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어쩔 수 없는 캘리포니아 롤의 한계 - 렛미인 (Let Me In, 2010)

베리알 2010. 11. 18. 19:19


 렛미인... 리메이크 그것도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은 반가움 없는 우려뿐이었다.

 스웨덴판 렛미인은 글쎄, 너무나 헐리웃스럽지 않은 영화였다랄까.


 그리고 그 영화가 드디어 오늘 한국에도 개봉했다.

 감상은... 힛걸의 모레츠양의 출연에도 불구, 역시나 우려를 현실로 확인했을 뿐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헐리웃판 렛미인은 잘 만들어진 작품이긴 하다.

 헐리웃스럽지 않으면서도 헐리웃스러운(뭥미? ^^) 느낌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며

나름의 매력을 가진 렛미인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히 제법 잘 만들어진 캘리포니아 롤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원조가 초밥명인의 환상의 초밥...

그 초밥이 있는한 그냥 하나의 캘리포니아 롤에 불과할 따름이다.

 초밥은 별로인데, 캘리포니아 롤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그렇다해도 초밥을 이길 수 없다.

이유는 이 캘리포니아 롤이 캘리포니아 롤의 매력을 극대화한 게 아니라,

초밥의 매력을 쫓아갔다는 것에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리메이크작은 자신만의 매력이 없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애초, 이 리메이크 자체가 문제였다.

 스웨덴판이 갖는 매력은 헐리웃 영화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영역인데,

이 리메이크판은 그 영역을 표현하고자 노력은 제법 했다. 하지만, 흉내에 그칠 뿐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는 것이 아니듯.

 하지만, 그 노력은 상당한 수준이라 인정할만한데... 문제는 그 노력이 상당하다는데 있다.

이 노력이 단순한 흉내에서 멈췄으면, 이 리메이크판은 헐리웃 영화다운 매력은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웨덴판을 흉내내려는 노력은 헐리웃 영화다운 매력과는 상극에 가까워 보이기에,

그런 노력 덕분에 애초 다른 영역의 스웨덴판을 따라잡을수도,

그렇다고 헐리웃 영화다운 매력으로 재탄생하지도 못 한, 이도 저도 아닌 수준에 그친 것이다.

 단지, 이 이도 저도 아닌 수준이란 게 상당히 아슬아슬한 경지인지라,

보기에 따라선 스웨덴판의 장점을 헐리웃스럽게 잘 보여줬다고도,

또는 헐리웃의 감성으로 스웨덴판을 재창조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모레츠양...도 사실 그 자체로 문제다.

 스웨덴판은 인물들에게서 그 북구의 서늘함 같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게 장점이었는데,

헐리웃판은 그런 순수함이 없다. 역설적으로, 모레츠양 등 헐리웃판 배우들이 연기를 더 능숙하게 했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영화의 주요한 장점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특히, 정말로 아이들스러웠던 스웨덴판과 달리, 헐리웃판은 애들이 애들 안 같다는 게 문제다.

 스웨덴판에서 이엘리가 보여줬던 그 신비감... 그런 게 헐리웃판에선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치명적이다.



  익히 예상되어지고, 익히 시사회 등에서 나온 평들처럼,

헐리웃스럽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마이너스다.

 스웨덴판이 시원한 여백이 가득해 보는 사람에게 여유를 주면서도 주제는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그런 풍경 그림이었다면, 헐리웃판은 주석으로 가득한 코믹스를 보는 느낌이랄까.

 

 설명이 많다고 이해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를 아무리 한다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헐리웃판을 보면 인물들의 심정을 더 잘 묘사했다고 느낄수도 있는데, 착각이다.

 설명이 무조건 구구절절 많다고 학습 효과가 좋은 게 아니듯이,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스웨덴판의 인물들의 심정이 훨씬 와닿는다.

 의심나면 스웨덴판을 다시 한번 보라.



  또한, 이 헐리웃판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스웨덴판의 그늘이다.

 단순히 스웨덴판과 비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헐리웃판 스스로 이미 그 문제점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스웨덴판을 따라가면서도 일부러 우리는 달라!...라고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결과는 비참하다.

 스웨덴판과 다른 부분들은 하나같이 헐리웃판의 참패다.

 노출 미녀로 대체했음에도 차라리 스웨덴판의 그 이웃들이 그리울 지경이고,

그 마무리 역시 너무나 헐리웃스러운 단순 인물 Out일 뿐이다.

 굳이 일부 사건을 영화의 전면에 배치한 채 시간 역순으로 처음부터 진행하는 방식 역시

그로 인해 얻은 게 뭔지 전혀 알 수 없을 지경이고, 이는 형사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이웃들의 그 인간관계를 단순히 하나의 인물에 압축한 덕분에, 스웨덴판에서의 소소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웃들은 헐리웃판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냥 헐리웃 형사 하나로 대체되었을뿐...

 주인공을 괴롭히는 양아치들도 별 의미가 없다. 심지어 이지메의 이유랍시고 설명을 추가했지만,

사족일 뿐이다(양아치들 자체가 사족이다. 스웨덴판의 아이들이 보여줬던 순수함이 사라진,

그저 징그런 녀석들이라...).

 뱀파이어의 장면들 역시 헐리웃스러운 무덤을 팠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본격적인 크리쳐물은

아니면서도 스웨덴판과 달리 헐리웃스럽게 Over스러울 정도로 뱀파이어 액션들을 넣었는데,

코끼리 다리같은 사족들이다. 모레츠양이 골룸짓을 하는 걸 보는 건 그냥 고통이다.

 이는 렛미인 최대의 폭발 장면인 수영장 장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스웨덴판이 조용하게 힘을 비축했다가 수영장 장면에서 링밖으로 날려 버리는 카운터 필살기를

날렸다면, 헐리웃판은 내내 유효타도 안 되는 펀치들만 계속 날려대다가 체력 고갈의 문턱에서

뻔히 보이는 펀치를 헥헥 대며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스웨덴판에서 죽음의 문턱에서

자기를 구해준 이엘리를 바라보는 오스카의 심정에 관객들이 저도 모르게 동조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헐리웃판에선 아예 아무런 감흥조차 일어나지 않을 따름이다.

 정말이지, 스웨덴판의 그 명장면을 이렇게 별 볼일 없게 바꾸다니... -.-;;;

 

 이는 어찌 보면 스웨덴판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스웨덴판에서 괜찮았던걸 그대로 사용하면 재탕 욕을 먹을 수 있으니,

헐리웃만의 차별점을 만들어보자...라는 취지였겠지만, 결과는 안하니만 못하다...였다.

 스웨덴판에서 인상적이지만 헐리웃판에서 별 볼일 없어진 장면들을 보면 다들 비슷한 느낌이다.

 그게 참 효과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헐리웃판의 차별점을 보여주겠다며 억지로 다른 것들로

대체하다보니 망했다~라는 느낌.

 예를 들어, 수영장 장면의 경우, 눈부시게 환한 조명이 가득했던 스웨덴판과 달리,

헐리웃판은 비교적 어두운 조명에서 진행된다.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스웨덴판은 밝았으니, 우린 어둡게 간다!...라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심지어 음악조차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이 장면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느껴야 해!...라던가,

이 장면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거야!...라고 외쳐대는 듯한 음악들은 헐리웃판의 느끼함을

한층 더 강화해 주는 나쁜 역할을 맡고 있다.

 

 단 하나... 그래도 이 영화에서 정말로 장점 하나를 찾아 보자면, 설정 년도의 충실한 재현이다.

 인물들의 패션, 헤어스타일 그 모든 게 정말로 그 시절 느낌 가득하다.

 TV 같은 그 시절 물품들에 그 시절 오락실, 그 시절 즈음의 차량 유행 등등,

심지어 남자 주인공이 차고 있는 시계 역시 그 시절 즈음에 유행한 디자인이다.

음악은 대실망이지만, 그 시절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노래들은 그나마 괜찮았다.





 장점을 찾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정말로 이렇다할 장점이 보이지 않는 헐리웃판이었다.

실망을 예상하고 갔음에도 이 처참한 느낌은... 그렇다고 이 헐리웃판이 못 만들었다고 할 수만은 없는데

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냉정하게 볼때 괜찮게 만들어졌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 문제...


현재로선 모레츠양의 출연에도 불구, 블루레이 구입은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 잡설 ***

-엔딩 크레딧을 다 봐도 숨겨진 쿠키는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사실은 유일한) 공포감을 느꼈던 건 엔딩 크레딧이다.

엔딩 크레딧이 끝날 즈음에 여자 아이가 웃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하는데...

수명이 다한 노예를 폐기처분하고, 싱싱한 새 노예를 얻은 잔인한 뱀파이어의 웃음인가?...라는

생각을 하니까, 그 웃음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없었다. -.-;;;

-반지의 제왕 vs 로미오와 줄리엣!!! (^^)

-스웨덴판에서 게이라서 이혼을 했나...라는 의심을 자아냈던

(좀 더 심각하게 본다면 오스카에 대한 나쁜 일이 있었나 싶은 생각도) 주인공의 아버지는,

헐리웃판에서는 여자를 밝히는 정상적인(?) 남자가 되었다.













[ 렛미인 (Let Me In, 2010) ]

<영화>

장점 - 80년대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 스웨덴판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싶다면

단점 - 명인의 초밥인 스웨덴판 앞에선 좀 잘 만든 캘리포니아 롤도 그저 느끼한 밥덩어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