ 신들의 전쟁 (Immortals, 2011) ]

<영 화>

장점 - 이사벨 루카스의 아테나 / 성인 등급의 서양 판타지 액션!

단점 - 디워 부럽지 않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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