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이제 테이큰이 부럽지 않다! - 아저씨 (The Man from Nowhere, 2010

베리알 2010. 8. 14. 01:31



 최근 개봉한 영화, 아저씨...

 예고편만으로도 물건이 나왔구나...싶었던 기대작인데,

최근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블로그에 오지도 못할만큼 힘들었기에,

극장에 영화를 보러갈 엄두도 못 내는 시기였다.

 그래도 그 시기를 넘기고 드디어 극장에 달려갈 수 있었는데... 씨너스 이수 5관을 찾아 예매하고

신나게 달려갔다.


 보통 영화의 만족도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얼마나 기대치를 갖고

가느냐가 중요한데, 이 영화는 예고편만으로도 엄청난 기대감을 일으켰던데다가, 평들이

하나같이 호평이라서 기대치는 그야말로 하늘이라도 찌를 기세였기에 조큼 불안불안했는데...

완전히 기우였다! 그 높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봤으니! ^^





( 이미지 출처 : www.cineseoul.com )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태식을 맡은 원빈의 매력 덕분에

지금과 같은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

 태식의 자리에 다른 배우를 가져다 놓아도 이 영화, 어느 수준의 재미는 보장할 수 있었겠지만,

원빈의 태식은 상상도 하기 힘든 시너지 효과를 냈다. 영화 처음부터 그냥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지지만, 머리를 깎고 제대로 학살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건 뭐 극중 무적의 전직 특수요원처럼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무시무시한 매력을 뿜어낸다.

 극중 부인 역할의 배우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빛나는 미모에다가, 화면에서 혼자 레이어 보정으로

합성해 놓은 것처럼 이질적인 이기적인 비율 위에다가 입혀 놓은 양복은 폼 난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은데, 그런 캐릭터가 먼치킨의 능력으로 악당들을 싸그리 학살해 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다.





극중 태식에게 학살당한 악당들이 지옥에 모여 투덜거리는 대사일거라 단언할 수 있는 저 문구...

태식의 악당들에 대한 학살은 그렇게 인정 사정 없이 처절하고, 그로 인해 엄청난 쾌감을 선사한다.

악당들이 선량한 사람들 때리고 고문하고 죽이는 거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히어로가 죽어 마땅한 악당들 확실하게 죽여가는 걸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면 정상이 아닐까? ^^;;;


 고작 알고 지내던 소녀 한명을 위해 경찰도 깡패도 조폭 집단도 안중에도 없이 달려드는

인간미 넘치는 태식은, 과거 국회의원에게 시범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국회의원을

기절인가 시켰을 정도로 사실 잔인한 손속을 자랑하는데... 영화 후반부 정말 유감없이 드러난다.

 초중반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인간 같지도 않은 악당들에게 마치 저승사자처럼 다가가는 태식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쾌감을 선사하지만, 그 방법을 보면 더욱 장난이 아니다.

 후반에 악당들과의 패싸움을 보면, 일격필살을 노릴 수 있음에도 악당들에게 자잘한 상처를 입히며

조금씩 죽여가는 모습을 보면서까지 쾌감을 느낀다면 나도 좀 문제가 있을까나? ^^;;;




      

사실 전반만 봐도 태식이 이웃집 소녀 소미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감옥에 사는 태식이, 소녀와의 만남을 지속하기 위해서 소녀의 어머니에게

고생해 가며 거짓말을 하는 장면만 봐도 태식에게 있어서 소미가 단순한 이웃집 소녀 이상이며,

태식이 거의 유일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며 밝혀지는 태식의 과거에서, 태식에게 있어서 소미는 정말로 세상에서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이 지켜야만 하는 단 하나의 존재라는걸 알게 되는데...

 감수성이 부족한 내가 보기에도, 인정머리가 없는 내가 보기에도 충분할만큼 납득이 갔다.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태식이 아내에게 하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우리 셋이서 안아보자...라는

식의 대사였는데, 이 대사를 기억한다면 영화 마지막에서 소미에게 한번 안아보자고 말하는 태식의

대사는 참 뭉클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아주 잘 만들어졌다. 캐릭터들은 필요 이상의 사족으로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 없이, 2시간이나 되는 상영 시간이 언제 지나갔냐 싶을만큼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만들만큼만 설정되어 있다.


 극중 또하나의 아저씨인 외국인 킬러... 그 배경이 궁금하긴 하지만 딱히 설명이 없어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는 사람들에게 살짝 상상의 나래를 허용하면서, 안 그래도 멋진 외국인 킬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한다랄까. 사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만 봐도 단순한 악당은 아니고,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특히 소미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 비스무리한 딸이 있었고 그 딸과 관련한

비극이 있었을 것 같다는-그런 일을 하고 있고, 또 호적수와의 대결을 기다리지만 그렇다고

비겁하지 않은 참으로 신사적인 진정한 전사임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초중반 화장실에서 태식을 노리고 날린 총알이 관계 없는 다른 여자를 죽인 것을 확인했을 때의

표정은 에이~C8이 아니라, 관계 없는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였고,

후반 태식과의 대결에서도 비록 소미의 죽음(?)으로 태식의 분노 게이지를 Up시키는 짓은 해도,

태식을 등 뒤에서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도 그렇다.

 소미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인물인만큼, 쓰레기 같은 악당은 아니었고, 덕분에 도저히 아저씨는

아닌 것같은 원빈과 달리, 진정한 미중년의 포스를 풍기며 진짜 아저씨의 매력을 보여 주었다.

 

 



영화의 액션은 정말 짱이다!

 외국의 첩보물 영화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초근접거리에서의 격투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동안 한국 영화의 액션 스타일과 전혀 다른 이런 격투를 단번에 이런 완성도로 보여 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냥 주먹만 휘둘러도 멋진 원빈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


 액션 연출을 보면 정말 신경 많이 쓴 것은 물론, 액션을 연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런 게 잘 드러나는 부분이 태식의 직접적인 액션의 과정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결과물-뻗어 버린 악당이라던가-을 쓰윽 보여주는 장면들인데, 태식의 액션이 직접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태식이란 캐릭터의 힘을 보여주며 분위기도 훌륭하게 고조시켜 준다.


  액션 장면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의 훌륭한 사운드다. 타격음은 호쾌하기 짝이

없이 없도록 강렬하며, 총소리는 가슴이 뚫릴 정도로 시원시원하다. 악당들을 그런 호쾌한

타격과 시원한 총소리로 학살해 가는 건 그 자체로 가슴으로도 AV로도 즐거움의 극치다. ^^

 후반부에 칼로 악당들을 썰어 가는 장면에서 일부러 강조된 써는 소리들도 기대 이상!





연기력 논란이 있는 소미역의 배우...

나로선 잘 모르겠다. 극중 소미를 생각하면 소미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기보단,

영화에서처럼 뭔가 이상한 느낌을 주는게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거나 영화를 보면서

별로 거슬린다는 느낌은 없었으니 말이다.





 난 테이큰이란 영화를 참 좋아한다. 죽어 마땅한 악당들을 학살하는데 어찌 안 좋겠나.

테이큰 영화도 타격음이나 총소리가 일품이다. 가끔 돌려 보면 진짜 시원해 진다.

하지만 이제 이 아저씨가 블루레이로 나온다면 테이큰을 돌려보는 횟수는 줄어들 것 같다.

아무리 자막이 별 필요는 없는 영화라지만 그래도 한국어 더빙도 자막도 없는 미쿡산 블루레이보다야,

이 한국 영화의 블루레이를 돌려볼테니 말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더 이상 테이큰 영화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과연 태식의 처리는 어떻게 될까.

본의 아니게 스스로 낙오한 특수요원의 가치를 절실하게 확인했으니

(혈혈단신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목표로 한 인물의 구출에 성공,

과정에서 폭력 조직들 캐박살! 조폭들 캐학살!!) 그대로 감옥에서 썩히기엔 아까울텐데...

 태식의 소미 구출 과정에서 악당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위법 행위(경찰 폭행이라던가)도

있긴 했지만, 높으신 나리들 입장에서야 뭐 그런건 알 바 아닌 것일테고...

 회유 거래를 제안한다고 해도 세상 거의 포기한 태식이니만큼  쉽게 응하진 않겠지만,

소미를 미끼로 던진다면 어떨까. 태식 입장에서도 소미에게 혼자 살아가라고 얘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 험한 세상에 어린 소미 혼자 놔두고 감옥에서 있고 싶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미 태식에게 있어서 소미는 세상에서 유일한 딸이니까.


-영화는 정말 너무 나 뻔하게 흘러 가지만 그것이 또 매력이기도 하다.

비상식적인 막장 반전이나 어거지 전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니 말이다.


-실제 해부해 본 적도 없고 샘플을 유심히 본 적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나이 처먹을 만큼 먹은 변태 의사의 눈알과 꼬맹이인 아이의 눈알은 차이가 있을까 없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엔딩곡이다.

노래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 영화의 엔딩으로 정말 뜬금없었다.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봐놓고도, 스탭롤이 이렇게 참기 힘들었던 적도 처음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