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매력이 가득한 김용 선생의 작품들을 좋아라하긴 하는데,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천룡팔부 (天龍八部)를 꼽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해당 작품은 아직 책으로 소장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실물 책에 환장하는, 실물 덕후로서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유가 있다.
내가 접했던 천룡팔부는, 한국에서 아재들이 많이들 기본으로 접했을 중원문화판이다.
나는 직접 보지 못 했는데, 국내에만 해도 중원문화 외에 다른 출판사 이름으로 나온
판본들도 여럿 존재한다고 한다.
암튼 한국의 아재들에게 천룡팔부 소설로 기억된 건 바로 그 중원문화판인데...
오래 전부터 나온 판본이라, 중원문화에서만도 대륙의 별과 천룡팔부라는 제목으로
조금 과장해서 줄줄이 여러 버젼으로 나왔었다.
나중에서야 이 책을 구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과거의 판본들은 지금 시점에서
제대로 된 물건으로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구입 후에 곱게 모셔만 놓았어도 이미 수십년이 지난 물건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신주 단지 모셔 놓은 경우가 있을 리 없고... 여러가지로 손상이
많은 경우들이 기본에, 대여점 출신들까지 더해져 있는 혼란한 판국이라,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복병이 등장하니...
김용 본인이 대대적으로 수정을 한 신수판을 2005년에 발매했고,
국내 아재들의 천룡팔부의 기본 판본이었던 박영창 번역의 중원문화판의 천룡팔부조차
2010년 이후에 나온 판본은 결말만 신수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2020년 김영사에서 신수판을 번역해서 정식으로 국내에 출간했고...
즉, 내 추억의 천룡팔부를 실물 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면, 중원문화판 천룡팔부 판본이되
2010년 이전까지 출시된 경우여야만 한다는 것.
이런 조건을 맞춰 중고 물품을 찾다 보니 정말... 앞이 안 보였다. -.-;;;
그랬는데!!!
최근 우연히 아주 옛날의 중원문화판도 아니고, 그렇다고 2010년 이후의 중원문화판도 아닌,
2000년대 초반의 중원문화판 중고를 구할 수 있었다.
2002년에서 2003년 인쇄된 판본으로 10권이 다 있는 물건을...
게다가 가격도 믿을 수 없이 쌌기에(위에서 언급한 저 옛날의 중원문화판 천룡팔부들은
제대로 된 물건을 볼 수도 없는데 그 가격들도 만만치들 않았다. -.-;;;) 이거 사기 아닌가,
사진이나 설명과 달리 실제 물건은 이상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모험을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2025년 말에, 이런 물건이 이런 가격으로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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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중원문화에서 결말만 신수판으로 바꿔서 내놓기 직전 시기의 판본이 아닐까 싶다.
이빨 빠진 거 없이, 01-10권으로 갓벽한 구성.

-2002년에서 2003년 출시로 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지금 시점에선 이미 20년 이상 묵은 책이란 건데...
정말 어떻게 된 경우인지, 딱 그 20년의 세월만 지나온 경우 같다.
책을 사서 그냥 책장에 모셔만 놓고 있다가 사정이 있어 팔리고 팔리고 그런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용감도 없고 별반 문제나 상처도 없는 아주 깔끔한 수준.
책을 보면 아무래도 사용 흔적이 남게 마련으로, 이런 류의 책들은 특히나 옆면 가운데에
많이 본만큼 손의 얼룩이 계속 누적되는데... 그런 것조차 없다.
정말로, 최초 구입 후에 얼마나 옮겨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실제로 책을 읽은 경우는 거의 없고, 계속 모셔져만 있던 그 느낌...
나로선 정말 완전 땡큐다. ^^;;;

-2020년 김영사에서 신수판을 정발로 내놓기 전까지,
국내에 천룡팔부 책 하면 당연하던 박영창 번역.
중원문화에서 초판을 1986년에 내놓았나 본데, 그후로 여러 재판이 있었다.
-아재들이라면 이 부분만 봐도 추억이 새록새록 솟을 듯 하다.
해우라던가, 한미르 등등... ^^;;;

-편집부의 머리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

-김용 작품 중에 천룡팔부가 최애인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완전체이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영웅, 소봉이 주인공이란 점도 있지만,
김용 월드의 매력적인 여캐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매력녀들인 목완청과 아자가
(이런 얘기 하면 펄쩍 놀라는 사람들이 많던데... 아주 아니고 아자 맞다. ^^)
다 이 작품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완청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이런 장면들 때문에!
이런 츤츤한 매력이 가득한 목완청이었는데... 신수판에서는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
그게 김용 본인이 수정을 한 결과인지, 과거 중원문화판 번역이 엉망이라 그런 건지
어떤 건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암튼 내가 반한 목완청이란 캐릭터는 중원문화판의
그 캐릭터가 맞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표지 디자인은 계속 달라져 왔어도, 이런 삽화는 계속 그대로 왔던 듯...

-그리고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신수판 엔딩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그 추억의 천룡팔부의 엔딩이다.
중원문화판조차, 2010년대 이후의 중쇄본은 이 엔딩이 아니라
신수판 엔딩이라고 한다. -.-;;;

-10권 책의 중간 즈음에서 천룡팔부는 완결되고,
이렇게 독자서평이 몇페이디 등장한다.
저 링크는 지금은 접속이 안 되고... 무림지존이란 이름으로도 찾을 수 없다. ^^;;;
-이 독자서평은 2002년 8월에 나온 것이니, 내가 예전에 본 과거 판본에선 없던 건데...
이번에 처음 보는데 내용들은 흥미진진하다.
김용 무협 세계를 예전부터 즐겨온 아재들의 시각과 의견들을,
천룡팔부에 맞춰 요약해 놓은 느낌이랄까.
김용 소설의 3대 미녀 왕어언, 시대가 지날수록 퇴보하는 무학심법,
무명승에 대한 소요파 전장문인 등의 가설 등등...
(이런 얘길 심도 있게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언급만 한다)
암튼 아재들이라면 각별한 추억의 맛을 느낄만한 서평이다.

-그리고 이 판본은 10권에 천룡팔부가 끝나고
남은 분량에 백마소서풍이 붙어 있다.
-박영창 번역은 여러 문제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있어 왔다.
특히, 신수판이 정발된 지금에 와서 비교해 보면 더욱 확실히 체감이 된다.
하지만 그럼 신수판이 구판을 대체할 정도로 좋은가...하면 그것도 분명히 아니긴 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천룡팔부는 연재판이 있고, 나중에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책으로
출간한 신판 즉 삼련판이 있고, 나중에 또 다시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책으로 출간한
신수한 이렇게 세가지 판본이 있다고 한다.
국내에 들어온 건 당연히 삼련판이었고...
삼련판과 신수판의 차이인지, 아니면 박영창 번역이 문제였던 건지,
삼련판과 신수판은 세세하게도 많은 차이를, 작품 줄거리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삼련판 + 박영창...의 조합을 구판이라 하고 신수판과 비교하면 이게 신수판이
나아진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차이가 난다는 게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다.
-신수판에서 결말을 바꾸기 위해 이리저리 바뀐 부분들이나
달라진 캐릭터들(대표적으로 왕어언)은 대표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구판에서 엔딩만 바뀌는 건 말도 안 되기 때문에 당연히 아닌 거고...
그 바뀐 엔딩을 변명하기 위해 캐릭터들을 바꾸는 거 역시 아닌 거고...
-캐릭터 밸런스나 무공 변화 등도 대부분 그렇다.
그게 바꿀 필요가 있나 싶을 것들이 대부분이니...
항룡십팔장을 굳이 이십팔장으로 한 것도 사족에 불과하다.
당장 항룡십팔장을 완전히 익힌 소봉이 없어도, 애초에 개방에서
공을 세우고 하면 항룡십팔장을 하나씩 배울 수 있었으니,
남아 있는 개방의 항룡십팔장을 모으고 허죽 같은 초고수가 여기에 참견한다면,
딱히 항룡십팔장이 이어져 내려오는 게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천룡팔부를 본 사람 입장에서 소봉이 항룡이십팔장의 문제점을 고쳐
항룡십팔장을 만들었다는 게 이상하다. 소봉이 유유자적하게 무공을 즐기는
삶을 살아온 것도 아니고, 정말 바쁘고 힘들게 달려와서 겨우 방주가 되었고
거기서부터는 나라의 반역자가 되어 쫓기는 파란만장한 삶인데...
애초에 나온 지가 오래된 작품이니... 여러 오류나 이상한 부분들에 대해선
독자들 사이에서 적당히 넘어갈 나름의 핑계들이 존재하는 거고... 그걸 굳이
나중에 뜯어 고칠 필요가 절실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뜯어 고치면서 관련된 부분을 다 수정하지 못 해서
신수판에서 새로운 설정으로 진행하는데 어느 부분에선 구판 설정이고
이런 게 더 문제인 거지...
신수판에서 추가된 장면들은 대부분 사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 구판의 문제인지 구판 번역의 문제인지,
신수판의 번역이나 추가된 묘사들이 더 좋아진 부분도 물론 많다.
하지만 오히려 구판과의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리고 기존의 캐릭터나 설정을 바꾸면서까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냐 하면
그건 자신있게 아니라고 하겠다.
그러니까 구판이 좋다 신수판이 좋다 논쟁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거고... ^^
-암튼 나로선 신수판이 구판을 대체할 정도로 완전한 판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수판의 장점들이 구판을 버리고 신수판을 봐야할만큼 크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 있어 천룡팔부는 목완청의 츤츤한 매력이 짜릿하게 피어 나오고,
세상물정 모르고 이상만 늘어 놓던 신선놀음 서생 단예가, 여자의 매력에 눈을 떠
발정한 채 그런 이상에서 점점 벗어나 현실의 남자가 되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이 판본의 천룡팔부를 구입한 것에 정말 기분이 좋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플렉스를 한 느낌이다. ^^